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수퍼중추항만’ 전략에 이어 ‘국제 허브항만 육성계획’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8월 6일 국제 전략허브(ISH, International Strategic Hub) 항만계획을 발표하고, 도쿄, 카와사키,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항 등 5개 항만을 ISH 항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03년, 이미 일본은 수퍼항만정책을 채택했지만, 그간 일본의 항만들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마켓쉐어 축소를 경험했다. ISH계획이 ‘2003년의 실패’와 달리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일본정부가 북미, 유럽, 지중해 등 국제 주요 무역항로의 직기항 서비스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한국과 대만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환적 허브가 국제 무역항로의 주요 기항지로 이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상하이항을 포함한 ‘북동아시아 허브’ 전략을 내세우면서 북동아시아의 환적허브 항만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8월 6일 도쿄, 카와사키,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등 5개 항만을 국제 전략허브로 선정하고, 기존 동아시아 ‘항만파워국가’로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게이힌 항만그룹(도쿄, 카와사키, 요코하마)과 한신 항만그룹(오사카, 고베) 등 2개 항만 얼라이언스로 구성된 일본 국제 전략허브 항만의 지정으로 동북아시아 항만의 전략허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ISH 항만들은 일본 정부의 상당한 원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주요 항로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들 항만에 상당한 투자를 지원할 것을 분명히 했다. 18m 수심의 안벽 건설 등이 포함된 지원 계획의 첫 번째 목표는 타국 항만에서의 환적화물을 적어도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것이다.


도쿄-카와사키-요코하마, 오사카-고베
2개 항만그룹 국제 허브항만 선정

현재 많은 일본 화물들은 부산항과 중국 항만들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동아시아 항만에서 처리되는 물동량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물동량은 10년간 4배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 항만의 상승률은 2배가량 늘어나 중국 물동량 상승률의 절반 가량에 그쳤다.


이는 많은 주요 원양선사들이 크고 효율적인 그들의 선박을 일본 외의 지역에서 배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부산과 중국 등 타 항만은 일본의 항만보다 비용면에서도 더 저렴하다. 이에 일본 항만들은 그들의 비용을 줄이고, 화물과 선박의 리드타임을 줄여 생산레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밝히고,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오캬이치, 오사카, 고베항을 ‘수퍼중추항만’으로 지정했다. 동 계획의 실현으로 항만 관련 비용이 약 20% 줄어들었고, 리드타임도 기존 3-4일에서 1일로 단축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화물이 일본 외 항만에서 환적·처리되었다. 이렇듯 일본 항만들이 지속적으로 아시아에서의 마켓 쉐어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ISH의 계획이 지난 ‘03년의 실패’와 달리 어느정도의 효과를 거둘 것인가 주목된다.

 

