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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manship
[489호] 2014년 05월 29일 (목) 16:45:07 이학헌 부산해사고등학교 교감 komares@chol.com

   
이학헌
부산해사고등학교 교감
세계적인 해운 컨설팅 기관인 영국의 클락슨(Clarkson)은 한국은 5,340만G/T의 선복량을 보유, 그리스,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해운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 해기사나 선원의 정신적 척도로서 시맨십(Seamanship)의 수준은 과연 우리나라가 세계적 해운국의 높은 순위에 부응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재난, 국민적 슬픔에 빠지게 된 최근의 선박 침몰 사고는 체계적인 조직이나 안전시스템 또는 대응매뉴얼이 없어서, 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모든 조직에서 리더십, 선박승무원의 시맨십의 부실이 근본적인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선박 조직체의 지속적 발전과 성공을 위한 구성원의 도덕적 척도로서 시맨십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리더십(leadership)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현상이지만 그것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약 80년~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기간의 연구 중에서 어떤 학자들은 리더십에 대한 정의가 5,000~8,000개에 이른다. 수많은 리더십에 대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합의된 것은 드물다. 합의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더십은 영향력이다’라는 것이다. 즉, 리더가 집단, 혹은 조직 및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성한 성과는 팔로어(follower)의 특성, 리더의 특성, 그리고 양자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의 특성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된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파워(power), 권력(authority), 관리(management), 통제(control) 등과 구별되지 않고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며, 조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창조적이고도 직접적인 힘으로 집단의 행동을 공동의 목표로 달성하도록 하는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이끌어가는 과정에서의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leadership)은 leader+ship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leader는 이끄는 사람이다. ship은 배라는 뜻인데 이 말은 17세기경에 스코틀랜드 군(軍)과 잉글랜드 군이 축구시합 중 패싸움이 발생했을 때 시합을 관전하고 있던 리처드 킹스턴 경이 “우리는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이다. 이 배(ship)를 침몰시켜서는 안 된다. 이 스포츠맨을 위한 배를...”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깊이 따져보지 않아도 이 구절에는 배에 탄 사람들, 즉 집단이나 조직, 혹은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무엇을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어느 조직에서나 그 구성원으로 일하면서 리더가 되고 싶은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을 리더로 키우고 싶어 하며, 또한 자녀들이 장차 훌륭한 리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장차 이 나라 이 사회에서 리더가 되라고 하는 훈화의 이면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소중한 의미를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훌륭한 사람이란 그 시대 상황에서 그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리더가 되고 싶다고 어느 날 갑자기 리더가 될 수 는 없다. 리더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노력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오랜 기간의 팔로어(follower)의 수련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팔로어(follower)로서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그는 훌륭한 리더(lead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은 최선을 다하는 정신, 상대를 존중하는 정신, 정정당당한 태도, 규칙을 지키는 태도 혹은 공정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하고 심판의 지시에 따르며,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맨십은 개인과 개인의 예절이기도 하며, 스포츠맨의 이상상(理想像)을 기술한 윤리 강령이며, 아마추어 스포츠맨이 명심해야 할 경기 정신으로 미국에서 규정한 스포츠맨십은 「△규칙을 지켜라,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라, △화를 내지 마라, △건강을 지켜라, △패했다고 낙심하지 마라, △승리에 도취하지 마라, △건강한 정신과 냉정한 마음을 가져라, △건강한 몸을 지녀라, △경기를 즐겨라」 등이다.
프로페셔널 스포츠와 같이 관중에게 보이기 위한 스포츠를 할 때 스포츠맨이 지녀야 할 공통의 정신 자세를 별개로 하여 경기를 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아마추어스포츠에서도 오늘날처럼 스포츠가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스포츠 본래의 정신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스포츠맨십은 운동가 정신 경기도(競技道) 등으로 번역되며, 유럽에서는 기사도정신(騎士道精神)이라고도 한다. 페어플레이(fair play)와 일체(一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리더에게는 리더십(leadership), 사장에게는 오너십(Ownership), 운동선수에겐 스포츠맨십(sportsmansh
ip), 선원에게는 시맨십(seamanship)이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시맨십(seamanship)은 이론적으로 묘박작업, 계류작업, 선박운용, 통신, 기관, 인명구조와 조난신호, 비상조치, 좌초와 좌주 조치, 긴급 상황, 비상 훈련, 예인, 화재 대응, 소방 진화, 선거 입거, 항해당직, 안전항해, 하역기기, 화물 적·양화취급, 갑판장비, 기상 예측, 수색 구조 등 선박의 운항과 관련된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맨십(seamanship)은 항해와 선박의 운용에 관한 기술적인 것을 넘어서 해기사나 선원으로서의 사명, 책임감, 리더십, 팔로어십 등 정신적인 부분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흔히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는 조난 선박에서의 시맨십을 보여준 유명한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에는 국민 모두가 긍지를 가지고 지켜 내려오는 전통 중의 하나가 “버큰헤드호를 기억하라!(Remember Birkenhead!)”이다.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나면 선원들이나 승객들은 서로 상대방의 귀에 대고 조용하고 침착한 음성으로 “Remember Birkenhead!”라고 속삭인다. 해양 국가인 영국의 해군에서 만들어진 이 전통 덕분에 오늘날까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명이 죽음을 모면해왔다. 일찍이 인류가 만든 많은 전통 가운데 이처럼 지키기 어려운, 또 이처럼 고귀한 전통도 아마 다시는 없을 것이다. 이는 실로 인간으로는 최대한의 자제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62년 전인, 1852년 영국 해군의 자랑으로 일컬어지고 있던 수송선 ‘버큰헤드' 호가 사병들과 그 가족 등 130명의 아녀자를 포함하여 630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항해하던 중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으로부터 약 35마일 위치(사나운 상어가 우글거리는 해상)에서 좌초된 사건이다. 배는 완전히 허리통이 끊겨 침몰되고, 사람들은 가까스로 배의 뒤쪽으로 피신했지만 모두의 생명은 경각에 달려 있었다. 병사들은 거의 모두가 신병들이었고 몇 안 되는 장교들도 그다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관들이었다. 남아 있는 구조선은 3척밖에 없었는데 1척당 정원이 60명이니까 구조될 수 있는 사람은 180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반 토막이 난 ‘버큰헤드 호’는 점차 물속으로 가라앉고, 설상가상으로 풍랑은 더욱더 높아져 죽음에 직면해 있는 승객들의 절망적인 공포는 이제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아래서도 승객들은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수백 명의 병사들은 시드니 세튼 대령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에게 갑판에 집합하여 마치 훈련을 할 때처럼 민첩하게 열을 정돈하고 나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한쪽 편에서는 횃불을 밝히고 아녀자들을 3척의 구명정으로 하선시켰다.

