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차압당한 사나이의 분노가 일궈낸 챔피언의 영광

서대남/ Ben Line 한국대표

서대남 대표 가족사진
서대남 대표 가족사진
이름이나 얼굴만 보고 골랐다가 눈만 즐겁지 영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더러는 있지만 역시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안전한 기준은 유명세 타는 이름있는 배우와 감독이다. 특히 배우학(?)을 독학한 나의 경우는 그게 전공이요 장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야댠법석에 휘황찬란하게 고속으로 회전하는 현란한 카메라에 현기증이나 거부감을 느낄 때면 가끔은 고전적인 재래식 영상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법이다.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거장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거머쥔 글레디에이터와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 와 시카고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이어 콜드마운틴으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은 "르네 젤위거" 가 미국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로 불리는 전설적인 챔피언 제임스 브래독의 일생을 담은 전기 영화 신데렐라 맨(Cinderella Man) 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험난한 암흑기였던 30년대초 경제 대공황기에 전도 유망한 권투선수였던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잇단 패배와 부상으로 복싱을 포기하고 아내 매이(르네 젤위거)와 어린 아이들을 위해 갖가지 흐드레 일과 부두의 일용직 막노동꾼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구차함이 극에 달할 즈음은 다친 손목에 붕대를 감고 파이트머니 단돈 50불짜리 복서로 링에 올라 그마저 반액을 공제당하고 25불을 손에 쥐고 헐떡이며 집에와 가족들과 즐거워하는 최하층민으로 전락한 그의 모습은 눈물겹기 이를데 없다.


성공한 사람의 과거는 비참할수록 더욱 돋보인다 했듯이 끼니걱정에 전기마저 끊긴 빈민굴에서

더이상 버틸수 없는 아내가 내색은 않은채 아이들마저 친정에 보내는 일이나 아들과 함께 도로변에 설치된 각목 울타리를 땔감으로 쓰기위해 남몰래 뜯는 장면하며 이를 보다 못한 브래독이 옛 동료들을 찾아가 모자를 벗어 푼돈을 동냥하는 장면은 그당시 미국의 빈민생활이 6.25 직후 한국의 달동네를 뺨치는(?) 모습이라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절벽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던 그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운명적인 마지막 기회. 옛 메니저 조 굴드(폴 지아매티)가 주선해준 시합에서 브래독은 빌려 끼고 나간 글러브로 악착같이 싸우고 피흘린 보람으로 재기하게 되고 이겨놓고 싸운다 할 정도로 연전연승의 신화를 써 나간다. 드디어 한물 간 잊혀진 복서는 예상을 깨고 챔피언에 등극한다.
대 공황에서 허덕이던 가난한 미국 사람들은 브래독의 승리를 자신들의 희망으로 삼고 그를 동화속의 주인공처럼 "신데렐라 맨" 이라 부르며 우렁찬 응원의 박수로 갈채를 보낸다.


생계를 꾸려 나가는 방편으로 오로지 싸움만을 위해 길러진 헝그리 복서 브래독. 감정을 차압당하고 자신을 싸우게 만드는 분노가 어디에서 연유한지도 모른채 개처럼 먹고 생각하며 싸우고 또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않고 삶과 죽음 두가지의 선택만이 놓여있는 죽기 아니면 살기판(Death Match)에서 죽음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싸우는 브래독의 열연은 그레디에이터의 검투사에서 보듯 마지막 까지 마음을 졸이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영화요 두시간 20분이란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긴박감 넘치고 가슴 찡한 감동이 전편에 끊임없이 면면히 흐른다.
한편 이 영화가 전하는 가족의 사랑과 아내의 후원과 용기와 신념이 한 인간의 재기를 달성한다는 성공담의 메시지 외에 알렉산더 페인감독의 "사이드 웨이' 에서 소설가를 꿈꾸는 소심한 영어교사 역을 맡아 삶의 진정한 의미와 진실을 돋보이게 명연기를 펼쳐 주목받은 바 있는 대머리(?) 폴 지아매티의 열연은 주연 못잖게 조연이 돋보이는 영화의 하나로 익살을 더해 자주 인구에 회자될 같다.


그간 영화광이란 매니어 입장에서 보아온 영화중 권투영화의 고전이라 할수 있는 폴 뉴만의 "상처뿐인 영광" 이나 죤 보이트의 "챔프" 그리고 실베스터 스텔론의 "록키" 힐러리 스웽크의 "밀리언달러스 베이비"등이 모두 성공작인 것으로 기억한다. 돈 많이 들여 만든 화려한 영화보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이고 가정적인 영상물이 헐리우드의 힘이자 경쟁력이라면 스크린쿼터에만 연연할게 아니라 우리도 이런 영화를 배웠으면 하고 권유하고픈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또 하나 스타는 인기에 못지않게 스캔들 또한 관심사이니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 둘다 르네 젤위거는 최근 컨트리싱어 케니 체스니와 지난 1월15일 쓰나미 피해 복구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 "희망의 컨서트" 에서 만나 열애 4개월째인 5월에 결혼 하자마자 넉달만에 최근 깜짝 이혼을 한 얘기도 들리고 한편 러셀 크로우는 탑건의 탐 크루즈와 이혼한 탑 클래스 여우 니콜 키드만과 염문을 뿌리더니 요샌 잠잠하단 소문도 있어 열열 팬들에겐 영화 못지않게 이들의 사생활도 흥미롭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8년을 기다렸다는 르네 젤위거. 그래서 극중 남편 브래독의 재기를 지켜보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남편을 위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가슴 뭉클한 아내역을 잘 소화해서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힌 같으며 마치 영화 "길" 에서의 젤소미나역 쥴리에트 맛시나를 보는 착각마저 든다.
할인 없이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오래 기억될 영화임에는 틀림없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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