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 최준선 교수
▲성균관대학 최준선 교수
                                              

대한상사중재원과 한국해법학회가 주최한 ‘한국해사표준계약서’ 설명회가 9월 28일 서울과 부산에서 양일간 개최되었다. 해상관련 주요 국제계약의 표준양식을 한글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한국해사표준계약서’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은 이날 행사의 높은 참석률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설명회 등을 통해 수렴한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초안보다 보완*개선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한글판 해사표준계약서는 국내기업간의 해상관련 거래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8종의 국제계약서의 한글화 내용을 발표하기 이전에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의 최준선 교수는 해상운송사고와 관련한 여러 중재판정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 <해상운송사고 관련 중재판정> 발표내용에 대한 설명회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그 내용을 전재했다. 

 

<중재>

 

1. 중재의 의의
  仲裁란 분쟁(또는 거래) 당사자간의 합의(중재계약)에 따라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현존 또는 장래에 발생할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私人인 제3자를 仲裁人(arbitrator)으로 선정하여 중재인의 判定(award)에 맡기는 동시에, 그 판정에 복종하기로 함으로써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自主法廷制度로서 재판 외의 분쟁해결제도이다. 우리 나라의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법에서 지정한 중재기관으로서 각종 분쟁을 상담을 통해 예방하거나, 발생된 분쟁을 알선, 조정, 중재업무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함으로써 국내외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2. 중재의 특징
  중재는 소송절차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그 역할이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해상운송과 관련하여서는 전문성과 신속성이 요구되어 일찍부터 분쟁해결방법으로 중재가 많이 이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건설공사 관련 분쟁의 해결방법으로도 중재가 각광을 받고 있다.

 

  (1) 중재의 장점
 

 (가) 절차의 유연성
  소송의 경우 국제적 재판관할권이 문제되고, 소장의 송달, 법정출석, 기일 등 그 절차가 엄격하나, 중재의 경우에는 중재합의가 이루어진 곳에서 간단한 중재개시통지로 개시되며, 심문방법, 장소, 시간에 따른 중재절차도 비교적 유연성이 있다. 중재는 상호합의와 호양정신에 의하여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반하여 소송은 제소와 소환의 수단에 의하여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또한 중재절차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별도의 격식없이 진행되는데 반하여, 소송은 엄격히 법정절차의 진행에 따라서 공식적으로만 진행된다.
 
 

 (나) 신속․경제성
  중재는 신속성과 경제성에 치중하는 분쟁해결방법인데 반하여, 소송은 합법과 엄격한 절차에 치중한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규칙 제48조 제1항에서 “판정은 신속히 하여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당사자의 합의 또는 법률의 규정 중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심리종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판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중재는 단기간 내에 분쟁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신속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소송은 3심까지 허용되어 사건에 따라서는 여러 심급의 재판을 하게 되므로 구속력있는 최종적인 효력을 얻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비된다. 또한 중재의 경우에는 대리인 선임은 자유에 맡기므로 변호사 선임료 등이 들지 않는다.
 
 (다) 전문성
  중재에는 중재인 자격으로서 국제거래, 투자, 건설, 海事, 특허 등의 전문가에 의해 실제적이고 타당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다. 중재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분쟁을 법관 이외의 私人인 제3자의 판단에 맡겨서 자주적․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인데 반하여, 소송은 자격이 엄격히 제한된 법률전문가인 법관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중재는 법원의 재판처럼 법률에 의한 판단이라기 보다는 분쟁내용에 전문지식을 가진 私人(斯界의 전문가, 학자, 기업인, 변호사)의 경험과 식견에 의한 판단으로서 사건의 진실관계를 보다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
 
 (라) 비공개성
  민사소송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나 중재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중재규칙 제8조). 중재절차를 공개하지 않으므로 기업의 비밀을 유지․보장할 수 있고, 신용상 위험이나 사생활 노출을 방지할 수 있다.