마지막 구명정이 그 배를 떠날 때까지 갑판 위의 사병들은 사열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구명정에 옮겨 타 일단 생명을 건진 부녀자들은 갑판 위에서 의연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버큰헤드'호가 파도에 휩쓸려 완전히 침몰하면서 병사들의 머리도 모두 물속으로 잠겨들었다. 얼마 후에 몇 사람이 수면 위로 떠올라왔다. 용케 물속에서 활대나 나무판자를 잡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날 오후 구조선이 그곳에 도착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출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사령관 세튼 대령을 포함하여 436명의 목숨이 수장된 다음의 일이었다. 목숨을 건진 존 우라이트 대위는 나중에 이렇게 술회했다. “모든 장병들의 의연한 태도는 최선의 훈련에 의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누구나 명령대로 움직였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명령이라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모두 잘 알면서도 마치 승선 명령이나 되는 것처럼 철저하게 준수하였다.”

이 사건은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버큰헤드'호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기념비가 각지에 세워졌다. 이전까지는 배가 해상에서 조난될 경우 저마다 제 목숨부터 구하려고 큰 소동을 벌이고는 했다. 즉, 힘센 자들이 구명정을 먼저 타고 연약한 어린이와 아녀자들이 남아 죽어야 했다. ‘여자와 어린이가 먼저’라는 훌륭한 전통이 1852년의 ‘버큰헤드'호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 이후 죽음 앞에서도 명예롭고 의연하게 혼란을 축소함으로써 여자와 어린이는 물론 수많은 인명을 살려낸 것이다.
 

