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공동의 미래 : 해양

 
 
해양환경 오염과 전 지구적인 규제
한자로 바다 해(海)자를 파자해보면 어머니 모(母)자가 들어 있다. 바다가 지구와 생태계의 어머니라는 뜻일 게다. 지구는 생명체가 탄생한 요람으로서 지표의 물질순환을 주도하고 생명체가 견뎌낼 수 있도록 온화한 기후를 만들어주어 지구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게 해주었으니 어머니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구는 인류의 해양오염에 의하여 그 생존에 치명상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물질과 에너지는 모두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될 수 있다. 현재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양오염물질은 그 물리·화학적인 특성에 따라 유기물과 영양염류, 석유, 유기합성물, 중금속, 방사성원소, 고형폐기물(해양쓰레기), 발전소의 온배수에 의한 열오염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해양은 미국의 경제학자 E. S. 사바스의 공공재 분류에 의한 공동이용재(Common-pool goods)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누구나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으나 누가 이용하였는지 파악하기 힘든 속성 때문에 희소자연자원이나 환경오염의 경우 과소비와 남용의 결과를 빚게 된다. 해양오염을 이해하기 쉬운 대표적인 사례인 해양쓰레기는 도둑고양이처럼 흘러들기 때문에 누구 짓인지 파악하기 힘들어 이 오염을 줄이기 위한 공적 규제가 어렵다.


그 결과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해양오염이 질과 양 양면에서 환경용량과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협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현세대의 개발활동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1987년 간행된 유엔 세계환경위원회의 보고서 『우리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었고,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를 계기로 세계적인 공인을 받았다.
 

해양오염을 방지하고 통제하기위한 국제적 규약으로 전 세계에 적용되는 것은 유엔해양법,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협약, 그리고 런던협약(London dumping convention)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해양은 보다 장기적인 과제라 볼 수 있지만 당장 긴박한 해역은 보다 오염이 더 심각한 지역해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해나 발틱해, 지중해 등 특정 지역해의 환경보호를 위한 협약이 그 연안국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해역인 황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동해 등을 포함하는 지역 해는 아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단지 유엔환경계획 지역해 프로그램의 하나로 1994년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4개국이 공동으로 채택한 <북서태평양 보전 실천계획(NOWPAP)>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주요 해양오염 상황
현재 세계 해양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으로서 유엔은 육상 활동에 기인한 해양오염, 선박에 의한 평형수(ballast water)를 통한 외래 침입종의 유입, 해양 생물자원의 남획, 해양서식지의 파괴와 변형 등 네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부터 허용해온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가 런던협약의 발효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2년에는 금지됨으로써 해양투기의 처리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한 당면 정책과제로 정부가 골치를 썩고 있다.


선박평형수를 통한 외래 침입종의 유입도 심각하다. 평형수란 선박이 화물을 싣지 않고 운항할 때에 배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 적재하는 물이다. 항구에서 평형수를 실을 때 그 해역에서 서식하는 부유생물도 같이 섞여 들어가며, 이들이 목적지 항구에서 물을 쏟아버릴 때 같이 섞여 나온다. 그중에 살아남은 침입종 가운데 고유종을 제치고 크게 번성하는 것들도 있다. 미국의 경우 침입종으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피해는 연간 1,3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2004년 이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국제적으로 운항하는 모든 선박이 침입 종의 방지를 위하여 공인된 장치를 구비하여야 한다. 현재 여러 나라가 이를 위한 새로운 기술과 장치 개발에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1) CO2의 공격 - 해양 산성화
요즘 CO2 배출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 CO2가 비에 섞여서 바다로 흘러들고, 이 CO2가 원인이 되어 바다가 산성화된다. 이것도 지구 온난화 못지않게 매우 큰 환경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의 바다가 해양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약한 알칼리상태인 PH 8.2 정도의 상태인데 비해, 산성화가 된 바다는 PH 7.6 정도까지 수치가 내려가게 된다. 바다의 산성화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우리 연안 해역도 평균 PH 7.6정도로 내려가 산성화를 나타내고 있다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수치가 별것이랴 싶지만, 굴, 홍합 등과 같은 조개류 및 갑각류 생명체들은 바닷물에 녹아있는 탄산염(Co3)과 칼슘(Ca)를 흡수하여 골격과 껍질을 이루어야 하는데,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수소이온이 증가하여 탄산염과 칼슘의 농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껍질이 얇아지거나 생식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원인으로 국내에서 조개류 양식장에서 폐사하여 발생하는 손실이 약 1,500억 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해양생명체들의 유전자도 바뀌고 있으며, 생식 기능이 떨어져서 번식이 줄어들고, 후각 기능마저 저하되어 포식자가 다가와도 눈치 채고 도망을 가지 못해 쉽게 잡혀 먹힌다.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먹이 사슬 교란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CO2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국의 어느 기업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바닷물과 결합시킨 뒤 건축 및 도로공사 등에 사용하는 공사용 자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이 재료는 미국 건설협회 인증까지 받았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서 건설자재로 잘 팔리는데, 이것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또 탄소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이중 수익구조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이 재료 1톤은 약 50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한해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약 320억 톤 정도라고 하니 이산화탄소만 잘 포집하여 팔아도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지 않겠는가.

