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팀으로 나눠 진행된 상해의 일정에서 양산항을 찾은 일행 단체.
두팀으로 나눠 진행된 상해의 일정에서 양산항을 찾은 일행 단체.
‘바다의날’ 기념   해외취재 / 상해·항주·계림을 가다(1)
■ 해사문제연구소 주최 11차 중국항만·사적시찰과 세미나

 

해운항만업계 70여명 상해·항주·계림 시찰
상해 양산항과 동해대교의 웅장함에 감탄


매년 바다의 날을 기념해 해사문제연구소는 중국과 일본을 번갈아가며 선상세미나 및 항만시찰을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11회째를 맞는 바다의 날을 맞아 해운항만관련 업·단체 임직원과 가족, 해사문제연구소 전직원 등 총 67명이 참가해 중국 상해 양산항 시찰과 함께 상해, 항주, 계림 등지의 사적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계림에서 개최된 중국연변과학기술대학 소재영 한국학연구소장의 ‘중국대륙의 테마별 지역별 역사문화’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둘러보게 될 상해, 항주, 계림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이어져 향후 중국의 발전상을 가늠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자도 청도와 위해를 둘러본 후 가지는 중국항만시찰이기에 남다른 감회와 새로움에 기대를 가지고 시찰일정에 참가했다.

 

차 향내 가득한 항주, 지상의 천당
인천을 떠나 첫 일정으로 도착한 항주는 태풍의 영향으로 얄궂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용정차로 유명한 곳이기에 필수적으로 들러야 할 곳이 용정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차마을. 빗속에서도 풍기는 차내음은 머리까지 맑게 해주었고 몰래 집어먹은 용정차 잎사귀는 저녁까지 그 향내를 잃지 않아 용정차에 대한 찬사는 결코 허명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저녁시간 관람하게 된 항주의 유명한 송성쇼. 항주의 자동차가 모두 이곳에 모인 것처럼 보이는 주차장에서부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관람석을 가득 메운 현지인과 관광객들은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진행된 비교적 수준있는 공연에 연신 박수갈채를 보내는 한편 기자도 빼어난 미모의 여성출연진에 대한 감탄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중국 절강성에 위치한 항주. 옛날 중국을 기행한 베네치아의 마르코폴로도 지상의 천당이라 기록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서호 유람을 통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평균수심 1.5m의 잔잔한 호수와 주위를 둘러싼 산과 3개의 섬, 간간히 보이는 석탑을 둘러보노라면 어느새 마음 한켠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계림의 낯선 풍경 오히려 신선
다음 일정으로 드디어 계림이다. 대부분이 석회질로 이루어진 평야를 지나가 뜬금없이 솟아오른 산봉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뾰족하고 깎아지르는 절벽이다. 한국의 산세와는 전혀 다른 낯선 풍경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인가와 마주한 산을 깎아내리는 개발현장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마리의 도룡뇽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한 지율스님이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다.


호텔에서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소재영 교수의 중국역사문화에 대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소재영 교수는 “중국은 동서방향으로 흐르는 장강과 황하강으로 인해 나뉘는 남북의 문화차이가 나는 편”이라면서 “역사적으로 힘있는 정치집단은 주로 북쪽에서 배출되어 수도는 자연히 북방에 위치하고, 풍부한 물적 자원이 많은 남방은 이를 기반으로 한 교역의 발달로 경제적인 풍요를 누렸다”며 중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다음은 소재영 교수의 세미나 발표 내용이다.

