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책임 도입’ ‘해상법의 강제화’ 여부가 이슈
올해 9월 의견 재수렴 연내 국회 법사위에 상정

 

 

  ‘해상법 개정안’이 연내 입법을 재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당사자인 선주와 화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 ‘선주의 책임 강화’와 ‘화주 보호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해상법 개정안은 당초 2005년 말까지 입법처리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올해 다시 추진되는 사안이다.
  현재는 법제처에서 입법조사관이 지난 9월중에 한국선주협회와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선ㆍ화주의 의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가 엇갈리는 쟁점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토 작업이 완료되면 연내에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내놓은 해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해운업계에서는 지나친 선주의 책임 강화에 반발했고, 상대적으로 손해배상의 대상이 확대되는 무역업계에서는 무반응으로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개정되는 해상법에는 인터넷시대에 부합하는 규정들(e-BL, 복합운송 규정)이 여럿 신설돼 주목받고 있다.

  해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본지 2005년 12월호에서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어, 이번에는 재수렴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한 이해당사업계(선주협회ㆍ무역협회)의 입장을 확인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입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법 ‘해상편’의 개정방향과 논란이 되는 쟁점사안, 선화주간의 엇갈린 입장을 크게 여과하지 않고 정리함으로 제정 이래 2번째 개정되는 해상법의 개정논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한다.

 

 

선주협회 중량책임ㆍ적용범위 신설 강력 반대


  해운업계는 한국선주협회를 통해 상법 ‘해상편 개정안’으로 지난해 확정된 법무부안에 대해 대부분 수용하는 한편 중량당 책임제한제도의 도입과 우리 상법(해상편)의 강제적용에 대한 규정 신설의 2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 789조의 2(책임의 한도)항목으로 새로 삽입되는 중량당 책임제한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해상법상 ‘운송인의 손해배상의 책임---500 SDR(계산단위)'을 666.67 SDR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해상운송인의 책임이 대폭 강화돼 부담이 큰데, 중량당 책임제한제도(1kg 당 2 SDR)를 도입함으로써 선적당위당과 중량당 중 택일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부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선주협회는 제 817의 해상법 적용의 강제화 규정의 신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주협회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다

 

<중량당 책임제도 도입 반대 이유>-선주협회
  상법 (해상법) 개정특별위원회(이하 법무부)는 “현행의 포장당 책임제한금액인 500 SDR이 너무 낮아 화주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충분하지 못하고, 중량에 따른 책임제한 규정이 없어 자동차ㆍ기계 등 포장 또는 선적단위는 1개이지만 고가물인 경우에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그대로 도입한다”고 말하고  “이번 개정으로 인해 화주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고, 고가물의 경우 발생했던 불합리한 결과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해상법 개정 목표 중 하나는 해운강국으로서 세계적인 지위에 걸맞은 해상법제를 마련하고 내용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제적인 신뢰를 제고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개정해야할 내용의 하나로 학계나 법조계가 꼽아온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그러나 조약을 다 국내법화 하더라도 그 나라가 그 조약에 대한 가입절차를 따로 밟지 않는 한 아무리 그 내용을 한 자도 빠짐없이 그대로 국내법으로 만들었다 해도 그것은 그 조약가입국가로 카운트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인 신뢰제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기왕에 국내법화하는 경우에는 여러 조약을 섞어 쓰기 보다는 한 가지 조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해서 국내법화해야 외국에 소개할 때 “무슨 조약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해상법 내용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국내법화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조약가입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조항의 개정과 우리 해상법의 국제화와의 관련성은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본다.


