“자생력 갖출  지원책이 부실하다


인증센터 심사 과정상 여러 문제 드러나
인증신청사들 “정부정책에 거스를 수 없어 동참”
“현행으로는 인증기업 메리트 없다”업계 중론


종합물류기업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4월 27일 현재). 1분기 동안 종합물류기업 인증신청을 한 16개 업체에 대한 심사결과가 이달(5월)안에 발표될 예정이이서 관심이 집중돼 있다.


세계적 국내물류기업을 탄생시킨다는 목표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정부의 뜻대로 이 제도에 의해 탄생하는 종합물류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번에 인증평가 신청한 기업을 중심으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기업들이 이 제도에 거는 기대는 어떤 것들이고 또 이들이 바라는 종합물류업 인증제도의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평가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어 아쉬워
선두그룹으로 인증신청을 한 16개 업체의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증센터는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그 중 업계 관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평가항목에 대해 인증센터 내부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종합물류업 인증신청시 각 평가항목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첨부되는 서류의 분량은 기업마다 각기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A4용지 박스로 2박스 정도에서 최소 300페이지 2권 분량 사이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서류를 각각의 평가항목에 맞게 구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각 항목에 해당 증빙서류는 모두 예시자료와 함께 ‘~, ~, 등’으로 표기돼 있다는데서 비롯된다. 예시항목 이외에도 평가항목에 해당하는 근거자료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더 첨부하라는 의미로 각각의 기업들은 나름대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인증센터에서는 접수된 자료들 중 예시된 자료보다 보완될 만한 모델이 나오면 이를 타 기업들에게도 추가로 요구한 것.


때문에 2월말 서류접수를 마친 A기업의 경우 3월 중순이 넘어서야 추가서류에 대한 요구를 받았고 B기업의 경우는 평가기준이 달라졌으므로 다른 관할 소관청의 서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시행 전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사위원 등 인력배치에서도 문제 드러내 일정에 차질
인력난으로 인해 평가기간이 지연된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4월 이미 인증신청 선두그룹인 16개 업체에 대한 심사결과가 발표됐어야 하고 2분기 들어서 새롭게 신청한 기업들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1분기 내에 신청한 16개 업체에 대한 심사결과는 이번 달로 넘겨졌다. 이것은 16개 업체에 대한 모든 과정이 끝나지 않는 한 신규 접수된 업체들의 인증심사는 착수조차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평가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인증센터 자체와 심사위원들의 인력 문제가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다.


이 제도 시행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전문가들은 약 50명 정도. 여기에 실제로 이번 심사에 참여하는 위원은 30명 정도로 나타났다. 한 기업당 3명의 심사위원이 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각 위원들이 한 기업만을 심사하며 유연성을 가지려면 48명 정도가 있어야 한다. 즉 현재 30명의 위원들이 몇 개 기업을 동시에 심사하고 있고 또 여기에 심사대상 기업과의 무관함을 따져야 하므로 각 기업에 심사위원으로 배정할 수 있는 위원의 폭은 매우 좁아진다. 이렇게 몇 개 기업을 동시에 심사하면서 각 기업당 현장실사 스케줄까지 맞추어야 하니 애로로 작용했을 법하다.

 

“수수료 과중하다” 원성 높아
운영상에 드러난 문제는 아니었지만 과중한 수수료도 업계의 불만을 샀다. 처음 인증신청시 부과해야 하는 수수료는 300만원. 여기에 인증기업으로의 영위를 위해서 일년에 한번씩 받아야 하는 정기검사에는 매번 150만원이 필요하다. 혹여 인증심사결과에 따라 재신청해야 하는 경우라도 생기면 또다시 300만원을 부과해야 한다. 종합물류기업에의 혜택이 기업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이익과 직결되는 지원사항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과중한 수수료는 기업으로서 부담스러운 항목이 아닐 수 없다.

