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찾아낸 마음의 고향, ‘동막골’

사석래/  한국항만연수원 교육기획차장

 

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결혼한 후 문화 취미생활과 동떨어진 생활을 해온 것은 어쩌

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미루어 오던 일들을 주 5일 근무의 특혜(?)에 힘입어 이제는 조금씩 실천해 보련다. 가장 쉬운 등산, 연극, 영화감상 등 .....


토요일 오전 전쟁을 치르듯 부산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조금은 한가해진 아내와 집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모처럼 가본 영화관은 조금은 생소하다. 관객들 대부분이 10대, 혹은 20대 우리 나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많이 알려진 영화가 제일 좋은 영화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웰컴 투 동막골」이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장진 감독의 연극을 영화화 한 신예 박광현 감독,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 주연의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긴장감이 무르익던 1950년 11월, 강원도 깊은 산속 '동막골'에 한국군과 인민군, 연합군이 모여들어 순수한 마을사람들과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마을 이름이 ‘아이처럼 막살자'는 의미라는 ‘무지(無知)'가 순수를 부르는 그 곳, 그래서 그 순수를 모두에게 전염시키는 놀라운 그 곳. 바로 ‘동막골'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강원도 첩첩산중 동막골의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에 추락한 전투기에 타고 있던 미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테슐러)와 북으로 후퇴하던 중 낙오한 인민군 중대장 리수화(정재영) 일행, 피난민들이 건너고 있는 다리를 폭파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탈영한 국군소위 표현철(신하균) 등이 도착하고, 결코 섞일 수 없는 그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면서 평화롭던 동막골엔 팽팽한 긴장과 대치속에서 이들의 작은 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막상 이들의 등장과 갈등 속에 놀라는 것은 본인들 뿐. 전쟁이 뭔지, 무기가 뭔지도 모르는 동막골 사람들은 태연하기만 하다.


이런 동막골 사람들의 순박함과 천진함, 그리고 그들에 의해 매번 머쓱해지고 마는 ‘진지한’ 군인들의 모습이 영화의 전반부를 이루고 있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에게 다가가 “근데 있잖어. 니 쟈들하고 친구나?”라고 묻는 ‘광년이’ 여일(강혜정)은 동막골 사람들의 순진무구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 이다. 결국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과 밭을 갈고, 풀 썰매도 타면서 차츰 행복하고 따뜻한 동막골에 동화되어 간다.


이 영화의 전반부가 따뜻한 유머로 가득한 반면 후반부는 진한 감동으로 전개되어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스미스가 실종된 동막골 일대를 북한군의 거점으로 파악한 미군은 동막골을 폭격할 계획을 세우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은 한국전쟁 사상 유례없는 연합공동작전을 펼쳐 미군의 폭격으로부터 동막골을 지켜낸다.


박광현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한국전쟁을 판타지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던 이들이 차츰 마음을 열고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옥수수 창고에 수류탄이 떨어져 팝콘이 눈처럼 내리고, 나비가 날고, ‘공공의 적’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로 꾸며진다.

그래서 일까?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냉혹함은 찾을 수 없고 따스한 감동만이 전해온다.
민족의 아픔인 남북한 전쟁 속에서 남북한 군인들과 연합군이 이념을 초월해 동막골 이라는 마을을 지켜내려는 감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또 다른 이상향, 마음의 고향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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