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의 선박투자 확대

석흔욱
석흔욱
선박투자회사법이 제정되고 비 해운 자금이 선박투자의 명목으로 시장이 참여한 지 벌써 만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해운 시장은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으며 그러한 변화 속에서 선박투자는 발아기를 거쳐 성숙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선박투자에 있어 투자자 구성변화는 변화무쌍했다. 2004년 선박펀드가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되었을 때 선박펀드의 투자자 주류는 개인이었다. 당시 저금리 상황과 선박투자회사에 대한 세제혜택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2007년에 접어들면서 기관들의 선박투자가 시작되었는데 선박에 대한 이해수준도 높아지고 그간 주요 투자처였던 부동산과 채권투자에 더불어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이 기관이 선박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도 증권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으로 전향하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했다. 증권사를 통한 개인공모가 간간히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개인공모를 하는 경우 총액인수의 부담 때문에 기관판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2008년 이후 선박투자와 관련해서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는데 거대개인에 의한 투자와 저축은행에 의한 투자였다. 거대개인의 경우, 선박매각을 통한 자본이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선박투자회사에 대한 과세혜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선박을 포함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PEF쪽이 어려워지면서 높은 조달금리를 만족시킬만한 대상을 선박투자에서 찾았고 기억에 남을만한 대형투자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선박투자 측면만으로는 성공투자였다고 판단되지만 다른 문제로 지속적인 선박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박투자에 있어 주요 투자자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선박이라는 특수성과 투자자금의 규모를 고려할 때 기관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로써 적절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기관 투자자의 대체적인 투자성향은 ‘대출’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개의 선박펀드 투자수익률은 7~9%정도의 수준으로 구성되는데 회사채 수익률보다는 좀 나은 수익률이지만 ‘투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실적형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선박매각에 따른 추가이익에 대한 기대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점도 기관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한정짓는 원인이 될 것이다. 대출적 성향이 강한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 확보가 상품선정에 우선적인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관이 선호하는 상품은 A급 선사가 상당한 비중의 자담을 하는 BBC HP구조로 한정하게 되는데, 사실 이러한 상품을 현시장에서 구성하는 것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더구나 A급 선사가 요구하는 용선료는 기관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에 매우 어려운 수준이므로 기관 투자자와 A급 선사를 상품으로 연결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수요의 성장예측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인도량은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되어 시장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게 다수의 의견이다. 그런데 해운불황의 이 시기가 선박투자의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불황의 시기에 동반되는 선박금융의 난제를 푸는 방안 중의 하나로 기관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의 참여를 위해서는 우선 기관이 선호하는 상품개발이 중요하다. 먼저 적정규모의 선박거래로 참여기관의 수를 한정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큰 거래구조는 많은 기관이 참여를 필요로 하는데 자금유치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선박거래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회사는 장기대선이나 운송계약과 연계하여 당해 선박의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자기분담금을 확대하여 투자자에게는 안정성을 부여하고 스스로에게는 Hire Base경쟁력을 확보하여 불황시기를 견딜 수 있는 내재적 에너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품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해운회사에게는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거래구조와는 별개로 자본이익을 목표로 하는 선박투자에 참여하는 투자군의 양성도 필요하다. ‘메자닌론’ 구조에 참여하는 제한적 틀에서 벗어나 선박매각차익을 목표로 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에 적합한 투자군을 형성한다면 선박투자가 해운회사에게는 경쟁력 있는 용선대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대체투자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자본적 이익을 주요 투자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용선구조나 운용 형태에 따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박투자와 관련하여 기관 투자자에게는 선박투자가 통상의 금융상품투자와는 분명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선박이라는 실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 산업과 투자대상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있으면 보다 나은 운용과 투자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가 선박투자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산업적 이득을 고려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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