 

  실용면에서 볼 때, 현행규정을 개정한다고 해서 수출입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적인 자료나 견해는 없다. 또 현행 규정을 개정한다고 해서 우리 선박의 사용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데 대한 전문적인 자료나 견해도 없다. 적하보험에 잘 가입하지 않는 영세화주나 이사짐과 같은 비기업형 화물의 화주에게는 이익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겠지만, 적하보험에 가입하는 기업형 화주의 경우에는 개정의 이익이 적하보험자에게 돌아가고 화주에게는 역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별 이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제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 컨테이너선이나 일반화물선으로 운송되는 화물 중 국적선으로 운송되는 경우에만 우리 상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체 수출입화물 중 국적선의 수송율은 수입의 경우 15%, 수출의 경우 18% 대. 그나마 한진해운과 같은 대형선사 선하증권의 준거법은 상법보다는 주로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준거법으로 택하고 있어  상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운송되는 화물은 더욱 감소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10년간의 국내 적하보험 손해율이 연평균 40%대인데 이 중에서 구상금은 총 보험금 지급액에 1% 정도의 영향을 미치므로 책임제한규정의 변경으로 인한 구상금 증가는 이 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상법의 책임 제한규정 변경에 의한 적하보험자의 손해율의 감소는 전체규모 대비 결국 0.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정의 변경으로 화주의 적하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 게다가 우리나라 손해보험회사의 매출액 구성비중 적하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0.8% 정도이고 이 부분의 이재율이 40%대이며 구상금은 이 지급보험금의 1%대이니 책임제한규정의 변경에 따른 적하보험자의 손익의 변화는 감지자체가 미미한 수준이다.

 

12톤 중량단위 적용시 현행보다 11배 한도증액

  핫코일과 같은 철제화물 등이 주요화물이고 선하증권상의 준거법을 대개 우리 상법으로 삼고 있는 국내 중소형 선사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핫코일 1개는 대개 12톤 정도인데 화물가액은 800만원 정도이다. 현행 상법상 포장당 책임한도는 500 SDR이므로 운송인의 책임한도는 핫코일 1개당 미화 약 750불 즉 원화로 71만원 정도인데 반해, 개정안에 의한 포장당 책임한도는 666.67SDR로 약 1,000불 즉 원화로 95만원 정도여서 이것만으로도 약 30%의 인상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중량당 책임제한규정이 도입되어  Kg당 2 SDR로 계산하면, 운송인의 책임한도액은 핫코일 1개당 미화 36,000불(12톤 x 2SDR x 1.5USD/SDR) 즉 약 3,400만원에 달하므로 책임한도액이 화물가액을 초과하여 입법취지와는 다르다 할 수 있다. 책임제한의 이익은 상실되고 화물가액 전액인 800만원을 배상하게 된다. 즉 70만원에 막을 것을 11배가 넘는 8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P&I보험에서 보상받게 되지만 이 경우 보험요율이 크게 오를 것은 자명하다.

 

