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선장의 병원비가 보험커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왜 나오는 것일까? 클럽이 담보하는 통상의 책임은 해적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여전히 보상된다. 이러한 담보되는 책임에는 기본적으로 인명사상, 질병, 선원교체비용 및 선원휴대품손실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왜 병원들은 아직 치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고, 선주는 보험보상될 것이라고 왜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있고, 클럽은 왜 보상할 것이라고 확인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아마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삼호해운의 내부사정이나 보험계약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만약 보험커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 어떠한 경우에 그리될 수 있는 것인지 해운업계가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불측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보험계약규정을 중심으로 어떤 경우에 보험커버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 검토하고자 한다. 아래의 예들은 한 영국계 클럽에 가입해 있는 경우를 상정한 것인데, 클럽마다 준거법, 재판(중재)관할이 다를 수 있고 보험계약규정의 문구도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클럽에 있어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지적해둔다.


또한 이 글에서는 인질선원석방금(Ransom)은 누가 부담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총탄에 의한 부상은 P&I보험의 전쟁위험담보제외에 해당되는가?

해적은 P&I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이다. 반면에 전쟁위험은 담보되지 않는 위험이다. 그런데 석선장은 우리해군의 구조작전중 해적과의 교전과정에서 유탄에 의해 혹은 해적이 쏜 총탄에 의해 부상을 입었는데, 이것이 담보제외규정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보험계약규정은 전쟁 또는 기뢰, 수뢰, 폭탄, 로켓트, 포탄 또는 이와 유사한 전쟁무기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담보제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의 관심은 석선장이 맞은 총탄이 ‘유사한 전쟁무기’에서 발사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클럽은, 해적이 RPG(Rocket propelled grenade)를 발사했다면 이는 전쟁무기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고, 소총이나 권총(rifle or handgun)은 유사 전쟁무기라고 보지 않으며 이 보다는 더 강력한 무기를 전쟁무기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열거된 기뢰, 수뢰, 폭탄, 로켓트, 포탄, 폭약 등과 유사한 등급의 중화기 무기로 인한 것이 아닌 한 전쟁위험제외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소총에 의한 것이라도 구조군과 해적간에 많은 양의 교전이 있었다면 이는 전쟁위험으로 해석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 상대방에 대한 목적, 전투의 규모,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해적진압작전이 전쟁으로 해석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적이 아닌 아군의 탄환에 의한 상해의 경우에도 그것이 진압작전 즉 클럽의 보상범위에 속하는 해적에 의한 책임이나 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작전중에 발생한 것이므로 보상여부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고, 우리나라 해군이 아닌 외국해군에 의한 작전과정중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이유로 보상여부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선원의 상해는 직무상재해인가? 직무상재해란 직무수행중 또는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에서의 사고를 말한다. 해적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협조하는 것 역시 선원의 직무라 볼만하고, 형식적으로 해적의 통제하에 있으면서 선박의 운항과 관련하여 혹은 군사작전과 관련하여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선원의 개인적인 사정과는 무관한 상황에서 발생한 손해라 할 만하므로 직무상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은 높다.

 

반대로 전쟁무기로 인한 사상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클럽은 전쟁위험에 의한 손해에 대해서는 담보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몇 가지 단서를 붙여 이를 담보위험으로 복원하고 있다. 여기서 클럽이 담보하기로 복원한 전쟁위험손해는 선가를 초과하는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만 이다. 즉, 선가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는 선주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위험담보의 복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클럽으로부터는 보상받는 것이 없게 된다. 그러나 선박보험시장에서 제공하는 선체보험-P&I전쟁약관(Institute Protection and Indemnity War and Strikes Clauses Hull - Time(20/7/87)에 가입해 있으면 이 약관에 의해 보상받게 된다. 이 약관에서는 전쟁위험으로 인한 선주의 책임 및 비용에 대하여 선가를 한도로 보험자가 보상한다. 선가를 초과하는 부분은 P&I가 보상한다. 대부분의 선주는 이 약관에 가입하고 있으므로 해적으로 인한 사고가 전쟁위험으로 분류되든 그렇지 아니하든 결국은 둘 중 하나의 약관에서 보상되게 된다.  

