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사고에 따른 배상책임에 관한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종사자들이 상호간 법적 책임의 한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대한상사중재원과 하주협의회가 중재판정과 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운송사고와 관련 배상책임 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발표된 사례 중 주목되는 것들을 그대로 실었다.

 

I. 해수침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II. 대북지원 식량운송
   선박의 충돌에 따른 손해배상
III. 운송인의 화물인도 시점
    (대법원 2005.2.18.선고 2002다2256판결)
IV. 선박대리점과 보세창고와의 관계(대법원 2005.1.27.선고 2004다12394판결)
V. 공선하증권을 취득한 자의 권리(대법원 2005.3.24.선고 2003다5535판결)
VI. 체선료의 산정방법 등(대법원 2005.7.28.선고 2003다12083판결)

 

<해수침수에 따른 손해배상 구상청구>

1. 사건개요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2002. 10. 22. 피신청인 소유 xx호(M/V xx)(이하 ‘본 건 선박’)를 용선하기로 하는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신청인은 같은 날 재용선자인 △해운 주식회사(이하 ‘△해운’)와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해운은 2002. 3. 4. @시멘트주식회사(이하 ‘@시멘트’)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항해용선계약은 1일 양하 기준량을 5,500톤으로 정하고, 1일 체선료는 미화 10,000불로 하되 선사측 귀책사유로 양하가 지체되거나 중단된 기간은 체선상태(on demurrage)인 경우라도, 정박시간을 산정하지 않는다고 정하였다.


항해용선계약에 의하여 △해운이 2002. 12. 본 건 선박으로 운송한 시멘트공장 연료용 유연탄에 대한 양하작업이 2002. 12. 28.부터 진행되었는데, 작업 도중 본 건 선박의 제5번창 발라스트 탱크 파공에서 해수가 유출되는 등으로 인해 선창 내 화물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시멘트는 2003. 1. 5. 양하작업을 중단하였다.


@시멘트는 피신청인이 속한 AA피앤아이클럽의 화물손해에 대한 손해배상보증의향서(LOU)를 제출받고 양하작업을 하려고 하였는데, 다른 선박이 먼저 양하작업을 하고 있어, 양하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다른 선박이 출항한 이후인 2003. 1. 24. 부터 양하작업을 재개하여 2003. 1. 27.  양하작업을 완료하였다. 결국, 본 건 선박은 ○항에 총 29.638일을 정박하여, 결국 19.638일을 초과 정박하게 되었고, 오염된 유연탄의 양은 2,115톤임이 확인되었다.


△해운은 2004. 1. 26. @시멘트를 상대로 체선료 미화 196,388.89불의 지급을 청구하는 중재를, 그리고 @시멘트는 이에 대한 반대신청으로서 2004. 3. 31. △해운을 상대로 위 오염된 유연탄 2,115톤에 대한 손해 금 71,297,130원의 배상을 구하는 중재를 각 대한상사중재원에 신청하였다. △해운과 @시멘트는 중재판정에 기해 서로간의 채무를 정산하였는데, △해운이 오염화물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서 @시멘트에게 지급한 원리금은 61,259,901원이었다.


신청인은 △해운의 구상청구에 따라 2005. 6. 30. △해운에게 금 184,758,524원을 지급한 후, 피신청인을 상대로 체선료, 오염화물의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한 금 158,096,760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였다.

 

2.  판정내용
중재판정부는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금 61,226,886원을 지급하라고 하였는데 그 주된 판정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본 건 분쟁은 2003. 1. 3. 본 건 선박의 제5번창 상부 발라스트 탱크의 파공에서 해수가 유출되는 등 선창내의 화물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일응 선주인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이로 인하여 신청인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청구원인 중 용선자인 신청인이 위 2002. 10. 22.자 정기용선계약에 기하여 선주인 피신청인에게 운송물 훼손에 대한 계약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청구에 대하여서는 상법 제812조의 6의 단기 제척기간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어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할 것이나, 신청인이 피신청인을 면책시킨 후 피신청인에게 하는 구상청구의 경우에는 상법 제812조의 6의 단기 제척기간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3) 체선기간 19.638일 중 ‘선사측의 귀책사유로 하역이 중단된 합리적 기간’으로 인정된 8.042일에 대한 체선료와 관련하여, 피신청인은 화주인 @시멘트에 대하여 체선료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이는 피신청인이 공동 면책된 금원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구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3.  평석
본 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고 가장 다툼이 치열했던 부분은 구상청구 대상의 범위와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였다.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공동불법행위자의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구상권은 피해자의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는 그 발생 원인과 법적 성질을 달리 하는 별개의 독립한 권리로서 상법의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본 건의 경우, 화주인 @시멘트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해운, 신청인, 피신청인 중 △해운이 먼저 화주에 대하여 손해액을 배상하여 신청인, 피신청인을 면책시킨 후 신청인에게 구상청구를 하고 이를 배상한 신청인이 다시 피신청인에게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로서, 상법 제811조, 제812조의 6의 단기 제척기간에 관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재판정부는 선박의 하자로 오염된 화물 2,115톤에 대한 배상금과 중재비용의 구상권을 인정하였으나, 구상금 형식이 아닌 청구들은 모두 단기 제척기간을 적용하여 이를 기각하였다.


