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파스와 콤파스
작지만 강력한 태풍 곤파스의 강타로 어수선한 9월 3일 콤파스가 열렸다. 일본식 표기지만 우리 모임과 이름이 같은 곤파스로 인해 개학 인사도 미처 나누지 못한 채 피해 안부로 부산하다. 그나마 마른 태풍으로 불릴 정도로 큰 비를 동반하지 않았고 빠른 시간내에 동해로 빠져 나가 여느 태풍에 비해 피해가 극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한국경제, 그런데 요즘 환율이 심상찮다. 환차손으로 인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간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수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면 원화도 안정돼야 할텐데, 환율이 불안한 연유를 모르겠다. 이에 대한 긴급진단을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받았다. ‘2010년 하반기 환율전망’, ‘원화 선호 요인 vs.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라는 부제가 이목을 끈다. ‘외환공조에 파열음, 환율전쟁으로 번지나’ ‘일본 외환시장 개입, 사상 최대 하루 2조엔 매도’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바야흐로 환율사태가 전쟁으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그 실상과 추이를 알아본다.


강사 정미영 씨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했으며 팬텍의 외환컨설턴트, 삼성선물의 외환애널리스트, 우리은행 파생금융팀 트레이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을 거쳐 현재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을 맡고 있다. 증권투자 파생상품투자 증권펀드투자 상담사 자격도 가지고 있다. 강사의 경력과 직책으로 보아 샤프할 것이라는 예상이 빚나가 친근하고 조신한 그녀의 인상에 우선 놀랐다.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타입이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세계경제와 경기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진단과 분석, 정확한 환율전망에 모두가 집중하며 경청했다.

 

상반기 환율 상저하고(上低下高)
2010년 상반기 환율의 특징은 상저하고(上低下高)로써 1~4월에 원화강세 요인이 부각되며 달러강세에도 환율은 하락했다. 이는 외국인들의 한국자산 매입에 힘입은 바 컸다. 글로벌 신용 리스크의 뚜렷한 개선과 세계경기의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 한국경제의 상대적 빠른 회복에 힘입었는바, IT와 자동차의 비상과 강력한 수출 모멘텀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대표적인 수혜국으로는 한국과 자원수출국인 호주를 들 수 있다. 5~6월엔 유로존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 둔화가 부각되며 환율이 급상승하였다. 외국인의 주식이탈이 야기되어 지난 5월에 6.3조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또한 유로화의 초약세로 금융시장의 구도가 변화하였는데, 6월중 유로가치가 1.20달러를 밑돌고 상반기에만 미달러화에 비해 15%나 하락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공식이 약화되었는데, 유로화와 금의 동반 랠리가 종료되고 달러와 금값이 동반 상승하자, 엔화의 제한적 강세기조가 유지되었다. 유로의 크로스 환율을 주시해야 하반기 환율전망을 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통화와 유로화 대비 상반기 등락률은 우리나라의 원이 11.5,  미국달러가 17.4에 비해 일본엔화는 23.1이나 된다. 또한 유로 약세가 금값 상승을 이끌어 2010년 들어 유로/달러와 금값의 크로스 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올 하반기의 세계경제는 글로벌 성장의 둔화가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주요국들의 재정확대 지속과 저금리 기조로 2009년의 회복세가 지속되었으나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축소와 출구전략 실시로 경기 상승세의 둔화가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신흥국 주도하의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었으나 하반기엔 중국 및 한국 등 신흥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나라들의 2010년 수요변화 기여율이 2008년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고 주요 OECD 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도 하강하는 실정이다. 국내경기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 호조세는 지속되어 하반기 여건이 불투명하다. 아무튼  중국성장에 힘입어 5% 이상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이 51조원에서 30조로 축소되고 환율효과 축소 및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국내경기도 상고하저의 형태로 가고 있는데, 대외경기와 IT경기의 호조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호조가 지속되고, 경기지수의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상승세를 보여 왔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되어 점진적으로 유동성이 흡수되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를 늦춤에 따라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국채이자 지급부담을 경감시켜 주었다. 지난 2월 18일 재할인율을 25bp 인상하여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정상화시켰다. 또한 초과기준금 이자율 인상, 리버스 RP, 기간물 예금판매, FRB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흡수가 진행 또는 예정중이다. 특이사항으로는 미국 FRB의 주요정책의 종료시한이 다가오고 있고, 미국 모기지론의 60일 이상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의 확대가 자산가격에 긍정적인지에 대해 살펴보면, FRB는 소극적 출구전략으로 자산가격의 리플레이션 기조를 유지하여 현재까지 자산가격 지지 효과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다만, 실질 대출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위험자산에 대한 레벨부담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한 양적완화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디플레 방어의 성공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자산가격의 불안정이 예상된다. 따라서 신용여건의 개선이 동반돼야 바람직하다. 미국의 본원통화와 은행초과기준예치금 상관관계, 미국 소비자 신용잔고 감소추세가 여전하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글로벌 공조 약화