 

만일 보험료가 약정일자에 납부되지 않았다면, 클럽은 보험계약을 해제하면서 병원비를 보상 안 할 것인가?

보험료 납부를 대가로 보험커버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험료 미납에 대한 클럽의 조치는 가혹하다할 정도로 매우 엄격하다. 따라서 선주는 보험료의 납부지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험료가 약정일자 혹은 클럽이 요구한 일자에 납부되지 않을 경우 클럽은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해지일 이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지만 그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므로 지금 논의할 상황과는 관계가 없어 생략한다. 삼호주얼리호 구출 군사작전(아덴만 여명작전)은 2010년도 보험기간중인 2011년 1월 21일에 진행되었는데, 만일 2010년도 보험료를 사건이후 어떤 날짜에 납입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선주가 이를 지키지 못했다면 클럽은 2010년 2월 20일로 소급하여 해당선박의 보험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이 해제되면 2010년도 보험계약기간에 해당선박에 발생한 어떠한 사고도 보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1년 2월 20일에 보험계약을 갱신했으므로 2010년도 보험료는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2011년도에 부과된 2010년도 분납보험료나 2011년도 선납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보험료는 대게 정해진 바에 따라 연간보험료를 수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게 되는데 그 납부일을 지키지 못했다면 클럽은 보험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해제된 보험계약기간인 2011년도에 해당선박에 발생한 사고뿐만 아니라 보험료를 납부하였지만 아직 회계마감(closed policy years)을 하지 아니한 그 이전 보험연도에 해당선박에 발생한 사고도 보상하지 아니한다. 즉, 2010년도 보험료는 납부하였으나 2011년도 보험료 일부만을 약정기일까지 납부하지 못한 경우에도 2010년도 회계가 2013년에나 마감되기 때문에 2010년도에 발생한 사고도 보험커버가 안되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을 해제한 클럽이 2011년도 보험료중 일부를 이미 납부받았더라도 계약해제는 유효하고 대신 클럽이 이를 선주에게 환급하면 되고, 이미 얼만가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환급할 보험료에서 이를 제하고 환급하면 되며, 이 선박과 관련하여 향후 클럽이 지급해야 할 클레임이나 재보험료나 검정료나 변호사비가 있다면 선주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클럽이 발행한 지급보증서로 인해 제3자에게 지급할 일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해서도 클럽은 선주로부터 회수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소급해서 보상하지 않는 효과는 보험료 미납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에게 지급해야 할 어떤 금액, 예를 들어 후불보험료(Supplementary call), 긴급충당보험료(Additional call), 탈퇴보험료(Release call), 선주가 부담하기로 한 검정료나 변호사비 등의 미납 때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클럽에게 완벽한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선주가 클럽에게 지급해야 할 어떤 미지급금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클럽에 따라서는 2006년 해사노동협약(Maritime Labour Convention 2006)의 발효에 대비하여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도 해제일 이전에 발생한 선원재해에 대해서만은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클럽은 선주의 대리인으로서 선주의 책임을 대신 지급하는 것이므로 선주는 보상액 전액을 클럽에 상환하여야 한다.

 

만일 사고처리와 관련하여 클럽에게 충분히(fully) 협력하지 않았거나 증거나 자료를 요구한 시점까지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클럽은 이 사고로 인한 책임에 대해 보상하지 않을 수 있다.