 

8개 테마별 중국 둘러보기가 효율적
중국은 광활한 영토와 다양한 문화가 오랜세월에 걸쳐 발달해왔으므로 크게 8개의 권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 테마기행이 효과적이다. 중국문명의 발상지인 황하를 따라가는 여행, 장강을 따라가는 여행, 만리장성을 따라가는 여행, 한민족 문화루트이기도 한 실크로드 여행, 상해를 중심으로 한 강남 수향을 따라가는 여행, 미식 문화를 찾는 여행, 서남 소수민족 문화를 찾는 여행, 발해 고구려의 역사를 찾는 동북문화기행 등이 그것인데 계획적이고 여행자의 취향에 맞는 테마여행의 선택은 중국 문화를 다시한번 음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중국의 남북간의 문화차이는 섬세함과 완약함이 호방함과 시원스러움으로 대조되어 각기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문화적 전통에 의해서도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최근 지식집단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교수들의 지역별 배출수 통계를 보더라도 절강성과 강소성 출신에서만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남방이 단연 우세한 현상을 보인다. 과거 한국의 선비들이 남방의 선비들과 교류가 많았던 것도 이러한 지식층의 지역분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음식과 차문화로 대변되는 중국, 남북차 현저
음식면에서도 남북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밀 재배지역인 북방은 밀가루와 면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하고 쌀 재배지역인 남방은 자연스레 쌀 음식이 발달했다. 현재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수타면 기술자도 대부분 북방 출신이며 유명한 면요리와 만두도 모두 북쪽에서 발달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북방사람들은 비교적 거칠고 푸짐한 음식을 즐기고 남방은 세밀하고 정갈한 것을 좋아한다. 한국인이 남방의 산동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중국은 차문화로도 유명하다. 차의 주된 산지가 남방이므로 차문화도 남방이 발달했다.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는 용정차와 우롱차가 있다. 항주가 주산지인 용정차는 명나라시대 우물을 파던 한 농부가 우물 바닥에서 용을 닮은 암석을 발굴한 후 물이 솟아나왔다 하여 용정(龍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남방에 비만인이 적은 것도 이런 차문화 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에게 차는 일상이요,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보조제의 역할을 한다. 용정차와 쌍벽을 이루는 우롱차는 복건성 대만 일대에서 많이 생산되는 반 발효차로서 중국식 식사에 어울리는 대표적인 차로 사랑받고 있다.

 

세계를 지향하는 상해문화
중국 산수 중국문화의 특색을 살펴볼 수 있는 기본적인 여행코스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한 강남지역은 상해를 중심으로 발달해있다. 상해는 중국 4대 직할시 중의 하나로서 중국 최대의 문화도시이자 공업 국제무역의 도시이기도 하다. 상해는 아편전쟁 이후 난징조약이 체결되면서 대외에 개방되기 시작했다. 이때 영국, 미국, 프랑스의 조계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최근 개통된 북경~상해를 잇는 고속도로를 기점으로 동서남북을 오가는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형성되어 중국 제일의 도시 국제무역 금융도시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게 된다. 또한 기존 12시간에서 5시간 이내로 주파시간이 짧아지게 되는 상해와 북경을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2010년에 개통될 예정이어서 역사적인 대공정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 푸동지역 경제개발구의 공업도시 성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또한 세계의 항만물류를 휘어잡는다는 목표로 개장한 상해 양산항도 개발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어 현재의 중국파워는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해의 홍구공원은 1932년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해 일본군 수장을 처치한 곳으로도 유명한데 이를 기리기 위한 윤봉길 의사의 사당이 이 공원에 세워져 있다.

 

빼어난 풍경과 함께한 다이나믹한 계림관광
세미나를 마친 다음날 본격적인 계림 문화탐방이 이어졌다. 병풍처럼 늘어선 산수와 함께하는 이강유람, 이강과 맞닿아 있는 종유동굴인 관암동굴은 모두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이강 유람을 시작하기 위해 들른 마을 어귀에서부터 “아저씨 천원~~~”하며 땅콩과 과일 등을 팔기 위해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며 어딘지 모를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인심좋은 아저씨로서 하나라도 사줄까 하는 생각에 다가섰으나 비겁하지만 뒤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아이들이 무서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8시간짜리 유람이 정식코스라 하지만 일행은 관암에서 양재에 이르는 물길만 둘러보았다. 비록 정식코스에 비해 짧은 유람시간이었지만 그 빼어난 풍광은 마음껏 음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장장 8시간 동안의 유람이었다면 보기좋은 경치도 한두번이지 조금은 지겨울 것 같다는 자기위안도 함께 해보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강과 연결된 관암동굴로 진입했다. 국내 동굴도 여러번 둘러본 경험이 있었지만 관암동굴은 그 규모면에서도 실로 엄청났다. 중국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넓은 땅덩어리만큼 모든 것을 크기로 승부한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증명되는 셈이다. 오죽하면 비오는날 부처앞에 꽂아놓은 거대한 향이 꺼지지 않고 꼿꼿이 연기를 피울정도이니... 이 동굴의 길이는 12km에 이르며 종유석, 석주, 석순 등이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동굴탐사중 지겨울까봐 모노레일, 유람선 등을 이용한 관광코스도 포함되어 있어 근래에 경험하기 힘든 다이나믹한 관광으로 기억되었다.

