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흔 욱  KSF선박금융주식회사 이사
석 흔 욱  KSF선박금융주식회사 이사
2012년에 들어서면서 해운시장이 계속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어려운 시장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지는 시장 현실을 보면서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실 상황에 직면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분석하는 과정과는 별개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투자를 고려함에 있어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 적기를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물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하다가는 다시 없는 선박투자의 호기를 놓치고 후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선박투자시장의 전형적인 상품모델은 실적형이었다. 해운회사에 대선하고 일정기간 후 매각하는 구조로서 대선기간 중에는 고정배당을 수취하다 선박매각을 통해 자본이익을 취하는 수익모델이 대세였다. 실적형 상품은 성격상 통상적인 BBC HP선박펀드에 비해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를 보완하고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RVI(Residual Value Insurance: 잔가보증보험)를 포함하여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원금손실위험에 대한 노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적형 상품을 다루는 대부분의 운용사나 증권사는 실적형 상품의 위험을 고려하여 실적형 상품의 투자자 모집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형태를 취하고자 했다.

 


그런데 해운업황의 하락으로 인해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선박투자가 가능한 투자기관이 제한된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투자자모집 형태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이후 공모시장이 침체되어 있었지만 선박펀드를 취급하는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공모시장을 통한 투자자 모집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바, 그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선박투자 공모시장은 해운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매우 위축된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 증권과 부동산 투자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2004년 이후 상당한 기간을 통해 선박투자가 타 대체투자에 부족하지 않은 투자라는 사실이 검증되면서 선박투자 공모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박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모시장의 활성화는 선박투자 채널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건전한 공모투자시장 구축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선박투자회사법에 의한 선박펀드가 시장에 출시될 당시, 시장접근 전략은 안정성에 있었다. 선박이나 해운시장에 대해 일반투자자의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전략이었다고 평가된다. 안정성을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일반 투자자 모집으로 상당한 수준의 자금모집이 이루어졌으며, 초기에 런칭한 상품은 현재까지도 불안한 해운시황의 여파와는 별개로 안정적인 운영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초기 시장접근 전략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정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오히려 선박투자모집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제한적인 기능도 수행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2006년 선가 상승기에 BBC HP선박펀드는 선가 상승에 대한 혜택 분을 해운선사 측에 이전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선박매각을 통한 자본적 이익을 투자자가 향유할 수 있었다면 선박투자 시장은 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고려할 때, 공모선박투자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모델이 제시되고 투자자 각각의 성향에 맞추어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이 구성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제되어야 할 부분은 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모선박펀드를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있지만 실제 운영과정에서 상품이 가진 특징과 위험이 투자자 개인에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판매회사 권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데 판매성과가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판매과정에서 상품의 내용과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상품이 시장환경 속에서 설계한대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시장상황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선박펀드 설계과정에서 과거자료를 활용함에 있어 가능한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적형 상품은 선박매각을 통한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매각 가능한 선가설정은 상품설계의 핵심요소이다. 이 경우 과거 자료의 활용 형태에 따라 투자수익률의 변동 폭이 매우 크게 되므로 과거 자료를 다룸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투자결정의 책임을 투자자가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자유인을 위해 제공되는 자료가 주관적 판단에 의해 왜곡된다면 당해 선박펀드의 실패뿐만 아니라 선박투자시장 자체의 신뢰도 상실케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3의 기관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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