 

사고발생시 클럽은 선주를 대신하여 사고를 조사하거나 처리할 권리는 있지만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를 지명할 권리는 있지만 의무는 없다. 선주가 전문가를 선임하고자 할 경우에는 클럽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클럽은 선주가 선임한 전문가를 교체할 권리가 있다. 선주는 사고처리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클럽에게 신속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고 클럽이 선주를 대신하여 사고를 처리할 경우 충분히(fully) 협력할 의무가 있다. 선주는 자신이나 자신의 대리인이 갖고 있거나 알고 있는 정보나 서류나 보고서 등을 실행가능한 빨리 클럽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들은 클럽이 정한 방식으로 클럽이 정한 기한까지 충족되어야 한다. 사고의 처리나 비용이나 책임에 관한 합의시에도 선주는 클럽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모든 의무의 충족은 보험커버의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 클럽은 보상을 감액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삼호주얼리호 사건에서 한국의료진의 현지파견, 환자수송전용기의 사용, 환자의 한국으로의 송환, 치료기록이나 향후치료계획 등에 대한 보고나 증거서류의 확보나 제출 등과 관련하여 앞에 언급한 클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보상이 감액되거나 거절될 수 있다.

 

선주가 병원비를 먼저 지급하지 않는다면 클럽이 기어이 병원비를 직접 지급하지는 않을 것인가?

클럽은 선주가 지급할 책임이 있고 그리고 실제 지급한 금액에 대해서만 보상할 것을 약속한다. 이와 관련한 전형적인 규정은 다음과 같다. “Unless the Directors otherwise determine, it shall be a condition precedent of a Member's right to recover from the Club in respect of any liabilities, costs or expenses that he shall first have paid the same". 선주의 보험금 청구권은 사고 발생시에 함께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선주가 부담해야 할 책임이나 비용을 선주가 지급완료한 때에야 비로소 발생한다. 따라서 선주는 채무를 먼저 처리한 뒤라야만 클럽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조합원선지급원칙(pay-to-be-paid principle)이라고 한다.

 

클럽이 이 조합원선지급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사고 초기부터 클럽이 맡아서 사건처리를 하고 직접 채권자와 해결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클럽이 사건처리를 맡아서 했다거나 보증장을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는 클럽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클럽은 이 조합원선지급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여부를 항상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선주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큰 경우에는 대게 클럽은 조합원선지급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선주가 지급하기 전에라도 클럽이 청구권자에게 선주대신에 직접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클럽이 직접 지급해달라고 할 법적 권리가 선주에게는 없고, 클럽은 대체로 이를 거절한다. 선주가 자금이 없어서 먼저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융자를 받거나 증여를 받아서 지급하거나 파산관재인이 대신 지급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클럽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 that he shall have paid the same out of funds belonging to him absolutely and unconditionally and not by way of loan or otherwise" 완전한 자기자금으로 무조건적으로 지급해야지 융자를 받거나 해서 지급한 것은 조합원선지급규정을 충족시킨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규정하는 이유는, 만일 융자나 증여를 통해 지급한 것을 인정하도록 한다면 선주에 대한 채권자가 클럽에 대해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일 선주가 지급해야 할 책임액이 10만 달러인데, 수중에 가진 자금은 9만 달러밖에 없고 보험계약상 소손해공제액(Deductible)이 1만 달러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 클럽은 소손해공제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9만 달러만 지급하게 되겠지만, 선주는 10만 달러 전액을 자기 자신의 자금으로 지급해야만 보험금 청구권이 발생하게 되므로, 1만 달러를 융자받거나 증여받거나 해서 지급한다면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되어 이론상 보험금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조합원선지급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다른 경우는 선원재해보상에 대한 책임에 대한 것인데, 선원재해보상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단서와 함께 클럽은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있다. “Where a Member has failed to discharge a legal liability to pay damages or compensation for personal injury, illness or death of any seaman, the club shall discharge or pay such claim on the Member's behalf directly to such seaman or dependant thereof, provided that ---" 여기서 단서는, 해당선원이 다른 제3자로부터 회수할 권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클럽이 선지급하는 금액은 정상적인 경우에 지급되었을 보험금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소손해공제액이 약정되어 있으면 선원측에 직접 지급하는 경우에도 이 금액은 클럽이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럽은 선주가 병원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병원비는 선원재해보상 중 요양보상에 해당하므로 병원에 이를 직접 지급하게 된다.