다음으로 글로벌 공조의 약화인데, 이로 인해 재정확대에 대한 이견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6월의 G20 회담에서 재정적자에 대한 미국과 독일의 이견이 확인되었다. 미국은 총수요 유지를 위해 공공지출과 흑자국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독일은 긴축과 재정건전화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대응하였다. 따라서 선진국은 ‘재정지출 축소 플러스 저금리 유지’ 쪽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주요국의 정치적 불협화음을 주시해야 하는데, 미국의 중간선거와 영국의 연정실시 등을 들 수 있다. 이머징 국가들은 ‘소극적 재정지출 플러스 금리인상’의 틀을 유지할 것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와 정책의 상관관계를 보면 FRB의 양적완화, G20장관회의, FRB의 금리인상 연기, G20정상회의를 거치며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온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중국은 현재 완만한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경기부양에 여전히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안정적인 성장 속에 완만한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조위안의 경기부양과 수출호조로 올해 9%대 성장이 기대됐으나 2분기 제조업지표를 보면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어 하반기 성장률은 둔화될 전망이다. 1, 2월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데, 5월의 소비자물가상승이 3%를 넘어서 긴축기조로 들어갔다. 자산시장의 버블을 방지하고 금리인상의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이다. 과연 중국이 부동산가격 억제와 소비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안화의 변동 허용은 환율정책의 정상화를 뜻할 정도로 중요한데, 지난 6월 19일 중국정부는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과 환율 유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고정환율제도의 정상화와 달러와 위한화의 ±0.5% 변동폭 유지에서 환율정책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역수지 개선과 자산버블 방지, 내수위주의 경제체질 개선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바스켓 통화 대비 환율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경상수지에 따라 환율이 가변적이다. 아무튼 연내 3% 이내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원화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들어 위안화 바스켓 통화가 약 5% 절상된 것으로 추정되며, 역외선물환인 NDF 환율에 내재된 1년내 절상도 2% 전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상반기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경기 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축소계획 실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으로 유로존 통합 금융시스템 유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유럽계 은행의 부실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는데, 유럽 금융권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이 75~85%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유로존 경기가 침체되고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유로존 재정위기의 위험요인이며 세계 경기회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유럽계 은행들이 80%의 자금을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기에 유로존 재정위기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더 이상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3월부터의 신용위험 감소추세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신용 스프레드 하락이 마무리되었다. 금융규제의 증가와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선진국 저금리 기조에 영향을 미쳐 금리인상 효과를 불러왔다. 유로존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전체적인 신용 리스크 상승, 자금조달 규모 급증으로 신용등급이 하향되어 우리나라 자금조달비용이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원화강세 요인
