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FTA로 신시장을 개척한다!

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 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스위스, FTA로 신시장을 개척한다!
                                                                       취리히 무역관 신 순 재 차장

스위스는 인구가 고작 780만에 불과한 소국이다.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보니 스위스는 일찍부터 대외 개방적 경제를 추진해 왔다. 수출이 스위스 GDP의 약 40% 차지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끊임없이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스위스가 FTA를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스위스는 일찍부터 산업 특화를 시작했다. 시계, 기계, 화학, 금융산업등 스위스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집중하고, 섬유, 자동차, IT등의 소비재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위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산업군을 바탕으로 FTA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비용을 감축하면서 해외 수출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반면 스위스 내수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스위스에서 어차피 관세가 낮거나 관세가 이미 없는 품목도 많은 상황이어서 FTA체결이 가격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더욱이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고품질 스위스 제품은 FTA를 통해 시장점유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수입제품들 간에 FTA를 체결한 국가와 그렇치 않은 국가 간에 간격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구도를 형성한다.

스위스 FTA, 유럽 내에서 점차 신흥시장으로 확대
스위스는 당초 FTA를 스위스 무역의 60%를 상회하는 유럽지역에 집중했었다. 이미 60년대에 EFTA회원국으로 가입하고 1990년 대 후반 EU(당시 EC)와 FTA를 넘어선 포괄적 자유경제무역협정 강화로 유럽통합에 동참하였다. 대체로 스위스는 유럽 지역 이외에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 등과, 또 한편 경제적 이유보다는 지리적 근접성, 정치적 연관성에 기인하여 FTA를 체결해 왔다. 그리하여 2011년 말 기준으로 무려 35개국과 26개 FTA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수출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커지고 세계경제의 주축이 아시아 등 유럽 이외 지역으로 이전해가면서 스위스의 전략도 점차 이들 신흥산업국들과의 FTA 체결에 점차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싱가포르, 홍콩과 FTA를 이미 체결한 상태이며, 우리나라와도 2006년 9월이후로 FTA 체결을 목표로 협상하고 있으며, 태국, 인도네시아와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편 일본과는 2009년 FTA를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경제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관세 철폐에서 지재권 보호 등 FTA 범위 확대
WTO 내에서 국제자유무역 다자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스위스는 FTA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며 우호적인 수출시장 여건 확보를 추진해 왔다. 즉 무관세 수출, 비관세장벽 철페 내지 감소, 수출대상국 제품 혹은 경쟁국 제품과의 동일한 대우, 접근이 어려웠던 신규 시장 개척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상 분야로는 공산품, 가공 농수산물이 주로 속한다.

그러나 금융, 원자재 거래 등 스위스가 강점을 지니는  서비스의 해외진출 확대, 스위스로의 투자유치 및 스위스 다국적 기업의 해외진출 여건 개선 등이 보다 중요해지면서 이들 분야로 FTA 협상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지재권 보호, 자유경쟁 보장 등 스위스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여권 영역까지도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위스의 교훈, 산업이 강해야 FTA가 효력을 발휘한다!
많은 나라에서 FTA는 시장개척의 기회인 반면, 내수시장의 경쟁 치열화로 자국기업들에게는 위협요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FTA 체결에 대해 찬성 및 반대하는 세력들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스위스의 경우는 특별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들 보다 뛰어난, 보다 가벼운 제품을 생산하여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스위스의 입장이다. 자신이 강한 분야는 키우고 약한 분야는 수입에 의존한다. 이러한 전략 때문에 스위스는 FTA를 활용하여 대부분의 경우 이익을 챙긴다.

어차피 비싼 고급 스위스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무관세로 비용을 보다 절약하면서 판매할 수 있다면, 게다가 FTA 대상국의 비관세장벽이 조금이라도 완화된 상태이며 스위스 메이드의 지재권이 보호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더할 수 없는 수출의 호기가 아니겠는가? 그런가 하면 스위스 국내에서 고부가 스위스제품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라면 팔리는 것이 스페인산인지 중국산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때는 수입업체들 사이의 경쟁 증가로 스위스 소비자들이 보다 우수한 제품을 보다 저렴한 제품에 구입할 수 있는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스위스 수출업체들은 수입 원·부자재에 큰 폭으로 의존하는데, FTA를 통한 수입여건의 개선은 결국 스위스업체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FTA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도 혹은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입장인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사례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제시해준다. 즉, 개방된 시장상황에서 치열한 국제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산업육성이 선행된다면, FTA가 실질적으로 경제와 소비자 복지에 기여하는 효자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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