 

자매선이 해적으로부터 석방된 지 약 70일 만에 다시 동일선주의 선박이 해적에게 나포된 것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현명한 선주(prudent uninsured)라면 취했을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보상을 거절할 것인가?

 

현명한 선주로서의 의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한 가지는 현명하지 못한 항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고 발생시 손해를 경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적에 나포된 첫 선박이 해방된 후 70여일만에 같은 항로에서 같은 속력으로 항해하다 두 번째 선박이 또 나포되었으니 두 번째 항해는 현명하지 못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항해였다고 할 수 있을까? 나포가 발생한 항로가 이미 고시되어 있는 해적공격 고위험지역인지, 해적의 공격에 대비한 훈련은 하고 있는지, 무장 또는 비무장보안요원을 태울 것을 클럽이나 선적국이 권유 또는 강제하고 있는 것인지, 이들을 태웠더라면 나포를 방지할 개연성이 상당했는지, 해적경계 당직을 강화하였는지, 함정호송에 참가할 수 있었는데도 안한 것인지, 속력을 올리거나 선박위치발신장치 전원을 차단하거나 하는 등 해적피해방지 대응요령들을 취했었는지, 이를 취했다면 나포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할 만 한지 등 구체적 내용에 따라 현명하지 못한 항해였다고 볼만한 경우 담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보험계약자인 선주나 선주의 대리인은 손해를 회피하거나 경감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들을 취할 의무가 있다. 여기서 관심은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는 언제 발생하는가 이다. 이에 대해서는 클럽들이 보험계약규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에나 그러한 의무발생시점은 보험계약규정상 클레임이 발생할지모를 사고의 발생시이다. 또한 이 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보상을 거절한다거나 보험금을 감경하기 위해서는 이 의무위반이 손해의 근인에 해당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적이 공격해 올 때 증속한다거나 지그재그로 운항한다거나 해군에 통지한다거나 하는 등 나름의 방어조치를 취했다면 선주 측의 손해경감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손해경감위반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는데, 선주가 손해경감의무를 이행했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감소했을 것이라고 이사회가 믿는 금액만큼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는 보상을 거절하거나 보험금을 감경한다.

 

이 외에도 클럽이 보상하지 않는 경우로는, 선급유지워런티(classification warranty)를 위반한 경우, 클럽이 요구하는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지정기일까지 수검하지 않았거나 지적사항을 지정기일까지 해소하지 못한 경우, 클럽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선주가 클럽의 책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절차를 진행시키거나 사건을 합의하거나 책임을 인정하거나 한 경우(not to admit), 선주측의 고의적 위법행위(wilful misconduct; 선주가 손해를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한 작위 또는 부작위 또는 작위 또는 부작위가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무모하게 행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경우 등이 있다.

 

선급유지워런티 위반이란, 보험가입시 클럽에 통보된 선급을 보험기간 내내 유지한다는 워런티이다. 선급이 정한 검사일정에 따라 수검하지 않았다거나 또는 선급검사를 받았으나 지적사항이 있었는데 이를 지정한 기간내에 해소하지 못했다거나 하여 선급이 정지되거나 철회되는 경우이다. 선급을 유지하지 못한 것과 사고와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을 수 있지만, 인과관계 존부와 상관없이 워런티를 일단 위반하기만 하면 그 날 이후 발생한 사고는 보상되지 않을 수 있다.

 

클럽은 보험가입시 일정기한내에 선박 현상검사를 받거나 경영진단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거나 워런티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조건이나 워런티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 클럽이 지정한 날짜에 보험계약이 종료되거나 이후 발생한 사고가 보상되지 않을 수 있다. 현상검사를 조건으로 한 경우 검사시 지적사항이 나오면 일정기한내에 이를 해소해야 하는데, 그 날짜 이내에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해당 지적사항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대해서는 클럽은 보상하지 않는다. 현상검사가 워런티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검사를 정해진 기간내에 통과하지 못하면 손해와 검사사항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손해는 보상되지 않을 수 있다.

