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로 등록한 해운기업이 7월 25일 현재 102개사이다. 80년대 합리화조치 당시와 비슷한 업체수이며, 외국계의 선사도 둘이나 있다. 현대상선 자동차수송 사업부의 전신인 유코카캐리어스가 첫 외국자본의 한국선사이며, NYK벌크쉽코리아가 두 번째 회사이다.

 

이중 NYK벌크쉽코리아의 한국적 등록에 해운업계가 반발과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4년 4월 해운대리점업과 해운중개업체로 설립된 NYK 한국법인인 NYK벌크쉽코리아는 최근 3만 6,000톤급의 벌크선 1척을 확보하고 7월 18일 외항부정기화물운송사업자로 정식 등록했다.


해운업계가 NYK벌크쉽코리아의 동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NYK는 몇 년전 한국전력의 수입연료탄 장기수송계약을 따낸 전력이 있기에, 국내 철광석과 석탄 등 국가전략물자의 수송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부정기해운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NYK가 국내 해운기업들에게 위협적인 상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적선사 지위를 확보한 NYK의 의중은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알만한 일이다.


NYK벌크쉽코리아는 한전과 포스코, 쌍용에너지, 삼성물산, LG상사 등 대형화주들이 취급하는 석탄과 곡물, 광석을 한국-동남아시아-인도 구간에서 운영하며 선박대여업을 영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당분간은 그렇게 운영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해운업계의 우려는 NYK의 궁극적인 목표가 그 이상일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클 수밖에 없다. NYK의 한국진출이 해외 여러 곳으로 본사의 기능을 이전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NYK가 이미 프랑스와 중국의 대량화물수송시장에 진입해 있고, 수년전부터 글로벌 에너지수송선사를 표방한다고 내건 기치를 보아도 한국의 대량화물시장 점유가 목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FTA까지 체결되는 이 시점에서 세계화와 규제완화의 잘잘못을 따지는 반응은 시의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부가 더이상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처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업계가 현실적으로 대처할 일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전과 포스코, 가스공사 등의 대형화주들이 국제입찰을 선택한 상황에서 수송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굳이 외국선사가 한국적 지위를 갖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NYK벌크쉽코리아의 한국적 등록은 새삼스레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 합당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년전 일본선사들이 포스코와 한전의 대량화물 장기수송권을 가져갈 당시 큰 충격속에서 이미 염려했던 바다. 그 때의 상황이 개방에 대한 ‘예방접종’ 구실을 하길 바랬다. 2년간 대량화물수송협의회라는 협의체를 통해 관련업계가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하며 상호 입장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했으리라 본다. 한동안의 호황은 개별선사에게는 기업체질을 나름대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직 하다.


국적선사들이 NYK를 상대하기가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화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개방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를 탓하며, 진입한 외국선사를 비난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2년전 상황이 백신이 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선사를 벤치마킹해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의 대량화물시장은 외국선사들의 몫이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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