한편, 피신청인은 화주인 @시멘트에 대하여 체선료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이는 피신청인이 공동면책된 금원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구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는 바, 형식논리상으로는 타당한 견해라 보여진다. 체선료의 약정은 선주와 상관이 없이 약정된 것인데, 당사자간의 약정을 이유로 선주를 구속하는 것도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바, 일방적으로 체선료의 약정 당사자가 아닌 선주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 건과 같은 순차적인 용선의 경우에 있어서 용선자가 선주에 대해 선박의 하자에 따른 체선에 따른 책임을 근거로 구상 할 수 없어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법 제812조의 6 소정의 1년의 제소기간이 적용되지 아니하면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인가에 대하여는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고 있는 바, 특별한 시효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1년의 제소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상사시효인 5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그리고 민사상 시효인 10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헤이그비스비규칙 제3조 제6항의 2에서는 최소한 3개월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하한을 제한하고 있으나, 상한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입법으로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본건은 정기용선, 재용선, 항해용선 등 선박 한 척에서 세 건의 계약이 연속적으로 체결된 경우이다. 우리 중재법 아래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여러 건의 중재를 병합하는 절차가 없어, 중재합의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막고 있다. 이를 병합하여 한꺼번에 해결을 하게 될 경우, 구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체선료와 관련하여서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분담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신청인은 체선료와 관련하여 구상을 못하였는 바, 체선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이 선주에게 있음에도 선주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 반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정기용선자가 그 책임을 최종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어, 아쉬움을 남기는 판정이라 할 것이다.


본 사건을 소송으로 다투었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최종 판결이 나와 법적관계가 종결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본 건은 신청인이 중재판정을 근거로 배상을 한 후, 피신청인을 상대로 구상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복잡한 배상 및 구상관계가 중재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해결되었는 바, 중재가 소송절차에 비해 유용한 분쟁해결수단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대북지원 식량운송 선박의 충돌에 따른 손해배상>

1. 사건개요
OO호의 선주인 신청인은 피신청인과 2002. 10. 22. 용선료 일당 미화 6,000달러, 톤당 연료비 IFO(Intermediate Fuel Oil) 미화 178달러, MDO(Marine Diesel Oil) 미화 280달러 그리고 기타 사항은 Time Charter New York Produce Exchange 1994양식에 따르기로 하는 취지의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OO호는 총 네 번의 항차 중 마지막 네 번째 항차로 2003. 1. 2. 14:45에 군산항에서 대북지원 차관용 쌀 12,700톤을 싣고 출항하여 같은 달 3. 12:40에 북한 남포항 묘지에 도착하였으나 기상악화로 인하여 투묘대기를 하였고, 같은 달 5. 13:10 남포항 도선사 2명이 승선하였고 도선사의 인도와 예선 1척의 조력을 받아 남포 갑문에 들어가던 중 같은 날 14:04 OO호의 좌현 선수와 남포 갑문 구조물이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본 건 사고”).


OO호는 2003. 1. 11. 남포항을 출항하여 같은 달 12. 군산항에 도착하고, 같은 날 신청인에게 반선되었다. OO호가 반선 된 후 군산항 외항에서 2003. 1. 12.부터 같은 달 20.(총 수리기간은 7.5764일)까지 수리업체인 D주식회사가 선체강재공사를 실시하였는데, 수리비로 금 47,000,000원이 소요되었고, 수리기간 동안 Anchorage 비용으로 미화 2,819.73달러, 수리기간 동안 발생한 불가동 손해 미화 37,882.달러, 수리기간 중 연료비 미화 3,884.55달러가 발생하여 신청인의 총 손해액은 금 47,000,000원 및 미화 44,586.28달러에 달하였다. 한편 신청인은 피신청인에게 사고 사실을 2003. 1. 24.에 비로소 통지하였다.