 

선주측의 고의적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클럽이 보상을 거부할 것이나, 적법한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 항해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례가 있다. 고의적 위법행위는 고의 뿐만 아니라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행한 작위 및 부작위를 포함한다. 여기서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는 possible보다는 높은 가능성의 probable 수준을 요구한다. 항로상에 해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해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면, 별 준비없이, 즉 권고된 해적피해방지 대응요령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해적공격 고위험지역을 항해했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고의적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할 만하지는 의문이다.

 

인질선원석방금(Ransom)은 누가 부담하는가?

선주의 보험설계 내용에 따라 해적으로 인한 선박의 손상이나 멸실같은 재물손해는 선체보험약관이나 전쟁보험약관에서 담보하고, 선원의 사상과 같은 선주배상책임에 대해서는 P&I보험이나 선체보험-P&I전쟁약관에서 담보한다. 재물보험에 있어서 해적위험은 전쟁위험과는 구별되어 전통적으로 표준선체보험약관에서 담보하였는데, 최근에는 해적위험과 전쟁위험과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보험자간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해적위험도 전쟁보험약관에서 담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선박의 멸실도 아니고 선원의 사상도 아닌 인질선원석방금은 누가 부담하는가? 인질석방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협상비용과 석방금 전달비용이 어떤 경우에는 석방금 자체보다도 커지기도 한다는데, 누가 어떤 논리에 따라 얼마씩 부담했는가는 기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해상납치보험(K&R; Kidnap and Ransom)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보험자가 부담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선체보험자 또는 선체전쟁보험자와 적하보험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론상 해상납치보험과 선체보험(혹은 선체전쟁보험)에 선주가 모두 가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두 보험 모두 중복보험의 경우 타보험자가 먼저 보험커버하게 한다는 타보험약관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이론상 중복보험문제가 발생하나, 실무적으로는 해상납치보험에 가입하면서 선체보험자로부터 보험료를 인하받는 대신 해적위험담보를 삭제하는 방식을 통해 사전에 중복보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다른 보험자들과는 달리 해상납치보험자는 대해적 보안전문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자문관을 선사에 파견하여 협상전략과 석방금전달방안을 추천하기도 하고, 인질석방과 관련된 각종 비용과 석방금은 물론 석방금의 배달사고도 담보하므로 편안함을 준다는 면에서도 선주에게 유익한 점이 있다. P&I클럽은 대체로 석방금을 보상하는 위험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어떤 클럽은 보상하지 않는 위험이라고 아예 명시하고 있다. P&I가 석방금을 분담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해적문제는 외관상 인질선원의 석방문제이고 그래서 이는 선주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석방금에 비해 선박의 가액이나 화물의 가액은 훨씬 크기 때문에 선가나 화물가가 아주 낮지 않는 한 선박보험자나 화주 또는 적하보험자가 대해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인질선원석방금과 관련한 비용분담과 관련하여 이 비용은 공동해손비용이다, 공동해손희생이다, 손해방지비용이다, 준공동해손이다는 등의 이론이 있다. 어느 이론에 따르더라도 분담금은 동일하게 산정될 것이나 업무의 처리나 이를 위한 근거에는 이론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손해사정인들은 나포된 선박이나 화물을 회수하기 위해 지급된 석방금을 선주가 분담금을 받을 수 있는 공동해손비용으로 처리해 왔고, 이는 영국법정에서도 지지되어 왔다. 따라서 인질 및 선박과 화물의 석방에 소요된 석방금과 관련 비용은 공동해손정산이론에 따라 선가, 화물가, 연료유가 등의 비율로 선주, 화주, 용선주가 분담하게 된다. 따라서 선박과 화물을 성공적으로 회수하였고, 선주나 선박보험자가 석방금을 우선 지급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공동해손 때와 마찬가지로 목적항에서 화물을 양하하기 전에 화주로부터 공동해손보증장을 징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사고가 가입선박의 불감항 등 조합원의 운송계약위반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화주가 주장하는 경우, 화주의 요구에 따라 선주(운송인)은 화주에게 지급보증서(클럽을 통해)를 제공하여야 하고, 화주가 이를 입증하는 경우 선주는 법률상 화주로부터 공동해손분담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며, 이 경우에는 그 분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클럽에서 부담한다.