원화의 상대적 강세 요인은 첫째 재정이었다.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은 비교적 건전하였다. 2009년의 미국 재정적자가 GDP의 9.9%인 1조 4,171억달러에 달했고 금년에는 GDP의 1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유로존의 평균 국가부채도 예산대비 80%를 이미 상회하였다. 통상적으로 50%를 넘으면 건전성을 의심받게 된다. 이런 연유로 향후 수년간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상당기간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부채가 이슈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국인의 적극적인 한국채권 매수도 한몫했다. 금년 7월까지 외국인의 한국채권 보유잔고가 17조원 증가했고, 외국인 보유비율도 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과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중앙은행의 원화 채권 매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둘째는 수출모멘텀이다. 우리나라의 수출금액이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자동차와 선박수출이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근자에 해외건설이 효자종목이 되고 있다. 작년에 해외건설 수주액이 무려 500억달러에 달했으나, 금년에는 7월 현재 이미 400억달러를 넘어 선박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다만, 3분기부터의 외환수급 악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상반기에 무역흑자 190억달러 경상흑자가 116억달러였으나 3분기부터 수출이 감소하고 서비스수지의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선박인도 증가에 따른 달러공급 감소분과 서비스 적자를 고려할 때 연간 실질 경상수급은 달러공급이 소폭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외국인은 주식 40조 채권 30조를 매입하였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가 지속되는 것은 채권자금중 2/3 이상이 차익거래로, 같은 기간 평균환율이 1,205원이나 매수단가는 1,200원 이하인 자금이 약 20조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유발한 원화 저평가가 우리경제에는 긍정적이다. 실질 경상흑자가 줄어든 가운데 외국인의 환리스크 관리에 따른 높은 환율 변동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마디로 외국인 투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최근의 환율급등과 2008년의 상이점을 살펴보면, 지난 금융위기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복잡한 파생거래로 인한 신용마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현재 다각적인 노력에 의해 레버리지가 낮아졌고 부채규모도 노출되어 신용경색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나 위기해결 국면이 장기화 됨으로써 글로벌 신용여건 개선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국내 펀더멘털을 보면 금융위기로 인해 원자재 가격의 급등 속에 세계교역이 급감하여 우리나라에 치명적이었다. IT 자동차 해외플랜트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로존 위기로 수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환수급 면에서는 금융위기로 기업 포지션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의 과도한 원화자산 매입이 역작용하여 경상수급에 여유가 없어져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불안해지면 외국인에 의한 외환시장 교란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외화 유동성의 위기에 대한 내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국제신용 여건이 악화되었음에도 원화 선호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건전한 재정여건, 금융위기 성공 극복사례, 외화유동성 여건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장기 채무의 단기화 우려도 채권투자자의 아시아 비중 확대로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외화채권의 차환여건 악화 가능성은 주의를 요한다. 글로벌 자금 조달규모의 증가는 조달여건 악화시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 불가피한데,  우리는 단기채무 비중에서 유럽계 차입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규제 트렌드
최강라인 복귀와 금융규제 트렌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청와대의 최중경 경제수석과 강만수 경제특보는 정부의 금융규제 의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3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발표하여 3개월의 유예를 거쳐 10월 9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가 신설되어 기업의 헤지비용이 커지고 외국인 채권매수가 늘어나며 NDF의 매도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규제 추세와 맞물려 자본 유출입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은행 선물환 포지션을 국내은행 50% 외국은행지점은 250%로 제한하고, 외화대출을 관리하고자 해외사용 용도로만 엄격히 제한하며, 외환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의 중장기 외화지금 조달비용을 100%로 상향하고, 기업의 선물환 규제를 강화하여 선물환 거래한도를 실물거래의 100%로 하향하였다. 
현재 금리인상과 원화 저평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17개월만에 금리인상이 단행됐다. 과거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미국과의 동조현상으로 인해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최근 국가별 경제여건 차이에 따라 차별화가 부각(fundamental play)되고 있다. 연내 한두번의 금리인상 기대로 원화강세가 예상된다. 과연 원화가 저평가되고 있나?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원화의 저평가 주장이 일면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적정환율이란 무엇일까?


하반기에는 통화별로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 통화들의 추한 경쟁(ugly contest)이 벌어질 것이다. 경기여건이 악화되는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세 양상을 보일 것이다. 또한 경기 선행지수가 정점을 찍은 이후 각국간 경기 사이클의 시차에 따른 환율등락이 예상된다.


