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안)’에 선박펀드 재경부로 관할이전 포함돼
 해운계 반대 입장, 건교부·산자부·중기청도 같은 처지 반발
 재경부의 명분 “통일된 금융투자업 규제로 투자자 보호해”
 업계 “전문성과 특수성 고려안한 통폐합 바람직하지 않다”

 

해양수산부 관할의 선박투자회사제도가 폐지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있어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일명 자본시장통합법)’이 현재 구상대로 제정·시행된다면, 해양수산부 관할의 선박투자회사제도는 폐지되고 재경부 관할의 자본통합법내 자산운용업에 의거한 선박펀드가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선박운용사와 해운기업, 관련금융사들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이에대한 대책회의를 갖고 반대입장을 정리했다.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해운업계에게 새로운 선박금융 라인으로 자리잡은 선박투자회사제도에 미칠 영향과, 이에대한 해운업계의 반응과 대응방안은 어떠한 지 알아보았다.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이 자본시장의 규제개혁과 투자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안에 제정하고 오는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윤곽을 밝힌 것은 올해 2월 중순이다.

 

재경부 연내 관련법 제정 08년 시행계획
재경부가 구상하는 자본시장통합법(안)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은 향후 매매업과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자산보관관리업의 6개 부문으로 분류되며, 이에 해당하는 금융기능은 예외없이 기능별 규율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재경부의 소관법률이 아닌 법률 가운데 금융투자기능을 규율하고 있는 규정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선박투자회사법’과 건설교통부의 ‘부동산투자회사법’, 산업자원부의 ‘CRC 기업구조조정조합법’,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이 그에 해당된다.

 

재경부는 이 자본시장통합법안을 6월 중에 확정하고,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상정한 뒤 연내에 통과시킨다는 스케줄을 잡아놓고 있다. 만약 재경부의 계획대로 자본시장통합법이 연내 제정된다면, 내년(2007년)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따라 재경부는 관련부처의 의견을 조회 중이다. 해양수산부도 선박투자회사제도를 통한 선박펀드의 자본시장통합법에의 귀속과 관련한 의견을 내기 위해 4월 7일 선박운용사와 증권사, 선사, 은행,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이 함께 대책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의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관련 선박투자회사에 대한 의견은 서로의 입장차에 따라 엇갈린 가운데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재경부안에 방어적인 입장을 갖고 동일한 상황에 처한 건교부 등 타부처와 협력을 통해 공동대응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것.

 

재경부 이관시 “선박펀드 변질가능성”우려
재경부의 구상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국내 해운업계의 선박확보에 일정정도 기여한 해양수산부의 선박투자회사제도는 폐지되고, 선박펀드를 운용하는 업무는 ‘자산운용업’에 귀속되며, 선박펀드의 재산을 위탁받는 자산보관회사에 대한 규정은 ‘자산보관관리업’에, 선박펀드의 법적형식과 설립, 구조 등에 대한 규정은 간접투자기구(vehicle)에 해당된다.

 
해양수산부 소관법률에 대한 재경부의 구상은  선박투자회사법상 금융투자업에 대해 통합법상 통일된 금융투자업 규제를 적용해 적정한 투자자 보호규율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 즉 선박투자회사법을 폐지한다는 의미이다.

 

선박펀드 해운계·금융계 반응 엇갈려
금융산업을 통합한다는 명분아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금융상품을 통합해 재경부 산하로 끌어들인다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해운업계는 “재경부 관할이 될 경우 선박펀드의 성질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관련업체들간 회의에서 한국선박운용(KOMAF)를 중심으로 한 해운업계는 “해운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능의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해운업계 모두 재경부의 안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일부선사는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고 선박펀드를 운영하는 선박운용회사들도 서로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이고는 있으나 대체로 선박투자회사제도가 존속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듯하다.

 

증권사와 금융사는 선박펀드가 해양부에 남아도 되고 재경부로 옮겨가도 별 상관없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관련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회사차원에서는 오히려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실무자들은 고민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해운전문성+특수성 감안해 이관 적극 방어”
재경부안에 반발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한 업계 관계자는 “선박펀드는 해운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금융상품이기에 여타의 펀드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산업과 연관된 만큼 장기간 지속돼야 하기 때문에 해운산업의 관할부처인 해양부의 관할로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국적선박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선박투자회사제도에 의해 출시되는 선박펀드는 해운산업 뿐만 아니라 조선과 보험, 법률, 포워더 등 관련 부대산업의 발달을 동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단품·단종의 펀드와 근본이 다르다는 것.

 

아울러 해운산업의 특수성과 전문성 때문에 선박펀드의 만기는 5년-15년의 장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해운시황을 예측하고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해운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선박펀드에 대한 관할권이 해양수산부에 있느냐, 재정경제부에 있느냐는 ‘天地간의 차이’와 같다는 주장이다.
 
