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일본 동경의 와세다 대학교에서 의미있는 해상법관련 포럼이 개최되었다. 일본 해상법학계의 원로인 나까무라(中村) 명예교수, 한국의 해상법학계를 대표하는 고려대학교 채이식 교수, 중국 대련해사대학의 시교수 3인이 기조강연을 통하여 3국 해상법의 발전을 염원하고 통일화를 기하자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이 포럼을 마치면서 3개국의 해상법 학자와 실무가들은 일본의 와세다 대학, 중국 대련해사대학 및 한국의 고려대학이 주관대학이 되어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을 창설하고 매년 한차례씩 해상법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 다음해인 2009년에는 중국의 대련해사대학에서 제2차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이 개최되었고, 이번 제3차 포럼은 고려대학교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회의의 경과>
주제는 예년과 같이 각국의 해상법동향을 한 주제로 하고, 선박충돌의 민사적인 측면과 공법적인 측면을 각각 한 주제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010년 11월 26(금)와 27(토)에 걸쳐서 고려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포럼을 개최하였다. 첫날에는 개회식에서 고려대 이기수 총장과 채이식 IMO 법률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여주었다. 한국의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일본의 와세다 대학의 쯔바끼 해상법센터 소장, 중국 대련해사대학의  구오핑 교수가 시 학장을 대신하여 기조강연을 하여 주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일본의 오찌아이 교수(중앙대학)가 일본 보험법개정이 해상보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소개하여 주었다. 중국의 후교수(상해해사대학)가 중국 해상법의 입법동향을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김창준 변호사(법무법인 세경)가 2010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 4개를 소상히 설명하여 주었다. 첫날에는 90여명이 참석하였다. 첫날은 2010년 해상법전문가 과정과 연계를 하여 우리 나라에서 60여명이 참석하였고, 중국에서 15명 일본에서 20명을 포함하여 약 1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첫날 세션을 마쳤다.


둘째날은 오전 9시부터 선박충돌의 공법적인 측면으로서 충돌예방규칙에 대하여 중국의 자오 교수(대련해사대학), 일본의 다까하시 해사보좌인(도다 법률 사무소) 그리고 한국의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가 발표를 하였다. 오후에는 선박충돌의 손해배상측면에 대하여 한국의 이진홍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중국의 샨교수(대련해사대학) 그리고 일본의 아메미야 변호사(요시다 법률사무소)가 발표를 하였다.

 

<포럼의 주요내용>
1. 각국의 입법동향
각국의 입법동향에서 공통적인 관심사는 해상보험에서 직접청구권 인정의 문제였다. 일본은 이번 보험법의 개정에서도 우리 나라와는 달리 직접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우선특권을 피해자에게 인정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한국이 더 우수한 법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대법원이 2010년 예인선단의 충돌사건에서 예인선의 톤수만으로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1998년의 스텔라호 사건(예인선의 책임제한액수 + 피예인선의 책임제한액수)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는 소개가 있었다. 일본은 1998년과 같이 예인선의 책임제한액수를 피예인선의 책임제한액수로 합한 것이 현재의 입장이라고 하였다.

 

2. 선박충돌의 공법적 측면
발표자들은 각국의 선박충돌예방규칙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배상은 과실비율에 따르게 되므로 과실의 기초가 되는 주의의무위반은 바로 선박충돌예방규칙상 항해사들이 지켜야 할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에서 출발하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1972년 선박충돌예방규칙(COLREG)을 비준한 국가로서 통일된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영해내나 개항의 항내에적용되는 별도의 법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법들은 각국 간에 서로 다른 내용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 혹은 일본 선박은 한국의 특별법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특별법 까지도 통일화된다면 항해사들의 항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에서는 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에서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원인제공정도를 수치로 산정하여 주어 실무상 이것이 민사의 과실비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은 이러한 제도가 없다. 발표에서 소개된 한국 해심의 원인제공정도 산정 지침에 일본과 중국의 참석자들은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3.  선박충돌의 민사적 측면
선박충돌로 인한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한국, 중국은 분할책임을 부담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연대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선박충돌로 인한 책임제한의 법제도가 가장 큰 잇슈로 등장하였다. 일본은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LLMC)의 1996년 의정서의 체약국이다. 이에 반하여 한국과 중국은 조약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1976년 조약을 국내법에 반영하고 있다. 1976년 조약에 따르면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된 국가 이외에는 다른 국가에서 책임제한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 현재 3국은 이렇게 비준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에서 개시된 책임제한절차가 한국에서 다시 진행되는 사례가 현재 있음이 지적되었다. 또 2007년 12월의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에서 우리 나라에서 삼성중공업이 책임제한절차를 시작하였지만 중국에서 또 책임제한절차가 진행되도록 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3국이 책임제한조약에 가입하여 하나의 책임제한절차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종결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박충돌로 인한 상대선박의 손해에 대하여 정기용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는가에 대하여 한국은 2003년 예인선 판결로서 선박소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는 것임에 반하여 일본은 여전히 정기용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된다고 하였다(일본 참석자 사이에 서로 이견이 있었음). 중국은 판례는 없지만 선박소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될 것으로 본다고 하는 설명이 있었다. 

 

<마치면서>
우리 나라 해상법 분야에서 한국해법학회가 1-2명의 외국인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한 적은 있어도 외국인이 30명 정도 참석하여 국제회의를 진행한 것은 해상법 분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여 해상법 교수나 해상변호사의 숫자는 우리 나라가 열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포럼을 통하여 우리 나라는 김&장, 법무법인 세경의 최고 시니어 파트너들이 참석하여 사회 및 발표와 토론을 통하여 우리 나라 해상법의 수준이 중국과 일본을 앞서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선진된 입법과 실무를 반영한 합리적인 판결과 재결에 대하여 일본과 중국의 학자와 실무가들은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번 포럼은 비록 고려대학이 주관대학이 되기는 하였지만, 한국해법학회의 회장단들이 발표자, 사회자로 대거 행사에 참가하여 성공적인 포럼에 기여하였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해법학회가 세계해법회(CMI)를 우리 나라에서 개최하여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다음 제4차 동아시아 해상법 포럼은 동경에서 2001년 9월초에 열기로 하였다. 장차 이 포럼이 한중일 해상법의 통일화 작업에 이바지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해상법 저널을 발간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큰 효용이 발휘될 것을 기대하고 추진하고자 한다. 본 포럼의 개최에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및 법학연구원 그리고 해송법률문화재단,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세경, 한국선주상호보험(Korea P&I)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자 : 김 인 현(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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