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사문제연구소 입구 안벽에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一切唯心造’라고 쓰여 있는 액자가 걸려 있어, 사무실을 드나들 때마다 읽게 된다. 보정寶鼎 조국현 씨가 써준 것인데, 읽을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며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2월 콤파스 강사로 한국대학신문사 이인원 회장이 나왔다. 이 회장은 KBS 심야토론회 명 사회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대 신문대학원에서 신문학을 공부하고 언론계에 투신하여 미국의 소리방송인 VOA 서울특파원, KBS 외신부장과 파리지국장 겸 특파원 및 국제국장, 국제언론인협회IPI 한국본부 사무총장을 거쳐 대한조선공사 전무, 문화일보 부사장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대학신문 회장직과 함께 한국외대와 광운대학 초빙교수직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국보위와 광주사태로 분열된 국론과 국민의 닫힌 마음을 생방송 심야토론으로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영호남 갈등을 해소하며 민주주의 정치를 열어나간 진정한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또한 88 서울올림픽 유치단원으로서 한국유치를 반대하는 일본과 북한 대표단과 기자들을 조리 있게 설득하여 바덴바덴의 환호를 가능케 한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그후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국민당 대변인과 문화일보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대학신문 회장과 석좌교수로서 후학 양성과 봉사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은 로타리 활동을 계기로 콤파스에 나와 ‘지금 세계는’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의 정치경제 전반을 폭넓게 개관하였는데, 제한된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그의 폭넓은 식견에 큰 감흥을 일으켰다. 
 

 1. 문명의 충돌
세계는 지금 문명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아닌 문명의 충돌이다. 아랍과 이스라엘의 충돌, 힌두교와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의 충돌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세계가 자칭 IS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수니파인 IS는 3만 많아야 3만 5천명이지만, 그 파괴력은 가공할 만하다. 이슬람교의 90%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0%로 열세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수니파가 최후의 예언자라는 마호멧의 후계자를 가장 유능한 지도자로 뽑는데 비해 시아파는 마호멧의 혈통에서 후계자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슬람국가(IS)를 건립하여 막대한 석유수입으로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IS가 내세우는 주장이다. 모든 종교들이 사랑을 내세우지만, 가장 비정한 것이 종교이기도 하다.

특히 이단이라는 상대에 대해서는 무자비할 정도다. 또한 이상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 이상주의자였던 스탈린 히틀러 폴포트 같은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IS도 좋게 말하면 이상주의자 달리 말하면 광신도들이 모여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그들은 원유밀매 조직을 통해 운용자금을 조달한다. 문제는 유럽출신 중동인들과 극소수의 청소년들이 IS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쁜 아내들과 집과 재산을 제공하겠다는 회유에 현혹되고 있다. 소년 다윗이 돌팔매 하나로 거대한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세계와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 문명의 충돌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이데올로기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자유주의가 승리했으니 이젠 이념분쟁은 끝났다고 보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이제 문명의 충돌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 말이 2001년 9월 11일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빌딩 폭파와 펜타곤과 백악관에 대한 공격 시도로 현실화됐다. 건국 이래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바야흐로 아프간 및 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테러의 원천인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완전 소탕과 제거가 목표였다. ‘문명의 충돌’에선 세계를 서구, 이슬람, 중화, 힌두, 정교(러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일본으로 8곳으로 나누고 종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와 유교권으로 분류한다. 지금까지는 서구가 지배하던 시대였으나 이제는 문명과 종교가 함께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탈레반은 여자교육을 금지하고 남자도 코란 외에는 가르치지 않는다. 향후 전쟁은 중화권과 이슬람이 합한 세력과 미국과 러시아가 합친 세력 간에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정치학적으로 볼 때 생명을 걸고 싸우는 사람과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IS가 바로 그런 부류이다. 헌팅턴은 서구의 보편주의적 오만함을 지적했다. 반면에 이슬람은 종교적으로 편협하고 배타적이다. 중국의 부상은 경제력이 뒷받침하고 있는데, 힘의 균형 면에서 새로운 변수이다. 이 3자가 부닥칠 요소는 매우 크다.

1943년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언젠가 미국과 소련이 손을 잡고 중국과 싸울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나폴레옹이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말라”고 말한 것도 중국의 거대한 잠재력을 인식한 때문이다.
정체성identity이 크나큰 문제를 일으킨다. 정체성이란 자기인식이며, 쉽게 말해 나와 너를 구별하는 것으로, 서로 구별하다 보면 적대감도 생긴다. 문명권이란 정체성으로부터 시작되며, 이것 때문에 문명이 충돌한다. 현실주의 이론으로 볼 때 세상은 싸울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악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는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없다. 따라서 문명충돌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체성이 가장 강한 것이 종교이다. 같은 종교 간에는 결속력이 강하나 타 종교와는 타협하지 않으며 무섭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정체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순교자라고 생각한다. 순교하면 천국에 간다고 믿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IS도 정체성이 강해 죽음을 각오하고 테러를 저지른다. 이러다가 중세의 십자군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만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중교 간에 평화로운 나라도 드물다. 행여나 우리나라도 정체성을 너무 강조하다가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싸운다면 큰일이다. 상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갈등과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는 길이다.
 