항만 민영화 통해 日 항만 효율성 높인다
ISH 계획이 창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용’이다. 이웃국가의 항만 요율에 비해 일본내 항만 비용은 더 높은 수준으로, 이러한 비용의 문제는 선사로 하여금 일본 항만 기항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오버타임 비용과 휴일비용도 타국 항만보다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일본교통성 측은 “일본 컨테이너 터미널 이용률이 올라가면 비용은 자동적으로 내려가게 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매우 원론적인 대책일 뿐이다. 이에 일본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항만민영화’ 정책은 비용절감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교통성 측은 “BPA와 같이 일본 항만 대표자들도 많은 선사와 화주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BPA 관계자들을 자주 일본에 와서 부산항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와 인센티브 등 장점을 설명한다. 그러나 일본 항만을 운영하는 공기업들은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직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각 항만 관계자들은 민영화에 대한 내용을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고베부두공사의 마사히코 카타기리 대표는 “내년 10월까지 고배부두공사가 주식회사로 민영화되며, 2015년에는 같은 한신그룹인 오사카항만과 고베항만이 통합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러한 계획이 일본항만 활성화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일본 항만의 민영화는 일본 항만노동연합에 의해 강요되는 엄격한 규정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한다. 노동연합의 규정은 항만 운영시간을 제한함에 따라 터미널의 효율성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은 나고야, 고베, 오사카 컨테이너 터미널이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일요일에도 부분적으로 운영되는 등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다른 국가와의 경쟁우위를 위해선 더 많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 일본 정부는 민영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일본 교통성 측은 “아직까지 PSA와 같은 GTO들이 일본 항만의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18m수심 안벽공사, 항만연계 고속도로 요금 면제 추진, “1차 목표는 자국화물 환적율 높인다”
ISH 항만들의 18m 수심 안벽 공사도 중추 항만들의 주요 원양선사 서비스 유치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선박의 평균 사이즈는 3,600teu급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선박도 5-6,000teu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선박의 평균 사이즈는 1만-1만 2,000teu급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동 ISH 계획의 주요한 목표는 부산과 일본의 50여개 항만 네트워크 사이에서 운송되고 있는 자국 화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메인 선사로 하여금 일본의 메이저 항만을 환적항으로 이용하게끔 독려하는 것이다. 도쿄 등 메이저 항만과 소규모 일본 항만간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지역 연안운송의 비용을 줄이는 한편 선박 사이즈를 확대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 글로벌 선사 측은 “일본의 높은 연안 서비스 비용이 저렴해진다면, 이를 이용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토마코마이(Tomakomai)로 운송되는 화물을 도쿄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부산항을 이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일본항만과 연계되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 이용 요금 할인 역시 일본 항만 이용을 독려하는데 큰 옵션이 될 수 있다. 일본내 인터모달 철도 옵션이 제한적인 반면, 90% 이상의 화물들은 트럭을 통해 일본 전역으로 수송되고 있다. ISH 계획의 1차적인 목표가 ‘자국 화물’의 해외 환적항 이용을 줄이는데 있다는 점에서, 고속도로 비용 할인은 상당한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된다. 현재 일본의 몇몇 항만 지역에서 톨게이트 비용 면제가 시행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화물에 대한 환적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일본교통성 측은 “국제화물의 환적은 우리의 두 번째 목표이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동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컨테이너 처리 비용을 줄여나간다면 점차적인 처리 확대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지리적 장점은 다른 서비스적인 메리트가 더해졌을때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국제 허브항만 육성계획’은 동아시아에서 일본항만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야심찬 전략이다. 동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국 항만에 뒤쳐진 물동량의 회복 여부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일본 항만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이 높은 비용과 비효율성, 낮은 수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액션을 취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방한 목적은?
인천시와 고베시가 지난 4월 6일 자매도시협약을 체결한 이후 양 도시 사이에 많은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8월 6일 양 도시사이의 항만 교류사업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오늘 세미나는 이러한 양 도시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것이다. 한국에 방문하여 한국 선사들과 많은 화주들은 만나서 인천-고베간 항로의 장점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창고, 스미토모창고, 일본통운, 상선미쓰이(MOL)의 관계자도 함께 방문했다.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한국항만과 일본항만이 공동으로 서울에서 세미나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성공적인 세미나가 개최되기를 바란다.

 

인천-고베간 항로에 대해?
최근 고베와 인천간 양해해운의 새로운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기존 동 항로에는 천경해운의 주 1항차 컨테이너 서비스가 운영 중이었다. 2009년 양 항간 취급 물동량은 약 3,000teu 규모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양해해운의 새로운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인천-고베간 물동량도 전년대비 약 40% 이상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수도권 화물들의 대부분이 부산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인천-고베간 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보다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리드타임은 부산항 이용시 보다 약 1일 줄어들고, 비용은 80% 수준이다. 한국에 와서 이 점을 많이 홍보해 인천-고베간 물량 증대와 항로 증대에 노력하겠다.


이번에 국제 컨테이너 전략항만으로 지정되었는데?
8월 6일 일본교통성이 게이힌 그룹과 한신 그룹을 국제 컨테이너 전략항만으로 지정했다. 우리 고베항만은 오사카항과 함께 한신 그룹에 속해 있다. 동 전략의 핵심은 대형화와 비용절감에 있다. 현재 고베항만은 16m 수심의 안벽이 1개 선석에 불과하다. 내년 여름까지 총 4개 선석으로 확충할 예정으로, 이 후엔 18m 이상의 수심 안벽 건설도 계획 중이다. 여기에 같은 한신그룹인 고베항과 오사카항은 불과 15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내년 4월까지 각 부두공사가 주식회사로 민영화될 예정이며 2015년에는 두 회사가 통합운영될 것이다. 가까운 거리의 양 터미널을 일체화시킴으로써 항구의 대형화는 물론 비용절감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3년 ‘수퍼중추항만’ 정책과는 무엇이 다른가?
03년 수퍼중추항만은 터미널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계획이었다. 결국 터미널 운영의 비용절감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보았으나, 실패한 계획도 많았다. 이번 전략항만 계획은 하나의 지역권·만에서의 개별 터미널을 효과적으로 네트워크화 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고베항과 오사카항이 2015년 공동운영된다고 말했듯,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의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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