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국 3천명 선수 장비·물품 운송 ‘분주’
러 운송인프라 구축, 글로벌업체는 각국 물류전담

지구촌을 웃고 울게 했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3회 연속 10위권 진입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전 국민의 열띤 응원 속에서 출전선수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전 세계가 소치올림픽의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그 이면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물류’다. 러시아는 올림픽 이전에 운송인프라 구축을 완료했으며 글로벌 물류업체들은 각국 대표팀의 파트너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장비와 각종 물품들이 경기장까지 정시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도왔다. 소치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전 세계서 몰려드는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물류활동을 살펴본다.

 
 
거대물류…전 세계서 소치로 모였다
소치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있어 물류는 보이지 않는 동맥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미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전 세계에서 러시아 소치로 엄청난 물량의 화물들이 밀려들었다. 이에 러시아는 원활한 물류를 위한 운송인프라를 구축했으며 글로벌 물류업계도 해상·항공·육상운송과 택배, 우편, 철도, 물류센터 수배송 등 올림픽 개폐막 전후로 화물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이에 외신들은 동계올림픽의 물류는 “초대형 스케일로 발생할 수 있는 ‘악몽과 같은 끔찍한 일(night mare)’”로 묘사하기도 했다.

2월 7일부터 2월 2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는 전 세계 88개 국가에서 3,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소치올림픽은 올림픽 파크에 모인 7만 5,000명의 관객, 2만 5,000명의 스태프 및 자원봉사자, 1만 2,000명의 미디어 관계자를 비롯해 전 세계 30억명의 TV 시청자들이 지켜본 최대의 스포츠 축제였다. 3월 7일부터 16일까지는 소치에서 50개국 650여명의 선수를 포함한 1,3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장애인올림픽경기가 진행된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의 기쁨에 환호하는 선수들 뒤에는 그들의 피땀 어린 훈련 뿐 아니라 광범위한 물류활동이 저변에 깔려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부터 올림픽에 필요한 화물과 물품들이 해상, 항공, 철도, 육상 등 모든 운송루트를 통해 소치로 집결했으며 패키지, 파셀, 팔레트 등 다양한 형태로 소치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각국에서 소치로 들어오는 화물은 주로 올림픽 기간 활용될 스포츠 장비들을 포함하여 훈련용품, 소형화기 및 탄약, 방송 및 프레스 장비, 식품, 의약품, 컴퓨터 장비, 휴대용 라디오, 마케팅 도구, 기념품 등이 있다. 올림픽 경기장까지 운송되는 화물의 무게에는 제한이 없으며 모든 장비는 손상 및 분실에 대비해서 추가여분을 가져와야 한다. 올림픽 물량의 수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직위원회의 공식적인 집계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경기에서 물류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축에 속한다. 이번 소치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화물은 조직위원회와 러시아연방세관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관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양의 화물이 운송되는 지역은 올림픽 파크의 ‘애들러Adler’ 지역이고 다음은 ‘미디어센터’다.

소치올림픽은 2곳의 물류센터에서 대부분의 화물들이 처리되고 있다. 2,700㎡ 부지의 중앙물류센터는 올림픽 경기와 관련된 화물들을 보관 및 배송하는 거점으로 소치올림픽 물류의 허브역할을 맡고 있다. 8,400㎡ 부지의 IBC 물류센터는 주로 방송기자재와 장비를 보관하고 있으며 대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 물류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조직위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공식 물류회사를 지정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화물항공사로 ‘Aeroflot’, 철도 프레이트 서비스 공급업체로 ‘러시아 철도(Russian Railways)’, 보험사로 ‘Ingosstrakh’, 프레이트 포워더 및 통관업체로는 ‘퀴네앤드나겔’을 각각 선정했다. 이에 러시아 철도는 올림픽 물류를 위해 기존의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작업과 함께 새로운 역을 건설했으며 Aeroflot는 모스크바에서 소치로 가는 운항횟수를 일일 5회에서 15편으로 증편했다.

 
 
복잡한 물류규제, 까다로운 보안
러시아 소치지역은 올림픽이 열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물류 및 보안규정이 실시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집결한 팔레트와 패키지들을 처리하기 위해 프레이트 포워더나 통관브로커들은 그 지역에 익숙해져야 하고 물류의 복잡성을 인지하여 물류관련 규제를 철저하게 숙지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는 올림픽이 끝난 후 화물을 본국으로 반송하는데도 마찬가지다. 특히 썰매, 스케이트, 스노우보드 및 스키 등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장비들은 대부분 크고 무거우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비 운송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조직위에 따르면, 포워더는 운송적하목록을 보유하고 경기장의 보안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별한 시스템을 통해 배송을 진행해야 한다. 러시아의 수입상품과 관련해서는 화장품, 위생용품, 식품, 장비의 특정타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소형화기, 탄약 등을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할 때는 특별 허가가 있어야 한다.