 

(2) 적조와 백화현상
매년 여름철이면 우리는 남해안에서 적조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연례행사려니 하고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팥 빛깔의 바다 속에 수백만 마리의 양식장 어류들이 허연 배를 뒤집으며 죽어가고, 그 위로 배들이 황토를 뿌리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한해 농사를 망치고 울부짖는 어민들을 보면 적조의 심각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끔찍한 적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바다의 부영양화 때문이다. 부영양화의 대표적인 원인이 우리가 바다에 버린 오폐수다. 마산항, 부산항 및 횟집이 많은 지역을 가보면, 하수가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난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그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홍수가 발생하면 육상의 오염물질들이 그대로 바다로 들어가는데, 이중에는 가축축사의 오물, 과·남용되고 있는 비료 등도 함께 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육상의 오염물질들은 적조 미생물, 코클로디늄의 먹이가 되는 질소와 인성분이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오염물질로 인해 먹이가 갑자기 늘어난 상황에서 바닷물이 23도씨가 넘어가면 하루에 두 배 이상으로 적조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이 번식을 한다. 이 미생물들은 어류의 폐나 간에 붙어서 호흡을 막아 버리기 때문에 오래 견디지 못하고 어류가 죽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육상에서 바다로 흘러 흘러가는 오염물질 말고 다른 원인은 없을까? 양식장 등 수산업의 자체 책임도 크다. 양식장에서 과도하게 주는 사료와 굴 양식장에서 버린 굴 껍질, 그리고 멸치잡이의 멸치 털기 등도 적조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양식장의 바다를 가보면 사료들이 덩어리를 이뤄 물속에 가라 앉아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료들이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해저가 허옇게 변해가는 ‘백화현상’을 일으킨다. 또, 굴 양식장에서 까고 버린 굴 껍질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썩어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바다 속 햇빛을 차단시켜 바다를 썩게 만들고, 오염된 바다의 영양염류를 먹고 자라는 해면류를 불러들인다. 바다가 한순간에 초토화되는 것이다.


한창 멸치잡이가 진행되는 장면을 잘 보면 어민들이 신나게 멸치를 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 발생하는 멸치 비늘들이 해저 바닥에 수 미터 씩 쌓이게 되는데, 이를 ‘멸치 무덤’이라고 한다. 이 ‘멸치 무덤’은 파도에도 쓸려 나가지 않을 정도로 해저에 층층이 쌓이는데, 이 지역에서는 실타래 갯지렁이와 같은 오염 지표 종들만 서식을 할 뿐이다. 이것이 오염원이 되어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햇빛의 바다 속 투과를 막으며 결국에는 적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과거부터 바다에 투기한 1억 2천만 톤이 넘는 육상쓰레기들도 적조 플랑크톤에게는 무상급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적조 미생물의 먹이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수온이 23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적조가 급팽창하게 되는데, 우리의 무책임하고 무절제한 탐욕에 바다가 보내는 경고인 셈이다.


적조에는 황토가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본인이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중에 국회에 불려가서 처방대책을 약속하였는데 그 후 10년이 넘어서도 별반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적조의 먹이원이 되는 오염물질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3) 국경 없는 침입자 - 해양쓰레기
우리는 분명 국경이 무의미한 지구촌에 살고 있다. 수년전에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던 컨테이너선에서 풍랑으로 컨테이너 하나가 태평양에 떨어졌는데, 그 안에 있던 인형 약 3만여 개가 쏟아져 나온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인형들이 바다를 떠돌다가, 수년 후에, 남미, 북미, 북극해, 유럽 등 거의 전 세계 해안에서 발견되었다. 이 국경 없는 침입자, 해양쓰레기는 해류라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남해안 및 서해안 해변과 섬들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떠내려 와 쌓여있다. 이 해양쓰레기들의 80% 가량은 육상에서 발생된다. 서울 및 경기도에서 발생되는 육상 쓰레기들은 홍수시에 한강 및 임진강을 타고 내려와서 인천 앞바다에 쌓이게 되고, 이 때 남진하는 해류를 만나게 되면 해류를 따라 태안 및 전남 신안군 앞바다까지 떠내려가게 된다. 여기서 일부는 쿠루시오 해류를 타고 남해안 및 일본 서해안 해안으로 가기도 하고, 또 일부는 북서풍을 타고, 오키나와 및 대만, 중국 동부 해안 등으로 흘러간다.


반대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대만, 오키나와 및 중국 남부지역에서 버린 쓰레기들은 쿠루시오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일본 서부해안 등에 쌓이게 된다. 또 일본에서 버린 쓰레기들은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흘러가는데, 이는 ‘국경 없는 침입자’해양쓰레기들의 이동 경로가 거의 국제 금융이나 국제 무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해안에 쌓이거나 아니면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가는데 태평양에는 방대한 지역에 걸쳐 무역풍과 편서풍이 불고, 쿠루시오 해류, 북태평양 해류, 북적위도 해류 및 캘리포니아 해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빠져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 힘든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를 ‘가이아’라 한다. 여기에 빨려 들어온 쓰레기들은 거대한 대륙을 이루고 태평양에는 남한 면적의 6배나 되는 쓰레기 대륙이 떠다니고 있다.


남·북 대서양, 남·북 태평양, 인도양에 총 5개의 쓰레기 대륙이 떠다니고 있고, 이것들을 처리하는 비용분담 문제로 국가 간에 분쟁이 생겨 외교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 문제보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유해 쓰레기들이 물에 떠다니다가 분해되면 미세 플랑크톤과 같은 사이즈로 잘게 쪼개지는데, 이를 플랑크톤으로 착각하고 수중 생물들이 먹게 되고, 이를 상위 포식자가 먹고, 최종적으로 먹이 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우리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 먼 바다에서 잡은 어류는 매우 깨끗할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먼 바다에서 잡은 어류들조차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어서 인체에 축척되고 있어 많은 해양학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더불어 해양 생태계의 파괴 또한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에 처해 있다. 내가 광화문에서 버린 쓰레기를 북태평양의 어류들이 먹고, 하와이의 새들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육상에서 아무렇게나 쓰레기들을 버리는 행위를 이제 우리 세대를 위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자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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