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개그맨 정광태씨 취입, 크게 히트. KBS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 1번지’서 탄생

3면이 바다인 우리는 해양국가다. 바다는 우리들 삶에 직결돼 있다. 부산, 인천 등 항구도시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섬은 말할 것도 없다. 바다는 생활터전이자 곧 역사다. 자연히 바다와 관련된 문화들이 발전했다. 소리문화인 노래도 예외가 아니다. 그 속에 만남, 사랑, 이별, 눈물, 즐거움과 웃음이 담겨있다. 특히 노래 속의 바다와 섬, 항구는 한 시대를 증언하기도 한다. 바다, 섬, 항구를 소재로 만들어진 노래사연과 에피소드를 시리즈로 싣는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는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독도는 우리 땅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 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십칠만 평방미터 우물하나 분화구
독도는 우리 땅
지증왕 십 삼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쪽에 셋째 줄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 땅

노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독도를 놓고 일본의 떼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무조건 ‘자기들 땅’이라고 우겨대 어이가 없다. 정치인은 물론 각료, 학자, 시민단체들의 언행이 기가 찬다. 지난 8월 몇몇 국회의원은 독도가 소속된 울릉도에 가겠다며 우리나라를 찾아와 인천국제공항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돌아가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여전히 게거품을 문다.  

대중가요 ‘독도는 우리 땅’은 이럴 때 부르면 딱 맞는 노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대 국경일 중 하나인 광복절(8월 15일) 앞뒤로 많이 불리고 전파를 탔으나 요즘은 수시로 들을 수 있다. 노래제목과 소재가 일본이 툭하면 자기들 땅이라고 우겨대는 동해안의 맨 끝 섬으로 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즐겨 부른다. 4분의 4박자, 고고 풍으로 템포가 빠르고 멜로디가 경쾌하다. 손뼉을 치며 다 함께 부르면 더욱 흥겹다.  

개그작가 박문영씨 작사, 작곡
방송PD 출신인 박문영 작곡·작사, 개그맨 출신 가수 정광태 노래의 ‘독도는 우리 땅’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1983년 초. 전두환 대통령시절로 5공화국 중반 무렵이다.
노래는 참 우습게 태어났다. 사연을 들으면 웃음이 나온다. 사랑, 이별 등 통속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일반가요와 달리 노랫말 내용부터가 재미있다. 학교에서 배운 우리나라 역사와 지리 상식들이 중간 중간에 나온다. 지리책, 역사책을 펼쳐보는 느낌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까진 3번에 걸쳐 사라질 뻔했던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래는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작사가의 손을 거친 노랫말에 곡을 붙여 가수에게 취입토록 하는 보통의 가요와 달리 노래의 첫 태생부터가 이채롭다.  

 
 
1982년 말 KBS-TV 방송프로그램 ‘유머 1번지’ 개그작가였던 박문영씨가 어느 날 서울 여의도동 방송국 사무실에서 원고를 쓰고 있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유머 1번지’ 프로그램담당 김웅래 PD가 박씨에게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노래가 없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김PD는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다. 담당PD의 OK사인을 받은 박씨는 방송국도서실로 달려가 독도와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뒤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가사를 지은 뒤 멜로디를 붙였다.