 

석방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이를 선박과 화물을 회수하기 위해 지급하였다면 전형적인 특별비용에 해당되고, 손해방지비용담보약관이 첨부되어 있다면 이는 손해방지비용이론에 따라 선체보험자와 적하보험자가 분담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주가 공동해손을 선언하지 않은 경우, 공선항해시와 같이 공동의 위험단체가 없는 경우, 해적이 선주가 얼마 화주가 얼마씩 내라고 석방금을 지정하여 요구하는 경우 등에는 이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공동해손이론에 따를 경우에는 화주와 운송인간에는 선하증권에서 어떤 법을 준거로 할 것인지 이미 약정되어 있을 수 있고, 약정이 없는 경우 양하항의 법에 따르게 되기도 하고 실무적으로는 공동해손보증장을 징구할 때 준거법이 합의되기도 할 것이다. 공동해손이론하에서는 선주가 석방금을 선지급한 후 각 위험단체로부터 분담금을 회수하는 절차나 이자, 시효, 유치권, 우선특권여부, 상계금지 등이 이미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선주가 해적과의 협상시 화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에도 화주의 동의를 마냥 기다릴 필요 없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손해방지비용이론에 따를 경우에는 선주는 각 위험단체로부터의 사전동의에 더 신경을 써야하고, 동의 없이 협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위험단체간 적용할 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각자에게 유리한 법을 준거로 하기 위한 분쟁이 제기될 여지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사무관리나 부당이득 또는 공동대리 법리 등에 따라 구상하게 되고, 유치권, 정산방법, 이자, 시효 등도 공동해손이론의 경우와 달라지거나 선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이론에 따른 차이점을 극복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치면서

보도에 따르면 2010년에 해적들이 거둬들인 돈은 2억 4천만불이고, 척당 평균 석방금은 540만불이었는데, 2011년에 와서는 VLCC 1척을 석방시키는데 1,350만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가 전쟁보험료로 연간 30억불을 지급하고 있고, 이는 오래토록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와 화주들이 부담하고 있는 돈이다. 소말리아 주변에서의 해군파견비용이 20억불, 해적을 기소하고 형을 집행하는데 3천만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응비용은 이렇게 많이 요구된다. 최근 IMO는 무장경호원을 승선시키는데 필요한 지침서를 발행하였고, 독일정부와 영국정부도 최근 무장경호원 승선을 허용할 것을 적극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도 선원단체나 노조 등이 무장경호원의 승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무장경호원의 승선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로이드보험시장은 무장경호원 승선중에 선원이 사망한 경우 등 회사가 살인죄에 빠질 것에 대비한 보험상품을 출시하였다. 사망선원의 유가족이 회사가 무장경호원을 승선시키는 바람에 총격전이 벌어져 선원이 총에 맞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해적이 총을 쏘며 접근하자 선장이 이에 대응하자고 하여 교전하는 바람에 선원이 총에 맞았다고 주장하며 선장을 고소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선원이 승선하고 있던 싱가폴 유조선을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에서 붙잡힌 해적들과 한국선원들을 교환하자고 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런 소식들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무장경호원을 승선시킬 경우 선주는 이를 보험자와, 화주와, 용선자에게도 통보하여야 하고, 무장(무기소지)이 허용되는가는 기국은 물론 모든 기항지에 대해 사전에 확인되어야 한다. 정기용선계약서, 연속항해용선계약서, 항해용선계약서에 사용할 것을 추천하는 해적약관들은 Korea P&I Club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고, 무장경호원 선정시 체크사항과 그들과의 계약시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무장경호원의 승선이 상황의 호전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모든 선박이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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