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운송’ 역량 확보로 틈새시장 노린다

 
 
전 세계 에너지플랜트 수요 안정적… 중동→亞·아프리카 다변화
중량물 선사 장악한 해상운송 대신 미개척 ‘내륙운송’ 주목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해외로 나가는 플랜트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포워더들이 플랜트 프로젝트 물류시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화공 중심의 플랜트가 신재생에너지 플랜트로 다양화되고 수주지역도 중동에서 서아프리카, 중남미로 다변화되면서 포워딩 업체에게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포워더들은 중량물 선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해상운송 대신 미개척 분야인 내륙운송에 초점을 두고 철저한 시장분석과 관련지식의 습득으로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

‘제 2의 중동붐’…플랜트 수주 4년 연속 600억불 넘어
국내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해외 플랜트 수주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플랜트 업계는 2010년 645억달러, 2011년 650억달러, 2012년 648억달러, 2013년 637억달러의 해외수주를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600억달러 이상 수주를 기록함으로 안정적인 호조세에 진입했다.

2007년부터 ‘제 2의 중동 붐’이 불면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지의 국내 EPC(설계런만킹시공) 프로젝트 수주가 점점 활기를 띄었고 규모도 갈수록 대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는 5억달러 이상 대형 프로젝트가 전체 수주의 84%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최근에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 SK건설, GS건설 등이 10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해외에서 잇따라 수주했다. 올 4월에는 국내 5개 대형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쿠웨이트에서 71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공사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특히 전 세계 전력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기존 화공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지에서 발전 프로젝트의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 EPC사들도 발전소 플랜트 수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UAE 원전 등 원전관련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셰일가스 등 신규에너지와 관련하여 캐나다, 미국, 중국 등의 지역에서 플랜트 증가가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캐나다 온타리오지역의 풍력 및 태양광 복합발전 단지 개발사업을 50억달러 규모에 수주한 바 있다.

플랜트 수주 지역도 다양화됐다. 중동 중심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로 플랜트 수주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수주액 중 중동지역의 비중은 2010년 59.1%에서 2011년 38%, 2012년 32.3%를 보였으며 지역별로는 아시아(17.9%), 아프리카(32.1%) 등의 고른 수주 상승세가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부터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 발 어닝쇼크를 겪으면서 수주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이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대형프로젝트지만 저가 수주가 많았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플랜트 물류 ‘적기운송’ 최우선
플랜트 프로젝트가 대형화되는 만큼 관련 기자재를 운송하는 프로젝트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프로젝트 물류란 플랜트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중량화물 및 기자재 등을 공사 일정에 맞춰 원산지에서 해상 및 육상을 통해 현장으로 수송·공급하는 특수물류이다.

운송품목의 대다수가 벌크화물 단위의 플랜트 기자재이며 초중량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선적 가능한 선박이 한정적이다. 주로 부정기선 스케줄이고 메인 서비스 지역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발전 플랜트의 경우 정규 서비스 루트가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또 해외 발주처가 기자재 벤더선을 노미Nomi하는 경우가 많고 삼국 간 형태의 선적이 많은 편이다. 벌크 선적과 부정기선 이용 등 물류 리스크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랜트 물류는 선적 후 관리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플랜트 물류는 리드타임 관리를 바탕으로 한 ‘적기운송’이 관건이다. 프로젝트 장소까지 적기운송이 되지 않으면 대규모 플랜트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추가비용의 발생이 불가피해진다.

프로젝트 물류는 해상운송 뿐 아니라 프로젝트 포워딩, 엔지니어링, 육상운송, 하역, 설치시공 등이 결합돼 있는 까다로운 운송에 속한다. 중량물 운반특수선, 마케팅 능력 등이 요구되므로 포워더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스위스 포워딩 업체인 판알피나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수요에 따라 중량물 프로젝트사업의 수익이 전년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알피나는 2002년 전 세계 400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중량물 전담팀을 설립했으며 현재 중동, 호주, 남미, 미국 등지에서 40개의 프로젝트 물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스피안해의 아제르바이젠에서 BP의 오프쇼어 석유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회사 측은 “우리는 인력개발과 효율성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새로운 운송루트를 만들고 단일 프로젝트를 처리하기 위해 최적의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 프로젝트 물류시장은 2014~2015년을 기점으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리크머스 그룹은 2012~2013년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다소 침체되었으나 동남아 및 남미의 신규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2014년 이후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 무역통계업체 PIERS에 따르면, 올해는 다목적선 발주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하반기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15년에는 선박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드류어리는 지난해 전 세계 프로젝트 물량은 전년대비 15% 하락했으나 올해는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다목적선 수요는 앞으로 몇 년 간 매년 평균 5%씩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포워딩 ‘에너지 플랜트’ 주목해야
플랜트 등 프로젝트 물류는 해상운송의 노하우와 중장비가 없으면 진입하기 힘든 시장이다. 중량물 운송시장은 이미 유수한 외국계 선사들이 굳게 버티고 있으며 국내 선사들도 중량물 전용 바지선과 자항선을 통해 연안지역의 중량물을 운송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비를 갖추지 않은 포워더들이 진출하는 길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포워더 업체 관계자는 “중량물 운송은 포워더가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서 “포워더가 과감히 투자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투자대비 효용가치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 물류시장은 장비를 갖춘 회사들이 직접 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원가부담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지역에서 포워더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워더들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에너지 플랜트라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프로젝트 포워더들의 모임인 ‘PCN(Project Cargo Network)’은 최근 플랜트 물류시장은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플랜트의 끊임없는 수요가 계속되므로 이 분야에서 포워더들이 진화하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로젝트 전문가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플랜트 물류의 틈새시장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플랜트 아이템과 지역이 다변화됨에 따라 앞으로 포워더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플랜트는 단순히 해상운송만이 아니라 건설현장까지 적기에 도착하기 위한 현지 통관, 내륙 수송, 3국간 선적 등이 요구되므로 포워더의 빠른 대응력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륙운송’에 포커스, 출장 등 철저한 사전준비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 등으로 건설사들의 플랜트 수주 지역이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지역에서의 전문화된 서베이Survey를 통해 관련정보와 지식을 찾는 포워딩 업체들이 늘고 있다. 운송프로세스가 널리 알려진 중동지역 외에 운송이 난해한 신규 특수지역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최적의 운송 루트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들은 해상운송이 아니라 미개척분야인 내륙운송에 초점을 맞추면 플랜트 물류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오지의 내륙운송 및 물류네트워크 재배치를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국가는 치안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중량물의 내륙운송이 매우 까다로운 지역이다. 모듈 프로젝트는 해상운송이 쉬운 반면 내륙운송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차량의 보안비용이 각기 다르고 일부 위험지역은 총기 위협도 있다”면서 “만약 1,000톤의 화물이라면 1,000km이상 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다리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내륙에 45톤 분량의 플랜트 물류수송을 맡았던 모 포워딩 업체는 “중량물이 이동하기가 매우 난해한 지역이었고 철도도 30톤 미만만 가능했다”면서 “총 운송기간은 3개월 이상 잡았으나 카자흐스탄 내 여러 문제로 추가적으로 몇백만불을 더 달라고 하기도 하는 등 플래닝을 하고도 운송이 무척 어려웠다”고 전했다.