 

2. 주된 다툼의 요지
신청인은 용선계약서 제13조에 의거 얼음이 존재하는 항구에 취항할 수 없음에도 피신청인이 얼음이 존재하는 남포항에 취항하게 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는 바, 물리적정치적 안전항이 아닌 남포항에 취항하게 한 것은 안전항 담보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피신청인은 남포항은 사실상 취항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 물리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안전항이라고 하면서 다투었는 바, 본 사건에 있어서 주된 논점은 남포항이 안전항인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3. 판정 내용
중재판정부는 남포항은 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안전항에 해당하므로 남포항이 비안전항이라는 전제 하에 OO호의 손해를 구하고 있는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주된 판정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용선계약에 있어서 용선자는 선적항 및 양하항을 지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용선자는 용선선박이 입출항 및 하역을 수행함에 있어서 물리적 및 정치적으로 안전항(safe port)을 지정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안전항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특정선박이 관련된 기간 중에 위험에 노출됨이 없이 입출항 할 수 있고 정박할 수 있고 떠있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항만을 의미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안전한 항이라 함은 용선자가 지정을 할 당시 내란, 전쟁, 폭동 등으로 항만이 봉쇄되어 선박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선박 또는 화물이 나포, 억류, 몰수당하는 등의 위험이 있는 항만을 의미한다. 용선자가 비안전항(unsafe port)을 지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선주는 용선계약을 해지하거나 이로 인하여 선체의 손상 등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용선자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2003년초 남포항 부근은 평균기온 섭씨 영하 6.5도 내지 13.1도로서 영하의 추운 날씨가 상당기간 계속된 사실이 인정되고 또한 남포항 주변 해역에 얼음이 존재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쇄빙선의 도움이 없이는 항행이 불가능하였거나 얼음으로 인하여 OO호의 입항에 지장이나 위험이 있었다고 보여지지는 않고, 사고 당일 ‘AA호’, ‘BB호’ 등이 안전하게 입항 또는 출항하였는 바, 남포항 주변의 항로상에 다소의 얼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OO호의 입항에 지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남포항이 물리적으로 비안전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남포항은 도선사 승선지점으로부터 접안 시까지 VHF 16 채널 이외에는 통신을 봉인하는 등의 제한이 가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시 남포항이 전쟁, 내란, 폭동 등의 사태에 직면하여 있지 않았던 것은 공지의 사실일 뿐 아니라 OO호는 남북한 당국의 합의 하에 대북 지원 차관용 쌀을 선적하고 남포항에 입항하는 것으로서 선박이나 화물이 억류, 나포 또는 몰수당하는 위험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남포항이 정치적으로 비안전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평석
가. 안전항 지정의무(용선계약서 제6조)
안전항은 “선박이 비정상적인 사건이 없는 경우에 적절한 항해와 운용에 의하여 피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됨이 없이 도착, 입항, 정박 그리고 출항할 수 있는 항”을 의미한다.
정기용선자가 안전항 지정의무에 반하여 비안전항 입항을 강요할 경우, 선장은 이에 따를 의무가 없다. 선장이 이에 따를 경우에도 선장이 과실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용선자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선박 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나. 뉴욕프로듀스 제33조의 얼음조항
1993년 뉴욕프로듀스 제33조에는 “정기용선자는 용선선박을 얼음으로 폐쇄된 항 또 얼음 때문에 등대선을 철수시켰거나 또는 철수시키려고 하는 경우, 통상적인 현상으로 얼음 때문에 용선선박이 안전하게 항 또는 지역에 입항하여 정박할 수 없거나 또는 양하를 마치고 출항할 수 없는 위험이 있는 경우 입항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얼음이 어는 항이라고 하여 비안전항이 되는 것이 아니고, 얼음때문에 실질적으로 정박이나 입항 등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 비안전항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얼음으로 폐쇄, 등대선의 철수, 통상적으로 안전하게 입출항을 할 수 없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비안전항이 된다는 것이다.

 

다. 사안의 검토
남북경협추진위원회는 2002. 8. 30. 쌀 40만톤을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하였는 바, 2002. 9. 19. 목포항에서 첫 항차 출항을 시작으로 총 55항차에 걸쳐 쌀이 인도되었다. OO호가 쌀을 수송할 당시 CC해운/DD통운/EE해운 3개 선사가 쌀 수송에 참여하였으나, 대부분의 쌀은 주간사인 피신청인이 용선한 선박으로 운송되었으며 본 건 사고는 4항차 중 마지막 항차 운송 중 발생하였다.


