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매일 밤 총천연색의 네온사인이 불을 뿜어대는 라스베가스, 화려한 겉모습은 여전하지만 중심가인 스트립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호텔과 카지노의 최근 운영실적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도 미국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스트립거리 바로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도 전시회마다 참가기업과 참관객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빅 이벤트가 열렸다. 세계 최대 애프터마켓 자동차 부품 박람회인 ‘AAPEX 2011(Automotive Aftermarket Products Expo 2011)’ 이 그것. ‘AAPEX’는 매년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어 왔고,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회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라스베가스 컨벤션의 축소 또는 침체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AAPEX’전시회 참가기업 규모는 11% 이상 확대되어 7,190개 부스가 차려졌고 사전등록한 바이어도 작년대비 15% 이상 늘어나 61,000여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기업들도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에 만족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아직까지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다소 시기상조인 지금, 갑작스레 불어온 라스베가스발 훈풍은 대체 어디서부터일까.

 

점점 커지는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시장
미국 자동차 애프터마켓 산업 협회(Automotive Aftermarket Industry Association, AAIA)에 따르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시장은 한동안 정체를 겪었으나 지난 2010년 4.2% 성장세로 반전한 이후 2011년에도 4%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제전문지 Investor’s Business Daily(IBD) 역시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시장 규모가 향후 5년간 매년 3.5%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시장 성장세는 주요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유통업체의 매출액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유통체인인 AutoZone은 최근 5년간 순이익 매년 평균 19% 가량 증가해왔다. 한편 AutoZone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O’reilly 역시 2008년을 제외한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순이익 증가세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O’reilly는 특히 지난 1분기 매출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7%나 증가하는 등 갈수록 더 큰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갑 얇아진 소비자들, 신차 딜러보다는 DIY 차량 정비소로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경기상황을 반영한 소비자의 행동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 더블딥 위기와 높은 실업률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자동차를 구매하기 보다는 기존의 차를 유지하거나 중고차를 구입할 것을 부추기고 있다. 지갑이 얇아질대로 얇아진 소비자들에기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노후한 기존의 차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차량수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조사기관인 Zacks Equity Research(ZER)도 “도로 상의 차량 평균연수가 높아질수록 자동차부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바 있다.


최신 자동차들이 종전의 것들보다 훨씬 더 오래 탈 수 있도록 제조되었음에도 제조사 보증기간은 종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소비자의 DIY(Do-It-Yourself) 정비수요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Consumer Reports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최근 생산된 자동차는 평균적으로 8년 또는 15만 마일은 문제없이 탈 수 있으며 관리만 잘한다면 15년 이상 타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통상 제조사 보증기간은 길면 6년 정도로 제한되어 있고, 부품 종류에 따라 엔진 및 트렌스미션은 4~5년, 일반적인 소모품은 3~4년 정도 선에서 무료 정비를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무상수리 보장기간이 끝나면 차량수리에 따른 부품구입 및 정비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정식 딜러 정비소 대신 저렴하게 DIY 정비가 가능한 애프터마켓 부품 유통업체나 소규모 정비소를 찾게 되면서 자연스레 A/S부품 수요확대를 부추기게 된다.
한편 조사기관 Baird Equity Research(BER)은 지난 1999~2005년에 걸친 금융버블 기간 중 신규차량 구입이 급속히 늘어났던 것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부메랑처렴 돌아와 향후 몇 년간 당시 구입차량을 유지하기 위한 A/S부품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수가 7년 이상된 차량에 대한 부품수요가 앞으로 3년간 매년 3% 가량 증가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차 판매호조가 국산부품 수요 견인할까
미국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에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OEM과 A/S를 모두 포함한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 10월말 현재 누적 수출규모가 2010년 연간 수출규모를 이미 뛰어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라면 2011년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경쟁력이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 것도 있겠으나, 한국차의 미국 판매 호조로 인한 현지생산 증가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과 미국차를 뛰어넘는 한국차의 약진이 완성차는 물론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인지도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산 부품에 대한 실망과 자연재해로 인한 일본산 부품의 공급차질이 겹쳐지면서 대체 공급선으로 한국기업을 찾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에 있어 OEM 부품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한국차 판매가 확대될수록 애프터마켓 부품수요도 연계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BER이 최근 미국 애프터마켓 자동차부품 시장의 확대원인을 7년 전에서 찾았듯, 요즈음 미국시장 내 한국차의 인기가 앞으로 7년 후 애프터마켓 부품 수요로 고스란히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도 당연한 셈이다. 조만간 라스베가스 네온사인만큼이나 밝은 한국 A/S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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