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한중, 동남아지역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근해선사들이 과잉선복과 저운임, 과중한 원가부담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구조적 슬럼프에 빠져 있다. 게다가 2년여 남아있는 한중항로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선점만이 살 길’이라는 의식팽배에 기인한 ‘불안 심리’가 저운임을 감수한 출혈경쟁을 야기하고 있다.   

 

선복과잉과 저운임, 高 원가부담 3重苦
근해항로가 저운임과 과열경쟁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은 선박의 대형화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양항로에 초대형선박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황이 악화되고 이는 근해항로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북미항로의 경우 올해초 예상외의 물량증가로 ‘만선(滿船)행진’을 했지만, 유럽항로는 선박대형화에 따른 과잉선복으로 경쟁이 심화돼 올 1분기 약 8.5%나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시황이 악화되자 유럽항로 선사들은 동남아시아지역간 화물까지 싼값에 실어나르기 시작했고 이는 동남아항로 서비스에 주력하는 근해선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1/4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올해 국적선사들이 동남아항로에서 수송한 물동량은 수출입 총 31만 5,881teu로 2005년 같은 기간 35만 7,383teu에 비해 8.8%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실적은 동남아항로의 슬럼프 상황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동남아항로의 과열경쟁에는 일부 국적선사들의 신규진출도 한몫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항로 수출입 물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외국적 선사들 또한 공격적인 운임정책을 펼치고 있다.

 

넘쳐나는 공급에 대한 우려심리는 운임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파이를 먹고자하는 입은 많으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자명한 상황. 관련 협의체들은 운임회복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시장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중항로는 수출입물동량이 꾸준히 두자리수(올 1/4분기 수출 23만 2,892teu-11.6%▲, 수입 34만 4,874teu-20.6%▲)를 유지하고 있으나, 과잉선복으로 인해 운임하락을 면치못하고 있다. 역시 5월중순부로 teu당 50불의 운임회복 가이드라인이 나와있지만,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오히려 운임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와있다.


한중항로가 꾸준한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황이 좋지않은 것은 2년뒤로 예정돼 있는 항로의 완전개방에 대한 ‘불안심리’에 기인하고 있다. 원양선사들이 피더화물 집화를 확대하고 있는데다가 동남아서비스선사들이 한-중-동남아 연계항로를 확대하고 있어 한중항로의 선복 역시 과잉현상이 심화돼 있는 상태다. 향후 중국선사들의 선대대형화 추세와 일중 서비스확대와 함께 원양선사와 3국적선사에 의한 연계서비스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운임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양선사와 중국선사들의 공격적인 경쟁에 대응해 국적 근해선사들도 사활을 건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항로개방의 일정이 공표되자 ‘공생’을 위한 선사간의 협력심이 느슨해져 있다. 상해 운임은 ‘이사짐 값도 안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중항로는 극심한 ‘레드오션’으로 변해 있다.  

 

한중항로 개방 ‘불안심리’ 경쟁 부추겨
근해항로중 상대적으로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한일항로에도 혹한의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만성적인 선복과잉과 선사들간의 화물집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반기부터 급락한 운임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때 일부항로에서 선복감축을 단행하며 운임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한중항로의 개방과 그에따른 영향에 대한 불안심리가 한일항로에까지 확산되면서 ‘반짝현상’으로 끝나고 투입 선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3국적선사의 신규진출까지 겹쳐 선복의 과잉현상이 심화일로에 있다.

 

그나마 지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심축이 돼온 운임풀제가 해체된 지금, 한일선사들간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협의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중항로 개방을 계기로 근해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린다는 위기감 때문에 선사들은 항로의 확보와 시장점유율의 확대를 통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짓’을 보이고 있다.

 

 한일항로의 공급과잉에는 평균 선박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1995년에는 동항로의 평균 척당 선복이 350teu였는데 2001년에는 700teu가 도입되었고 지금은 1,500teu까지 유입된 상황이다.

 

저운임을 극복하지 못하는 근해항로 시황의 또다른 악재는 가중되는 원가부담이다. 지속되는 고유가와 높은 용선료, 그리고 환율은 근해선사들의 경영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나마 자사의 선박비율이 높은 선사는 원가부담에서 다소 여유로운 편이지만, 용선선박의 비율이 높은 선사들은 작년보다는 조정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용선료의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사의지와 무관한 구조적문제  심각하다

그래도 해법은  '운임회복' 업계 한 목소리
근해선사들의 고난은 선사의 의지와 관계없이 손을 쓸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시장 구조상 운임을 회복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법은 운임회복밖에 없다고 업계는 한목소리를 낸다. 해상운임의 회복이 힘든 현실 속에 선사들은 유가할증료나 그동안 제대로 받지 못했던 디머리지나 디텐션 등의 부대요금 부과로 저운임을 보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하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렇듯 어려운 시기를 맞아, 근해선사들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한중항로 개방이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가 크고 건실한 선사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부실선사는 타선사에 흡수되거나 보조적인 존재로 남거나, 최악의 경우 도산하는 경우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근해 정기선시장의 재편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양항로 선박의 대형화에 따른 시장재편 바람이 전세계적으로 휘몰아칠 때, 경쟁우위의 키워드는 ‘자본력’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년간 선사들의 덩치 키우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근해선사들간의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과열경쟁 끝에 도산하는 선사가 생긴다면 이는 한국해운계 전체에 대한 부실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은 어떻게 해서든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기업별로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해운시장의 자본력 싸움에 맞서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중소선사간의 M&A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실행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니 근해선사들의 고민과 고충은 더없이 크다.          

 

<국적 근해선사의 ‘컨’ 자사선 현황>

△고려해운 : 자사선 총 17척(300teu급 9척, 1,600teu급 6척(97년이후 발주인도),  1,800teu급 2척(2004년 신조인도선), 2000년대 이후 인도선박 4척 (1600teu급 2척, 1800teu급 2척))

△남성해운 : 100% 자사선대 운영, 12척 선박(1,000teu급 2척(2005년초 인도), 700teu급 6척, 300teu급 4척, 올해 10월, 2007년 5월 1000teu급 1척씩 인도예정)

△동남아해운 : 자사선 6척 컨테이너 5척(1300 1척, 1900 1척  1600 1척 480 1척 270 1척)=선대운영(용선포함 12척)
△동진상선 : 8척으로 선대운영, 자사선 6척 용선 2척, 자사선박 2척(200teu 1척 430teu 1척)만 컨전용선, 나머지는 세미컨선 벌크용
△동영해운 :
300teu급 2척
△범주해운 :
4척 자사선만 운영(700teu 1척, 580teu 1척, 240teu 1척, 840teu 1척)
△장금상선 :
자사선 10여척
△천경해운 :
자사선 4척 (960teu급 1척-신강 대련 투입, 450teu급  1척, 350teu급 2척), 용선 2척( 620teu급 1척 340teu급 1척)
△STX 팬오션 :
사선 5척(600teu급 1척, 800teu급 3척, 1,200teu급 1척), 용선 6척
△흥아해운 : 총 35척 선대운영, 자사선 16척(1,000teu급 2척 (98년에 건조된 선박들, 650teu급 5척, 420teu급 4척, 2-300teu급 4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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