플랜트가 내륙의 고립된 지역에 위치해 있을 경우 도로 및 철도 상태와 기후, 정치상황까지 알고 있어야 전문화된 플래닝과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 초중량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운송단계별로 통관과 허가가 필요하다. 이에 포워더들은 현지통관이나 법규, 정치분쟁과 치안문제 등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륙운송 솔루션 부분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많아야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해야 하므로 플랜트 물류에서 포워더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 “실제 건설사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물류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해상은 별로 메리트가 없고 내륙운송서비스 쪽으로 접근해야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기존 화공 중심 플랜트에서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플랜트로 아이템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와 영업을 확대하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는 화공플랜트와 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플랜트의 경우 선적모드 등 운송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전문화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포워더는 발전분야에서 5만cbm 정도의 담수설비 등에 포커스를 두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플랜트 물류에는 담당인력의 전문적인 지식도 필수다. 업계는 담당자가 실제로 많은 현장에 나가보고 운송을 해봐야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 회사는 프로젝트가 생기면 곧바로 현지 출장을 간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준비를 위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량물이 갈 수 있는 길이 없으면 프로젝트를 못하고 공사 자체가 안 된다”면서 “‘예전에는 출장은 무슨 출장’이었다면 지금은 출장비가 얼마이던 간에 무조건 현지출장을 통해 내륙운송 서베이를 한다”고 전했다.

향후 플랜트 화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프로젝트 시장의 중심은 중동지역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지역은 탄탄한 자금으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대부분이어 경기불황 시에는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일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지역은 통관이 매우 취약하며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업체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은 프랑스 업체가 아니면 현지 업체들과 일하기 어려운 특수시장이어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지적했다.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등 플랜트 물류 공략
범한판토스와 CJ대한통운은 플랜트 등 프로젝트 물류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2009년 186톤의 초대형 가스터빈 발전기를 독일에서 아르메니아로 항공운송했으며 2011년에는 GS건설의 무게 2,000톤, 길이 64m의 플랜트 장비를 울산항에서 UAE 현장까지 수송했다. 미국의 드윈드가 발주한 연장 50m의 풍력발전 기자재를 특수 트레일러를 이용해 운반했으며 중국,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조달되는 풍력발전 건설자재 및 장비 등의 운송을 담당했다. 태국 정유 프로젝트에서는 내륙운송을 위해 케이블 절단 및 교량을 보강한 사례도 있다. 올 초에는 LS전선이 덴마크 풍력발전업체인 ‘동Dong에너지’사로 공급하는 150V급 해저케이블 및 150·275kV급 지중 초고압 케이블을 유럽으로 운송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플랜트 건설사인 JGC사에서 진행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플랜트 개발 프로젝트 물류를 맡고 있다. 동 프로젝트는 총 비용 10억 4,000만달러의 대단위 개발 프로젝트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물류기업 10여곳과 경쟁 끝에 JGC의 전담물류사로 선정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2년여 간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공급되는 모든 플랜트 건설 기자재의 수송을 책임지고 있다. 동사는 지난해 9월 중량물 전문선사인 메가라인과 선대 공동운영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현재 1만 5,000톤급 2척과 메가라인의 1만 7,700톤급 1척, 1만 9,200톤급 2척 등 총 5척의 중량물 전용 선박들을 운영하고 있다.

중견 포워더 중에는 흥아로지스틱스가 프로젝트 물류를 신성장동력사업으로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사는 2009년부터 전략사업부에서 네팔 수력발전소 ‘카멜리야 프로젝트(Chameliya Project)’ 물류를 수주하여 관련 기자재 운송을 2014년 현재까지 계속 진행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높은 특수기자재 물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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