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개막한 ‘2010상해세계박람회’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개막 107일 째를 맞이한 8월 15일까지 누적 입장객 수는 4,000만 명으로 애초 상해박람회조직위에서 목표했던 7,000만 명의 57% 수준에 도달했다. 요즘 무더위에도 매일 40만 명 전후로 입장하고 있으므로 목표한 관람객의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 8월 초에 상해박람회를 방문하였다. 유난히 더운 올해 찜통더위 속에서 치르는 상해박람회의 회장 운영상황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날 정오 무렵 소나기가 있었고 오후엔 고온다습한 열기로 회장의 기온은 거의 40도에 육박하였다. 상해박람회가 이 무더운 여름철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가마솥 같은 폭염 속에서 5시간 대기
상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은 단연 포동 A구역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관이다. 농구장 2개만한 크기에 1,600㎡ 규모의 3D 스크린을 자랑하며 회전식 무빙워크를 타고 관람하게 되어 있다. 현재 이 사우디관의 키워드는 전시관의 규모나 관객을 압도하는 3D 화면이 아니다. 바로 기나 긴 대기 행렬과 5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는 대기 시간이다. 지난 4월 예행연습 당시부터 발생했던 이 현상은 삼복염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도 온종일 계속되고 있다. 2005년 아이치박람회에서 최고 인기관이었던 독일관 입장 대기 시간이 200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5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다는 한 여자 대학생을 인터뷰해 보았다. 너무 긴 시간 줄을 서면서 힘들었지만 일종의 오기도 발동했고 앞뒤의 다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위안과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관이나 일본관을 비롯한 다른 웬만한 인기관도 관람하려면 3시간 정도 줄 서는 것은 보통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무더위 속에서 서너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중국 사람들의 인내심이 이렇게도 대단했던가? 중국 조직위 관계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폭염에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도 큰 불평이나 불만 없이 박람회를 즐기는 여유를 보인다며 자국민의 성숙한 관람 태도에 놀라움울 표시하며 이것 자체가 이번 박람회의 대단한 성과와 긍지라고 자평하고 있다.

 

 

미스트(mist) 분사장치
푹 삶는 기온의 박람회장, 장사진을 친 대기열을 보면 조직위가 관람객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금방 자명해진다. 필자가 보기에도 조직위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미스트 분사장치이다. 회장 곳곳의 그늘막과 고가보도 아래 천장 그리고 전시관 대기열 차양막 천장에 설치하여 스프링클러처럼 물안개를 품어준다. 주변의 온도를 내려주는 효과와 함께 분무구에서 나오는 물기가 피부에 닿았을 때 잠시 동안이나마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진땀나는 대기열 속에서 선풍기와 함께 작동하면 상당히 시원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스프링쿨러형 분사장치는 지난 2008년 사라고사박람회에서 출입구 천장에 설치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미용기구의 일종으로 피부보습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휴대용 미스트분사기나 비행기를 타면 안면 보습을 위해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스프레이는 본 적이 있어도 야외의 공간에서 선풍기처럼 좌우로 회전하면서 안개비를 내뿜는 이런 형태의 분사장치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대기열 차양막과 선풍기 그리고 냉풍기까지
우선 전시관 앞에 설치된 S자형 대기시설의 총 길이는 약 26km에 이른다. 개막 당시에는 단순한 이동식 펜스를 쳐두는 것에 불과하였는데 새치기하는 사람과 더위 문제 등을 고려하여 견고한 고정식 통로로 변경하고 그 위에는 차양막을 덮었다. 차양막 천장에는 미스트 분사장치(노즐)를 설치하고 좌우에는 선풍기, 앞뒤에는 증발식 냉풍기를 추가하였다. 이 시설이 모두 작동하면 대기열 내부는 상당히 시원해진다. 물론 이렇게 시설이 잘된 곳은 주로 인기 전시관에 해당하는 것이긴 하지만 관람객에게 배려하고자 하는 조직위의 노력은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시관과 비인기관의 경우 선풍기는 물론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찬밥 신세가 많았고 S자형 고정식 대기열에는 사이문을 두지 않아 사람이 많든 적든 긴 통로를 따라 돌아가도록 강제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얼음 제공
대기열의 관람객에게 얼음조각을 제공하는 것도 다분히 중국적이다. 조직위는 한 낮 시간대에 인기관을 중심으로 전시관 별로 대형 얼음상자를 3통씩 지급하고 있다. 대기 공간에 얼음상자를 쌓아두어 시원한 느낌을 주고 주변 온도를 저감해 해보려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이 통얼음을 조각내서 관람객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관람객은 얼음을 수건에 싸서 보관하면서 땀을 닦는데 사용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별 것은 아니지만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한다.


