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자에 대한 취득세 부과

 
 
들어가는 말
해운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하에 놓여 있다. 우리 나라 해상기업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생적인 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 조사하여 도입하여왔다.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을 이용한 선박의 확보가 그러한 방법의 하나이다. 편의치적을 이용하면 절세, 선원비의 절감, 행정규제의 회피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개 자국선원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는 자국 국적의 선박에는 자국 선원의 강제고용을 법정화한다. 편의치적을 하게 되면 편의치적 제공 국가의 선원법을 적용받으면 된다. 이들 국가는 자국 선원의 강제고용을 법정화하지 않고있기 때문에 선주들은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의 선원을 승선시켜 선원비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한도에서 편의치적은 긍정적인 효과를 선주들에게 부여한다. 최근에는 금융을 일으키기 쉽다는 이유로 편의치적국가에 선박을 등록하기도 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편의치적의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편의치적 선박의 등록 소유자는 종이회사(paper company)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에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통상 선박소유자이다. 등록상의 선박소유자는 종이회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채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편의치적 국가는 선박의 안전에 대한 확인과 통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사고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러한 편의치적 선박에 개입된 책임문제와 안전문제 이외에도 편의치적은 조세문제와 연결되어 논란을 일으킨다. 2011년 4월 두가지 큰 사건이 해운계를 강타하게 되었다. 4,101억원의 세금이 부과된 시도상선 사건과 취득세 부과가 확정된 대법원의 국내해운기업 관련 판결도 모두 편의치적선과 관련된다. 이번 호에는 편의치적선을 둘러싼 조세문제, 특히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 관련 취득세 문제를 간단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취득세외에도 중고선 도입관세, 법인세 등이 문제되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보도록 한다.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의 법률관계
선박을 소유하게 됨에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상기업은 기 존재하는 선박을 장기간 빌려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만을 빌린 다음 자신의 선장을 비롯한 선원을 승선시켜 선박을 운항하게 된다. 빌린 선박을 용선기간이 만료되면 되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①의 경우: 단순나용선) 용선기간의 만료와 함께 소유권을 나용선자가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②의 경우: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 만약, 단순나용선의 경우라면 나용선자가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지만,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의 경우는 나용선자가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이외에도 선박을 직접 건조하여 위와 같이 단순나용선 혹은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나용선의 경우는 법인세는 문제가 될지 언정 취득세의 문제는 없을 것이다.

취득세 등의 조세문제
 취득세는 취득 물건 소재지의 도에서 그 취득자에게 부과한다(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1항). 지방세의 부과는 국제기본법에 의한다(구 지방세법 제82조). 우리 나라 국세기본법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명목상의 소유자가 있더라도 실질상의 소유자가 취득세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선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의 경우에는 나용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여 소유권자가 되어 그가 취득세를 납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용선자가 명목상의 소유자에 지나지 않다면 실질상의 소유자가 취득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4.14.선고 2008두10591판결에서 금융기관들이 A 특수목적회사(SPC)를 해외에 설립하면서 A는 문제의 선박을 매입하여 소유자가 되었다. 그런데 A는 B(나용선자)에게 선박을 국적조건취득부 나용선을 하여주었다. B는 국내 해운기업 C가 해외에 설립한 종이회사였다. B는 다시 선박을 C(국내 해운기업)에게 정기용선을 하여 주었다. B는 A에게 선박가액에 해당하는 금원을 나누어서 지급하였다. 나용선기간이 종료되자 소유권은 B가 취득하였다(C는 부인하였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함). C는 정기용선료를 B에게 지급하였다. B가 A에게 지급하는 용선료도 C가 개입한 점을 대법원은 인정하였다. 과세청인 인천광역시는 B는 경제적인 실체가 없는 자로서 실제로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 계약은 A와 C사이에 체결된 것이고 실질상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 계약에따라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C라고 하면서 C에게 취득세를 부과하였다. 서울고등법원(2008.5.29.선고 2007누33384)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및 편의치적의 유용성을 근거로 B의 경제적 실체를 인정하여 C는 정기용선자에 지나지 않고 취득세부과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B는 나용선계약의 명의상 당사자일 뿐이고 C가 그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인정하였다. 동 선박에 대하여 지급한 용선료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C에게 취득세 등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고 이에 반하는 고등법원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C로서는 자신은 B 혹은 A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것이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C가 선박을 편의치적하기 위한 종이회사로서 설립한 것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만약, 사실관계가 대법원이 확정한 바와 같다면, C가 자신은 과세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인천광역시가 법률에 따라 실질과세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종이 회사가 있다면 실질상의 회사가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다. 문제의 선박은 편의치적된 선박일 것이다. 편의치적된 선박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는 한국법인이 취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쟁점이기 때문에 그 선박이 어느 나라의 선적을 가지고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C 국내해운기업은 실제로 용선기간이 만료되기 전(연부금이 지급되기전) 나용선계약이 해제되어 선박을 반환하였다고 하였지만, 대법원은 B는 C가 설립한 명목상의 회사로서 아무런 인적 조직과 물적 조직이 없음에도 B에게 선박을 반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C가 실질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대법원 1990.3.27.선고 98도2587판결, 1994.4.12.선고93도2324판결, 헌법재판소 1998.2.5.선고 96헌바96결정)을 편의치적의 법리를 이용하여 피하여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치적이 국제적인 관행이고 합법적이기 때문에 명목상의 소유자(종이회사)와 실질상의 소유자를 분리하여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업계는 편의치적의 국제적 보편화 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과세의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면 국세청과 대법원의 판단이 일응 타당하다고 한 다음, 해운산업은 국제 경쟁하에 있고 다른 국가들도 이러한 경우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이 확인 된다면 한국해상기업에 국가경쟁력을 부과하기 위하여 면세 혹은 감세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국가에 요구하여 국세기본법에 예외규정을 두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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