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머리말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불세출의 천재, 마한(Mahan)
△시파워 - 「바다를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힘」
△해군의 임무 - 자국 상선대의 보호
△네오 시파워 - 「인간과 바다의 종합적인 관계」
△받아들여야 할 해양정책의 새로운 개념
△바다가 죽으면 인류도 죽는다. - 조화로운 개발과 보존을 위한 도전
△해양정책의 검토 대상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야...
△사람 없는 바다 - 해양정책의 일환으로 대처해야
△맺음말 - 해양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머리말
1987년 7월 11일, 자정에 태어난 중국의 한 아기는 「50억번 째, 아기」라고 불리워졌다. 1800년대 초에는 세계 인구는 약 10억이었는데, 1901년에는 16억, 1999년 20세기가 막을 내릴 즈음에는 60억에 도달했다. 2025년까지 80억 이상이 될 것이고, 40년 내에 100억을 돌파할 것이라고 유엔은 예측하고 있다.
이 시대의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폭발하는 인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과제 중의 하나는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일인데, 폭발적인 인구 증가, 고갈되는 육지 자원을 생각한다면 해저 자원을 개발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발상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의 채택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21세기의 바다는 「평화와 안전, 협력과 번영의 바다」가 되기를 인류는 소망하고 있다. 해양은 인류의 생존문제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해양개척시대, 해양혁명시대, 이른바 신해양시대라고 말한다. 해양을 무대로 국제 경쟁 또한 치열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현실로 드러나면서, 해양분할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제2의 아프리카화(化)」하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금세기에 해양대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인류의 공동유산인 해저자원의 개발, 해양공간의 평화적 이용 등 미래의 인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에서 선도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국가적 기능과 국제사회에서 협력체제를 탁월하게 갖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해양정책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금세기 신해양시대의 주역은 해양전문인이요, 양성 확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현실은 어떠한가. 바다를 천시하는 사회적 풍조는 「바다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을 우려케 하고 있다. 「사람 없는 바다」, 이러한 현상은 신해양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재양성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소흘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기직업의 매력화 시책은 결국 백년하청(百年河淸)인지, 선원수급정책은 시장경제원리에 맡겨두어도 되는 일인지, 이러한 문제들은 해양정책의 일환으로 검토할 대상은 아닌지, 관심을 가져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영국의 월터 롤리(1552-1618)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고, 무역을 지배하는 자는 세계의 부(富)를 지배하고, 그 결과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을 남겼다. 인류 역사의 모든 시대에 부에 대한 욕망은 끊인 날이 없었다. 「부」를 얻기 위해서 인류는 탐험에 나섰고, 바다로 눈길을 돌리면서 대항해시대의 막이 열리게 된다. 열강은 해양진출을 위해서 해양정책에 국력을 경주해 왔다. 인류의 역사는 바다가 바로 그 무대였다. 지금까지의 대륙중심의 역사는 「바다 중심의 역사」로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부조직에 국토해양부가 있고, 하부조직으로 해양정책국이 있다. 해양정책이 어떤 내용인지, 국민들 사이에서는 다소 생소한 감이 들지도 모른다.
해양정책의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만 해도,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한다」, 「영국은 바다를 지배한다(Britanica rules the waves)」,「독일의 장래는 해상에 있다」,「해운을 갖지 않는 국민은 날개 없는 새와 같다」등과 같은 많이  알려진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침략적이고 반사회적(反社會的)이면서 군국해운(軍國海運)의 냄새가 짙었고, 영토 확장적인 개념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러시아가 부동항(不凍港)을 얻기 위해서 따뜻한 대양으로 진출하여 미국과 태평양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첨예한 대립 관계로 맞서면서 집요하게 고수해온 남하정책, 해군력을 의연히 기본정책 기능으로 유지해온 미국의 입장,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군사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해양정책의 사례로 들 수 있다.
불출세의 천재, 마한(Mahan)해군의 고급장교와 지휘관을 육성하는 전략전술 연구교육기관으로 미국은 1884년에 해군대학교(Naval War College)를 세계 최초로 설립했는데, 뒤 이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이 제도를 모방했다. 그런데, 이 학교에 불세출(不世出)의 천재 마한(Alfred Thayer Mahan, 1840-1914) 이 교관으로 취임했다. 그는 군인이요, 역사가인데, 후에 이 대학교의 교장(1892-93)이 되었고, 1902년에는 미국역사학회장도 역임했다. 1906년에 해군소장으로 퇴역했다.