 

 (마) 비적대성
  소송의 경우는 용어, 절차법, 판사의 국적 등의 관점에서 어떤 당사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재는 중립성이 보장되고, 당사자간의 분쟁을 대화와 양보로 풀어가기 때문에 중재가 끝난 뒤에도 당사자간의 거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비교하면 “재판보다 중재가 좋고, 중재보다 화해가 좋다.”라는 표현이 있다. 화해는 각자가 자기주장의 일부를 포기하는 방법으로 분쟁의 해결을 시도한다. 仲裁의 기본정신도 화해에 의한 분쟁해결이다. 중재는 쌍방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쌍방을 모두 승리자로 만든다.
 
(바) 실효성
  중재법 제35조는 “중재판정은 당사자간에 있어서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외국중재판정은 외국판결의 경우와는 달리 중재조약(뉴욕협약)에 의하여 그 집행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의 경우보다 그 실효성 면에 장점이 있다.
 
  (2) 중재의 단점

 

  (가) 중재합의 필요
  상사중재를 이용하기 위하여는 중재합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제조물책임소송은 불법행위 또는 불법행위유사소송으로 보나, 제조물책임소송은 처음부터 중재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중재를 통한 해결은 곤란하다.

 

  《실제중재사례》
  (1) 신청인 X해운은 2005.1. 선박을 피신청인 Y해운항공에게 용선, Y해운항공은 북한 청진항에서 석탄 선적을 하지 못하여 회항하였다. X해운은 대기 및 회항비 324,911.82 달러를 청구하였다. 피신청인은 이 사건을 중재가 아닌 재판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중재판정 거부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사건에서 중재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계약서(CONTRACT OF AFFREIGHTMENT) 제12조 “기타사항” 제7항에는 “ARBITRATION, IF ANY, IN SEOUL UNDER ENGLISH LAW AND OTHER TERMS AND CONDITIONS ASP GENCON C/P REVISED 1994.”라 되어 있는데, 위 사건에서 과연 중재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가 의문인 것이다. 신청인 X해운은 완벽한 중재합의가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는데 비하여, 피신청인은, “IF ANY”라는 표현은 “중재를 한다면”이라는 조건이므로 중재합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내국인끼리 작성되는 계약서조차 영어로만 작성하는 관행도 문제려니와, 불완전한 중재조항으로 인하여 분쟁의 여지를 남기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나) 중재부탁적격성의 존재
  중재를 통한 해결은 당사자가 화해로 해결할 수 있는 것에 한하고 독점규제법, 특허법 등 공법상의 청구에 대하여는 중재부탁적격성에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중재부탁의 적격성 여부에 관하여 판례가 광범위하게 확립되어 있다.

 

  (다) 예측가능성의 결여
  소송은 엄격한 절차법에 따라 진행하고 엄격한 실체법이 적용되므로 당사자는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재에서는 법률에 근거한 중재라고 하더라도 법률이 엄격히 적용되지는 않으므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라) 강제성의 결여
  판사에게는 법률에 의해 각종의 권한이 부여되고 있으나, 중재인에게는 아무런 강제적인 권한이 부여되고 있지 않다. 증거조사도 법원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지고 중재인에게는 권한이 없다. 따라서 증거조사에 있어 중재인은 증인 및 감정인을 강제로 출석시킬 권한이 없고, 이들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법원의 협력을 구할 수밖에 없으며(중재법 제28조․제37조), 또 임의로 출석한 증인 및 감정인에 대하여도 선서를 시킬 권한이 없다.

 

 (마) 단심제
  우리 나라의 중재는 1심에 한하고 불복의 기회가 없다. 다만 판정상의 불복이 아닌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등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판정취소의 소가 인정된다(중재법 제36조).

 

 (바) 예방성의 결여
  중재신청인은 중재절차의 속행 중에도 그 권리의 보전을 위하여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 중재합의의 당사자가 이와 같은 保全處分을 할 경우에는 중재절차의 개시 전 또는 진행 중에 별도로 법원에 이를 청구(중재법 제10조)하여야 하므로 중재신청인은 그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 중재판정의 집행
  당사자가 중재판정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의 집행판결을 받아서 강제집행을 하여야 한다(중재법 제37조 제1항)(대법원 1988. 2. 9. 선고, 84 다카 1003 판결).

 

 

(이하 내용 첨부 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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