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항로의 현황과 미래

사상 최악의 슬럼프 탈출할 해법찾기 나서야

 

 한중, 개방앞둔 ‘불안심리’ 출혈경쟁 잇딴 3국적선사 진입
한일, 채산에 ‘빨간불’ 운임회복 노력으로 난관 극복 모색
“M&A 등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목소리 조심스럽게 나와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물류시장의 규모는 날로 확대되고 있으나 물동량의 증가율에 비해 선복과잉(overcapacity) 상황이 심화되고 있어 출혈경쟁(red ocean)이 지속되고 있다.

 

2009년으로 예정돼 있는 한중간 컨테이너항로 개방에 대한 ‘불안심리’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중항로에서의 선사간 과열경쟁은 ‘저운임’으로 이어져 참여선사들의 채산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그 여파는 한일항로로 파급돼 한중일항로 전체가 ‘고유가’와 ‘고용선료’에 따른 ‘고비용 구조’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까지 겹쳐 불안정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한중일 관련 선사들 뿐만 아니라 3국적 선사들의 서비스참여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동북아지역 해상항로는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극심한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한중일 나아가 동남아항로까지 포함한 근해항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적선사들의 어려움은 사상 최악의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공동의 해법’을 찾아아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는 이미 올해 6월호에서 ‘슬럼프에 빠진 근해항로 선사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과잉선복과 저운임, 과중한 원가부담 등 ‘3중고’에 시달리며 사상 최악의 구조적 슬럼프에 빠져있는 근해선사들의 고민과 고충을 다룬 바 있다. 특히 이 칼럼에서는 국적선사의 컨테이너자사선 보유현황을 자체 조사해 정리함으로써 한중, 한일, 동남아항로 선사들의 원가부담의 정도를 보여주었다.
이번 특집기사에서는 한중, 한일항로로 시장의 범위를 줄여 각항로의 상황을 점검했다.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기회있을 때마다 해법을 물었지만, 신통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 모두들 ‘상황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무언가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데는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업계자료를 근거로 올해 7월까지의 한중일 수출입물동량을 보면, 중국은 1-7월동안 약 5,000만teu였으며 연말까지는 총 8,600만teu가 예상되고 있고, 한국은 같은 기간동안 907만teu를 기록해 연말쯤에는 1,555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지만 한국시장보다 클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한중일 자체의 물류시장 규모도 크지만 3국간 역내시장 규모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3국의 관련기업은 물론 3국적 선사들의 관심도 높으며 실제로 시장에 참여한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한중간 항로의 물동량은 지난해(2005년) 약 230만teu였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120만 9,000톤을 기록해 연말까지 230-240만teu가 전망되고 있다. 한일항로는 지난해 123만teu 규모였으며 올해에는 약 130만 teu가 예측된다. 지난해 276만teu였던 일중간 항로가  올해는 그보다 10%가량 성장한 300만teu가 될 것으로 본다면 한중일간의 물류시장은 600-700만teu 규모로 결코 작지않은 시장이다.

 

한중일 물류시장 6-700만teu 규모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한중항로 선사들은 올해(2006년) 상반기동안 수출 48만 5,023teu 수입 73만 4,359teu로 총 121만 9,382teu를 처리했으며, 2005년에는 수출 95만 9,706teu 수입 130만 4,879teu로 총 226만 4,585teu를 수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2006년 한중간 컨테이너물량은 대략 250만teu가 예상된다.