마한은 바다를 생명선으로 의존해온 나라들이 그 이용법을 오용했기 때문에 멸망했고, 반대로 정곡을 찌른 이용법을 따랐기에 번영했던 역사를 분석적으로 기술한 명저, 「역사에 미친 시파워(해양력)의 영향,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과 「프랑스 혁명과 제국에 미친 시파워의 영향,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the French Revolution and Empire, 1790-1812」이 두 권의 저서에 그의 강의 내용을 담았는데, 이 책들은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전세계의 해군에 가장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평한다.

시파워 -「바다를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힘」
마한의 시파워(Sea Power, 해양력) 이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바다를 지배하고 이용하는 한, 그 나라(세력)는 번영하고, 바다를 경멸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는 나라는 멸망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시파워란 무력에 의해서 해양 내지 그 일부분을 지배하는 해상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평화적인 통상 및 해운(海運)도 포함한다.」라고 마한은 기술하면서, 시파워의 연결고리에 대하여, 「생산으로 인하여 생산물의 교역이 필요해지고, 해운에 의해서 교역품이 운반된다. 식민지는 해운의 활동을 조장 확대하고 또한 안전에 거점을 증대시켜서 해운의 보호에 도움을 준다. 생산, 해운, 식민지(시장), 이 삼자 사이에서 해양국가의 정책과 역사의 많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한의 이와 같은 시파워의 개념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등, 강대국들이 식민지 확장을 위해서 해운력(海運力)을 증강하던 시대에는 바로 해양정책의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해군의 임무 - 자국 상선대의 보호
생산과 해운 그리고 식민지(시장), 이 세 가지 요소를 바다로 둘러 싸이거나 바다에 면하고 있는 국가가 해외 경제를 발전시키는 기본으로 삼고, 이를 보호 조장하는 수단으로 해군력(海軍力)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마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운업을 자국선으로 영위하는 것을 모든 나라들은 바라고 있다. 왕래하는 선박들은 귀항할 안전한 항구가 있어야 한다.

또 항해중에는 가능한 한 그 나라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협의의 해군은 상선이 존재할 때 비로소 그 필요성이 생기고, 상선의 소멸과 함께 해군도 소멸한다. 다만 침략적인 경향을 띠고 군사기구의 일부로 해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차한에 부재한다.」