 3-4,000톤 선박의 연간 P&I보험료는 3-4만불이 보통인데, 연간 핫코일 4-5개만 손상되면 손해배상한 3,200만원 내지 4,0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게 된다. 이는 연간보험료 규모에 해당한다. 즉 보험료 손해율이 100%에 달하게 되어 차년도 보험요율이 상당히 인상될 것이다. 대개 이 정도 크기의 선박은 연간 평균 약 14개 정도의 코일손상을 배상하고 있다.(71만원x15개=1,065만원), 중량책임제한이 도입되면 12,000만원(15개x800만원)정도 배상하게 되므로 이론상 P&I보험료는 연 35,000불에서 연 14만불 정도로 인상될 수 있다. 척당 1억원 정도의 순손실을 의미하고, 매출원가의 약 2.6% 증가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 해운기업의 엄청난 경쟁력의 상실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원가상승은 일정부분 운임에 반영되어 결국 화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화주에게도 상응한 경쟁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특히 한ㆍ중ㆍ일간에 이들 철제화물을 운송하는 선사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 각각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도입하고 있어 이들 나라의 법을 준거법으로 삼고 있는 그 나라 선박들에 비해 현행 상법상의 책임제한을 통한 운항비용상 유리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없어진다면 중소형선사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최대의 화주국인 미국은 중량에 따른 책임제한규정 없이 우리상법과 동일하게 포장당 책임제한만 미화 500불로 정하고 있고, 유엔 운시트랄에서 작업되고 있는 새로운 해상화물운송협약에서도 포장당 책임제한금액에 대해서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에 비해 인상해야 한다는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상법이 정부 개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외국의 화주(특히 미국 소재 등)들은 자국에서 클레임을 처리하기 보다는 훨씬 나은 보상이 예상되는 한국 소송을 통해 처리할 것은 자명하다는 점과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인 클레임 청구가 남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경우 국적선사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일상 업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포장당 책임제한 규정이 고가물의 경우에 불합리한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상법 같은 조 제3항에서 운송물의 가액을 고지하고 있다. 대개의 선하증권이 동일한 규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가물의 화주는 가액을 고지하고 운송할 것인지 그냥 다른 화물과 마찬가지로 가액을 고지하지 않고 운송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화물에 대해 포장당 책임제한 규정이 꼭 불합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해상법 강제적용규정 신설 반대 이유>-선주협회
  법무부는 이 규정의 신설명분을 “운송인이 준거법의 지정 기타 방법으로 개품운송에 있어서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에 관한 해상편 강행규정의 잠탈 방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 재판적의 장려’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선하증권에 따라서는, 특히 국내 중소선사 선하증권의 경우 아무 관계도 없는 영국이나 호주, 일본을 재판관할 또는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해상편의 강행규정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상대편의 강요, 선주가 선하증권을 치밀하게 작성하지 못했거나 외국의 것을 복사해서 사용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중소선사의 경우는 대개 한국법원, 한국법을 택하고 있다.


 

  둘째, 우리 상법 수준보다 더 낮게 책임을 지고자 하여 준거법 조항을 선하증권에 기재한 경우 운송인의 책임경감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이 강행규정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따라서 국제사법상 대한민국의 강행규정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는 경우에도 적용하게 되어 있고 (제7조) 또 외국법의 적용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한 때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제10조) 우리 법원이 제동을 걸어줄 것인 바 위 규정의 신설 없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셋째, 운씨트랄에서 새로운 국제조약을 논의하고 있듯이 실제 상거래는 빠르게 변천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법 적용을 강제화하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많은 다른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국수주의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규정이어서 그 도입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규정은 미국의 해상화물운송법(COGSA)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본래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미국의 규정을 우리가 꼭 닮아가야 하는가도 생각해볼 일이다.

  넷째, 해상법상 다른 많은 사안에서의 준거법에 대해서는 국제사법을 통해 규율하고 있는데 , 유독 운송인의 책임과 관련해서만 상법에서 이를 규율하려는 것은 입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 할 것이다.


 