그 다음 주 녹화 때 포졸 옷을 입은 임하룡, 정광태 등 4명의 개그맨들이 커다란 종이에 써 준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불러 무사히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작가가 코미디담당PD 요청으로 개그용의 재미난 노래를 즉흥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박씨는 한 코너를 마친 안도감에 가사를 적은 종이를 구겨서 방송국 쓰레기통에 버렸다. 얼마 후 4명의 개그맨 중 뭔가 느낌을 가진 정광태씨가 쓰레기통을 뒤져 버려진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 종이를 찾았다. 그는 수첩에 가사를 적어 호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정씨는 이튿날부터 레코드사를 찾아다니며 “취입을 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정씨는 “음반의 맨 끝에 들어가도 좋으니 내어달라”고 레코드회사 직원들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개그맨이 당돌하게 노래를 부르겠다는 것도 그렇지만 가사가 장난스럽게 받아들여져 “안 된다”는 것이다. 정씨 얘기를 들은 레코드회사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게 노래냐”며 손사래를 쳤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정씨의 끈질긴 집념이 갸륵해(?) 대성음반이란 조그만 레코드사에서 맨 끝 곡으로 ‘독도는 우리 땅’을 실어 두 달 뒤 음반을 냈다. 대성음반은 노래의 상품성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젊은 개그맨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 음반의 끄트머리에 양념삼아 넣어준 것이다. 음반이 나오자 장난기 있는 일부 라디오PD들이 이 노래를 심심풀이로 방송에 내보냈다. 결과는 별로였다. 특히 영향력 있는 공중파 TV방송사의 가요PD들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KBS의 한 간부가 그 노래를 듣고 “어떤 PD가 그런 괴상한 노래를 트느냐”며 불호령을 내렸다. PD가 불려가 꾸중을 들은 뒤 사무실엔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일절 내보내지 말라!’는 경고문이 크게 나붙었다.

전두환 대통령, “우리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가 있잖아!”
그렇게 해서 ‘독도는 우리 땅’ 노래는 더 이상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 무렵 때마침 ‘일본 국회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는 언론보도들이 이어졌다. 독도문제가 매스컴의 초점을 받자 대통령 주재 청와대 회의에서까지 거론됐다. 그 때 전 대통령은 별 문제가 아니란 듯이 “우리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가 있잖아!”하며 일본 쪽 주장을 일축했다.

대통령 말에 놀란 당시 허문도 문화공보부 차관은 급히 가수(정광태)와 작사·작곡가(박문영)를 사무실로 불렀다. 차를 대접하며 ‘독도는 우리 땅’을 만들어 취입한 것을 칭찬했다. 허 차관은 두 사람에게 “애로가 없느냐?”며 뭔가 돕겠다는 분위기였다. 정씨는 귀가 번쩍 터였다. “KBS에서 노래를 방송금지하고 있어 억울하다”며 그 동안의 사정을 자초지종 얘기했다. 허 차관은 그 자리에서 KBS에 전화를 걸어 방송금지 시키지 말도록 당부했다.

두 사람은 문공부를 나와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가는 중 차안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 이 노래는 각 방송 가요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했다. 여세를 몰아 광복절을 앞뒤로 해선 인기곡차트에까지 올랐다.

전국 노래방에 보급되면서 초·중·고생은 물론 대학생들의 합창곡과 응원가로도 불려 큰 인기를 얻었다. 정씨는 이 노래 때문에 하루아침에 유명연예인이 됐다. 노래가 본격 선보인 1983년 그해 KBS가요대상 신인가수상을 받았다. 이어 1990년대 들어 몇 차례 일본이 독도문제로 시비를 걸어왔을 때도 정씨는 방송무대에 초청돼 노래를 불렀을 만큼 개그맨보다 인기가수로 더 유명세를 탔다. 정씨는 2000년 여름엔 당시 한나라당 윤한도 의원(경남 함안·의령)을 중심으로 한 여야국회의원들과 독도를 찾기도 했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독도는 우리 땅’이 방송금지곡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후일담으로 노래가 시운을 잘 타 수 십 만장의 음반이 팔리긴 했으나 금전적으론 큰 재미를 못 봤다. 레코드회사가 경영난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만 돈을 챙겼을 뿐 작사·작곡가는 거의 빈손이었다.   

 
 
노래 바람에 독도(울릉도)명예군수로 활동하는 정광태씨는 한 번도 일본에 가본 적이 없다.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서다. 1996년 SBS와 독도관련 추석특집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 제작진들과 서류를 냈으나 정씨만 ‘서류 미비’란 이유로 입국비자신청을 거부당했다. 그는 그 뒤 독도 지키기 운동에 더 적극 나섰다. 미국영주권도 포기하고 본적을 독도로 옮기는 열의를 보였다. 2008년 7월 14일 독도를 찾아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알리는 성명서도 읽었다. 2005년 5월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영진닷컴) 책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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