마한은 생산, 통상, 해운, 식민지라고 하는 순환적인 해외 경제 발전의 요소와, 한편으로 그것을 보호 또는 조장하는 수단으로 해군력을 함께 고려하면서, 이 전체를 통틀어 「시파워」라고 한 것 같다. 시파워는 그 나라(지역)의 전략 지리적인 위치 관계, 지형이나 해류 등의 자연 환경, 국토의 넓이, 인구, 해양에 대한 국민성, 정부의 성격이나 안전도 등 여러 요인으로 영향을 받지만, 바다를 이용하는 한, 자원의 수송에 의한 생산 활동, 생산물의 이동에 의한 교역이 활발해지고, 경제의 번영을 가져 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파워 확장이 해양정책의 핵심이었으며, 해양정책이란 결국 국부 증강(國富增强)을 위한 「해외에서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책략이 그 전부였다고 하겠다. 마한의 이러한 사상은 양차 세계대전을 치르었던 지난 시대에 강대국 사이에서 정책으로 철저하게 수용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냉전시대를 거쳐 평화적인 국제협력시대로 전환 중인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가 특히 강대국의 정책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네오 시파워(Neo-Seapower) - 「인간과 바다의 종합적인 관계」
그러나 지금은 시파워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와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빈곤에서 벗어나야 할 인류에게 해양과 그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인류는 해양과 그 자원의 이용 및 보존에 관한 광범위한 사항을 규정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언크로즈)」을 채택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고갈되는 육지 자원을 생각한다면, 해저 자원을 개발할 수 밖에 없다는 필요악(必要惡)의 발상이 인류 박애라는 승고한 이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크로즈」는 1967년에 구상하기 시작해서 1982년에 이를 채택하고, 1994년 11월에 발효되었다. 발상한 때부터 실로 27년간의 산고의 진통을 겪고 발효하였으니, 개발과 보존,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얼마나 컸었는가를 짐작케 하는 실로 난산을 거듭한 결과의 소산이지만, 바다가 「제2의 아프리카화(化)」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새로운 국제해양질서 체제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문서가 되었는데, 명실 공히 「해양헌법, A Constitution for Oceans」이라고 불리울 만하다. 이제 금세기 해양의 역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파워는 문화의 교류, 문명에 대한 기여 등, 긍정적인 면에서 공헌도 했지만, 「힘(power)」이기 때문에 용서 없이 폭력이 뒤따랐고, 자원의 수탈, 이질 문화에 대한 배격 등, 반사회적(反社會的)인 면도 강했다. 긍정적, 부정적인 두 가지 측면에서 인간과 그 국가의 바다와 맺어지는 관계는 「인류가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지금까지 시파워는 제해권(制海權)-해군력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바다와 인간의 공생(共生)관계를 찾으려고 인류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다를 정치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류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바다를 이해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쾌적한 해양환경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21세기 해양개척 시대에는 새로운 해양질서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인간과 바다의 종합적인 관계」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파워(신해양력), 네오 시파워(Neo-Seapower)가 등장한다. 신해양시대의 신해양력, 이것은 국민들의 바다에 대한 관심도 여하에 따라 그 나라의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해양에 대한 인식 부족(Sea-blindness)」으로는 「네오 시파워」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바다가 주는 혜택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간절해야 한다.

받아들여야 할 해양정책의 새로운 개념
1989년 유엔총회에서 발표된 「해양법에 관한 사무총장 보고서」에서 언급된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현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해양정책의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해양정책(Marine Policy)은 해양의 경제적 이용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피하거나 최소화시키고, 국가의 관할 밑에 있는 해역의 확장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장기적인 가치나 이익을 보호할 목적으로, 해양자원과 해양공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계획하거나 실행하는 의사의 종합적이며 전체적인 구상」
한마디로 요약해서, 「모든 해양공간과 해양자원을 규제하기 위한 종합적인 구상과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양공간의 관리가 공정하고 형평을 잃지 않도록 국제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보편 타당성 있는 계획으로 나타나는 것을 뜻하며, 부분적으로는 해양자원에 대하여 활용 계획과 국가 경제가 결부되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냉전 종식 후에 국제사회의 기본질서는 격동의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주요인은 미·소 양극(兩極)체제의 종식으로 평가되며, 오늘의 국제사회는 상호 의존성과 다양화에 바탕을 두고 나아가고 있으므로, 이제 새로운 협력 관계에 입각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해 나아가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 전체적인 관심사(예컨대, 환경, 과학기술, 마약 등) 는 어느 한 국가 단독의 힘만으로는 성공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게 되었으며,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양법(海洋法)을 위시하여 국제법의 개발이 요긴한 시점에 있다.