  다섯째, 상법은 사법이고 그래서 개인의 자유가 가장 존중되는 분야다. 법 자체의 우월성에 따라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결정돼야 한다.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특정법을 강제 적용토록 하는 것은 합리적인 발상이 아니다. 한편 국내 대형선사들은 나름대로 선하증권 이면에 책임제한 조항(예컨대 포장당 100파운드)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해운산업의 특성상 아직도 일부 지역/국가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존중한 이면약관이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세월 이어온 관행들을 굳이 수정해야할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수정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자국법을 강제화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의 COGSA가 대표적이다. US COGSA 1936 제12조는 미국의 항구로 들어오거나 미국의 항구에서 나가는 모든 외항화물운송계약에 COGSA가 적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개정안과 똑같이 국수적인 조항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운송회사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최대 화주국인 미국의 COGSA는 1936년에 성안되었고 그 내용은 헤이그 규칙과 유사한데 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헤이그 규칙과 동일하게 중량당 책임제한 규정 없이 포장당 책임제한만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협약이 여러 번 성안되었고 인플레이션도 많았을 터인데도 미국은 동 법을 계속 유지하면서 책임제한금액도 변경하지 않음으로써 US COGSA에 따른 책임한도액(포장당 500불)이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경우보다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모든 해상운송업자들이 이 법의 적용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곱째, 만약 제소자체를 우리나라에 집중시키자는 것이 동법 제안의 취지라면 이는 천박한 상업적인 국내 법률가나 변호사의 논리이고 국수주의적인 논의다. 제소가 한국에서 많이 일어나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집중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궁극적으로 그 이익이나 손해는 해운ㆍ무역업계 내에서 상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논의과정에서 해운의 국제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우리 혼자만 국내법을 강제한들 외국화주들이 순순히 따를 것인지? 자칫하면 우리 국적선은 외국 현지법에 따라 소송을 당하고 개정 상법에 따라 (현행규정이 삭제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도 또다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덟째, 위 개정안이 성안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의 화주의 경우 현재는 미국의 책임제한은 포장당 500불이고 한국은 500 SDR계산단위 즉 약 750불이어서 일부는 책임제한액이 높음을 알고 한국에서 제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미국에서 제소하고 있다. 중량당 책임제한이 생기고 포장당 책임제한액도 666.67 SDR(약 1,000불)과 중량 1킬로그램당 2계산단위의 금액 중 큰 금액으로 인상되고 나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소송이 국내에서 제소될 것이다. 법무부가 추구한 것이 그러하다면 그 목표는 달성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 경우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해운업계가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화주는 책임제한과 상관없이 적하보험금을 수령하고 나면 사건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적하보험자(한국 또는 미국의)가 한국의 운송인에게 제소되는데, 그들의 이익은 전체적으로 볼 때 미미할 것이고, 그래서 화주들이 적하보험자로부터 환급받게 될 이익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위 당사자들에 더하여 우리 법원 또한 외국화주를 위해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시간과 돈(세금)을 써 가며 소송을 감당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유일한 순이익자는 국내 소송이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한국의 변호사업계로 보이나, 당해 정부안 성안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이를 목표로 삼았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홉째, 위와 같이 국내에서 소송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업계는 수수료 수입이 늘겠지만, 주요 철제품 수출국인 한국으로부터 미국 등지로 이들 화물을 운송하게 되는 선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동일사고에 대해 대부분 외국 화주에게 훨씬 늘어난 손해배상액을 감당하게 됨은 물론 많은 국내외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선사의 경쟁력에 직격탄을 가하는 것이 될 것이어서 크게 우려된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해운산업을 2010년 세계 5위로 육성하기위해 향후 약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상기 해상법 개정안 관련조항은 해양수산부의 이러한 야심 찬 계획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할 수 있다. 


  현재 유엔 산하 UNCITRAL(국제상거래위원회)가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대체하는 국제운송법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이라도 성안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조약은 운송인의 책임제도 등에 있어서 기존 조약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고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 등에도 비추어볼 때 현재 우리 상법 해상편 개정논의를 하는 것도 시기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현행 상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 한다면,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 이상의 2가지 이슈들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무역협회 법무부 해상법 개정안에 적극 찬성

 

  한국무역협회와 한국하주협의회(이하 무협)도 공동으로  상법(해상법)개정안에 대한 하주측의 검토의견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무협은 국회에 제출한 검토 의견을 통해 해상법 개정 방향은 국제 무역과 운송 환경의 변화 추세에 발맞춰, 선화주간 균형적인 상거래 계약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Hamburg Rule의 기본정신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화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 한도와 적용 범위를 화주와 선주의 권익이 균형 있게 보호될 수 있도록 개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주협회의 의견과는 상반된 의견이다.


무협은 특히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 한도를 현행 운송물의 매포장당 적용과 함께 중량당 책임제한 조항을 법무부안대로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세계 11대 무역국의 위상에 맞게 대한민국 국적의 선주와 하주가 국내법에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에 적용범위를 대한민국으로  명문화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무역협회기 법제처에 해상법개정안에 대해 표명한 의견내용이다.