이같은 수송물량은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회원 34개 선사가 처리한 물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글로벌 선사와 3국적 피더선사들의 수송량은 빠져 있는 수치여서 실제 한중간 물동량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한중항로가 채산성이 없고 피나는 경쟁시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비스에 참여하는 선사들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배후로 두고 있는 동항로의 개방된 미래를 예상하며 출혈을 감수하고 뛰어들고 있다.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역내의 3국적 피더선사들도 동항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수년내에 더 많은 3국적선사들이 한중항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수년내 더많은 3국적선사 진입가능성
부산과 광양을 기점으로 한 한중항로는 사실상 개방된 상태이며, 인천을 기점으로 하더라도 3국적선사들의 참여가 가능해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한중선사들에게 ‘역차별적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견해도 있다. 세계적으로 원양선사들이 장사하지 않는 곳이 없게 된 지금, 3국적 선사들의 서비스참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상해나 대련, 청도운송의 경우 50-60달러(미화)에 수송된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항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사들은 봄과 가을로 운임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나 실효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가할증료(FAF)와 통화할증료(CAF), 터미널핸드링비용(THC) 등의 부대비용을 적용함으로써 다소나마 저운임을 보전하고 있으나 한중선사들의 경영압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편 컨테이너장비의 수급 불균형은 한중항로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출물량에 비해 수입물량이 늘고 있어 중국행 화물에는 빈 컨테이너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은 20’박스로 하는데 수입품은 40’박스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선사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일항로 10월부 운임회복 난국탈출 시도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한일항로의 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악화되는 시장상황에 선복감축을 감행하며 항로안정화에 기울였던 업계 공동의 노력이 올해초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한일항로의 좋은 시절도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일항로는 시장원칙하에서도 국적선사들이 절대적인 적취율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시장이었다. 그러나 ▲한중항로의 개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고질적인 과잉선복의 한계, ▲3국적선사들의 공격적 참여 등으로 인해 항로질서가 깨져버렸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한일 선사들은 최근 다시한번 운임회복을 통해 난국 탈출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종 부대비용의 부과는 물론  9월 20일부터 10월까지 화주의 상황에 맞추어 20‘ 컨당 50달러의 운임상향 조정을 시행 중이다. 이번 운임회복의 성공여부는 그동안 와해되었던 한일선사간의 ’상생‘을 위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여서 업계 초미(焦眉)의 관심사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항로 물동량은 수출 76만 9,164teu 수입 46만 6,105teu로 총 123만 5,269teu였으며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수출 29만900teu(작년 299,548teu) 수입 19만2,891teu(작년 178,347teu)로 총 48만3,791teu였다.(피더화물은 제외된 실적임) 올해들어 한일항로는 수출물량이 다소 줄고 수입물량은 6-7% 증가했다.


한일간 컨테이너정기항로는 한국의 5개 포트(부산, 마산, 울산, 인천, 광양)과 일본의 50개 포드(요코하마, 도쿄, 나고야 등)를 거미줄처럼 잇고 있다. 이처럼 치밀한 서비스망이 한일항로 국적선사들이 가진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일항로의 고질인 과잉선복이 더욱 심화된 데는 선박규모의 대형화가 주범이다. 과거 90년대 중반까지 300teu급 선박이 배선되는 동항로는 21세기 접어들어 700teu급 시대로 변했고, 지금은 경우에 따라 1,500teu급 선박도 투입되는 실정이다. 선복과잉에도 불구하고 한일항로는 국적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운임의 ‘제값받기’만 성공하면 ‘당장의’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임회복 성공한다 해도, 당장의 어려움 극복보다 장기적 해법 나와야
그러나 한중일 선사들이 처한 어려움은 당장의 저운임을 해소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설령 운임회복이 실효를 거두어 과중한 원가를 보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3년뒤 한중항로가 개방될 경우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선사들도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M&A(인수합병)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국내 대형선사들의 해외선사들에 대한 M&A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중소형 규모인 근해선사들이 지금과 같은 열악한 구조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생존할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원가에서 우위를 점하는 중국선사들과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중국발 화물을 휩쓸어 갈 태세인 원양선사들의 저운임 공세에 대응하기에는 불과 수척에서 십수척의 배를 가지고 버텨온 국적선사들의 경쟁력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건실한 경영여건을 갖추고 있는 중견 근해선사들은 일중간 신규서비스를 시작하고 동남아와 인도, 중동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들 항로여건 역시 원양선사까지 뛰어든 경쟁의 각축장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활로 모색위해 일중, 인도 중동항로 확대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중소선사간의 M&A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간의 M&A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든, 지주회사를 만들어 공동배선을 하든, 우리선사의 규모를 키우고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욕심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나 ‘상념의 조각’들로 떠다닐뿐 공감대로 형성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도 고민에 빠져 있고, 관련업계 연구기관도 해법을 제시하고 싶어 애쓰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제 14차 한중해운협의회를 앞두고 한중항로에 관련한 정부의 ‘고민의 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시도되는 한일, 한중선사들이 선택한 운임회복 노력은 그나마 근해선사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풀어낼 실마리를 제공해 一波萬波의 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해 여간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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