이렇게 볼 때, 최소한 쌀 수송과 관련하여서는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실제로 쌀 수송을 위해 북한을 오가는 선박들의 경우, 약간의 통신상의 제약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으므로 정치적으로 비안전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한 남포항에 얼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일 또는 그 전후로 많은 선박들이 입출항하고 있었는 바, 물리적으로도 비안전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본 건 선박의 사고가 2003. 1. 5. 발생하고 동년 1. 12.에 반선되었는데, 신청인이 1. 24.이 되어서야 사고 통지를 해, 그 사고 자체의 조사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 사고가 남포항에서 발생하였는지 아니면 항해 중이나 타 항구에서 발생하였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중재판정부는 사고 사실의 통지가 신청인의 자체 수리가 완료된 후에 된 점, Anchor Shank 및 Bell Mouth의 손상이 있을 정도로 큰 손상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남포항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는 바, 입증과 관련하여 통지의 지연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신청인에게 불이익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라. 평가
대한민국 선박의 남포항 취항은 통상 정치적 비안전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OO호의 경우는 북한정부와의 협약사항을 이행하는 의미에서 남포항을 취항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는 바, 남포항은 당연히 안전항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본 판정은 대북 해상운송과 관련하여 비안전항인지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용선자가 계속적으로 비안전항에 입항할 것을 요구할 경우, 선장은 입항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뉴욕프로듀스 제11조에 의거하여 선박의 철수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선장은 일차적으로 입항을 거부하여야 하고, 가사 비안전항에 입항하게 되더라도 취항을 하게 될 경우에도 비안전항에서의 주의의무를 다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선주가 면책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본 사건에 있어서, 비록 사고 경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사고 통지의 지연으로 인해 입증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한 경우로 볼 여지가 있는 바, 이러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통지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운송인의 화물인도 시점 -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2다2256 판결>

1. 대법원 판결요지
수하인이 보세장치장 설영자에게 운송물 전체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하여 그 운송물 중 일부만을 출고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사정으로 후에 출고할 의사로 그대로 둔 경우, 그 시점에서 운송인은 운송물 전체의 인도의무를 다한 것이다.

 

2. 사건의 개요
가. 사실관계
(1) 주식회사 AA컴퓨터(이하 ‘AA컴퓨터’라고 함)는 1999. 9.경 일본국 소재 BB에게 개인용 컴퓨터 1,248대(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함)를 CIF(운임, 보험료 지불조건) 요코하마 조건으로 하여 미화 648,960달러에 수출하기로 약정하고, 1999. 9. 20.경 피고와 이 사건 화물을 부산항으로부터 일본국 모지항까지 운송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BB가 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었다.
 

(2) 한편 AA컴퓨터는 1999. 9. 18. 해상보험업을 하는 원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을 2대의 컨테이너에 적입한 다음 부산항에서 CC해운 소속 ‘CC 17호’의 ‘111항차’에 선적하여 일본국 모지항까지 운송하였고, 화물은 CC해운의 타치노우라 컨테이너 적하장에 장치되었다.
 

(3) 피고의 대리인인 DD는 1999. 9. 21. 화물 도착사실을 통지 받고 통지처인 BB에게 화물 도착사실을 통지하였으며, BB로부터 화물 인수를 위임 받은 EE운수는 CC해운의 대리점인 C’C’에게 하역관련 부대비용을 지급하고 선하증권을 제시하여, 그 선하증권의 이면에 화물인도지시 문구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C’C’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았으며, EE운수는 1999. 9. 22. 위 타치노우라 컨테이너 적하장에서 위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출하고, 이 사건 화물 중 컨테이너 1대(번호 JYLU 4100062)를 출고하였고, 나머지 컨테이너 1대(번호 MLCU 4062318)는 후에 출고할 의사로 그대로 두었다.
 

(4) EE운수는 1999. 9. 25.경 위 컨테이너 적하장에서 나머지 컨테이너 1대(번호 MLCU 4062318)를 출고하면서 컨테이너 바닥 부분이 해수에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DD에게 통보한 후 조사한 결과, 1999. 9. 24. 오전에 타치노우라 컨테이너 적하장에 보관 중이던 위 컨테이너(번호 MLCU 4062318)의 하단 부분이 태풍 18호의 영향으로 해수에 침수되어 104상자의 화물이 손상되었다.
 