 

<해상법 개정은 시의적절하다>-무역협회
  해상법 개정방향은 국제 무역 및 운송환경의 변화추세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특히 교통 통신의 혁신과 이에 따른 캐리어 수송수단, 운송, 보관방법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대적인 운송관행과 선화주간의 균형적인 상거래 계약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Hamburg Rule의 기본정신을 개정안은 대폭 반영해야 한다. 현재 추진중인 개정안은 헤이그-비스비 규칙(Hague-Visby Rules)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8대 해운국이기도 하지만 교역액 기준으로 세계 11대 무역국으로, 하주와 선주를 균형 있게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 마련이 시급한 시점에서 금번 해상법 개정안은 시의 적절하다.

 

<중량책임한도와 적용범위 규정 찬성>무역협회
  개정안 제797조(책임의 한도)와 관련, 개정 이전에는 고가화물의 손해에 대하여 지나치게 낮게 보상받음으로써 항해중 손실에 대한 위험의 대부분을 화주가 부담했다. 해상법 797조의 포장방식과 중량방식의 책임제한 규정은 국제관행과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미국은 예외여서 비난을 받고 있음)가 Hague Visby Rule을 법제에 수용하여 포장방식과 중량방식을 병행하여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하고 있다. 한국해법학회 ‘해상법개정추진위원회’에서도 국제 규칙으로 인정되고 있는 책임제한 조항의 국내 법체계에의 반영을 승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인 규범과 Rule을 따르는 것은 시대적인 추세이다. 그 동안 국제기준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책임 한도로 인해 연간 많은 해상운송 계약 관련소송에서 화주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배상책임한도 상향조정법제화는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있다. 대다수 화주들은 Hamburg Rule 수준(포장당 835 SDR 또는 중량KG당 2.5 SDR)까지 운송인의 책임한도를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휴대폰, 전자제품 등 주력수출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제품들이 중량은 낮으나 고가의 품목으로 현행 책임한도 조항은 국내 대다수 하주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며 위험을 전가하여 무역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또한 현재 선주가 발행하는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히말라야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해상운송인 이외의 독립계약자인 하역, 창고업체, 터미널운영업체 등도 배상한도 제한의 이익을 향수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부산지법 1심 판결에서도 인정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화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부당함이 존재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도 국내법 강제적용국내 상법을 강제화한 준거법과 재판지 관할권에 대해 언급한 제817조항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입법예는 아니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의 여러 선진국들이 우리의 제817조 조항에 상응하는 적용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국제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법의 적용범위도 확장돼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가 자국의 법을 강제적용하고 있는 것이 국제추세이므로 우리나라가 이러한 817조 적용범위조항을 명문화하지 않을 경우 외국 선화주에게 한국의 법체계를 경시당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우리나라만 국익차원에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운과 무역에서 세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지위에 비추어볼 때 대한민국 국적의 선주와 화주도 자국의 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또한 해상운송에 따른 선하주간 분쟁발생시 외국의 강행규정을 적용할 경우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비용의 소모는 국가적인 낭비이다.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수용은 국제적인 추세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수용하고 있으며 금번 상법(해상편)의 개정안은 해운과 무역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에 맞추어가는 과정에서의 법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지난 1991년 해상법 개정시에도 헤이그 비스비규칙의 책임제한규정을 수용하는 상기개정안(포장방식과 중량방식의 병행)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으나 당시에도 이해단체의 이의 제기로 입법되지 못하였다. 이제 15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제해운 현황을 고려할 때 국제 통일규범인 헤이그 비스비규칙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선화주는 공존공생의 관계이며, 해상운송에 따른 위험을 일방에 전가하거나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소모는 각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개정안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상법(해상편)의 법체계를 갖추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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