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더 통관업 진출 허용’ 다시 수면 위로

7월 관세사 통관료 세금계산서 화주발행 ‘논란’
‘포워더 통관업 진출 허용’ 다시 수면 위로

 
 
포워더 업계가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관련 고시가 개정되면서 기존에 포워더가 발급해왔던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를 관세사가 화주에게 직접 발급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이는 거래당사자와 전혀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조치이자 부가가치세법에 어긋난다며 공정위 제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관세사회는 회원사들에게 세금계산서를 포워더에게 발급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일감을 유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포워더의 통관업 진출 허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을 둘러싸고 포워더와 관세사 간의 해묵은 갈등이 계속해서 재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초 신설된 ‘관세사의 직무수행 고시’에 따라 관세사들은 7월 1일부터 통관 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포워더가 아닌 화주에게 직접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포워더 업계는 부가가치세법과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협회를 중심으로 공정위 제소를 준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는 화주와 국제운송을 포괄계약하고 통관부분은 관세사에게 위임하여 해당 운임을 지불하고 이를 화주에게 일괄 청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즉 관세사는 통관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포워더 앞으로 발급하고, 포워더는 다시 화주에게 통관료를 포함한 전체 운송비용과 세금계산서를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관세청 “포워더 통관료 세금계산서 발행 금지”
그러나 올 2월 관세청은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통관수수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법’ 제 16조에 따라 실제 용역을 공급받는 자(수출입화주)에게 발급하도록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는 관세사의 독립적 업무수행과 수출입통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며 기존 포워더가 통관수수료를 전체 운송비용에 포함시켜 세금계산서로 발행하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편하고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포워더가 통합해 발행하는 세금계산서에 대해서도 해당 용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알고 각 용역에 대한 정확한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은 6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를 포워더가 아닌 화주에게 직접 발급토록 했으며 세금계산서 발급과 관련한 질의 및 응답사례를 정리하여 전국 세관과 무역협회, 국제물류협회 등에 통보했다. 관세청의 ‘통관 수수료 세금 계산서 발급 및 교부절차’에 따르면, DDP(관세미지급인도조건), EXW(공장인도조건) 등의 무역조건과 상관없이 관세사는 포워더에게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금지하고, 실제 용역을 공급받은 자인 화주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해야 한다. 기존처럼 포워더를 공급자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경우 관세사는 부가가치세법 위반으로 매입세액 불공제는 물론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된다.

포워더 업계는 거래관계 당사자를 배제한 관세청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포워더들의 단체인 국제물류협회 측은 포워더와 화주간의 일괄 복합운송계약에 의한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교부는 부가가치세법의 목적과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제물류협회 측은 “포워더가 화주에게 단순 소개해 통관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로서 관세사에 통관용역을 의뢰해 계약을 체결했다면 관세사는 포워더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지금까지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왔고 그간 탈루나 허위 매출신고 등 아무런 문제를 야기 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세사가 포워더에게 발행한 세금계산서가 실제와 다른 허위의 세금계산서라는 관세청의 주장은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의 기본 취지를 크게 벗어날 뿐 더러 동법 관련규정을 특정집단에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 운송인인 선사가 선하증권상의 거래당사자인 포워더를 배제하고 화주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겠다는 것과 똑같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전문자격사인 관세사가 수행하는 수출입통관 대행 업무는 포워더가 수임하거나 대행할 수 없는 것이며 포워더는 자신의 고객의 통관절차 업무를 관세사에게 단순 소개하거나 알선할 뿐”이라며 “따라서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용역을 실제로 공급받는 자인 화주에게 발급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 발행문제를 두고 국제물류협회, 관세청, 관세사회를 오간 공문들.
'통관 수수료 세금계산서' 발행문제를 두고 국제물류협회, 관세청, 관세사회를 오간 공문들.
국제물류협회 “일방적 조치, 공정위 제소 준비”
포워더 업계를 대표하는 국제물류협회와 관세사의 대표 단체인 관세사회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7월 1일부로 관세사들의 모임인 관세사회는 소속 관세사들에게 통관용역에 대한 세금계산서는 화주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발행토록 강제화했다.

