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수료만을 중요시 하는 다른 연수와는 달리 수강생을 해양산업 활성화의 대명제하에 수강생이 아닌 동반자로서 대우하며 이론적 전문성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최고의 권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긍심마저 갖게 하였다.

 
 
선박금융 연수가 시작되는 첫날 금요일 출근시간의 정체는 라디오 여성 MC의 낭랑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속수무책이었다. 개강시간 10분을 남겨두고 도착한 부산 문현동 국제금융센터의 초고속엘리베이터보다 더 급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이미 반원들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의 7주간의 선박금융연수는 시작되었다.

그동안 소형 선박에 대한 금융취급 사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소형의 국내 연안선에 관한 금융이었으며 그나마 직접 취급한 경험도 없었고 선박평가, 사업성평가, 해운시장의 급변성 등의 어려움으로 소수의 은행 영업점 외에는 선박관련 금융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최근 해양산업 관련 유관단체의 부산으로의 이전 등 부산을 선박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선박금융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연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다.  그래서 부산은행 입행 이후의 약 20년을 더한 기간 동안 습득한 대출과 외환의 실무경력을 선박금융연수에 결합시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선박금융전문가 양성과정에 응모하였고 은행 내에서 공모 지원률이 상당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선박금융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선발된 인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7주간 토요일을 반납하고 참가한 약 100시간의 연수를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껏 내가 받아왔던 그 어느 연수보다 내용이 충실했으며 과목별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 의한 강의는 열강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수강생들은 매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수료만을 중요시 하는 다른 연수와는 달리 수강생을 해양산업 활성화의 대명제하에 수강생이 아닌 동반자로서 대우하며 이론적 전문성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최고의 권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긍심마저 갖게 하였다.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님의 선박금융개관을 오리엔테이션으로 한 강의는 한국의 선박금융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셨고, 한국산업은행의 현용석 선박금융팀장님은 나로 하여금 국내 소형 연안선 담보 금융에서 진정한 선박금융의 사례를 알게 해주셨고, 대주단을 모집하는 현장의 모습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한 선박금융 프로젝트 과제는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Korea P&I Club의 박범식 강사님을 통해 P&I 보험과 KOREA P&I CLUB의 역할을 알게 되었으며, 선박의 취득과 처분 과정의 오학균 강사님을 통해 선박의 확보와 등록, 매각 및 제원에 관한 지식을 상세히 알게 되었다. 서병규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님으로부터 해양산업정책과 부산의 현황 및 과제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종합해양금융인프라 구축으로 해양강국 목표달성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는 청장님의 강의는 본 연수의 궁극적 목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난해한 파생상품과 환위험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신 이성돈 강사님은 아마도 국내 그 어느 분보다 전문가이심이 분명하였고, 정우영 변호사님의 선박금융계약 및 선박금융 관련 법 강의는 7주간의 연수과정을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외에도 다른 강사님들의 국내 선박금융 활성화를 위한 열정은 수강생들을 잠시라도 한눈 팔지 못하게 한 열강이었다.

이렇게 충실한 강의를 준비해 주신 해양수산부,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양대학교, 한국금융연수원 및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드디어 7주간의 이론수업을 마치고 대우조선해양 견학을 시작으로 하는 연수의 마지막 단계인 현장학습의 첫날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제9기 선박금융 반원들은 조금은 상기된 모습으로 저마다의 캐리어에 설레임을 담고 있었다.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도크에 놓인 18,000TEU 의 거대한 컨테이너운반선, FPSO 등의 특수선을 보면서 결코 하루 아침에 따라 할 수 없는 선박건조기술을 확인 후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팬스타드림’호에 승선하였다.

항해 당일 높은 파도,추운 날씨 여파로 조금은 걱정을 하였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부산항을 출발한 배는 거친 파도를 천천히 우직하게 흔들림 없이 헤쳐나갔다. 연수기간 내내 반원들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해 왔었지만 일본으로의 현장학습에 동행하신 한국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님과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원경주 이사님의 배려로 우리 반원들은 현해탄을 건너는 ‘팬스타드림’호의 선상에서 밤늦도록 친목의 시간을 이어 가며 붉어진 얼굴만큼이나 제9기 선박금융 연수 동기 반원들의 우정은 바다를 건너 갔다.

대양大洋에 파도가 없다면 그저 큰 호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시기에 필요한 것은 불황을 호황으로 바꾸는 지혜와 협력이다. 22명의 제9기 선박금융 반원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지만 앞선 선박금융 수료자들과 또 이어질 선박금융 연수생들 중에서 대한민국 선박금융의 중책을 담당할 요원이 반드시 나올 것이며 이로써 한국 해양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눈비 오는 궂은 날씨의 교토를 여행하면서도 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즐겁게 지냈다. 7주간의 휴일 토요일을 반납한 쉽지 않았던 연수였지만 헤어짐이 아쉬워 동기 반원들은 정례 모임을 약속하였고 우리들의 선박금융에 관한 열정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한국의 해양산업에 관해 묻는다면 세계의 그 어느 누구 보다도 훌륭한 전문가들이 있고, 열정이 있기에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번 선박금융연수를 후원해 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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