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위기 항만산업 ‘히든 카드’ 통할까
                                
(감만 통합운영사, 하역료 등록제 전환)


여전히 앞이 캄캄하다. 항만 물동량 성장률은 정체됐고, 하역료 덤핑으로 고통받는 항만운영사들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절대적인 물동량 정체도 문제지만,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항만하역사업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는 이러한 고질적인 항만산업의 문제를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이 실현된다. 북항에 통합 운영사가 출범하며, 항만운송사업법이 개정돼 무분별한 하역료 덤핑이 규제된다. 이들 정책이 암울한 항만산업을 살릴만한 ‘마지막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모든 항만관계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과 인천의 항만재개발은 정부에 의해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크루즈 산업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항만업계의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2014 항만산업 주요 이슈
△감만 통합운영사 출범, 부산 북항 구원투수 될까? △항만운송사업법 개정, 하역료 등록제 전환 덤핑 해결 △부산·인천 항만재개발, 가속운전? 과속운전? △급성장 크루즈 산업, 인천아시안게임 효과는?

 

 
 

감만 통합운영사 출범, 부산 북항 구원투수 될까?
2년여만에 통합된 감만부두 통합법인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부산북항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새해 출범될 예정인 감만부두 통합법인에 부산 항만업계는 물론 전국 항만운영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항만운영사의 경영수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았다. 2009년 부터 항만 물동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항만시설 과잉과 항만운영사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으로 항만시황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었던 부산북항은 부산신항의 최첨단 터미널이 속속 개장하면서 그나마 있던 물량을 빼앗기고 있어 정부와 업계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됐던 상황이었다.


정부가 꺼내들었던 부두 운영사 통합 카드는 그동안 난항을 거듭했었다. 2012년 9월 감만부두 운영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과 신감만부두 운영사인 동부익스프레스가 통합운영에 합의했지만 협상과정에서 동부익스프레스가 통합에서 빠지게 됐고, 이후 감만-신선대 부두 간 통합논의도 신선대 운영사인 CJ대한통운의 부채문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부산 북항 통합운영사 통합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채 감만부두 3개 운영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의 통합으로 결론났다. 이들 운영사는 지난해 연말까지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목표였지만 세부사항 조율문제로 새해까지 연기된 상태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감만 통합법인 출범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늦어도 연초에는 출범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기사시점, 2013년 12월 24일)
 

