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사로는 해운산업합리화 이후 첫 신규선사로 2010년 1월 출범한 양해해운이 1년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6월 14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고려해운 출신들이 합심해 설립한 양해해운은 자본과 경영을 분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경영을 천명하고 그간 근해항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동사는 금융위기이후 세계 해운시장에 등장한 ‘뉴커머’의 하나로 기존 선사들과의 힘겨운 경쟁 속에서도 동남아항로와 한중일 구간 항로에서 잇달아 서비스를 개시하며 아시아역내선사로 성장의 꿈을 키워왔다. 올해 들어서 대형화주의 화물을 유치하는 한편,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를 비롯한 근해수송협의회와 황해정기선사협의회등 관련업계 협의체의 회원으로 가입, 신규선사로서 겪어온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설립 초부터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동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처의 장본인이 에이티넘 이민주 회장임이 드러나면서 자금줄을 둘러싼 소문들이 잦아들고, 이후 추가증자를 통해 지속적인 자금유치도 추진했다. 아울러 4월말 대우그룹 출신의 재무통을 영입, 재무부문의 조직력을 강화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해해운은 지속되는 시황악화와 고유가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 예상치 못했던 자금유출 상황을 맞음으로써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소선사들의 선박연료유 비중이 전체 운항비용의 40-50%선이었다니, 고유가의 부담이 막중했을 것이고 기존 선사들의 견제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로써 선사간 서비스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여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여지마저 없었음이 짐작된다.

동사의 어려움은 5월말 주주와 벤더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 호소문을 통해 드러났다. 양해해운은 지난해말과 올해 4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한편, 외부 투자자의 추가 투자장치도 마련했다. 이 자금확충 방안대로라면, 동사는 올 상반기내에 영업흑자를 실현하고 미지급금을 분할 지급함으로써 원활한 자금흐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고 국내외 협력사들도 이를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의과정에서 일부 협력사들과의 갈등으로 예상외 지출이 발생했으며 당초 계획한 자금 정상화방안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자금이 경색되자 회사측은 주주와 벤더들에게 사정을 알려 협조를 구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양해해운의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올들어 해운업계에서 세 번째로 발생한 비보여서 관련업계를 적지않이 놀라게 하고 있다. 올초 법정관리가 개시된 대한해운에 이어 삼호해운, 양해해운까지 자력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법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금융위기 이후 삼선로직스와 티피씨코리아, 대우로지스틱스, 봉신, 세림오션쉬핑에 이어 올해에도 3개 선사가 법정관리를 선택함으로써 해운업계의 법정관리 선사는 모두 8개사가 되었다.

대한해운은 1차 관계인 집회를 통해 계속기업가치 경제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회생계획안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법정관리 인가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양해해운은 타 선사들과 달리 자산이 별로 없는 상태여서 법정관리 행을 점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선사의 법정관리 소식은 운임지수와 수급 등 전문적인 시황분석을 굳이 거론하지 않고도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는 잣대 기능을 하고 있다. 법정관리행 선사들은 물론 정상적인 경영 하의 대다수 선사들마저 염려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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