음수대와 냉음료
BIE 규정상 박람회장에는 안전을 위해 먹는 물이나 액체류를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음수대 설치가 필수일 수밖에 없는데 개막 초기 100여 개소이던 음수대가 6월 말에는 158개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또 음수대 시설 위에 차양막도 설치하고 물병 전용꼭지도 추가 설치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그러나 유감인 것은 음수대에서 제공되는 물의 온도가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먹는 물 역시 상온에 보관한 상태에서 판매하여 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콜라나 청량음료는 얼음에 채운 아이스박스에 넣어 판매하는데 이 역시 전기냉장고에 비할 바가 못되어 별로 시원치 않다는 점은 유감이다.

 

또 하나의 인기아이템 휴대용 접의자
상해박람회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발한 풍경이 있는데 바로 휴대용 접의자이다. 이 조그만 접의자는 우산처럼 앉을 때 펼치고 이동할 땐 접어서 휴대하면 되는데 기다림과 휴식이 필수인 회장 안팎에서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상해세박의 인기 아이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고 전시관 밖 그늘진 곳에서는 물론이고 전시관 안에서 상영물이나 쇼 등을 감상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지난 6월 중순 조직위는 약 8만 개의 접의자를 기업과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아 관람객에게 사용 후 반납 방식으로 무료 제공하고 있으나, 분실이 많고 절대량도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회장 밖에서 행상인들에게서 구입(개당 10-30위안 정도)하여 입장하고 있다.

 

여수에서는 어떻게 할까
불과 2년 여 앞서 열리고 있는 상해박람회는 여수박람회의 이인위감(以人爲鑑)이다. 이미 많은 것을 보고 한 수 배웠다고 생각한다. 상해박람회에서 무엇이 등장했고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지 잘 관찰했으며 앞으로도 더 살펴볼 것이므로 우리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준비할 것이다. 우리는 상해에는 없는 시설인 전시관과 전시관을 연결하는 회랑형태의 통로를 설치하여 편의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상해박람회에 비하여 절대면적이 좁은 여수박람회에서 연결통로는 효과적인 동선 운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은 전시관 앞에서 줄을 서야만 하는 문제이다. 어느 박람회를 막론하고 입장객 모두가 원하는 전시관을 다 관람할 수는 없으므로 인기있는 전시관이라면 그 앞에서 길게 장사진을 치는 것은 당연하다. 가능하다면 줄을 서지 않게 하는 방법은 예약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100% 예약제로 운용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비록 줄은 서지만 힘들지 않게, 기다림도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는 것이 지금 우리 조직위의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상해박람회를 보면서 한 가지 부러웠던 것은 중국은 필요하다면 인력이든 장비이든 즉시 조치가 가능한 체제가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박람회 개막 15일 만에 대여용 휠체어 1,500대를 추가 확보했고, 음수대는 간단히 조치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님에도 6월 한 달 동안 56개소를 추가로 설치했다. 7월 중에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만 2,000 명을 즉시 모집했고, 휴식용 벤치는 5월 초 4만 석에서 7월 말까지 11만 석까지 늘렸다. 약 6만 석의 벤치를 단기간에 제작하여 설치하는 것은 놀라운 대응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매월 월별 운영상황을 집계하고 뉴스브리핑을 통해 관람객과 언론 등의 요구 및 개선사항들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아낌없는 인력과 물량 투입을 보면서 운영비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필자로서는 여수에서도 저렇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솟아남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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