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도선사는 항만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도와주는 업무를 하는 자로서 선박의 운항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도선사는 선장출신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직으로 모든 해기사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선법을 개정하여 2007년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도선법의 개정은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어 한국해법학회에서도 도선법개정위원인 동경법대의 오찌아이 교수를 초빙하여 작년 11월 그의 강의를 들은 바 있다(한국해법학회지, 2006년 4월호). 도선사협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지에 글을 올리고 있다(황의창, 일본 수선법 개정안과 우리나라 도선법의 비교, 도선, 2006년 여름호).


이 번호에는 일본의 도선법개정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논의된 사항을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살펴본다. 일본의 도선법 개정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선사 선발 및 양성제도의 변경과 도선사협회(일본의 水船人會)의 법인화다. 

 

2. 도선사 선발제도
(1) 일본의 경우
현재 일본의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은 총톤수 3,000톤 이상의 선박에 3년이상 선장으로서 승선한 경력이 있는 자이다(개정전 제4조). 그런데 일본의 선장자원 고갈에 대한 염려는 이미 10년 전부터 대두되어온 바 있다. 일본은 위와 같은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으로는 매년 30명 정도 필요한 도선사를 선발할 수 없다는 현실을 해결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도선사를 1급, 2급 그리고 3급으로 구분하였다. 1급 도선사는 현행과 같이 실제 선장경력을 가진 자를 대상으로 한다. 1급 해기사면허를 소지하고 총톤수 5,000톤 이상의 선장 경력이 2년 필요하다. 2급 도선사는 선장경력을 가지지 않은 자를 대상으로 한다. 2/3급 해기사면허를 소지하고 총톤수 1,600톤 이상의 선박에서 선장/항해사로서 경력이 2년 이상이면 된다. 3급 도선사는 2/3급 해기사면허를 소지하고 1년 이상 실습 등의 해상경력이 있으면 된다.(제5조) 각 등급에 따라 도선가능 선박의 크기가 달라진다. 


일본은 새로 실시될 2, 3급 도선사의 실무경력 약화라는 단점을 도선사양성을 위한 별도 시설에서 교육으로 보강하려고 한다. 도선사가 되기 위하여는 도선사양성시설에서 과정을 수료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제5조). 

 

(2)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의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은 현재 총톤수 6,000톤 이상의 선박에서 선장으로 5년 이상 근무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해마다 12명 내외의 도선사를 선발하고 있고, 응시생은 약 120-150명 정도로 시험경쟁율은 10:1에 이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도선사시험을 처음으로 응시하는 자가 해마다 20-25명 정도에 이른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도선사 수요에 필요한 선장자원은 당분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1등 항해사의 부족현상은 장차 선장자원의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 예견되므로, 일본의 새로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도선사를 지망하는 선장들의 자원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면, 일본처럼 선장경력을 낮추고 선장경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작은 선박의 도선사로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도선사양성학교를 통하여 도선사를 배출하는 형식이 현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현행 제도의 틀을 깨지 않고 안정적인 도선사 선발제도를 유지하려면, 도선사시험 응시자격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선사는 일선의 항해사들에게 승선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의 하나로 기능한다.  도선사가 되려는 자에게 선장경력 5년을 요구하여서는 20대 초반의 항해사에게 도선사로 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선장직에 대한 근무자체를 처음부터 포기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장경력 1년에서부터 하위등급의 도선사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고, 상위등급의 도선사도 3년으로 낮추어 항해사들로 하여금 장기승선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 도선사협회의 법적지위
(1) 일본의 경우
현재 일본의 도선업무 주체는 도선사 개인이지만, 책임있는 수행체제의 확립을 위하여 도선사를 구성원으로 하는 인적 조직으로서 도선인수법인의 설립을 인정하여 도선법인이 도선업무 인수주체가 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특히 도선법인(정식명칭은 지방 항구단위의 수선인회와 전국단위의 일본수선인연합회이다)은 도선사의 지도, 연락을 위한 것에서 개정법에서는 감독의무까지를 부과시키고(제48조 및 제55조), 민법의 법인에 대한 규정을 준용시키고 있다. 따라서 도선법인은 도선사의 사용자가 되어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도선사를 관리 감독하게 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목표로 한다. 개정법은 일본 민법 제44조를 준용하게 함으로써 도선법인은 불법행위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도선법인이 사용자로서 의무를 해태한 경우, 도선법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각 도선구의 수선인회라는 명칭은 개정되기 전에도 존재하였지만 그 기능이 법인으로 확대개편되었고, 개정 전에 없던 일본수선인연합회가 설치되어, 각 도선사는 도선법인의 관리와 감독을 받고 각 법인은 사용자책임의 대상이 된 것으로 이해된다.  