소치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화물은 최종 목적지, 이름과 주소, 통관사무소 주소, 송하인 및 수탁인 이름, 숫자 및 무게를 반드시 기록해야 하고 운송 서류들도 최종 도착지까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한다. 나무로 포장된 상품은 개봉 전에 열처리 증명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올림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화물에 대한 물류활동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면서 올해 1분기 동안 소치 지역은 보안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만 7,000여명의 러시아연방보안기관과 로컬경찰들이 투입돼 올림픽 기간 범죄 및 테러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모든 배송차량은 등록을 통해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봉인된 화물들은 검색절차를 거쳐야 하며 불필요한 혼잡을 피하기 위해 할당된 전용도로에서만 이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림픽 전후로 소치에 화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허가 규제를 숙지해야 하며, 높아진 보안단계 및 규제에 따른 운송지연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품을 확보하거나 예정보다 빨리 운송하는 등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러, 물류인프라 구축 등 510억달러 투입
소치올림픽 개최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물류인프라 구축에 전방위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액인 510억달러를 투입했다. 러시아는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새로 지을 뿐 아니라 약 80억달러를 투입해 공항과 올림픽 경기장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시설 등 운송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교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교통특별법’을 발효해 소치역부터 리조트 구역까지 도시 중앙도로에 올림픽 전용도로를 신설했다. 각 도로에는 올림픽 전용 마크와 도로 표지판을 세웠으며 이를 통해 소치올림픽과 관련된 물류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했다. 또한 올림픽 전용 특별차선을 운영해 올림픽 기간에 다른 화물차는 진입할 수 없게 했으며 소치조직위의 특별 허가를 받은 차량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조직위는 만약의 눈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냉동 저장소를 만들어 비상용 눈을 보관했다. 소치는 그동안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역 중 가장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이에 조직위는 지난해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지 않도록 보온성이 좋은 특수 코팅막으로 감싸서 7개 거대 냉동 저장소에 45만톤의 눈을 보관한 바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림픽을 국가 총력 체제로 준비하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도약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치올림픽 폐막 후에 연 유지비만 약 20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퀴네앤드나겔·DHL·쉥커 등 스포츠 물류 활발
소치올림픽과 더불어 글로벌 물류업체들도 분주했다. 이중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공식 운송사로 선정된 퀴네앤드나겔은 지난 2008년 초 올림픽조직위와 계약을 체결하고 2009년부터 소치에 물류센터를 개장하여 각종 통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퀴네앤드나겔은 비엔나에서 소치올림픽 전담 코디네이션팀을 출범시키고 유럽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육상 화물을 책임지고 있으며 북미, 아시아태평양, 유럽, 소치의 물류거점을 통해 올림픽 및 장애인올림픽 모든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퀴네앤드나겔은 올림픽 개최준비에 필요한 프로젝트의 물류를 코디네이터하는 등 건설물류도 맡아왔다. 2009년부터 착수된 소치의 행사장 및 스포츠시설, 호텔, 주거, 비즈니스 지역 확장사업과 관련하여 프로젝트물류서비스를 진행해왔으며 2012년까지 총 63개의 프로젝트가 완공을 목표로 진행됐고 총 운송물량은 1억톤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소치국제공항 및 인접 항만과 인접해 있는 애들러 구역의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본국에서 최종 소치 목적지까지 해상·항공·육상 운송서비스를 포함한 국제 프레이트 포워딩 △러시아에서 모든 표준 통관 지역을 포함한 스탠다드 수입, 일시 수입, 통관 카르네(ATA 카르네), 올림픽 임시 허가 등 본국 내 통관서비스 △모스크바, 소치 공항, 노보로시스크 항만에서 최종 소치 목적지까지 창고보관, 핸들링, 패키징, 수배송, 컨테이너 및 모바일 크레인 임대 등 로컬 부가가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퀴네앤드나겔은 소치 물류시설을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소치는 흑해 연안 크라스노다르스크Krasnodarsky지역에 위치해 있어 미래 시장 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러시아 주요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분석했다.

DHL 익스프레스 UK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영국 올림픽 대표팀의 공식물류파트너로 선정돼 8톤에 달하는 선수단의 물품과 장비를 운송하는 성과를 올렸다. DHL은 영국 스톡포트에서 소치올림픽 경기장까지 항공과 해상으로 화물을 운송했으며 대표팀 개개인의 복장 및 장비를 배송했다.

영국 올림픽 대표팀 측은 “8톤 가량의 물품과 장비가 소치로 안전하게 정시에 운송되는 것은 우리의 경기운영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면서 “DHL의 물류지원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DHL측은 “물류는 어떤 스포츠에서나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역할한다”면서 “올림픽 물류는 복잡한 대형 스케일의 운영이지만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DHL은 오는 2015년 영국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Rugby World Cup 2015)’의 공식 물류파트너로도 지정된 바 있다.

국제임상 공급망솔루션 및 물류서비스 업체인 마켄Marken은 소치올림픽 기간 동안 긴급 배송을 지원하기 위해 훈련된 직원들을 대거 투입시키기도 했다. 마켄 측은 "소치에서 열린 22번째 동계 올림픽을 전 세계가 축하하는 동안 우리는 고객들의 물품배송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24시간 준비된 직원들과 필요한 요소들을 추가 배치해 배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물류업체 DB쉥커도 소치올림픽 독일관의 공식 물류파트너로 지정돼 활동을 펼쳤다. DB쉥커 스포츠 이벤트팀은 소치올림픽에 참여한 독일 선수단, 미디어, 정치단체 및 사업체들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여 국제운송, 통관, 로컬운송, 회수물류 등을 제공하고 있다. DB쉥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부터 독일 대표단의 공식 올림픽 물류파트너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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