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해운이야기 연재를 마치며>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다와 해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바다와 선박, 그리고 해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국내외의 문헌을 찾아서 정리하여 연재하면서 독자들과 대화를 해 왔다.
<파랑 고속도로인 바다>의 연재를 끝으로 이 연재를 마칠까 한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에서 바다와 인류의 미래에 관하여 약간 언급해 두고자 한다.

 

<21세기는 해양시대의 의미>
1. 육지가 황폐화할 경우 대안은?
1957년 사상 첫호의 유인(有人)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쏘아 올려졌다. 이 우주선에 탔던 소련의 가가린 소령은 우주에서 본 지구를 한마디로 파랗고 아름다운 지구라고 표현하였다. 그로부터 50년도 안된 지금 우주선에서 바라본 지구는 우주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투명하고 파란 유리구슬과 같은 지구가 아니라 잿빛으로 어두운 지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구, 특히 육지가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의 산림면적은 20세기 초에는 전 육지의 3분의 1을 점하였으나 1950년대에는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2000년경에는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급속하게 지구가 파괴될 경우, 인류의 멸망뿐만 아니라 지구의 종말도 앞당겨질 것이다. 이러한 징조의 하나가 지구의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지구 전체가 멸망하기 이전에 육지가 황폐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살기 어려울 때의 대안으로 해양공간을 인류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문제에 관하여도 미래의 과학자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 미래 생활공간으로서의 해양공화국(Ocean Republic)의 구상
10여 년 전, 일본의 해양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표한 해양공화국인 Ocean Republic 구상은 이런 의미에서 흥미있는 대안이다. 이 구상은 하나의 거대한 도시 급의 해상 부유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구상에 의하면 폭 5km에 길이 50km 깊이 수백 미터가 되는 거대한 부유물을 만들어 이것을 떠다니는 공화국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 부유물에 입주할 수 있는 인구는 약 500만 명이고, 이 부유물 하나가 대도시로 기능한다. 이 부유물은 컴퓨터에 의하여 자동 조절되는 정교한 시스템에 의하여 조류의 흐름과 파도의 힘, 그리고 풍력을 결합하여 다른 동력의 도움 없이 지구상의 대양을 떠다닌다.


그것도 인간이 살기 가장 좋은 계절별 해역을 찾아서 1년에 지구상의 대양을 일주한다. 이 해양공화국은 원칙적으로 자급자족 하도록 되어 있다. 해양을 이용한 천연 에너지 자원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해양에서 채취하거나 해양을 이용하여 양식한 각종 해산물로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생활필수품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물론 육지로부터 일부를 공급받기도 하지만, 남는 상품들을 육지로 수출하여 무역수지의 균형을 유지한다. 각종 레저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도 자체적으로 발전시키고, 교육 후생시설도 자체적으로 공화국 안에서 해결한다.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꿈은 이루어지기 위하여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만화가나 문학가의 공상소설이 현실이 되는 세상인데 전문과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안이라면 한번쯤 기대할만한 것이 아닐까? 이곳이 새로운 인류의 파라다이스가 될 수도 있다.

 

3. 식량의 공급과 해양
육지의 황폐화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인구가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농업국들이 산업화되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엄청난 식량수요를 새로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식량에 대한 미래의 수요는 엄청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주민들이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게 될 경우 그 식량수요는 엄청나다(곡채식 위주의 개도국과 육식위주의 선진국간의 1인당 식량소요량은 1:7이라고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지금의 농경지에서 이에 소요되는 식량을 과연 생산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해양에서 찾으면 비교적 간단하다. 어느 학자의 추산에 의하면 단위면적당 해양의 식량자원 생산능력은 육지의 비옥한 농토의 약 3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면 앞으로 인류의 식량자원은 농토에서보다 해양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예고해 주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산물의 공급부족을 지금도 걱정하지 않는 현실이다.

 

4. 에너지와 자원의 보고로서의 해양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화석연료의 대량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걸스럽게 파서 마구 사용한 탓에 화석에너지의 매장량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원유가의 급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유로 석유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 후의 대체에너지는 무엇인가? 이 인류 공동의 숙제에 대하여도 해양은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조력발전, 해수온도차발전, 파력발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에너지자원뿐만이 아니다. 육지에서 고갈하기 시작한 다른 원자재들도 해양에는 거의 무진장으로 있다고 한다. 해수 속에는 엄청난 자원들이 용해되어 있고, 해저에는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엄청난 양의 자원들이 있다.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이러한 자원들을 채굴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5. 인류미래는 해양에 있다
몇 가지에 관하여 간단히 언급하였으나, 이상의 설명은 해양이 가진 무한의 잠재력의 극히 일부를 건드렸을 뿐이다.
19세기까지의 해양이용은 주로 교통로로서의 기능과 식량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어로활동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해양의 이용은 극히 일부의 바다 이용에 불과하였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천연상태 그대로 온전히 아직까지 보존되어 왔다.


20세기 들어서 해양이용이 매우 다각화되었지만 육지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황폐화된 것과 비교한다면 거의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으니 이 해양을 잘 활용하면, 육지만 놓고 보면 암담하기 짝이 없는 인류의 미래가 해양에 대입하면 해결안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해양은 신이 인류에게 물려준 마지막 공동유산”이라고 한다. 이 인류의 공동유산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이용할 것인가가 21세기 인류의 과제다.

 

<해운실무 강좌 연재를 마치며>
오랜 시간동안 해양한국에 해운실무강좌를 연재해왔다. 제일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에는 선하증권제도에 관하여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별로 없고, 선하증권과 관련되어 선사들이 자주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있다고 해서 선하증권제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독자들에게 보급하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그 후 독자들의 반응도 좋고 해서 내친 김에 해운전반에 관한 실무강좌로 발전시켰다.


그러다 보니 해운과 관련된 전 분야에 걸쳐서 다 기술하여야 하나 필자의 지식의 한계로 인하여 일부내용에 대하여는 그렇게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도 많이 있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필자의 지식이 잘못된 지식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이다. 일단 필자가 설명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주마간산 격으로 나마 한바뀌 다 돌았으므로 일단 이것으로 연재를 마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시간을 내어 이 내용들을 다듬어서 단행본이라도 한권 발행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잘될지 모르겠다. 졸고들을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연재를 마치는 인사로 가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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