“시황따라 가치 등락하는 선박 펀드 전문기관이 관리해야”
이 대목에서 업계 관계자는 “떠다니는 부동산인 선박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국제법에 적용받는 것은 물론 시황변동에 따라 그 가치가 오르내리므로 전문기관이 관리하고 심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펀드의 관리·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펀드가 대량으로 생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관할하에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는데, 재경부 이관시 해운에 대한 전문지식의 결여로 꼼꼼히 짚어주지 않는다면 부실펀드가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이로써 선박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해운강국을 지향하는 한국 해운산업계에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선사 입장에서도 호황기 자금사정이 좋을 때는 자기자금이나 선박펀드가 아닌 여러 가지 금융루트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 처할 경우를 생각하면 선박투자회사제도는 그대로 존속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해운업계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한편 선박펀드 탄생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온 선주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안)의 선박투자회사제도 폐지 의도에 누구보다 반대의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해양부 또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꺼리는 가운데도 선박투자회사제도가 시행한 지 얼마 안된 초창기라는 점과 해운산업의 전문성 이유로 이 제도의 존속은 물론 해양부의 관할도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경부가 내세우고 있는 해양부 소관법률에 대한 기능별 규율방안 논리를 △단종 자산운용업 △자산보관관리업 △간접투자기구(펀드) 3부문으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종(선박) 자산운용업 관련>

재경부 “선박운용사 기본적 자산운용업 규제 안돼”
해양부 장관의 금융기능 규제권한 행사 문제 삼아
재경부는 선박투자회사법상 선박운용회사가 영위하는 ‘선박펀드를 운용하는 업’은 경제적 실질이 자산운용에 해당하지만, 선박운용회사에 대해서 기본적인 자산운용업 규제(진입 규제, 건정성 규제, 영업행위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금융기능에 대한 규제권한을 해양수산부장관이 행사하는데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자료제출/보고 요구권만 행사할 수 있지 조치권은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재경부는 선박투자회사법상의 선박운용회사가 자산운용업을 영위함에 있어 선박투자회사법상 규제 대신 통합법상 자산운용업 규제를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 선박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통합법상 단종(선박) 자산운용업자의 진입요건을 갖춰 인가를 받아야 하고, 통합법상 자산운용업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자산보관관리업 관련>

재경부 “영업행위 규제별도 규정, 통일규율 없어”
펀드의 재산보관 자산보관관리업자에 위탁의무화
‘선박투자회사법’은 선박펀드의 재산보관을 자산보관회사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선박투자회사법은 선박펀드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산보관회사에 대해 업규제가 신탁업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행위 규제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통일적인 규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재경부는 선박투자회사법을 통합법상의 자산운용업자로 귀속시켜 펀드의 재산보관을 자산보관관리업자에게 위탁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산보관관리업’에 대해서는 완비된 업규제(진입, 건전성, 영업행위 규제)를 적용하게 되므로 선박투자회사법상 자산보관리회사에 대한 업규제 대신 통합법에 의해 자산보관관리업자로서 통일된 규율을 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간접투자기구(펀드) 관련>

재경부 “간접투자기구에 대한 규율 없는 상태”
통합법상 간접투자기구로 설립해야 한다 주장
재경부는 선박투자회사법이 주식회사형 펀드(mutual fund)로서 선박투자회사를 규정하고 있으나 적정한 간접투자기구에 대한 규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설립규제 측면에서 일반적 주식회사형 펀드는 등록제로 설립토록 하고 있고 금감위에 등록하도록 돼있으나, 선박투자회사법은 동일한 주식회사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인가제여서 인가권한도 해양수산부장관이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일반 주식회사형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법인이사가 되도록 하고 감독이사제도를 두고 있지만, 선박투자회사의 경우는 법인이사 제도가 없고 감독이사도 두지 않고 있음을 문제삼고 있다.


펀드운용자 측면에서는 펀드를 운용하는 선박운용회사에 대해 적정한 자산운용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삼고 있으며, 외부감사 의무 측면에서는 통합법상 일반적인 주식회사형 펀드와 달리 외부감사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산운용 공시와 관련 통합법상 펀드는 3월에 1회이상 자산운용보고서를 공시하고 수시공시도 의무화돼 있으나, 선박펀드는 자산운용보고서 공시와 수시공시 의무가 적용되지 않음을 문제점으로 꼬집고 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선박펀드가 통합법상 간접투자기구로 설립되도록 해 통합법상 간접투자기구에 대한 규율이 모두 통일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운용은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은 자만 할 수 있도록 하고 펀드는 금감위 등록을 받아 설립하도록 하며, 법인이사 등 지배구조와 재산분리 보관, 외부감사, 자산운용공시 등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 다만 선박펀드의 특성을 감안해 정책적 특례규정은 통합법상 별도의 절을 만들어 현행과 동일하게 반영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정책적 특례규정에는 차입의 허용과 관공선 전용 선박투자회사의 특례, 동일인 주식취득 한도, 선박소유 제한, 보험가입 의무화, 해수부장관의 금감위와의 설립 협의권 등을 포함시킨다는 것이 재경부의 구상이다. 


이상의 재경부안에 대해 해양부는 해운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입장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4월 25일 현재)이다. 해양부 뿐만 아니라 건교부와 산자부, 중기청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여서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돼 재경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향후 관련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