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구조변경이 문제 아니다”

컨선→여객선, 단일선체→이중선체, 연료효율 위한 개조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구조변경과 개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는 복원력에 영향을 주는 여객선의 구조변경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기존 구조변경 여객선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선박 개조와 구조변경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선박 구조변경 자체를 ‘절대惡’으로 규정하는 일부 여론과 보도는 해양안전과 관련 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은 여객선 증축과 구조변경,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간 진행돼온 수사에 따르면,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돼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에 의해 국내로 들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 조선소에서 개조가 진행돼 총톤수가 6,586톤(gt)에서 6,825톤(gt)로 늘어났다. 총 정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어났고 객실 증축으로 상부가 더 높이 올라갔다.

 

해수부, “복원성 영향주는 여객선 구조변경 금지”
이처럼 여객선 구조변경으로 인한 복원성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복원성에 영향을 주는 여객선 개조를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 측은, “어떠한 개조가 됐던 간에 복원성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미친다면 개조를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박 개조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에서 원상복구를 위한 수리나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제외한 일체의 개조사항은 허가가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박안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행 규정은 지방 해양항만청장의 허가를 받아 선박 본체의 길이·너비·깊이는 물론 선박용도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선박안전법 제15조제2항(선박검사 후 선박의 상태유지)에 따르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길이·너비·깊이 및 용도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동법 시행규칙 제32조(선박시설의 변경허가 등)에 따라 선박구조 등 변경허가 신청서에 변경할 도면을 첨부해 변경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또한 선박의 구조변경 등으로 총통수가 변경된 선박의 소유자는 해당 선박의 선적항 또는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청장에게 선박의 총톤수 개측을 신청하고, 선박원부 등록사항의 변경등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기존에 구조 변경된 여객선은 운항 중단 등 제제를 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수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여객 정원의 증원 등 인원이 변경된 연안여객선은 총 173척 중 72척이다. 이 중 증축으로 인원이 변경된 19척이며, 증축없이 내부 인테리어 또는 의자석 설치 등으로 인원이 변경된 선박은 9척이다. 그 외에는 객실의 개조없이 항해시간 변경 등으로 기존 최대 승선인원 내 정원이 조정된 선박은 44척이다. 따라서 현재 운항중인 선박 중 19척의 선박은 증축으로 인한 복원력이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선박의 경우, 조선 및 선박분야의 전문가의 재평가를 거칠 것이며, 평가결과 복원력 등 안전상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안개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구조변경시 승인조건, 선사 지키지 않고 감독기관 관리 소홀
선박개조 및 구조변경에 대한 여론 비판과 정부의 엄격한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모든 선박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세월호의 경우, 복원력에 악영향을 주는 선박 증축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적재 화물량을 줄이고 선박 평형수를 1,000톤 이상 실어 복원성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구조변경이 승인된 바 있다. 무리한 증축이 사고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지만, 그보다 승인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과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단일선체→이중선체, 연료효율 위해 현존선 개조 활발
특히 ‘선박 구조변경은 절대 안된다’라는 식의 여론몰이는 위험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 상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과거에도 단일선체유조선을 벌크선으로 개조하거나 이중선체유조선으로 개조해 기름유출에 대한 위험을 더욱 낮췄으며, 컨테이너선을 크루즈 여객선으로 개조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크루즈 운영선사였던 하모니크루즈 측은 선박 개조에 대해 “본 선박은 대서양을 횡단하는 컨테이너선으로 건조됐기 때문에 선체 외형이 일반 여객선보다 두껍게 건조돼 선체의 안정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단일선체를 이중선체로 개조한 사례는 더욱 많다. 단일선체의 경우 충돌, 좌초 등 해양사고로 선체가 손상될 경우 이중선체보다 기름 유출의 가능성과 유출량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2016년부터 단일선체유조선의 항해를 전면 금지했으며, 우리나라도 2007년 12월 발생한 ‘허베이스피릿’호 사고 이후, 2008년 단일선체유조선의 운항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많은 선사들이 기존 단일선체유조선을 이중선체구조로 개조했다. 2000년대 중반, 상당수 선사들이 아프라막스Aframax급 유조선을 이중선체로 전환했으며, 싱가포르 유조선 회사인 탱커퍼시픽(Tanker Pacific)社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대형 유조선인 VLCC를 이중선체로 전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단일선체유조선이 대부분 퇴출됐으며, 많은 선박들이 중국 수리조선소에서 이중선체로 구조변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상선의 경우, 현재도 많은 선박들이 구조변경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유조선 외의 화물선의 경우에도 이중선체로의 개조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에코십 트렌드로 인해 선수·선미개조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해운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선박관리산업의 주요 업무도 해운 트렌드에 맞는 선박의 수리와 개조라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선박개조’에 대한 ‘몰이해’는 선박안전과 산업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2월 부산서 발생한 우류사고, 이중선체로 개조했다면
올해 2월 국내 해역에서 발생한 2차례의 기름유출 사고를 되짚어 본다면 선박개조 및 구조변경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1월 31일 오전 싱가폴 유조선인 ‘우이산’호가 광양항의 원유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켰으며, 2월 15일에는 부산 남외항에서 ‘캡틴 밴젤리스 엘’호가 유류선인 ‘그린플러스’호와 충돌해 대규모 원유가 유출됐다.


두 사고 모두 원유유출 사고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이산호의 경우 이중선체구조로 실제로 선박이 아닌 송유관에서 대부분의 기름이 유출됐으며, 우이산호는 왼쪽 선체가 1m 가량 파손됐지만 원유가 유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캡틴벤젤리스호는 단일 선체의 일반 화물선으로 가로 20cm, 세로 30cm의 작은 파손에도 연료유가 23만 7,000리터나 쏟아졌다. 유조선의 경우, 단일선체의 운항이 전면 금지됐지만 일반 화물선은 2010년 이전 건조된 선박에 한해 단일선체의 운항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물선의 경우 연료탱크 규모만 유조선 적재용량과 맞먹는데 IMO의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된 2010년 이전의 화물선은 단일선체라도 운항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따른 개조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친환경선과 에코십 수요 증가에 따른, 현존선 개조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해운경기 불황으로 신조선 발주에 애를 먹는 해운사의 경우 현존선 개조를 통해, 신조선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실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선박관리업체의 경우 현존선에 다양한 조치를 취해 신조선과 현존선의 에너지 효율성 차이를 10% 이상 감소시켰다. 컨테이너선의 구상선수를 개조하고 프로펠러와 핀 등을 개조한 결과이다. 이처럼 선박의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선박, 그리고 환경오염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개조 및 구조변경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동 분야는 해운산업의 새로운 신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선박관리업, 수리조선업 ‘선박개조’ 몰이해로 악영향 우려
지금과 같은 선박 개조 및 구조변경에 대한 일방적인 여론과 보도는 관련 국내산업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한 선박관리업체 관계자는 “에코십 전환은 글로벌 해운산업에서 우리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필수 과제이고, 선박관리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도 중요한데, 세월호 사건 이후 제대로 된 해운정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은 우선 최초 건조 이후, 다양한 개조와 구조변경이 진행돼야 한다. 글로벌 해운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매번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그러나 구조변경에 대한 ‘혐오적’인 반응이 계속된다면, 정부 정책의 경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적기에 관련 사업 추진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사고는 무리한 구조변경과 증축, 그리고 부실한 관리가 불러온 ‘인재’이다. 그러나 선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상식이하’의 사고대처를 보인 선사때문에 선박 개조와 구조변경 자체를 ‘금기’시 하는 지금의 시선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박 구조변경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구조변경시 철저한 감독과 그 이후 운항선박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