미국달러는 양적완화 기대와 무역적자 재확대로 상승동력이 약화될 것이다. 반면에 이머징 통화는 불안정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쟁(beauty contest)을 할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외환보유의 다변화를 꾀할 것이며,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 등이 선호될 것이다. 선진국 경기와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이다. 유로화는 재정위기의 여파로 약세기조 아래 하락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가 가동되어 유로존 불안감이 다소 완화될 조짐이다. 다만, 내년까지 이어지는 국채만기가 집중되어 각국의 긴축 프로그램이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긴축재정과 유로존 은행의 보수적인 자금공여로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 유로화의 급락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은 저평가된 환율을 누리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최강통화라고 할 수 있는 엔화는 과매수중인데,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엔화가 안전자산일까? 3조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해외투자 잔액, 금융불안시 엔화 강세 유발로 최근 달러와 엔화의 금리차가 축소되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가 220%에 달해 부담으로 작용하여 10년만에 처음으로 연기금이 일본국채를 순매도하였고, 고령화와 가계저축율 하락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하반기 환율전망 1,170원
2010년 하반기 환율을 전망한다. 첫째,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환율상승 요인과 원화의 저평가, 한국경제의 상대적 견고함이라는 환율하락 요인이 상충되면서 상반기 거래범위 내에서의 등락이 예상된다. 둘째, 평균환율은 상반기 대비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상반기에 달러당 1,154원이었으나 하반기에는 1,170원 정도로 고점 1,250원 저점 1,150원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다. 셋째, 높은 경제성장률과 금리인상 기대, 원화의 저평가 인식으로 원화자산에 대한 선호도 유지될 듯하다. 넷째, 경상수지는 흑자흐름을 이어가겠으나 흑자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한국자산 투자패턴에 좌우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다섯째, 외국인의 한국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은 이어지겠지만 대외경기의 둔화와 이로 인한 자산가격의 불안정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공격적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섯째, 미국의 양적완화 확대로 인해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선진국들의 시차가 발생하는 경기사이클로 미국달러화는 선진국 통화에 비해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질의 답변이 이루어졌다. 문, 현재 일본은 엔고로 인해 수출이 어려울텐데 우리에 비해 잘 견디는 연유는 무엇인가? 답,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70%에 달하나 일본은 40%에 불과하고, 우리는 달러로 무역거래가 이루어지나 일본은 40%를 엔화로 거래하여 환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문,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국인 일본의 경제가 10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답,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생산인구에 비해 지출인구가 많은 고비용 국가이다. 이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고 국가채무가 앞에서 언급했듯 220%에 달한다. 보통 100%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이다. 이자부담만 해도 엄청나다. 문, 일본의 주식시장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일본인들의 주식투자 패턴은 단기보다 장기가 많다. 그리고 외국인 비중도 6%에 불과하여 환율로 인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시간 제약으로 인해 더 이상 질문을 받을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로......
                                
‘위기경제학’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2막이 시작됐다!’ ‘위기와 불행은 짝을 또 데리고 온다’ “위기는 한번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 마치 힘을 모으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다가 전보다 더 엄청난 위력으로 불어오는 태풍과 같다.” 요즘 더블딥 불황을 걱정하는 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008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보다 더 큰 경제재앙이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불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 진짜 불행이 온다는 말도 있다. 모든 사람이 불황에 대비하여 움츠리면 정상구조가 일순간에 불황구조로 바뀌어 진짜 불황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2차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는 사람들 한 가운데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서있다. 2006년 9월 IMF 공식석상에서 경제위기의 회오리가 전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발표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헛소리라고 흘려버렸지만, 2년후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것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가 미국 조지아대 스티븐 미흠 교수와 함께 저술한 ‘위기경제학(Crisis Economics)’은 지금까지의 경제위기를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문제점을 검토하고 그 해결책을 이론적으로 제시한 책이다. 그의 대안을 경청해야 할 두 번째 이유이다. 이 책에는 최신 금융경제 용어들이 대거 나오며 선진국들의 금융정책과 금융기법들이 소개되어 MBA 과정을 이수한 기분이 든다. 선진 금융경제학을 흥미롭고 리얼하게 공부한 셈이다.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점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든 헤지와 파생상품들이 오히려 위기를 촉발한 원인이 내심 궁금했다. ‘위기경제학’ 책은 그 원인과 해답을 동시에 제공했다.