(5) 원고는 해상적하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BB에게 보험금으로 미화 47,590.40달러를 지급하고, 운송인인 원고에게 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 
원심은 컨테이너 자체의 하자로 인하여 위와 같은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 인지에 대해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나, 원고의 이러한 주장은 상고심에 비로소 제기된 새로운 주장이어서 결론에 있어서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BB의 대리인인 EE운수가 1999. 9. 22. 보세장치장 설영자에게 이 사건 화물 전체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시하고 화물 중 컨테이너 1대를 출고하고 나머지 1대는 자신의 사정으로 추후에 출고할 의사로 그대로 둔 이상 그 시점에서 피고는 화물 전체의 인도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어, 결국 침수사고는 피고가 화물의 인도를 완료한 이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3. 평석
가. 운송인의 화물인도 의무와 인도시점 
헤이그 비스비규칙은 운송인의 책임구간은 화물을 선적할 때부터 양륙할 때까지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운송인은 화물을 수령한 때로부터 인도할 때까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운송형태에 따라 인도 시점이나 방법이 달라 질 수 있는데, 통상 항해용선계약에서는 양륙과 인도가 동시에 이루어 지고, 정기선항로에서는 화물의 양륙지와 인도지가 일치하지 않으며, 개품운송에 있어서는 인도지는 부두창고가 되고, 복합운송에서는 컨테이너터미널 또는 수하인의 지정인도지 또는 수하인이 관리하는 창고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은 자가 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화주의 지배하에 있으며 그 보관책임도 화주에게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8.9.27.선고 84다카1639판결). 그러므로 화주가 직접 지배 관리하는 장소나 창고에서 운송물을 수령하면 화물이 인도되었다고 보아 운송인의 책임은 종료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화물인도지시서의 효력
화물인도지시서는 운송인이 양륙항 또는 목적지에서 수하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회수하고, 그 대신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여 선장 또는 지정창고업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와 상환하여 화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것을 지시하는 서류이다.
운송인이 창고업자에게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는 운송인이 창고업자와 맺은 임치계약에 기해 발행하는 것으로, 창고업자의 부서명이 없는 경우 창고업자는 화물인도지시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선하증권 소지인이 단독으로 수하인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경우 운송인은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면 화물인도지시서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회수하고 운송인(대리점)이 창고업자에게 발행하여야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 평가
본 사건에 있어서는 운송인(대리점)이 선하증권을 제시받고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하였는 바, 화물인도지시서에 따라 화물을 인도하였다면 유효하게 인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1999. 9. 22. 화물의 출고로 화물이 인도되었음은 의문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출고되지 않은 화물도 인도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화물에 대한 권리를 표창하는 선하증권을 제시한 후 화물인도지시서를 수령하였다면 화물에 대한 점유도 이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사 화물에 대한 점유의 이전시기가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은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일부 화물을 출고한 1999. 9. 22.에는 최소한 전체화물이 수하인에게 인도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화물에 대한 인도 또는 점유시기가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은 때인지 아니면 일부 화물을 인도받은 1999. 9.  22.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것이다(다만, 표현상 실제로 인도된 9. 22.을 인도 시점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사견으로는 화물의 인도시점은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은 때로 소급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화주가 선하증권을 제시하고 정당하게 화물인도지시서를 수령한 경우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동시에 임치계약관계에 있어서 임치인의 지위도 함께 양수하게 되고 반대로 운송인(대리점)의 책임은 종료된다고 생각된다.

 

즉, 운송인이 비록 화주를 위해 창고와 임치계약을 체결하는 지위에 있으나, 이는 화주를 위한 행위에 불과하므로, 선하증권을 회수하고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경우, 더 이상 임치계약에 따른 책임을 운송인에게 부담시킬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인 바, 임치계약에 따른 위험 등도 화주에게 이전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선박대리점과 보세창고의 관계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12394  판결>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이 실수입자의 요청에 의하여 실수입자가 지정하는 영업용 보세창고에 화물을 입고시킨 경우에는,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실수입자와 공모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화물을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 되었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 영업용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지휘감독을 받아 수입화물의 보관 및 인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 및 선박대리점이 영업용 보세창고업자에 대하여 민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 
가.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책임

(1) 원심은, 선박대리점인 피고들이 실수입자인 주식회사 AA의 요청에 따라 화물을 주식회사 BB가 운영하는 보세창고에 입고시켰다가 AA가 위 보세창고에서 이를 무단 반출하여 화물이 멸실 되었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피고들의 중대한 과실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 되어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하였다.