화주 이외의 자에게 발급되는 세금계산서는 관세사회 통관프로그램에 자동 전송되도록 했으며 특히 관세사가 포워더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업무를 유치하는 경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윤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업무정지 등 강력한 징계를 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구하는 포워더에게는 매입세액을 불공제해 추징하고, 관세청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으며 세금계산서 부정 발급 및 소개알선 대가 수수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수출 EXW, 수입 DDP조건의 경우 세금계산서 발급을 면제했으며 세금계산서를 대체해 거래내역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에 국제물류협회 측은 “관세사회가 일방적으로 소속관세사로 하여금 통관료 세금계산서를 화주에게 직접 발급하도록 강제화하고 있다”면서 7월 11일 관세사회에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협회는 세금계산서 발급에 관한 사항은 관세사법이나 ‘관세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고시’가 아닌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했으며 관련 건의문을 국세청,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제출한 상태이다. 또한 관세사회나 소속 관세사들이 특수 수출입 조건인 DDP, EXW 조건으로 진행하고 해당 통관용역에 대해 세금계산서 대신 거래명세서로 청구하거나 통관수수료 세금계산서 발급을 거부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회원사의 신고를 요청했다.

협회 측은 국세청의 회신을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과 더불어 최후의 수단으로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 국세청에 ‘통관용역의 세금계산서 교부 관련 사안’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질의문을 보냈으며 9월 3일 국세청 법규과를 방문해 포워더의 역할과 업무내용을 설명했다”면서 “국세청이 법적해석을 거쳐 10월 초까지 회신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현명한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사회는 관세청의 고시개정을 그대로 따르는 것 뿐이라며 국제물류협회의 시정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원스톱물류서비스 차질, 화주 ‘불만’ 토로
세금계산서 발행을 놓고 포워더와 관세사가 벌이는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도 관세사회는 당시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통관료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포워더에 끊어주던 세금계산서를 화주에게 발행하기로 하여 포워더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에서 포워더가 화주에게 전체 운임을 청구할 때 수수료를 높이지는 말자는 내용으로 기존 관행은 무방하다는 권고가 나와 잠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고시 개정으로 포워더들이 직접 세금계산서 발급에 나설 수 없게 됨에 따라 특히 화주들이 포워더에게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화주는 포워더에게 통관을 비롯한 국제운송업무를 일괄적으로 위탁하고 편의상 포워더로부터 1장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있었으나 7월부터 개별적인 세금계산서 청구가 시작되자 혼란스럽고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한 포워더 업체 관계자는 “요즘 아주 머리가 아프다. 화주들도 예전처럼 일괄청구에 익숙하다 보니 개별적인 세금계산서가 귀찮다고 불만을 표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화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변경된 개정안에 따라 달라고 요청하는 포워더 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20여년간 관행으로 준수해왔던 것이 갑자기 바뀌니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문제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다만 이렇게 되면 포워더가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할 수 없다. 통관료 뿐 아니라 트럭킹, 창고보관료 등 다른 운임들도 모두 화주에게 직접 청구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고 우려를 표했다.