바다가 죽으면 인류도 죽는다. - 조화로운 개발과 보존을 위한 도전
  200해리 시대가 개막되면서,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해 나아가기 위한 구상과 실천이 미래의 해양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양을 매개로 하는 국제정치, 외교, 분야 뿐만 아니라, 해양의 경제적 잠재력을 개발하는 문제에 관한 인식 제고, 해양공간 및 해양자원 확보에 관한 국가의 정책적인 기반의 확립, 고도한 해양과학기술의 축적과 활용 등이 해양정책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언크로즈(UNCLOS)의 최대 특징이 심해저의 자원을 인류의 공동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으로 인식하고, 그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국가적 기능과 국제사회에서 상호협력 체제를 갖추는 일을 정한  데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바다와 그 자원의 평화적인 이용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바르게 관리하고, 보호 보존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를 해야함은 물론이다. 이제 인류에게 복지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자원개발과 이용을 위한 협조체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는 있지만, 인류의 공동안전보장(common security)을 위해서는 환경보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임해야만 하게 되었다,

프랑스인 해중과학자 쿠스토(Jacque Yves Cousteou, 1910~1997)는 「인류를 구하려면 바다를 구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생명의 모태인 「바다가 죽으면 인류도 죽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이 경고를 귀담아 들으면서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면성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정책 전개가 필요하다.

해양정책의 검토 대상
해양정책의 기저와 방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기에는 이 글에서는 벅차다. 다만 다음과 같은 분야가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① 해양 관련 분야의 국제교육 촉진
② 해양의 평화적 이용
③ 해양자원의 형평성있는 효과적인 이용
④ 해양생물 자원의 보호
⑤ 해양자원의 연구, 보전을 증가시키기 위한 법적 질서의 확립
⑥ 공정하고 형평성있는 국제경제질서를 실현하는 데 대한 기여
⑦ 국가간의 평화, 안전, 협력 및 우호관계 강화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정책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 편이어서 국민들 사이에 깊이 정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인 정립도 아직은 미미하다. 광복 직후에는 평화선 수호와 같은 해상방위, 수산자원의 개발, 이 정도가 고작이었다고 하겠으나, 신흥공업국으로 급성장하면서 무역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경제 발전을 이룩해 오는 가운데, 광복 후 선박보유량이 10만톤에 불과했던 해운은 크게 신장하여 세계 5,6위의 해운강국으로 부상했고, 해외취업선에 승무한 우수한 한국선원은 외화를 가득하여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해양정책은 해운분야 뿐만 아니라, 오일 및 가스채굴 등 해양자원의 개발, 연안의 해양 환경관리, 해양과학기술, 원양 수산업, 해상안전, 선박 건조, 항만 개발 등 여러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양은 다양한 이용면에서 볼 때, 우리 국민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어 왔다. 이제 세계의 대양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현대적인 의미의 시파워(네오 시파워)가 요청된다. 세계의 자원,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세계적인 차원의 개발의 필요성과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나라는 선도적인 입장에 서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를 지닐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탁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없는 바다 - 해양정책의 일환으로 대처해야…
해양국가의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바다에 면하거나 바다로 둘러싸이면 해양국가인가, 국민이나 정부가 바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으면 해양국가인가, 이해는 하고 있으나 상선대나 해군력이 충실하지 못하면 해양국가라고 할 수 없는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삼면이 바다요, 국토해양부가 정부조직 안에 들어 있고, 막강한 상선대를 보유하고, 자위력을 지닌 해군력도 있으니 우리나라는 해양국가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국민의 해양에 대한 의식 수준을 생각해 본다면, 「해양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국가」라고 말하는 편이 현실성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뿌리 깊은 해양민족임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의 해양에 대한 의식이 문제다. 바다를 외면하는 사회적 풍조가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바다를 천시하는 풍조를 씻어내고 해양사상을 진작하여 바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새롭게 할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해양국가」가 될 수 있다.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해양국가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고도한 문명을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길은 바다를 다각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하는 길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해양 의식을 높여서 젊은이들의 바다에 대한 왕성한 도전이 절실하게 요망된다.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 세계사의 무대는 바로 바다였다. 해양중심의 세계사로 역사는 다시 써져야 한다. 「바다」와 「배」, 그리고 「사람(선원)」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면서 세계사에 등장하고 있다. 세계의 유수한 전통 해양국가의 젊은이들이 나타내 온 왕성한 해양정신(Mer Esprit)을 본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젊은이들이 바다를 외면하고 있다.

