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규칙 동경 국제 세미나를 다녀와서

 
 
해상운송을 위한 국제조약으로는 헤이그 비스비 규칙이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조약으로서 로테르담 규칙이 2008년 12월 유엔에서 작성되어 현재 발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 스페인만이 비준하였고 미국이 국내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업계는 미온적이다. 항해과실면책이 폐지되고 감항성 주의의무의 행사기간이 확대되었고 책임제한액이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본 조약이 화주에게 불리하다는 시각하에서 유럽만을 위한 새로운 국지적인 조약의 작성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본 조약의 비준이 실패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다시 자신의 코그사(COGSA)를 개정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경우에 국제적인 통일성을 기하여야 하는 해상운송조약이 분화되게 되는 점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해운과 무역의 1/2을 차지하는 동북아시아의 중국, 일본, 한국을 대상으로 본 조약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자는 의견이 운시트랄 사무국에서 있었고, 한국과 중국은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일본에서 운시트랄 사무국이 지원하는 국제세미나가 동경의 해운빌딩에서 11월 21일과 22일에 개최되었다. 필자는 5년간 운시트랄 제3 작업반에서 한국대표 및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서 활약하였기 때문에 초대를 받아 발표를 하게 되었다. 

세미나의 구성

세미나는 4가지 형태로 구성되었다. (1) 전문가 그룹에 속하였던 대표들이 조약의 중요부분에 대한 설명 (2)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 대표들이 각국의 입장에 대한 설명 (3) 일본의 업계에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각 업계의 입장 설명 (4) 조약의 내용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질의응답(13개)(워크숍이라고 불림)

필자의 발표 내용
필자가 담당한 부분은 세가지였다. 하나는 ‘화주의 의무와 책임’부분이다. 조약 제5장에 있는 27조에서 32조, 그리고 제79조와 제80조에 대한 설명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로테르담 규칙에 대한 현재 입장이었다. 세 번째는 문제를 하나 해결하는 것(생략)이었다.

화주의 의무와 책임
컨테이너화가 진행되면서 운송인이 화물의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운송하기 때문에 많은 운송물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본 조약에서는 화주에게 강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화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서부터 존치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무들이 로테르담 규칙 하에서는 강행적인 규제(제79조 제2항)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 체제하에서 화주는 운송인과 별도의 약정을 통하여 자신은 더 이상 위험물에 대한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과실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여도 이는 유효하다. 그러나 로테르담 규칙하에서는 이러한 화주와 운송인의 약정은 무효가 되고(제79조 제2항) 운송인은 무과실의 책임을 화주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로테르담 규칙하에서 화주는 (i) 운송인에게 위탁하게 되는 운송물 자체가 운송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 운송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제27조). 이는 마치 운송인이 부담하는 감항성 의무와 유사한 것이다. 일반 과실책임이 적용된다(제30조). (ii) 화주는 운송인에게 운송에 필요한 운송물의 명세등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때 화주는 운송인에게 제공한 명세의 정확성에 대하여 무과실의 책임을 부담한다(제31조). (iii) 위험화물에 대하여 화주는 운송인에 대하여 위험성을 알릴 의무와 라벨 등을 붙일 의무를 부담한다(제32조). 화주는 운송인의 선박 등에 입은 직접손해와 제3화주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도 무과실의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화주의 의무는 제79조 제2항의 강행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것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항해과실의 면책 폐지로 운송인에게 불리하게 된 상황을 균형잡게 하여주는 제도로서도 기능한다.

한국의 로테르담 규칙에 대한 입장

필자는 발표준비를 위하여 국토해양부, 법무부등을 비롯한 기관과 전문가 1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1) 한국은 로테르담 규칙이 성안된 다음 2009년, 2010년 그리고 2011년에 이르기까지 심각하게 그 비준에 대해 논의할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2) 담당 행정기관으로는 법무부와 국토해양부가 있다. 국토해양부는 한국선주협회의 의견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와 한국 P&I 클럽이 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 기능한다. 법무부는 중립적인 정부기관이다. 한국선주협회와 한국 P&I는 조기비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기선사의 담당자들은 모두가 항해과실면책의 폐지가 운송인의 책임을 증가시키고 보험료의 상승을 가져와 운임의 증액을 낳게 하고 결국 다른 대형 정기선사와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약의 비준에 반대한다. 장기대량 운송계약(volume contract)에 대하여도 한국의 정기선사는 중형선사로서 화주에 대하여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결국 대형선사(머스크 라인)에게 경쟁력에서 뒤지게 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반대한다.
(3) 화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은 화주사무국이다. 그런데 협상력에서 선주협회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은 항해과실면책 폐지와 장기대량화물 운송계약에도 찬성한다.
(4) 각계의 해상법 전문가들도 의견을 주었다. 선주측 해상변호사들은 대체로 조기비준에 반대한다. 한편 화주측 해상변호사들은 조기비준에 찬성한다. 담당 법원의 판사들은 로테르담 조약에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5) 설문에 응한 15명의 공통적인 대답은 미국과 중국과 같은 대형국가가 비준을 하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유럽의 독자적인 운송법조약과 같은 것은 통일성을 기하여야 하는 운송 분야에서는 지양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6) 결론적으로 한국은 2-3년안에 비준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비준은 한국 내에서 심각한 논의를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오늘의 행사가 그러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타 관심있는 내용
스털리 교수(미국)는 미국의 운송인과 화주는 합의를 통하여 본 조약의 제정에 적극 참여하여왔기 때문에 조약에 대한 업계의 반대는 없고, 현재 정부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상원에서 쉽게 통과될 전망이라고 설명하였다. 중국과 일본의 대표들도 각각 중국과 일본이 먼저 나서서 본 조약을 비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국의 비준에 자신의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일본의 업계에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속적 관할합의조항이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본 조약에 가입하더라도 관할에 관한 장(제14장)을 추가선택하지 말자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업계, 정부 및 학계는 타국의 비준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본 조약의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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