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부가 생각하는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은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급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노사정 협의를 거친 원만한 합의를 빠른 시일내에 이끌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무현 해양부 차관은 지난 1월 인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은 요지의 말과 함께 연내 부산·인천의 항운노무공급체계 상용화를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조가 그동안 독점적으로 공급해오던 노무공급권을 포기하고 하역회사별 상시고용체제로 전환하게 되는 노무인력 상용화는 국내 항만 개항이래 최대의 역사로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상용화는 해운항만 관련분야 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이 단초가 되었지만 전국 항운노조에 불어닥친 개혁의 바람은 일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긴 지금 많은 변화를 일구어냈다. 각종 내부 선거과정이나 결과를 보아도 그렇고 상용화 논의에 참여하는 자세 등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상용화 특별법은 공식 발효되기에 이르렀고 또한 하위 시행령 또한 입법예고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표면상 상용화에 대한 논의는 일사분란하게 처리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써 항운노조와 정부, 하역회사 3자간의 노무공급 협상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정부의 시행령 안에는 퇴직 항운노조원에 대한 생계안정지원금, 환수규정, 근로조건 보장규정을 위반한 하역회사에 대한 벌칙규정 등이 명시되어 있지만 항운노조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향후 노사정 협상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운노조는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기존 항운노조의 작업권 보장, 항운노조 조직체의 존속 등을 강력히 요구하며 하역업계 및 항만물류협회의 적극적인 대화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더욱 보완된 시행령 입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

 

항만노무 상용화로 인해 각 하역사들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항운노조원에 대한 인원배정에 대해서도 하역회사별 내부적으로도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용화는 항운노조원에게도 고용에 대한 불안을 촉발시키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개별 하역업체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항만하역 작업의 특성상 전 인력이 상용화될 경우 하역업체는 잉여인력 및 비작업시간 등에 대한 경영상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업체별로 인원배정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보이고 있으나 노조에서 제시하는 인원수가 확정 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일부 의견.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남은 수순은 세부사항 논의. 여기에서는 △각 업체별 인력배분 방식 △상용화 대상부두 확정 △평균임금 산정 등 세부조건에 대한 후속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양부는 오는 9월까지 세부협상을 마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정부의 후원아래 펼쳐지는 노·사 협상의 향방에 따라 성공적인 상용화의 기틀이 마련되고 항운노조와 하역업체가 느끼는 위기가 기회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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