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의 개방은 어떤 의미인가?
금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법률시장의 개방이 시작되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영국을 포함한 EU 회원국 소속 로펌과 변호사가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또한 한-미 FTA가 비준되면 미국의 대형 로펌과 변호사가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그 전이라도 이미 한 -EU FTA의 비준에 따라서 미국변호사는 EU 로펌 소속 변호사 자격으로 국내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09년 3월 외국법 자문사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됨에 따라 외국 변호사들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고 법률서비스를 국내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법률시장 개방은 변호사가 국경을 넘어 외국으로 가서 법률사무소를 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개방을 말한다. 예컨대 영국 변호사가 한국에 와서 법률사무소를 열고 한국 내 외국기업을 위한 법률자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법률시장 개방은 5년간 3단계에 걸쳐서 시행되는데,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외국 변호사나 외국 로펌이 국내에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국내변호사나 국내 로펌과 Joint Venture(동업회사)를 설립하여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여 국내의 모든 국민들에게 국내법을 포함한 국내 소송서비스 전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2009년 7월 체결된 한 -EU FTA에 따르면 영국변호사(Solicitor/Barrister)라는 명칭과 영국법 자문사라는 명칭을 병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FTA에 따른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제1단계-협정발효와 동시에 바로 시행되는 단계이며, 미국변호사에게 미국법, 미국이 당사국인 국제조약 및 국제공법에 관한 법률자문을 허용한다.
제2단계-협정발효 후 2년 내에 시행하게 되며, 외국법자문사와 국내 로펌 간에 업무제휴가 허용된다. 국내법 사무와 외국법 자문사무가 혼재된 사건에 대한 공동수임이 가능하고 수익분배가 허용된다.
제3단계-협정발효 후 5년 내에 시행되며,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Joint Venture의 개설과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고용이 허용되는 완전개방 단계이다.
 

독일의 경우 법률시장이 개방되어 영, 미 대형 로펌과 독일의 대형 로펌들이 합병됨으로써 자국 법률 서비스 시장을 빼앗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일본도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다수의 영미 로펌과 일본 로펌간의 Joint Venture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영미 로펌의 자국 진출로 인하여 독일과 일본에서는 자국의 법률시장 확대와 국제경쟁력의 강화라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세계 로펌 및 우리나라의 법률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법률시장 개방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법조계는 한국 변호사들이 거대 영, 미 로펌에 완전히 예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법률시장은 국가의 가치와 규범이 관련된 중요한 사회 인프라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법률산업을 지식산업으로 지정하여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률시장 개방은 장기적으로 한국 법조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내 변호사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신영무 대한변협회장 인터뷰 기사, 대한변협신문, 2011.7.4. 1면). 필자도 이러한 견해에 찬동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로펌의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은 전체 변호사 수가 1만 1,500인이며(전체의 72%인 7,943명은 서울회 소속), 소속변호사가 100인 이상인 대형로펌은 김앤장(354), 광장(215), 태평양(215), 세종(209), 화우(190), 율촌(137), 바른(118), 충정(106), 지평지성(100명) 등 9개소 이다. 또한 25인 이상 100인 이하의 변호사가 소속된 중형 로펌은 30개소이고 소속 변호사 25인 미만인 소형로펌은 685개소로 압도적으로 많다 (2010.3.1. 대한변협 자료 기준).
반면에 영미계 로펌은 어떠한가? 2009년 기준으로 세계 5대 로펌은 표와 같다.

 

 
 


이에 비하여 대한민국 법률시장 총 연매출액 규모는 약 1조 6,000억 원이며, 국내 로펌 1위인 김앤장의 경우 소속 변호사가 354명(세계 약 140위 수준)이고, 업계 추정매출액은 약 4,600억 원(세계 약 90위 수준)이다. 특히 매출액 기준으로 볼 때 세계 100대 로펌 중에 94개소가 영, 미 로펌이어서 이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1)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앞서 본 신영무 대한변협회장의 말처럼 법률시장은 국가의 가치와 규범에 관한 사회적 인프라에 해당하므로 법률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이미 시장이 개방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예를 볼 때 한국 변호사들이 거대한 영, 미 로펌에 완전히 예속되거나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대한변협은 법률시장 개방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발표하였다(대한변협신문 2011년 7월 4일자 1면).
 

△첫째, 비등록, 탈법행위의 단속
외국변호사들이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


△둘째, 합법적인 활동은 보장하나, 관리감독은 철저히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및 외국법 자문사법, 대한변협 회규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외국법자문사의 합법적 국내 활동은 최대한 보장한다. 그러나 외국법 자문사의 등록 및 감독기관으로서 외국법자문사의 등록자격 및 요건을 엄중히 검토하고 탈법, 편법방식 혹은 한국변호사를 하청형태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한국법에 관한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철저히 감독한다.


△셋째, 한국변호사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현재 세계변호사회로 아시아, 세계한인변호사회 등의 해외인턴쉽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여 청년변호사들이 국제기구, 국제법조단체, 해외로펌, 해외기업, 해외진출 국내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넷째, 법률소비자를 보호한다.
변협 홈페이지에 외국법 자문사의 합법적 활동 범위 및 역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법률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한다.


△다섯째, 변호사 국제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
로스쿨 협의회와 협조하여 로스쿨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외국어교육 및 국제 법률실무교육이 강화되도록 추진한다.
 

 

이상을 살펴볼 때 대한변협의 법률시장개방대책에는 법률시장의 개방에 따른 영향과 그 파급효과가 포함되어 있다. 법률시장의 개방은 국내 법률시장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국내 로펌들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될 것이고, 동시에 국내 로펌의 국제로펌과의 제휴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2012년 로스쿨 졸업생들 약 1,500명이 변호사로 배출될 예정이고 이는 매년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법률시장의 개방으로 대형 영미 로펌과 외국 변호사의 국내진출이 시작되었다. 이미 영국의 대형 로펌 4-5개는 국내 금융, 해운 분야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국제화에 따른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질 높은 외국자동차가 국내에 수입됨으로써 오히려 국산자동차의 성능과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처럼, 법률시장 개방은 국내 로펌에 위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로펌의 선진 로펌 경영기법과 서비스를 배움으로써, 국내 로펌과 변호사의 법률서비스 능력과 질을 높여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변호사들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최근 중국 최대 로펌의 하나인 ‘잉커’(변호사 수 1,000명)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중국 법률시장에 진출하였고, 잉커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로고스와 제휴하여야 하는 배타적 제휴를 체결하였다. 또한 법무법인 에이펙스는 한국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법률시장에 본격 진출하였다. 그 외에도 국내 대형 로펌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분사무소를 개설하는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시장 개방은 국내 로펌들에게는 해외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 법률시장 개방과 더불어 법조인 수의 증가는 소송 사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적 특성이 강한 국내 해운기업의 경우 법률시장 개방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국내 기업들은 상법 회사편의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준법지원인제도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준법경영을 통한 분쟁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대응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그 동안 국내 로펌에 주로 의존해 왔던 국제 거래관련 법률서비스에 대하여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준 높은 외국 로펌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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