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기 변호사
김관기 변호사
기업회생과 워크아웃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제2편의 회생절차(‘법정관리‘)의 시행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파산수석부장 지대운)은 2011년 4월부터 일부 상태가 좋은 기업에 대하여 ‘패스트랙(fast track)’이라는 이름의 ‘급행절차’를 시행함으로써 신속한 절차 진행 및 주 채권자의 의견 반영의 면에서는 더 이상 개혁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과격한 실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절차에 정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 법정관리 제도가 비판을 받았던 바 절차의 진행이 빠르지 못하여 신속한 구조조정과 정상기업으로의 복귀가 어렵다는 주장은 이제 역사가 될 것이고, 근거가 의심스럽지만 채권자의 이익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한편 과거 한시법으로 입법되었다가 연장을 거듭하여 2010년말까지 시행되었다가 실효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다시 입법하기 위한 움직임이 금융업자들의 거센 로비를 거쳐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 안에 의하면, 과거 워크아웃이 가지고 있었던 치명적인 한계 즉 이해관계 당사자인 주채권은행이 절차를 개시하고, 주도하는 절차는 아무리 신속하게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 들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워크아웃 절차의 신청권자를 해당 기업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채무자의 팔을 비틀 수 있는 주채권은행과 해당 기업과의 사이에서는 자발적인 신청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지 의문이며, 적어도 절차진행은 핵심적인 이해관계 당사자인 주채권은행에 맡겨져 있기에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경기처럼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에 응하여야 하는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한 조항을 추가하였다고 하지만 법정 절차에 의하지 않은 채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을 숨길 수 없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워크아웃 절차를 겪고 있는 모 건설회사 재무팀장이 “은행 관리인이 들어온 후 곶감 빼 먹듯 건설사의 남은 자산을 모두 대주단이 처분하고 있다”며 “건설사를 말려 죽이는 게 워크아웃”이라고 하였다는 기사(중앙일보 4월 19일 E2)가 허위 사실의 날조가 아니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법정관리에서는 유휴자산을 기업 체력 강화에 쓰지 절차를 주재하는 채권은행에 대한 변제에 우선 투입하는 일은 없다.

 
 
Fast Track의 요지
위 표에서 요약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절차를 주재하는 자가 채권은행 자신인 지 파산법원인 지의 차이를 제외하고, 대략 비슷한 유형의 실체적, 절차적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법원이 밝힌 바에 의하면, 채권자들 간의 사전 협상이 가능한 대형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사전계획안 제도를 활용하고,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접목하여 금융기관 등 주요 채권자 주도로 최대한 빨리(6개월 이내)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여 시장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그 핵심은, ① 채권자 등 당사자 간 합의의 존중(절차 진행의 주도권을 일정 부분 이해관계인에게 이관)과, ② 진행기간 최대한 단축(채무자와 주요 채권자가 합의한 회사 지배구조 수용,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절차진행계획 수립, 사전계획안과 연계하여 조사위원 선임 등 불필요한 절차 생략, 회생계획 인가되면 조기 종결 등)이다.

법원이 예시하는 진행일정표 상 신청 당일 보전처분과 예납명령, 1주일 뒤의 개시결정과 관리인, 조사위원 선임은 실제로 필자도 경험하고 있는 바이고, 채권조사 및 현황조사보고, 회생계획안의 작성 제출을 거쳐 2개월반 만에 회생계획안의 의결까지 시행하기 위하여 해당 기업, 대리인과 조사위원,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기일을 엄수하여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미확정채무, 부인권, 노사대립 등 복잡한 이해관계 충돌을 가지지 않은 기업이라면, 적절한 전략가와 법률대리인의 조언 하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며, 더욱이 이러한 급행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증명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채권은행들로서도 짧은 시간 내에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여 자신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기업은 특정 재산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사람의 활동을 추상화한 것이다. 그러한 기업활동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기업주인 개인과 법인의 운명과 관계 없이 기업이라는 활동은 존속하게 마련이다. 굳이 현대의 도산법제는 기업활동의 계속을 추구한다는 선언에 의존할 것 없이, 기업이 재무위기에 처하였는 지 여부에 상관 없이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며 배는 바다를 떠다녀야 하며, 자동차도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건설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은 죽어도 기업인은 산다는 말은 날조이다. 현실은 기업인은 죽어도 기업(활동)은 산다. 문제는 그 계속기업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느냐이고, 이것을 이것을 민사법상의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도산절차이다.

 
 
완전한 세계에서는 이러한 도산처리 절차가 거의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완벽한 지식을 가진 자가 각 채권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민사법적인 권리의 순위와 금액을 파악하여 재무상태표의 대변에 나오는 부채와 자본항목을 다시 적절하게 쓰는 것으로 종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하지 않기에 절차는 거래비용을 소모하고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라는 범주 하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지배하기에 인간의 행동이 있듯이, 세상이 완벽하다면 파산이라는 현상도 없을 것이다. Fast Track 법정관리절차는 이와 같은 제약조건 내에서 가능한 최대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노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재무상의 위기에 처하면 약속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민사법상의 채권관계를 지배하는 원칙은 퇴보한다. 그 대신에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 각 채권자와 다른 모든 채권자들 사이의 피투성이가 된 관계에서 각 당사자가 전략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무질서한 상황이 도래한다. 한편, 실패의 위험이 금융채권자들에게 넘어간다는 의미에서 기업의 주인은 금융채권자들이 된다. 금융채권자가 기업을 지원하거나 압박하거나 모두 자기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며 ‘워크아웃’에 나서는 것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장려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그 타인은 채무자인 해당 기업주를 제외하고 다른 채권자, 지배주주, 종업원 기타 다른 이해관계인 모두를 포함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의미에서 기업의 주인인 채권은행 자신에 의한 재무상태표 새로 쓰기는 그보다 선순위로 취급되어야 할 제3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제적인 워크아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워크아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는 기업의 위험을 지고 있는 주주와 동일시할 수 있는 채권 은행의 의사와 상관 없이 제3자들에게도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채권은행이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선제적으로 워크아웃에 나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즉 기업에 대하여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기업활동의 생존성은 더욱 높아진다. 법정관리가 기업에 불리하다는 말의 타당성 여부는 현재 법정관리를 선택한 삼선로직스, 대한해운과 같은 기업의 담당자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모 육상, 항공 운수업체 관계자의 만족도를 실증적으로 조사해 보면 드러난다. 누가 누구를 구조조정하는 지, 누가 무엇을 빼먹는 지, 누가 가장 이익을 보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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