(2) 대법원은 이에 대해,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이 실수입자의 요청에 의하여 그가 지정하는 영업용 보세창고에 화물을 입고시킨 경우에는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이라거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인도되어야 할 화물을 무단반출의 위험이 현저한 장소에 보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실수입자와 공모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화물을 무단 반출함으로써 화물이 멸실 되었다고 하더라도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나. 선박대리점의 사용자책임
(1) 원심은, 피고 CC해운 주식회사와 피고 DD해운 주식회사가 BB 로부터 피고들 발행의 화물인도지시서가 없이는 화물을 출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은 바 있어, BB가 화물을 보관하고 이를 인도하는 것은 수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인 피고들의 이행보조자 내지 피용자의 지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보세창고업자인 BB가 독립계약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화물의 보관인도에 관하여는 피고들의 위와 같은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BB가 화물을 수하인이 아닌 사람에게 인도한 경우에는 피고들은 BB의 사용자로서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운송물의 소유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2)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보세창고업자는 수입화물에 대한 통관절차가 끝날 때까지 수입화물을 보관하고 적법한 수령인에게 수입화물을 인도하여야 하는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의무이행을 보조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영업용 보세창고업자는 일반적으로 독립된 사업자로서 자신의 책임과 판단에 따라 화물을 보관하고 인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지휘감독을 받아 수입화물의 보관 및 인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 및 그 국내 선박대리점이 영업용 보세창고업자에 대하여 민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화물의 무단반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BB로부터 피고들 발행의 화물인도지시서가 없이는 화물을 출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세창고업자인 BB에 대하여 피고들 발행의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화물을 인도할 경우 선하증권이 발행된 화물의 수취인으로서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있다는 주의를 촉구한 것에 불과할 뿐, 이로써 BB가 피고들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 화물의 보관인도 등의 업무를 수행할 지위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3. 평석 
가. 선박대리점의 지위
선박대리점은 독립된 상인으로서 운송인의 위임을 받아 자기의 책임으로 선박의 출입항과 운송물의 인도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자를 말한다. 선박대리점은 운송인과 위임관계에 있으므로 운송인의 특별한 지시감독을 받지 않으므로 운송인의 피용자는 아니며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일 뿐이므로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해 운송인은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한편, 보세창고도 독립된 상인으로 창고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바, 선박대리점이나 운송인의 피용자는 아니고 이행보조자일 뿐이다.
선박대리점은 수입화물의 창고입고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 실정이고, 보세장치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나.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책임
선박대리점이 보세창고업자에게 화물을 입고시킨 경우, 선박대리점이나 운송인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보세창고업자는 독립된 상인으로서 독자적으로 이를 보관·관리하게 된다. 그러므로 선박대리점의 지시 없이 보세창고업자와 실수입자가 공모하여 화물을 무단 반출한 경우 이는 보세창고업자 고유의 업무에 위반하여 발생한 일이므로8) 그 책임을 선박대리점에 부담시킬 수는 없다.


선박대리점이 보세창고업자 등과 공모하여 화물을 불법으로 반출하거나, 보세창고업자가 실수입자와 공모하여 화물을 반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알 수 있었음에도 실수입자가 지정하는 보세창고에 화물을 입고하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선박대리점이 실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실수입자가 지정하는 보세창고업자가 지정하는 보세창고에 화물을 입고시켰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선박대리점의 사용자책임
보세창고업자는 독립된 상인으로서 임치계약에 따라 독자적으로 보관업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선박대리점의 피용자가 아니므로, 선박대리점이나 운송인은 보세창고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선박대리점이 보세창고업자를 지시 또는 감독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본 사건에 있어서 운송인을 공동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였다면 운송인은 계약상 책임을 부담할 여지는 있으나, 선박대리점은 화주 및 운송인에 대해 운송계약에 따른 책임이 없음은 물론이고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공선하증권을 취득한 자의 권리 -  대법원  2005. 3. 24.선고 2003다5535 판결>

1.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나. CC 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CC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2. 사실 관계
피고 AA해운항공 주식회사는 컨테이너(번호: CLHU8278828)를 선적하였다는 선하증권을 2000. 6. 9. 발행하였으나, 위 컨테이너는 BBB의 공장에서2000. 6. 14. 출고되어 2000. 6. 24. 실제로 선적된 것으로 보여진다9). 한편, CC 은행은 송하인으로부터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고, 그 후 수출환어음을 지급 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 되었다.

 

3. 대법원 판결 
선하증권은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서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며,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본 건 선하증권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선하증권을 발행할 때에 운송물인 컨테이너를 인도 받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이를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가 선하증권을 발행한 데에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CC 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이 사건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CC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할 것인데 원심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 살펴보지 않고 CC 은행이 입은 손해는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한 손해라고만 단정한 것은 잘못이다.