 

(2)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도선사협회는 도선법 부칙에 의하여 민법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본다고 하지만, 실제 도선사는 각자가 개인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개인으로서 영업의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도선사협회는 도선사의 사용자에 있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도선사의 사고로 인한 책임을 도선사협회에게 물을 수 없다.


그런데 일본법과 같이 법인화를 시킨다고 한다면, 이제는 도선업무를 도선사 개인이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도선법인이 인수하는 것이 되고, 권리와 의무의 주체는 도선법인이 된다. 따라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에서 당사자는 도선사가 아니라 도선법인이 되는 것이다. 도선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 민사책임은 도선법인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고, 형사책임은 도선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른 책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도선사 개인의 민사 및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 이어 일본도 도선기구 혹은 도선법인 개념을 도입하여 도선사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상위기구가 있고 이 상위기구가 책임을 부담하게 한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된다. 도선법인이 도선의 주체가 되고 도선사는 피용자가 된다면, 현재와 같이 개인사업자등록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는 현행 제도와 상당히 다른 변화를 요구한다.    

 

4. 도선사 개인의 법적 책임
(1) 일본의 경우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도선약관이 사용되고 있어서 도선사와 선주와의 관계는 약관의 내용으로 처리되고, 도선사가 고의 혹은 중과실이 없는 한 도선사의 책임은 도선료로 제한된다.


그런데 좌초사고로 인한 오염피해자, 부두의 크레인 소유자 등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도선약관이 적용되지 않고 일반 불법행위법이 적용된다. 그리하여 제3자는 도선사에게 직접청구가 가능하다. 도선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것은 책임제한제도이다. 일본에서는 독일과 영국에서와 같은 선주책임제한제도의 책임제한액보다 낮은 책임제한액으로 책임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본과 유사한 논의가 가능하다. 도선사의 책임의 구조는 위와 같이 설명된다.


실무상으로는 도선사들이 민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론상 도선사는 민사책임을 부담한다. 도선사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때 책임을 제한시켜 주지 않는다면, 도선사는 개인파산에 이를 것이고 선주 및 선장이 책임제한이 가능함에도 도선사의 책임이 불가하다면 형평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우리 상법 제750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도선사도 책임의 제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제한액수는 고액이다. 따라서 이보다 더 낮은 액수로 책임을 제한시켜주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자국의 단행법으로 이러한 제도를 입법화하여 도선사를 보호하고 있다. 영국 도선법 제22조는 도선료 + 1,000파운드로 도선사 개인의 책임이 제한된다. 한편 도선기구의 책임은 도선사의 수에 1,000파운드를 곱한 금액으로 책임이 제한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도선사의 책임은 비여객선의 경우 1,000톤 선박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책임이 제한되므로, 대형선박의 경우에도 충분히 낮은 액수로 도선사의 책임이 제한된다(상법 제487조 c항). 필자도 이러한 영국 도선법과 독일 상법의 입장에 찬성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5. 결
이번 일본 도선법의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선장경력을 가진 자를 중심으로 도선사를 선발하던 현행제도를 양성위주로 전환하겠다는 점과 도선사협회를 도선법인으로 하겠다는 점으로 압축된다고 하겠다. 모든 것은 선장경력을 가진 우수한 도선사를 확보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해상경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를 도선사로 양성하는 방안이 강구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안정된 도선을 위해서는 도선사 개인에게 도선을 일임할 것이 아니라, 도선법인을 만들어 도선사를 교육시키고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법인이 과실이 있을 때에는 엄격한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하여, 도선법인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무거워지는 도선사와 도선법인의 민사책임을 제한하여주는 제도의 도입은 도선법 자체에서는 되지 않았지만, 장차 일본 상법 등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일본 도선법제도의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장차 가시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특히 도선사의 책임제한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선장의 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국가와 해운업계는 해기직을 매력화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자원이 고갈된다면 역시 일본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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