 

참가자들 동해대교와 양산항의 웅장함에 놀라고
제 4일째. 계림을 벗어나 다시 상해로 이동했다. 비로소 기자가 가장 기대하던 상해 양산항 시찰로 최근 개장한 부산신항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무장한 양산항은 작년 11월 1단계 터미널 5개 선석이 개장되면서 중국 내부는 물론 주변 동북아 해상운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청난 물량의 로컬화물 처리와 함께 동북아 환적화물이 양산항에 집중시킨다는 계획으로 2020년까지 30개 선석의 개발, 향후 총 50개 선석으로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양산항과 함께 유명한 물류시설인 동해대교는 총 연장만 32km에 이르는 거대한 다리다. 상해와 양산항을 왕복 6차로로 연결하고 있는 동해대교는 연간 통행능력만 500만teu규모라고 하니 그 웅장함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점심식사 후 양산항으로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해운항만관련 참가자들이었기에 양산항에 대한 관심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양산항으로 향하는 도중 진입한 동해대교.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굽이굽이 연결된 도로는 그 길이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를 맞은 양산항 홍보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소양산 2단계 터미널이 개장하게 될 예정인 2007년 이후에는 동해대교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용능력이 부족해 다른 내륙연계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으로 위협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소극적인 홍보담당자에 크게 실망
양산항에 도착해 바라본 광경은 의외로 담담했다. 기타 사항은 모두 제쳐두고 시설수준으로만 본다면 부산신항과 큰 격차는 없어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되는 것은 지리적 이점과 로컬물량, 향후 개발규모일 것이다. 이러한 요소가 동북아 물류체계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에 주변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


보안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항만시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으며 일행을 안내하던 홍보담당자 조차도 항만과 관련된 자세한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아마도 양산항 홍보담당자는 양산항의 자연경관을 설명하러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예상외의 소극적인 모습에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 매달려보기도 했지만 우울하게도 의사소통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의 취조(?)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국내 항만 특히 부산신항에 대한 조속한 집중투자로 양산항에 대응하는 일정규모의 시설확충과 획기적인 서비스를 통한 화물유치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기자뿐만 아니라 동행한 참가자들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인공미가 가득한 상해야경은 단연 최고
양산항 시찰이 아닌 관광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황포강 유람은 또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항주의 서호유람과 계림의 이강유람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감흥을 주었다면 상해의 황포강유람은 상업의 중심지답게 현대적인 화려함으로 무장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것. 주변의 모든 고층건물들이 오직 야경을 위해서만 지어진 듯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유람 중 마주친 그 유명한 동방명주를 실물로 보니 비로소 이곳이 상해구나 하는 실감까지 났을 정도. 강 주변에는 외탄이라는 산책로가 관광지구로 발달되어 있어 유람선을 타지 않고서도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4박 5일간의 일정동안 일행이 다녀간 곳이 관광지로서도 유명한 곳이기에 기자가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일전에 들른 청도와 위해의 광경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


청도와 위해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오직 산업·항구지역으로서의 면모만 갖추었기 때문에 한창 개발 중인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에 이번 일정에 들른 항주·계림·상해는 중국이 아닌 일본으로 착각할 정도로 깨끗한 도시이미지와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다시한번 시간을 갖고 둘러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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