 

4. 평석
가. 공선하증권 효력
선하증권은 해상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이 해상물건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물을 수령하여 특정 목적지로 항해할 특정선박에 선적하였음을 증명하고 그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다. 선하증권은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한 시점을 기준으로 수령선하증권(Received B/L)과 선적선하증권(Shipped B/L)로 구분된다. 한편 운송물의 수령 전에 발행된 선하증권을 공선하증권 또는 선선하증권이라고 하는데 본 사건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1991년 상법이 개정되기 전 공선하증권의 법적성질과 관련하여, 요인증권성을 중시하는 견해와 문언성을 중시하는 견해가 대립되어 왔다. 대법원이 운임미지급사실을 알고 운송물을 수령한 선하증권 소지인은 선하증권상에 운임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도 운임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음에 비추어 볼 때(대법원 1977.7.26.선고 76다2914판결), 악의자에 대해서는 추정적 효력의 반증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운임지급 여부와는 달리,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공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는 요인성이 문제되므로 좀 더 논의가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대법원은 요인증권성을 중시하여 문언증권성도 원인의 제약을 받으므로, 원인과 요건을 흠결한 경우에는 증권의 무효를 가져오므로 당사자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판시하여,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만을 부담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9.14.선고 80다1325판결).


1991년 상법이 개정으로 선하증권기재의 추정적효력을 규정하면서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814조의2). 선하증권의 추정적효력과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반증 제한으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면서 선하증권의 유통성을 보호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은 운송인과 송하인 간에는 추정적효력을 가지고, 선하증권이 유통되어 송하인으로부터 제3에게 양도된 경우 제3자가 선의인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문언적 효력이 인정되는 결과가 되고, 제3자가 악의인 경우 추정적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공선하증권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할 경우 오히려 그 발행인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선하증권 발행인의 소지인에 대한 책임을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그 결론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나. 평가  운송인은 화물을 인도받고 선하증권을 발행해야 함에도, 선하증권 발행일보다 먼저 선하증권이 발행되었다면 이는 역수상 허위 선하증권을 발행하였음을 의미한다. 원심은 선하증권이 발행되기 전에 이미 선하증권이 발행 되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못하였는 바, 대법원이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공선하증권을 무효라고 하면서 불법행위에 기한 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이는 현행 상법 및 개정 전 상법 해석상 타당한 것이라 보여진다. 다만, 본 사건에 있어서 원고를 선의자로 보고 있으면서도,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어, 선의자의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고 있다. 공선하증권의 경우 요인성을 결여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선하증권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자가 발행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법원은 “수령하지 않고”라고 표현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1991년 상법개정 전에도 선하증권의 유통성에 비추어 제3자의 보호차원에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경합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유력한 견해였고, 1991년 개정된 상법의 해석상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체선료의 산정방법 등 -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3다12083 판결>

1. 대법원 판결요지
가. 체선료는 체선기간 중 운송인이 입는 손실을 전보하기 위한 법정의 특별보수이므로, 운송인의 과실을 참작하여 체선료를 감액하거나 과실상계를 할 수 없다.
나. 용선계약이 해지됨으로 인하여 용선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는 선박의 최종항차 종료일부터 용선계약 종료일까지의 기간전부에 대한 손해가 아니라 용선시장의 사정과 거래관행 등을 고려하여 용선계약에 투입이 예정된 선박의 최종항차 종료일 후 다른 곳에 정상적으로 용선하여 줄 수 있는 시점까지의 합리적인 기간 동안의 손해로 한정하여야 한다.


2. 사건 진행 과정
가.  사건 개요 및 원심 판결
원고와 피고가 용선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가 일방적으로 용선계약을 해지하였고, 용선 선박 BBBB호는 용선계약이 해지되기 전인 1998. 6. 16. 폐선되었고, OOOO호 또한 1998. 11. 17. 폐선되어, 용선계약 해지 후 실제로 다른 업체에 용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OOOO호의 폐선으로 원고는 AAAA에 지급하여야 할 OOOO호에 대한 원래의 용선료의 지급을 면하였다.

 

나. 원심 판결
원심은, 원고가 주장한 차액설에 기한 손해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권으로 손해액을 정하면서 아울러 공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한편, 용선자의 양륙지연으로 발생한 체선료에 대해서는 감액하지 않고 과실상계도 하지 않았다.

 

다. 대법원 판결
(1) 체선료는 체선기간 중 운송인이 입은 손실을 전보하기 위한 특별보수이므로 감액하거나 과실상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2) 용선계약에 투입될 예정인 OOOO호가 계약 해지 후 곧바로 폐선되고 별도로 OOOO호의 대체선박이 지정된 바 없고, 변론과정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도 추정수익의 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액설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없고,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직권으로 손해액을 정하여야 한다.
 