Alfred Lansing의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ENDURANCE』에 따르면,  “계획은 사람이 세우되,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는 신념의 소유자, 섀클턴 자신을 포함하여, 켐브리지 대학 강사에서 요크셔의 어부까지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28명의 대원과 69마리의 에스키모(눈썰매) 개와 함께 승선하여 1914년 8월 5일 ‘인듀어런스’호는 영국 플라이마우스에서 출항, 1914년 10월 9일 ‘부에노스아이레스’항에 도착하게 된다.

   
 
1914년 10월 26일 남아메리카 최남단 무인도 사우스조지아 섬을 향해 ‘부에노스아이레스’항을 출항, 1914년 11월 5일 사우스조지아 섬의 그리트 비켄 포경기지에 도착한 후, 1914년 12월 7일 선더스 섬과 캔들마스 화산 사이를 통과하면서 1915년 11월 21일 ‘인듀어런스’호의 침몰에 이어, 오션 캠프를 거쳐 페이션스 캠프(인내의 캠프)를 떠나 엘리펀트 섬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497일이란 긴 시간 만에 땅을 밟게 되는 과정과 1916년 8월 30일 오후 2시 15분 28명 전원이 구조되기까지 고독과 절망, 추위와 파도, 부빙과 눈보라, 어둠과 적막, 죽음의 공포 속에서 탈출하는 인간의 인내의 한계와 용기와 희망과 그리고 운명의 법칙을 거부하며, 문명 세계와 빙벽으로 차단된 얼음 위에서의 삶의 고투와 부빙 감옥으로부터의 그 처절한 탈출 현장을 숨 막히게 서술하고 있는 실화이다. 여기서 섀클턴은 리더십과 시맨십이 무엇인가를 497일 생활 속에서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선장의 리더십과 시맨십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유정충 선장의 이야기가 있다. 속초 선적의 100t급 어선인 602 하나호는 1990년 3월 1일 오후 1시, 북위 27도, 동경 123도 제주도 서남방 370마일 지점에서 초속 15~20m 강풍, 4~5m 파도 속에서 13인승 구명뗏목에 선원 21명을 모두 구사일생으로 무사히 구조시키고 선장 자신은 반쯤 잠긴 조타실에서 혼자 오른 손으로 기울어져 가는 배의 타(舵)를 잡고 왼손으로는 SSB 30W 수동식 무전기를 붙잡고 “여기는 602 하나호, 배가 침몰한다! 602 하나호, 배가 침몰...”라는 말을 다 끝내지 못한 채 하나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해 3월 9일 속초에서 최초의 60만 어민장이 시신 없이 거행되었으며 정부는 고 유정충 선장에게 국민훈장목련장을 추서하였다. 또한, 유정충 선장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자 설립된 기념 사업회는 이듬해 속초에 추모 동상을 건립하였다. 매년 5월에 강원도 속초 엑스포공원의 유정충 선장 동상 앞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선박의 추진력을 효율적으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노(櫓)가 등장한 노선(櫓船)시대부터 범선시대, 동력선시대로 이어져 현재 상선 대부분은 디젤엔진, 가스터빈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선박은 친환경 동력에 정보기술(IT) 운항시스템을 탑재한 ‘그린 스마트 선박’이 개발될 것이다. 레이더, GPS 등으로 전천후 선박의 위치 측정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전자해도(ECDIS)표준(1986), 전자해도제작 기준(S-57/1996)을 마련하여 현재 대부분의 선박에서의 전자해도 이용하고 있고, GPS, Gyro-Compass를 비롯한 항해계기들을 통합·운영하면서 TNS(Total Navigation System) 또는 INS(Integrated Navigation System)가 개발 및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기를 거듭하면서 선박의 구조, 강도, 추진동력, 항해술 등 선박의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 선박의 안정성(stability)과 감항성(seaworthiness)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한 국제적 협약, 규칙과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기술 발달과 소프트웨어적인 규제 역시 모두 인간이 조작하고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 발달 수준만큼이나 선박을 운영·관리하는 선원의 기본소양, 직업의식과 책임윤리로 대표되는 시맨십(seamanship)이 더욱 절실히 강조되어야 하는 오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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