2. 유가 하락
요즘 석유가격이 전년보다 60%나 하락하였다. 이를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론도 유가하락에 대해 보도하지 못했다. 요즘 언론의 행태를 보면,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엉터리언론이 많아 1/3만 믿어야 한다고 한다. 나머지 2/3는 시나리오거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세계의  이슈는 과거엔 테러와의 전쟁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의 부상이고 미래는 미국의 에너지가 관건이다. 최근 유가하락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때문이다. 원유와 셰일의 생산비용은 원유가 30달러인데 비해 셰일은 60달러로 2배이다. 종전에 유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 100달러를 넘자 셰일가스가 탄력을 받게 되어 2009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고, 하루에 4억달러 수입이 생기자 미국경제가 살아나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2030년에는 미국이 주요 석유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문제가 중동의 산유국들보다 러시아에서 먼저 나타났다. 국가재정의 60%를 원유수출로 충당하는 러시아가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렇듯 수요공급에 의해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이 생산량을 조절하면 될 텐데도, OPEC이 감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방조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에 비해 비경제적인 세일가스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반면에 미국은 이에 맞대응하여 기술개발로 셰일가스 개발비용을 계속 낮추어 현재 유가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로선 유가하락이 긍정적이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이 18.3%나 되어 석유제품 수출에는 어려움이 예상되나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석유소비국이기에 국제수지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3. 보수와 진보 논쟁
미국이 이렇듯 에너지 독립을 하게 되면, 다시 패권주의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주축(pivot)을 아시아로 돌리고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패권주의 국가가 있어야만 세계가 조용했다. 미국이 경찰국가 역할을 맡아주어야 지구촌이 편안하긴하다. 냉전시대의 교훈은 냉전도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열전보다는 냉전이 훨씬 낫다. 소련이 망한 원인은 경제를 망쳤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로 대별할 수 있는데, 공동체주의로는 대표적으로 공산주의가 있으며, 공산주의의 특징은 전국민의 공무원화이고 시키는 사람만 있고 일할 사람은 없는 일 안해도 되는 사회이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세금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원이 없는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복지란 늘릴 수는 있지만, 줄일 수는 없다. 재원이 없어 복지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때 그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들은 보수와 진보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진짜 보수는 이슬람과 북한 같은 집단이고 대한민국은 진보에 속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도 용어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화두인 통일만 해도 통일은 해야 하지만, 무조건 통일은 북쪽 생각이다. 북한의 주체사상만 해도 자유민주주의에 흡수되지 않으려고 자기방어적으로 나온 생각이다. 8.15때 패전 일본이 중앙청에 태극기를 걸어 놓은 것을 미군이 진주하여 일장기로 바꾸었다. 미국이 패전국 일본으로부터 한반도를 인수하겠다는 뜻이다. 아놀드 토인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독립할 능력이 없다고 되어 있다. 파벌이 너무 많고 나라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신탁통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요소는 경제력과 시민의식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그 당시로선 잘된 정책이었다. 오늘날의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한 후 더욱 악화된 이라크 사태를 보면, 아이러니하다. 후세인만 없어지면 모든 게 잘되라는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 사실, 민주주의는 방법이지 목표는 아니다. 민주주의도 대중이 원하는 쪽으로만 나아가면, 대중영합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우리사회의 문제점은 최선과 최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습책만 해도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을 비전문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국의 저널리스트들은 세월호의 구조와 인양 같은 전문적인 분야를 유족들에게 일일이 묻고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가 판단하여 과학적이며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이를 유족들에게 이해시키면 된다.

지금 세계는 문명의 충돌 속에 미국이라는 패권주의 국가가 석유와 셰일가스 같은 에너지와 650조달러라는 엄청난 국방비를 무기로 재부상하며 국제질서를 확립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역할은 한시적일 것으로 본다. 머지않아 글로벌 지구촌에는 또 다른 체제와 질서가 갖추어져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새로운 국제환경에 대응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우리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천에서 난 용들이 바다로 간 이야기’
지난 2월말 현대사기록연구원장 송철원의 현대사 답사 1편 해운 이야기 ‘개천에서 난 용들이 바다로 간 이야기’가 출간됐다. 입신출세의 관문인 등용문登龍門이란 말이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다. 그런데 잉어 같은 물고기가 계곡의 빠른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된 것이 아니라, 옹색한 개천에서 용들이 태어나 바다로 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요새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라고들 말한다. 출발선부터 너무 벌어져 있어 도저히 함께 경쟁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낙담하여 실의에 빠지거나 “부모 잘 만나 호강한다”며 비아냥거리며 사는 게 보통이다.

이 책은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여 뭔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수직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숨었던 사람이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세상에 나왔다기보다는 열악한 환경을 의지와 집념으로 극복하고 바다로 나가 자신이 품은 뜻을 마음껏 펼쳤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부모나 주변의 혜택이 거의 없는 열악한 여건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비상한 그들의 모습을 알리어, 개천에서 용은커녕 지렁이 한 마리도 나기 힘든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한, 전기나 자서전을 읽어보면, 저자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는 솔직한 얘기가 있는가 하면, 지나친 자기자랑이나 남에 대한 험담으로 민망한 경우도 있는데, 자신은 평생 바다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해운인들의 사람 냄새 나는 수평적인 삶을 진솔하게 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해운인들이 육지에 대한 관심이 다소 소극적이어서 해운인들의 활동이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도 지적하였다. 국민들이 해운을 사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해운인들이 먼저 국민 곁으로 다가서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