 

업계 “현행대로라면 메리트 전혀 없다” 한 목소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행에 제시된 인증기업에 대한 혜택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에서도 선두에 나서 인증신청을 한 기업들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일정정도 이상의 규모를 가진 기업으로서 정부의 방향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현행대로라면 기업에는 전혀 소득 없는 제도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향이니 기업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얼마 전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글로벌터미널 육성방안과도 맞물려 혹여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종합물류인증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에 따라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즉 이 제도 자체로는 메리트가 없지만 정부차원의 모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화주들을 의식했다는 기업도 있다. 기업의 판단에 따라 인증신청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류기업을 선택하는 입장에 있는 화주들에게는 평가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인증마크를 획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업으로 인식될까하는 우려가 인증신청의 이유라는 것. 여기에 이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해를 거듭할수록 인증업체로 포함된 기업들을 위한 혜택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희미해진 정부의지에 기업은 ‘좌불안석’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분분하다. 이 제도의 최대목표는 국가가 추구하는 이상(理想)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완전경쟁시장을 지향하는 국내 시장상황에서 근시일내로 기업을 육성시킨다는 명분아래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정부의 손에 의한 특정기업의 성장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는 것이 이 제도를 둘러싸고 새롭게 제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이제 막 탄생하기 시작한 종합물류기업과 이 제도에 의한 영향이 국내 물류시장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에 대한 평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제도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들 조차도 당초의 의지가 한풀 꺽인 표정이라는 것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4월초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이성권 건설교통부 물류혁신본부장은 “종합물류업 인증제만이 유일한 처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물류산업이 경쟁력을 갖는 선순환구조로 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이 제도를 입안하고 수립한 주무부처로서 이 제도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본부장의 발언은 어떻게든 종합물류기업 인증을 받기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허무하게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인증센터에 의하면 선두그룹으로 인증신청을 한 16개 업체 중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업은 절반 정도. 이들 기업 중에는 자회사가 있어 어렵지 않게 제휴한 기업들도 있지만 업계에 자신들의 알몸을 드러내면서 어렵사리 파트너를 찾은 기업도 있다. C기업의 경우는 해외거점이 부족한 자사의 결점을 보완하고자 아예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했다. 즉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간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쫓아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방관하고 있을 수도 그렇다고 인증마크를 위해 올인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명확하고 성장 가능한 지원책 제시하라”
그렇다면 업계에서 바라는 이 제도의 방향과 물류시장 개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물류기업 자체에 직접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하는 기본적인 목표가 물류기업 육성이라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 현재 제시돼 있는 ‘각 호에 해당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소요자금의 일부를 융자하거나 부지확보를 위한 지원 등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두리뭉실한 지원책이 아니라 좀더 명확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종합물류기업의 성장모델을 글로벌 기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물류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있어서의 투자기반을 조성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국내 시장에서 물류기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창고 등 사업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과 통행제한을 비롯한 내륙운송 상의 문제 등이라며 이에 대한 시급한 해결도 물류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심사직후 관련 문서를 폐기시켜 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심사를 위한 자료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어 이것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기업들에게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비밀유지에 대한 내용이 어떤 조항에도 나와 있지 않은데다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업계가 느끼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기관에서 이 제도를 직접 관장하지 않고 연구원에 일임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에서 느끼기에는 이 제도 자체에 대한 중요성이라든지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의지가 정부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되는 물류기본법의 관련제도는 또 다른 관심
현재 정부에서는 이 제도가 포함된 화물유통촉진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동안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관련법을 모두 총괄해 물류기본법(가칭)으로 재편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에 따라 물류기본법 내에서 이 제도가 갖는 비중이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수산부는 물류기본법과 이 제도는 법 체제상 약간의 차이가 있고, 이 제도는 국내에 한정된 법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권 내에 글로벌 기업을 육성코자 하는 과제가 있으므로 이에 부합하는 지원책을 담아 별개의 체계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건설교통부는 물류기본법으로 개정하는 것 자체가 모든 물류관련법의 위계를 정립하는 것이므로 법 내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이견 조정과 개정작업은 올해 안에 모두 진행될 예정이다.

 

인증기업과  비인증기업간 권익다툼 우려
인증기업이 탄생한 이후 물류업계에는 다시 한번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심사결과의 내용에 따라 인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생길 경우 해당기업이 그에 대한 결과를 쉽사리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인증기업과 비인증기업간 극명히 나뉜 입장차로 인한 권익다툼도 음양으로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양분법으로 나뉜 기업들간 권익다툼에는 이미 복병으로 부각된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화주에 주는 세제혜택과 관련한 가부가 아직까지 불분명한 상태라는 것이 첫 번째 사항이다. 두 번째는 아직 충분해 보이지 않는 인증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하지만 소수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이 제도를 둘러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업계의 무관심은 이 제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리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물류업 인증기업 탄생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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