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하역사들의 경영수지를 제고하기 위해 ‘항만하역료 인가제 전환’ 카드를 빼냈다.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추진될 하역료 인가제 전환으로 항만 운영사들의 과당 경쟁을 막고, 하역요금의 덤핑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항만 하역사들은 “선화주에 대한 규제 장치도 필요하다”며 정부의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으며, 선사들은 “일방적인 정부정책으로 국적 선사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화주들도 “화주와의 협의가 없었다”면서 동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부두운영사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하역료를 인가제로 바꾸는 내용의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현행 하역요금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고 정부의 감독권한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항만하역사업 정책은 1997년을 기점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해 항만하역사업의 현대화와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을 유도했다. TOC제도 도입, 하역업 면허제에서 등록업으로 전환, 컨테이너요금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등이 그간 완화된 대표적인 규제이다.

 

97년 항만사업 규제완화로 하역사수 123%↑과당경쟁 심화
규제완화로 인해 항만 장비의 현대화는 많은 진척을 보였다. 그러나 그로인한 부작용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1997년 170개사에 불과했던 항만하역사가 2012년 379개사로 123% 넘게 증가한 것. 이는 결국 항만하역시장의 과당경쟁을 촉발하게 됐다. 같은 기간 물동량은 4억 6,000만톤에서 9억 4,000만톤 105% 증가해 운영사의 증가량을 물동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하역사간 과당경쟁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날로 강화되는 선화주의 지위로 인한 하역요율 인하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부산북항 기준 항만 하역료는 일본의 1/3,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화물을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혹자는 제요금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시장 논리상 하역사는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취급 물량이 뺏겨 부두운영을 멈춰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요금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하역사가 물량이 없어 부두운영을 멈출 경우 하루 100원을 손해본다면 요금을 인하해서라도 물량을 유치하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 업계 자율에 맡겼던 컨테이너 하역요금 관리체계를 인가제로 전환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개입을 통해 폭락하고 있는 컨테이너 하역요율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항만운송법개정안은 현재 정부 부총리실의 규제심사가 진행 중이며, 올 7월부터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항만업계 “개정안 환영하지만... 선화주 관리제도 보완 필요”
항만업계는 우선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항만물류협회 측은 “항만운송사업법 개정 추진으로 정부의 적정한 통제가 기대되지만 이러한 통제가 하역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하역료 덤핑의 주요 원인인 선화주 요금인하 요구를 근절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추가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협회 관계자는 외국적선사로 인한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면서 “실례로 부산북항 컨테이너 터미널 6개 운영사의 경우, 08년부터 13년까지 약 1,100명의 인원을 조정하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나, 부산항에서 1,000만teu 이상을 취급해 60% 이상의 컨테이너 점유율을 나타내는 외국적 선사는 연간 1,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 계산이 부산북항의 하역료가 다른 외국항만보다 만원 저렴하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인데, 실제로 만원만 저렴하겠는가”라고 한 세미나에서 밝히기도 했다.


항만업계에서는 선화주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요금인하 요구를 막기 위해서는 선화주를 관리할 수 있는 양벌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에서도 선화주에 대한 양벌규정이 논의됐으나, 최종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선화주의 반발을 고려해 양벌규정은 제외됐다”면서, “당장은 선화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입법예고 중에도 많은 의견이 반영될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민자-재정부두간 형평성 유지 필요,
“항만물류부문 공생발전협의회 구성 제안”

민자부두와 재정부두간 차별적 도입도 지적되고 있다. 항만운송사업법이 개정돼 인가제로 전환되더라도 민간투자사업법에 의해 건설된 부두의 컨테이너 하역요금은 무상사용기한과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가제 적용을 할 수없기 때문. 결국 컨테이너 요금 인가제는 정부 재정부두에 한할 수 밖에 없고, 민자부두는 기존 신고제를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항만협회 측은 “같은 지역에서 민투법에 의해 건설된 부두는 신고요금을, 재정부두는 인가요금을 적용받게 될 경우의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또한 상대적으로 요금 유연성을 가진 민자부두와 그렇지 못한 재정부두의 요금차이로 인한 시장질서의 붕괴도 우려된다. 민자부두의 신고요금과 인가요금간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항만물류부문 공생발전 협의회 구성도 제안됐다. 항만물류협회는 “2012년에 대한상공회의소, 정부, 화주, 물류기업이 주축이 돼 물류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화주·물류기업 공생발전 협의체가 발족됐지만 육상부문에만 치중된 실정”이라면서, “항만물류업계도 해양수산부, 선화주, 하역업계가 함께하는 ‘항만물류부문 공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항만하역 표준계약서 작성과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논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선주협회 ‘개정안 반대’, “국내 선사만 비싼 요율 피해볼 것”
무역협회 “이해관계자 합의 없이 정부 일방적 드라이브”

항만하역업계가 항만운송사업법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화주 업계는 이번 법 개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선사를 대변하는 한국선주협회와 화주를 대변하고 있는 무역협회 물류협력실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선주협회는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에 대한 선사의 의견을 모았으며, 이와 관련한 대책회의도 1월 10일 열어 ‘반대’ 의견서를 해수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항만 하역료 덤핑의 경우 부산 북항의 문제인데, 이를 인가제화 함으로써 항만 하역요율 인상이 전체 항만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선사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외국 선사의 경우 하역요율이 비싸지면 보다 싼 하역요율을 제시하는 항만으로 기항지를 변경할 수 있으나, 국내 선사들은 우리 항만을 모항으로 하기 때문에 비싼 요율을 뒤집어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선주협회는 조만간 정부 관계자와 함께 회의를 갖고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화주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류기획실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개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화주와의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이와 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은 아직까지 선화주는 물론 항만 하역사들에게도 ‘열렬한 환영’은 못받고 있다. 선화주는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하역사들은 인가제 전환에는 동의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완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것. 정부 측은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므로, 업계간의 협의를 통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인가제 전환 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확실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하역사와 선사 모두 어려운 시기라는 점이다. 관련 업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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