비록 ‘반쪽 통합’으로 결론났지만, 이번 통합은 수차례 무산됐던 운영사간의 합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실제로 감만부두 운영사들은 이번 통합이 부두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줄여 운영여건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법인의 지분율은 3개 회사가 33.3%씩 나눠 가지며, 감만부두 총 4개 선석 중 우선 3개 선석만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항만공사와 통합법인 측은 △1년간 부두 임대료 15% 감면 △1년간 임대료 15% 납부 유예에 합의했고, 임대료 감면과 유예율은 추후 용역을 통해 재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어렵고 어렵게’ 부산 북항에 통합운영사가 출범하게 됐다. 통합법인은 사실 정부와 업계가 부산 북항 운영사들을 살리기 위해 짜냈던 방법 중의 ‘마지막 보루’이다. 2014년 항만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슈가 감만 통합법인의 출범이라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국내 항만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 운영사가 나락으로 떨어진 북항 하역료를 현실화시키고 운영사 과당경쟁 완화에 기대이상의 역할을 해준다면, 국내 항만 하역시장의 시설과잉과 운영사 난립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만운송사업법 개정, 하역료 등록제 전환 덤핑 해결
북항 통합운영 법인 출범과 함께 항만업계가 기대하는 것은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이다.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현행 하역요금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해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것.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극심한 하역료 덤핑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현재 부산북항 기준 항만 하역료는 일본의 1/3,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화물을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이는 항만시설과 운영사의 과잉으로 인한 과당경쟁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업계와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급격한 자율화·개방화 물결 속에서, 불과 몇년사이에 항만운영사는 급격하게 불어났다. 그동안 민간 사업자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업계는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 지난해부터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컨테이너 하역요금 관리체계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해 하역시장 안정화를 도모겠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올해 1월 정부 부총리실의 규제심사가 진행될 예정이고, 올 7월에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컨테이너 하역요금의 경우 다른 화물과는 달리 신고제로 운영돼 지나친 하역요금 경쟁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불가능했다. 정부는 하역요금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업체의 인가요금과 등록기준 등 준수여부에 대한 정부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해 시장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우선 동 법안의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이 선화주의 입김이 강한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로 항만운영사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는 배는 정해져 있는데 터미널은 많다. 하역료 덤핑도 결국 선화주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데, 규제가 운영사에만 집중된다면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운영사의 하역요금 덤핑 규제와 함께 선화주의 무리한 요구도 함께 컨트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인천 항만재개발, 가속운전? 과속운전?
새해 부산항과 인천항은 각각 부산북항, 인천내항 재개발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도 쌓여있는 상황이다. 부산항의 경우, 현재 1~4부두와 중앙부두는 북항재개발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고,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인 자성대 부두도 재개발 공사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북항 2단계 재개발도 당장 올해부터 사업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북항 2단계 재개발을 오는 2020년 이후로 계획하고, 2017년부터 사업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부산 북항을 방문한 대통령이 2단계 재개발 조기시행 검토를 지시하면서 해수부는 관련 TF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해수부는 우선 올해 ‘북항재개발 2단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용역 내용에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시기 △재개발 콘셉트 △사업 주체와 방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항 2단계 조기 재개발을 위해서는 남은 문제가 많다. 북항 2단계 사업 부지인 자성대부두의 경우 현재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허치슨과의 부두 임대 계약 만료 기간이 오는 2019년까지로 돼 있다. 계약기간 만료 전에 재개발에 착수하게 될 경우, 대체부두 제공이나 항운노조원 보상 문제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불거진 1단계 매립지 귀속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북항재개발 대상지역 중 49%에 해당하는 74만 9,000㎡의 공유수면매립지의 소유권과 관련 매립사업자인 부산항만공사와 정부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 BPA는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공사비인 4,366억원에 해당하는 16만 6,000㎡을 무상취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해수부는 매립법상 공사비 외의 매립지를 무상으로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사업시행기관인 BPA와 상급기관인 해수부가 갈등을 빚으면서 한창 진행 중이었던 1단계 개발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인천 내항 재개발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해수부의 갑작스러운 인천내항 8부두 재개발 추진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5월까지 인천내항 재개발 계획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2020년 이후 재개발을 생각했던 인천 항만업계는 대체부두 마련과 근로자 보상문제의 선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부터 인천 내항 8부두는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된다면 동 부두 운영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영진공사, CJ대한통운, 대주중공업 등은 북항으로 이전하거나 2015년 개장할 신항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해수부의 인천내항 재개발 조기 추진이 여론에 밀려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천 항만업계가 납득할만한 대안부터 내놔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급성장 크루즈 산업, 인천아시안게임 효과는?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크루즈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올해는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호재가 있어 국내 크루즈 산업의 큰 성장이 기대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은 전년대비 2.8배 증가한 79만 5,603명이며, 414회의 크루즈가 제주·부산·인천항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크루즈 관광객의 국내 소비액은 4,400억원을 초과해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에도 국내 항만에 기항하는 크루즈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파악한 올해 크루즈선 입항횟수는 작년대비 30%늘어난 537회이며, 여객수는 94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 여행객 100만명 시대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다. 이처럼 크루즈선 입항 증가는 한류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악화된 중일관계로 인한 반사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입국한 크루즈 관광객의 84%인 63만명이 중국인이라는 점도 이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 9월 개최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도 크루즈 관광객 증가에 한 몫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의 올림픽’인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개최됨으로써, 벌써부터 인천지역 여행업계는 아시안게임을 연계한 크루즈 관광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은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세계 스포츠의 최강국이면서, 국내 크루즈 관광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인천항만공사IPA도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국제여객터미널 2선석을 크루즈 전용부두로 임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내 최대 크루즈 관광지인 제주도도 ‘2016년 크루즈 관광객 100만명 시대’에 이어 2020년 200만명 시대를 여는 ‘동북아 크루즈 관광의 허브 도약 프로젝트’를 지난해 수립했다. 제주도는 2015년 3월까지 제주외항 10부두에 크루즈 및 국제카페리 전용선석 1곳을 건설하고, 7월까지 제주국제크루즈여객터미널을 건립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외국 크루즈선사가 부산항에서 여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사의 마리너호(13만7,000t)가 3차례에 걸쳐 5,000여 명의 여객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날로 성장하고 있는 크루즈 산업은 침체에 늪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항만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성장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크루즈 상품 개발은 물론, 각 항만에 건설될 예정인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적기에 구축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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