「사람 없는 바다」, 「바다의 공동화(空洞化)」는 신해양시대에 살아갈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을 다할 수도 없다. 국민의 해양의식을 높여서 젊은이들이 바다에 도전하도록 정책을 개발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할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바다는 우리의 생명선이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바다와 배, 사람 삼자를 다 같이 해양정책은 검토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해기직업 전문인이야말로 신해양시대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승선생활의 탁월한 경험 없이 해양에 관련된 여러 분야의 업무에 참여한다는 것은 전통 해운 국가들의 경우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해기직업 전문인들의 양성 확보를 소흘히 하고, 수급문제를 국제선원인력시장의 경제 원리에 맡긴다는 것은 바로 자국 선원사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요, 그 파급 효과는 예기치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발생케 할 수 있다는 점을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볼 수가 있다.

근래에 와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라는 정책과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이 과제를 중요정책으로 채택했다. 해운의 역할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연결되는 육상운송시스템에 밀려 뒷전에 처지고 마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해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해상운송의 주역은 누구인가? 파도와 싸우는 해기직업 전문인들일진데, 그들의 목소리(voices from the sea)를 경청하고 신속히 대응책을 강구하는 체제 확립없이는 「해기직업 매력하 방안」을 아무리 연구하고 제안해도 백년 하청(百年河淸)일 뿐이다. 선원정책은 「네오 시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에서 해양정책의 일환으로 심도있게 검토되어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 바다를 책임질 주인공들은 누구인가,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에서 자라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에게 바다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가를 알게 하고,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바다에 진출할 뜻을 갖도록 지도하는 교육활동도 물론 해양정책의 범주에 넣어야 할 중요한 항목들이다. 지면 관계로 언급을 못하지만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인재양성은 국가의 백년 대계(百年大計)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면, 해양 관련단체나 기관들은 지금 표류하는 선원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자성과 정책 개발에 각별한 노력을 나타내는 자세로 참여할 때라고 생각한다.

맺음말 - 해양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 땅(the earth)을 파멸시키는 자들을 파멸시킬 때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을 한 곳으로 모으시고, 육지가 들어나게 하셨으니, 이를 땅이라 부르시고, 한곳으로 모인 물은 「바다」라고 부르셨다. 성서 창세기의 기록이다. 바다는 인류를 위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선물이라고 한다. 생명은 바다에서 기원하고, 모든 생명이 생육하고 번성하는 행복의 바다요, 평화의 바다다. 하지만 생명의 모태인 바다를 저해하려는 각국의 각축전 또한 복잡 미묘해서 21세기의 해양 개척·개발 경쟁은 거친 파도만큼이나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바다의 심각한 오염은 복잡한 생태계를 심하게 파괴함으로써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바다는 이제 평화롭고 안전하고 행복을 약속하고 있는 보고(寶庫)가 아니라, 죽음을 초래하는 거대한 하수구로 변하고 있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는 환경문제라는 데 많은 과학자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금세기의 인류의 꿈이 이익 추구를 위한 개발 경쟁으로 자칫 지구파괴의 대참사를 몰고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해양의 개발과 보존에 관한 논의는 심각하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땅을 파멸시키는 자들을 파멸시킬 지정된 때 가 되었다는 성서에 기록된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한다.