(3) 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배상권리자가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 지출할 여러 비용이나 손실이 절약된다면 이러한 회피된 비용이나 손실을 공제하여야 하여야 하나, OOOO호가 폐선되기 이전까지는 원고가 AAAA에 대하여 원래의 용선료 지급을 면하였다고 할 수 없어, 원심이 OOOO호가 폐선되기 이전 기간 동안의 원래의 용선료를 공제한 것은 잘못이다.
 

(4) 피고가 일방적으로 용선계약을 해지한 경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입은 손해 모두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데도, 원심이 손해배상액을 감액한 것은 잘못이다.
 

(5) 용선계약이 해지되면 상대방인 원고는 계약의 구속력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통상은 다른 곳에 선박을 용선하여 줌으로써 동일한 정도의 수입을 얻어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다른 곳에 용선하여 줌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 채무불이행으로부터 발생하여야 할 손해를 최소한으로 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으므로, 용선계약이 해지됨으로 인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계약해지 후 종료일까지 기간 전부에 대한 손해가 아니라 용선시장의 사정과 거래관행 등을 고려하여 용선계약에 투입이 예정된 선박을 OOOO호의 최종항차 종료일인 1998. 10. 27. 후 다른 곳에 정상적으로 용선하여 줄 수 있는 시점까지의 합리적인 기간 동안의 손해로 한정하여야 한다.

 

3. 평석
가. 체선료
용선계약에 있어서 용선자가 약정한 기간 내에 양륙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정박기간을 초과하여 양륙한 경우 초과한 기간을 체선기간이라 한다. 체선기간에 대하여 선주는 용선자에게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초과기간에 대한 특별보수를 체선료라고 한다.
한편 체선료의 성질에 대해 각국의 입장은 다르고 우리나라에서도 체선료에 대해 1) 운임의 일종으로 보는 보수설과 2) 운항을 하지 못하여 상실된 운임에 대한 배상으로 보는 손해배상설로 대립하고 있다.

 

체선료는 체선기간 중 선주가 입은 선원료, 식비, 체선비용, 선박이용을 방해 받음으로 인하여 상실한 이익 등의 손실을 전보하기 위하여 형평의 관점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우리나라 상법은 체선료에 대해 약정 정박기간을 초과한 때에는 운송인은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상법 제782조 제3항, 제798조 제3항) 볼 때, 체선료는 운송인의 법정보수로 보아야 하고 손해배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초과정박 손해배상금은 불확정 손해배상액이므로 선주가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실손해를 입증하여야 하나, 체선료는 손해의 발생을 입증할 필요 없이 당연히 배상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체선료는 법정의 특별보수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체선료에 대해 과실상계를 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은 상법의 해석상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선료가 이론상 과실상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배상액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체선에 운송인이 기여한 바가 있는 경우에는 공평의 원칙상 체선료의 법적성질에 관계없이 체선료 산정에 고려될 수는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용선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액
계속적 채권관계에서 당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행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해지라 하며,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해 채권관계가 해지될 경우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손해는 원칙적으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르지만 약정이 없는 경우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정하게 된다.


본 건에 있어서는 용선계약이 피고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지되었는데, 용선계약 후 관련 선박들이 폐선되었고, 용선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손해액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용선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원고로서는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 손해를 최소한으로 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차액설에 기해 배상을 할 경우 원고가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이므로,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손해기간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최종항차 종료일 이후 다른 곳으로 정상적으로 용선해 줄 수 있는 시점까지 기간 동안의 합리적 손해액에 한정하여 배상을 하도록 한 것은 타당하다.


또한, BBBB호와 OOOO호가 계약 해지된 얼마 후 폐선됨으로 인해 원고(배상권리자)가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 지출할 여러 비용이나 손실을 공제하여야 하는 것이고, 다만 전체 비용이나 손실을 공제함에 있어, 원고가 폐선 전까지는 비용 또는 손실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이득공제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한편, 피고가 일방적으로 용선계약을 해지 한 본 건에 있어서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용선계약이 해지된 것이므로, 배상액을 감경할 이유가 없음에도 원심이 배상액을 감경한 것은 옳지 않다.

 

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위 판례는 계약이 해지된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배상액 산정과 관련한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어 체선료 산정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특히,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피고(용선자)의 책임을 제한하면서, 계약해지로 인한 원고의 이득을 공제하는 대신, 원고의 이득을 공제함에 있어 원고가 폐선 전까지 원고가 용선료 지급을 면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득공제에서 제외하는 세심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본 건 대법원 판례는 용선계약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고려하여 공평하게 손해액을 산정하였는 바, 잘 된 판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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