포워더-관세사는 갑을관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포워더와 관세사들의 도가 지나친 영업경쟁이 갈등의 불을 지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관세법인을 제외하고 영세한 관세사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포워더와 관세사의 관계가 마치 갑을관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포워더 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업력이 약한 관세사들 간에 고객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이 심했으며 일부에서는 물량확보를 위한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처럼 일부 포워더들이 낮은 요금에 관세사를 쉽게 바꾸는 등 경쟁을 부추긴 면도 있고 관세사가 고객유치를 위해 건당 얼마의 대가를 먼저 주기도 했다”면서 “예전에는 건당 통관 수수료가 1만 2,000~1만 5,000원 수준으로 낮았는데 7월부터 화주에게 세금계산서를 직접 발급하니 수수료가 3만원 정도로 현실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사의 세금계산서 발급문제는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인력이 부족한 영세한 관세법인 보다 대형 관세법인들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손에 꼽히는 대형관세법인들은 자체 화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히려 포워더와 연관 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많은 물량이 대형 관세법인에게 몰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워더 통관업 진출 허용해야
세금계산서 발급문제를 계기로 지난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왔던 포워더의 통관업 진출 허용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등장했다. 포워더 업계는 당장의 수익차원이 아니어도 통관업 취급을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는 통관취급법인 등록대상에 포워더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통관취급업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워더는 수출입화물의 국제물류 전 과정을 이행하고 있지만 국제물류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행정절차인 통관의 경우 관세사나 관세법인 또는 통관취급법인에게 위탁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포워더 업체 임원은 “포워더가 통관업을 못하는 것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지적한 후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통관업은 새 영역이 생기는 것이므로 꼭 허용되어야 한다. 할 수 있는 데 못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관세사법에 따르면, 통관업은 관세사·관세법인이 행하는 전문자격업이지만 예외적으로 △운송, 보관, 하역을 업으로 하는 법인 △이들 법인이 50/100 이상 출자한 법인 △물류정책기본법 제38조에 따라 인증을 받은 종합물류기업의 경우 통관취급법인을 설립해 통관업을 할 수 있다. 포워더 업계는 통관취급법인 허가대상인 운송, 보관 또는 하역업체는 국내 물류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반해 포워더는 국제일관수송을 이행하고 있음에도 통관업 취급이 불가한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에 국제물류협회는 관세사법 제19조를 개정하여 통관취급법인 기준에 △운송, 보관, 하역 또는 국제물류주선(포워더)을 업으로 하는 법인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인증기업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포워더의 경우 수출입화물 취급건수를 연간 2만건으로 제한하여 무분별한 통관취급법인 등록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포워더의 수출입화물 취급건수가 연간 2만건 이상인 경우 전체 업계의 50위권으로 추정되므로 무분별한 통관취급법인 등록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통관취급법인은 통관업을 행하는 사무소마다 1인 이상의 관세사를 두어야 하고 수출입신고 등 통관업무 보조를 위한 다수의 사무원을 채용해야 하므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부터 추진돼 온 포워더의 '통관업취급법인 제도개선' 경과자료.
1980년대부터 추진돼 온 포워더의 '통관업취급법인 제도개선' 경과자료.
“통관업, 관세사의 성역인가”
그러나 포워더의 통관업 진출을 둘러싸고 관세청과 관세사들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포워더와 관세사 양측은 오래전부터 통관업 허용 여부를 놓고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포워더들은 통관업무를 취급해야 국제복합일관수송의 원스톱 서비스 체제가 구축된다고 주장하지만 관세사들은 전문지식을 갖춘 관세사만이 통관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포워더 업체 관계자는 “현행 관세법은 관세청 퇴직공무원들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법처럼 느껴진다”면서 “통관업을 관세사들 스스로 성역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워더의 통관취급법인 제도개선 움직임이 계속되자 지난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제물류협회, 관세사회가 한 자리에 모여 관련 회의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포워더의 통관업이 허용됐을 경우 과연 최종 소비자인 화주에게 어떠한 이득이 가는지 또 시장에서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워더가 통관업을 통해 화주에게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물류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효과를 산술적으로 나타내기는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워더 중에서 통관취급법인을 갖고 관세사를 직원으로 고용해 자체적으로 통관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종합물류업체들로 여전히 대다수 순수 포워더들은 통관업무를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금 당장 포워더에게 통관업이 허용되어도 실제 업체들에게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관세사들이 자체 창고를 보유하고 화주 영업을 하며 자리 잡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과열경쟁에 끼어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 통관업무를 외주하는 것과 달리 실제 시장에 들어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관세사 고용 등 인건비와 영업비용이 더 들어간다”면서 “하지만 통관업 허용은 업계 전체 이익과 질적 향상이라는 차원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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