「생물 그 자체가 바닷속에서 생성된 것처럼, 인간의 생명도 어머니의 아기집 속에 있는 작은 해안 - 양수(羊水) -에서 비롯된다…」고 미국의 여류 해양 과학자 카슨(R.Carson)은 말한다. 오염된 바다에서 수확한 갖가지 먹을 거리는 우리 몸에 들어와 우리 몸 속의 「작은 해안」을 다시 오염시킨다. 이제 거대한 바다라는 하수구는 자정작용을 하지 못하고 막혀서 인간에게 「분노의 역류」를 개시하고 있다. 이 무서운 형벌 앞에서 우리 인간은 바다가 죽는다면 인류도 함께 죽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때는 신속히 다가오고 있다.

- 바다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육성하고 소중히 여기자
바다는 국경을 넘어 민족의 차별 없이 영원히 살아 있다. 구미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해양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강대한 전통 해운국들은 출현하였다. 그러한 결과를 낳게 한 바다의 위대한 생명력은 어떤 것인가, 바다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구미인들의 사회에서 잘 인용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성서의 계시에서 찾을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내려가 광대한 물에서 장사를 하는 자들, 그들은 여호와께서 행하신 일들을, 깊은 곳에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보았구나.」(시편 107장)
이 계시에는 <바다>, <배>, <사람>이 등장한다. 바다산업에 종사하는 자, 바다를 경영하는 자는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과 행사를 보게 된다는 희망찬 계시다. 신이 창조한 바다가 지닌 생명력, 활동력(active force)을 의지하고 구미의 젊은이들은 바다로 진출하며 도전하고, 부(富)를 가져오는 놀라운 기적을 보았다. 우리의 현실에서 바다에 도전하는 해기직업 전문인들을 육성하고 소중히 여기며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선진 해양국가를 지향하는 기저가 될 것이다.

- 해양대국의 꿈은 해양문학에서 싹튼다.
해양정책의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는 국민의 해양정신(Mer Esprit)을 앙양시키는 일이요, 바다 진출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기르는 일이다.
범국민적 해양의식 고취, 해양문화 창달에 기여, 해양수산 전문인력 양성을 표방하고, 선진 해양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창립 목적으로 삼고, 1979년에 설립된 선원장학회(1983년에 해사장학회로 명칭 변경)를 모태로 해양문화 재단이 1997년에 새롭게 발족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들의 하나로 「한국해양문학대상」제도를 구상하고 시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워낙 영세한 재단 형편이어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세계 1위의 조선대국, 선복량 5,6위의 해운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국가이지만, 해양사상, 해양개척, 해양입국은 해양문학에서 싹트는 것이라는 생각에 의견을 같이 한다면, 한국해양문학대상 제도를 위한 얼마의 기금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격있는 작가들, 편집자들, 번역가들의 세계적인 조직인 국제펜클럽의 한국본부가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중소기업가 한 분이 문학상 기금으로 일억원을 기탁한 일이 있다. 대단히 어려운 결심을 하신 이 독지가에게 회원의 한 사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해양문화재단의 기금도 많이 불어나서 뜻하고 있는 사업이 잘 성취되어 선진 해운국가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면서, 영국 엘리지베드 여왕의 부군, 에딘버러 공의 다음과 같은 말을 우리는 다 같이 음미해 보았으면 한다.
「영국이 해양국가라는 점에 대하여 추호라도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면, 적어도 해양 문학이 이를 제거해 버려야 할 것이다.」
해양문학 작품을 읽고 심취한 영국의 젊은이들은 바다로 달려 나가 부(富)를 날라 왔다.
해양문학이 영국을 해양대국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는 말이다.
해양대국의 꿈은 해양문학에서 싹트는 것이 아닐까?

<이 재 우 목포해양대학교 명예교수>

<필자소개>목포해양대학교 명예교수,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한국해양문학가협회 이사,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문인회 명예회원, 저서:영한대역주 해양명시집, 해양에세이 바다레瓮사람, 해양문학산책, 선원문제의 연구, 지구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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