이 책을 보면 금융위기는 우연을 가장한 끔찍한 악순환 ‘위기는 백조현상’과 전세계 금융판이 흔들린다는 ‘대지각변동’, 시시각각 다가온 최후의 순간 ‘붕괴된 시장’, 위기의 책임은 모두에게 ‘거대한 전염병’, 문을 닫아야 하는 기관은 닫아야 한다는 ‘최후의 보루’, 구제조치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다룬 ‘소비는 많게 세금은 적게?’,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해결의 첫걸음’, 단순한 은행이 금융시스템을 살린다는 ‘근본적 치료법’, 위기는 오지만 방법은 있다며 ‘생사의 분기점’을 말한 후 결론과 전망으로 마쳤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상 계속 춤을 추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메스를 댈 수 없다는 것이다. 스와프 옵션 선물 등의 파생상품을 위험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은 상품과 별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소유하지도 않은 집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최소화 하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의 효율적이며 사전적인 역할이 필요함을 그는 강조했다. 정책입안자들은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규제와 감시를 피하려는 규제차익과 관할권차익을 불식시키고 전관예우의 회전문인사도 차단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레버리지가 과도한 기업인 골드만삭스는 투기적 헤지펀드에 불과하며, 1929년 대공황을 촉발시킨 주가대폭락의 중심에 서있던 회사들이 창조적 파괴때에도 살아남아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온다고 혹평했다. 수세기를 걸쳐 증명된 역사적 사실은 비정상적인 호황은 거품이 일고 거품이 붕괴되면 경제가 타격을 입고 불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기축통화로서 절대적 위치에 서서 역할을 해온 미국달러가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세계최대 경상수지흑자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통화보유국으로서 이중전력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이렇듯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새로운 금융재난을 마냥 기다리지 말고 타개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이 새로운 개념인 위기경제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기업 임직원의 보수시스템을 장기적인 기업이익 추구에 도움이 되도록 개선하고 증권화도 더욱 투명하고 표준화되어 엄격한 규제 속에 관리되어야 하며, 장외거래되는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엄격관리 및 단일감독기관에 의한 통합관리를 주장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같은 대마불사 그룹은 해체되어 부문별로 분리되어야 하고 시중은행과 투자은행을 구분 관리하여 그림자은행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거품을 사전에 막아내고 관리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신용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IMF의 관리운영 방식에 대한 진지한 개혁과 함께 새로운 국제기축통화 창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수의 노쇠한 국가들이 IMF의 통제를 주도해서는 안되고 G20 그룹의 달라진 위상과 영향력도 의사결정에 반영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게 느슨해진 통화정책과 양적완화는 달러화 캐리트레이드와 맞물려 큰 거품을 만들어낼 것이며,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위험자산의 가치와 전세계 부의 크기가 빠르게 폭락하여 더블딥불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통화연합이 무너지거나 일본경제의 디플레이션 불황으로 대규모 국가부채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중국의 투자가 이끄는 경제회복은 활력을 잃을 수 있으며, 부실채권 증가로 은행업 위기와 세계경제 불황으로 이어져 세계화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관리될 수 있고, 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라며 불안한 현실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본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통화연합의 붕괴는 유럽연합의 부분적 붕괴를 불러오고, 중국이 머지않아 일본을 밀어내며, BRIC은 한국을 포함하여 BRICK으로 되겠지만, 한국은 북한붕괴로 인한 큰 통일비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세계화는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불러올 수 있으며, 금융자본과 핫머니가 특정시장과 경제를 넘나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산가격의 변동성과 금융위기의 극악성도 그 정도를 더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흑조현상이라고 인식되던 경제위기가 백조만큼 흔한 일이 될 것이기에 정부의 확대된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거품형성과 그 붕괴현상 방지를 위한 통화정책과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위기의 원인인 경제불균형을 양산하지 않을 수 있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기란 그냥 낭비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라며, 만일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도 위기가 제공하는 개혁의 기회를 허비한다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위기의 경험을 그대로 사장시켜서는 절대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 책의 결론이다. 위기는 대비하면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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