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상 선주의 운임수취권과 계약유치권 행사 요건

-The Bulk Chile[2013] 판결을 중심으로-

정기용선 계약 하에서 용선자의 용선료 미지급으로 인한 미수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 수 있다. 그 중 선주는 자신이 운송인으로 기명된 선하증권을 바탕으로 송하인에게 운임을 자신에게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또한 계약서에 기재된 계약유치권을 행사하여 운임을 징구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최근 영국 판결인 The Bulk Chile[2013]1)에서, 영국 항소법원은 1심판결에 따라, 선주에게 운임 직접청구권과 계약유치권의 적법한 행사를 인정하였다.
동 판결을 통하여 선주에게 부여된 운임 직접청구권의 성질과 계약유치권의 행사 요건을 검토하고자 한다.2)
 

<사실의 개요>
벌크 칠레(The Bulk Chile)호의 선주인 D사는 정기용선자인 C사와 정기용선계약을 맺었고, 곧 K-해운이 재용선 하였다. K-해운은 F사와 1항차 정기용선계약(Trip T/C)을 맺었으며 F사는 M사와 항해용선계약(Voyage C/P)을 맺었다.
C사와 K해운(T/C), K해운과 F사(Trip T/C) 두 계약은 모두 NYPE 1946 form을 사용하였으며, 해당 계약서 제 18조에는 - 선주는 동 용선계약하에서 수령해야 할 금원에 대해서는 모든 화물과 모든 sub-freight에 대하여 유치권을 갖는다 - 라고 되어 있었다.

해당 항차에서 총 3통의 선주 선하증권(Owners' bill)이 발행되었는데, 송하인은 M사로 기재되어 있었다. 선하증권상 운임은 F사와 M사간의 운송계약에 따라 지급(freight payable as per Charterparty)되기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운임은 선불지급(freight pre-paid)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그러하지 아니하였다.
2011년 K-해운의 회생절차로 인해 용선료 지급이 중단되자, D사와 C사는 F사와 M사에게 화물과 운임에 대하여 정기용선 계약에 따른 유치권 행사를 통보하였다.(Notice of Lien). 이와는 별개로, D사는 M사에 선하증권에 기한 운임이 아직 지급되지 아니하였다면, 운임을 F사가 아닌 자신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M사는 이후 운임을 F사에게 지급하였으며, 이에 D사와 C사는 F사와 M사에게 운임을 청구하였다.
 

<당사자의 주장>
1. 선하증권에 기한 운송인의 운임청구권

D사와 C사(이하 원고)는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은 송하인에게 운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두 번의 유치권 행사 통보로 인하여 피고간의 운임 지급을 정지시켰다고 주장하였다.
F사와 M사(이하 피고)는 선하증권에는 항해용선계약이 편입되어 있으며, 선하증권 전면에는 피고 간의 계약에 따라 운임이 지급된다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있으므로 이 경우 운임수취권은 피고간 계약(항해용선계약)의 선주에 해당하는 F사에 있으며 원고는 운임을 수취할 권리가 없음을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의 유치권 행사 통보는 정기용선계약의 계약유치권에 기한 통보이지, 선하증권에 기한 운임지급 통보가 아니며, 그 내용에는 원고가 받을 채권이 지급기한이 되었음을 알리는 명확한 표현이 없으므로 피고간의 운임의 지급을 정지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2. 계약유치권 행사의 요건
원고 중 1인인 C사는 피고들에게 각각 재용선료(sub-hire)와 운임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다.
피고는 정기용선계약 18조에는 재용선료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였으며, 유치권 행사 통보문구에는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1. 미지급금이 잘못 기재되어 있음.
2. 주장하는 미지금금의 내용과 근거가 없음
3. 운임지급의 이행기가 도래되지 않았음
 

<법원의 판단>
1. 운임청구권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선하증권이 선주 선하증권으로 발행된 사실에 주목하였다. 선주 선하증권상 송하인은 운송인에게 운임지급 의무가 있으며, 선주 선하증권의 운송인은 선주이므로 송하인인 M사는 선주인 D사에 운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운임이 실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송하인은 선불운임규정이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있음을 이유로 항변하지 못한다고 판시하였다.

선하증권에 항해용선계약이 편입되어 있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선주는 선하증권에 기해 운임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항해용선계약에서 운임을 받을 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단순한 항해용선계약의 편입는 선주의 운임청구권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선주의 운임수취권은 정기용선계약(NYPE 1946) 제 18조에 규정된 계약유치권과 성질이 다르므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용선료의 미지급등의 사유와 상관없이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2심에서는 1심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비록 선주 선하증권상에 운임을 선주(운송인)가 아닌 정기용선자등의 제 3자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제 3자는 선주를 대리하여 운임을 수취할 뿐, 그가 자신의 권리로 운임을 수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여 1심 판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주의 운임수취권을 보호하였다.
 

2. 계약유치권의 행사 요건
법원은 당해 정기용선계약서 18조에는 유치권의 행사 채권에 재용선료(sub-hire)가 없음을 들어, F사가 K-해운에 지급할 용선료는 유치권 행사의 대상은 될 수 없으나, 운임(sub-freight)는 가능하다고 보았다.
계약유치권 행사에 대하여 법원은 계약유치권 행사 통지에 대해 검토 후 계약유치권이 행사되기 위해선 유치권 통지에 다음 4가지 사항이 적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1. 선주는 용선자와 재용선자의 채권에 대한 양수인임.
2. 위 채권는 양수되었음
3. 위 양수금액은 선주와의 용선계약에 따라 지급 기한이 되었음
4. 위 양수된 채권을 직접 선주에게 지급할 것을 요청함.
 

법원은 위 4가지 요소를 갖추면 충분하며, 특별한 양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액수의 정확성이나 양수된 채무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피고는 정기용선계약 18조의 해석상 운임지급의 이행기가 도래된 경우에만 계약유치권이 성립되며, 계약유치권 통보는 운임지급의 이행기가 도래되기 전에 전달이 되었으므로 유효한 통보가 아님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법원의 판단은, 18조는 운임의 이행기를 조건으로 하지 않으며, 미래채권에 대한 양도도 가능함을 근거로 하였다.
 

<결 론>
위 사항을 근거로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할 것을 판결하였다.
 

<대상판결의 해석 및 소결>
운임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기용선자이자 항해용선계약서상의 선주가 수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대상판결은 선주에게도 선하증권에 기한 직접 운임청구권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정기용선계약 18조의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유치권행사 통보에 포함될 내용을 적시함으로써 유치권 행사 통보의 유효성을 판단케 하는 잣대를 제공한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동 판결의 근간은 선하증권이 선주 선하증권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용선자나 제 3자가 운송인으로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경우, 대상판례대로 선박의 소유자가 운임에 대해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대상판결의 취지를 살펴본다면 용선자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임수취권은 선주가 아닌 용선자에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상판결에서 운임지급에 관한 권리의무는 선하증권상 기재된 송하인과 운송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항소심에서 의견을 개진한 것과 같이, 정기용선계약서상에 운임의 수취대상자를 명백히 기재한 경우에는, 용선자가 선주의 운임수취권 행사를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계약유치권의 행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3)

대상판결로 선주는 미납 용선료등의 미수채권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운임의 직접청구권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대상판결에서의 피고인 M사는 운임의 직접청구권에 기하여 D사에게, 또는 계약유치권에 의해 C사에게 운임을 지급하여야 하는 손실을 안게 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운임지급의 주체인 항해용선계약의 용선자이자 송하인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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