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철도의 양 끝은 함부르크와 부산”

 

슐츠 프라이버그 폴주크 사장(좌측)과 조르겐프라이 함부르크 항만청장(우측)
슐츠 프라이버그 폴주크 사장(좌측)과 조르겐프라이 함부르크 항만청장(우측)

 

  지난 11월 1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이호영 함부르크 항만청 한국 지사장의 주선으로 함부르크 항만청의 유르겐 조르겐프라이(Jurgen Sorgenfrei) 청장과 독일의 블록트레인 업체 폴주크 인터내셔널의 월터 슐츠 프라이버그(Walter Schulze-Freyberg)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11월 초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교통장관회의의 부대행사로 치러진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물류관련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조르겐프라이 청장과 슐츠 프라이버그 사장도 UN ESCAP 교통장관회의와 물류혁신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강연에서 조르겐프라이 청장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철도망의 시발점과 종착점은 함부르크항과 부산항이 되어야 한다는 연구를 발표하였다. 실제로 UN ESCAP이 유럽에서의 종착점을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변경한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슐츠 프라이버그 사장은 한국 철도 사업의 미래와 관련하여, 1991년부터 동독과 서독을 연결하고 결과적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철도로 이은 15년간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비슷한 정치, 경제적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들은 교통장관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의 철도를 이어 유럽과 아시아를 횡단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해야 한다”는 기조연설과 아시아횡단철도(TAR)의 노선 확정을 위한 정부간의 서명식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는 감상을 전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있었던 주요 내용들을 정리했다.

 

함부르크 항만청은 한국에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일단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고, 동유럽 지역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이다. 지금도 부산 일정을 마치고 새벽에 서울로 이동하여 LG 산전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다. LG는 벌써 폴란드에 6개의 공장을 세워서 올해 1만4,000 FEU가 취급되었으며, 내년엔 2만5,000 FEU 이상의 화물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삼성과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 현대와 대우의 폴란드 공장과 지금 슬로바키아와 폴란드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전자 LCD 공장 등 다른 한국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진출규모가 한국보다 크지만, 일본에 비해 한국의 경영 스타일이 화끈한 편이라 현지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나날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함부르크항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지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곳은 동유럽과 발틱해 연안 국가들이다. 이 지역들은 흑해나 발틱해에서 환적을 할 수 있지만, 드나드는 선박의 숫자가 적어서 화물을 제 시간에 운송하기가 아주 어렵다. 때문에 서유럽에서 환적한 뒤에 철도를 이용하여 이들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이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다. 유럽의 주요 항만 가운데 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항만이 바로 함부르크항이다. 환적된 화물의 70%가 동유럽과 러시아행 장거리 철도 운송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함부르크가 유럽 내륙을 향하는 화물을 선적하기에 가장 유리한 곳이란 사실을 증명한다.

 

  함부르크항은 2005년에 전년대비 15.5%의 성장을 하여 810만 TEU를 기록하였으며 2006년에는 880만 TEU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2015년까지 현재 처리량의 2배인 1,800만TEU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처리량이 2배로 늘어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기반에는 함부르크항의 신속한 화물 처리 능력이 있다. 예전부터 대양에서 근해로 연결수송의 거점이었던 함부르크는 그 특성을 살려 다른 항만들과 다르게 외항선과 근해 수송선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바로 철도와 트럭 수송으로 연계시킬 수도 있어 화물을 옮겨 싣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함부르크항은 EU가 거의 하나의 나라와 같게 된 후, DAKOSY 시스템 도입을 통해 통관절차 등을 간소화하여 서류를 없애고 육상 물류 서비스 업계와 연계하여 항만에 있는 터미널에서 수령인의 창고까지 이어지는 이음새 없는 매끄러운 물류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이음새 없는 물류를 구성하기 위해 해운 대리점, 회사, 하주, 관청 등의 모든 물류 당사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폴주크와 함부르크항과의 관계는?

  항만은 해운과 내륙 운송을 연결해준다. 따라서 폴주크도 함부르크 외에 여러 항구와 연계하여 일하고 있지만, 함부르크항의 비중이 60% 정도로 높다. 현재 LG의 화물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로테르담이나 엔트워프 등의 항구에서도 환적하고 있다. 거리나 비용 측면에서는 함부르크항을 이용해야 합리적인데,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리고 두 회사간에 실제적인 지분관계나 투자 관계는 없지만, 폴주크 지분에서 항내에 자리잡고 있는 회사인 함부르크항 하역 물류회사(HHLA)가 독일국영철도와 폴란드국영철도가 보유한 2/3 외의 나머지 1/3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폴주크의 최근 활동과 앞으로의 전망은?

  폴주크의 수익은 지난 2005년에는 14%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60%정도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폴주크의 실적이 10만TEU였다. TSR의 취급한 총수량도 14만TEU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폴주크의 수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폴주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1991년엔 폴란드까지만 운행을 했었는데, 우크라이나 등의 인접 국가들과의 연결에 이어 코카서스, 아제르바이잔 등의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서비스도 하게 되었다. 이제 중국 시장에 이어 함부르크와 부산을 잇는 노선을 개척해야 하는데, 아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50%의 구간은 운행되고 있으며, 선로를 잇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록트레인의 운행에는 여러 가지 선결 조건들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선로만 이어졌다고 ‘노선’은 아니다. 열차 운행에 있어서 하나의 통합된 규약을 만들고 국가별로 통관 절차 등을 통합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빠르고 정확하게 화물을 전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노선’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는 협의를 거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한국까지 연결하는 것은 아직 확실한 답을 낼 수가 없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북한이다. 북한은 개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다. 어쨌든 유럽과 중앙아시아는 폴주크가 서비스하고 있으며 동쪽에서부터 중앙아시아까지 들어가는 서비스는 중국이 하고 있다. 지금은 해상 피더를 통해 중국을 시발점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한간의 문제를 해결하여 부산이 시발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항만들의 경쟁력을 진단한다면?

  항만의 경쟁력이란 퍼즐과 같아서 여러 가지 요인들의 모든 조각들이 모여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 항만의 위치를 비롯하여 물동량, 시설, 처리 능력 등의 요소들이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 항만들은 일단 위치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항만들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 한국은 아시아-유럽 항로와 아시아-미국 항로의 중앙에 있기 때문에 전체 화물의 30%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속도와 타이밍이다. 아직은 환적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길다. 함부르크항은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피더선으로 바로 화물을 옮길 수 있는 설비가 되어 있는데, 한국의 항만들은 그 사이에 트럭 운송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서류 처리 속도에도 개선의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동남아시아권역에서 중국은 각지에 최신식 설비와 엄청난 규모를 갖춘 초대형 항만 개발전략들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도 과거의 경쟁우위를 되찾기 위한 수퍼 항구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중국의 발전과 함께 동남아시아와 환황해권의 물동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 제일 중요한 것은 화물 증가 속도에 맞출 수 있는 항구의 수용력이다. 화물이 급격히 증가했을 때 이것을 처리해 주지 못하면 손님들은 처리가 가능한 다른 항구로 옮겨가버린다. 지금 동남아시아의 항만들에게 있어서는 그 타이밍을 맞춘 발전 전략에 모든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결론은 속도전이다. 먼저 대량 화물의 처리 능력을 갖추고 좀 더 빠르게 화물을 처리해줄 수 있는 항만이 경쟁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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