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한국'과 윤상송 박사
이번 10월호로 ‘해양한국’이 창간 34주년을 맞았다. 1973년 창간 후 통권 409호를 기록하기까지 한번의 결호도 없이 발간한 것을 자축하고 싶다. 우리해운이 성장 발전할 때는 함께 기뻐하고 침체와 격동기에는 같이 아파하며 지난 30여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온 것에 긍지를 느낀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해운물류전문지 ‘해양한국’은 3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전문지의 풍토에서도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독자와 필자, 광고주가 함께 이루어낸 것이다.


'해양한국'은 국민들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고 건전한 비판과 제언을 통해 정책과 해사이론을 개발하기 위한 토론광장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해사분야에 대한 생각과 주장을 '해양한국'이라는 그릇에 담아 독자들에게 제공하였다. 맛있는 음식들이 담겨 있었지만, 어떤 때는 설익은 음식도, 입에 쓴 것도 있었다. 그런 음식들이 우리 해운계에 자양분이 되었음을 자부한다.

 

지나고 보니 처음엔 수용하기 어려웠던 과도한 생각과 주장도 훗날 보약과 양약이 되었다. 정론해창(精論海滄)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해양한국' 편집실에 걸려 있다. 또 해양문화(海洋文化)라는 글귀도 있다. 올곧은 언론을 바다의 큰 물결처럼 거침없이 쏟아내어 해양문화를 꽃피우라는 주문일 것이다.

 

삼주(三洲) 윤상송(尹常松) 박사와 뜻있는 분들에 의해 세워진 한국해사문제연구소, 해운의 길을 열고 꽃피우기 위해 만들어진 해양한국. 앞으로도 '해양한국'은 정론해창처럼 해양문화를 꽃피우며 큰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항해할 것이다. 지난 34년 동안 수많은 필객들이 해양한국의 지면을 거쳐갔고 앞으로 또 들어올 것이다.

 

그들이 남겼고 또 남길 담론들이 우리나라 해사이론을 발전시키고 해양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선구적 혜안으로 해사문제연구소를 창설하고 '해양한국'을 창간하신 윤상송 박사의 해양사상을 간략하나마 이 지면을 빌어 기린다. 이를 계승발전시킬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전북세계물류박람회와 STC Korea
새만금을 활용하여 전북을 환황해권 물류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전북세계물류박람회가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새만금군산산업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듯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뜻이다.

 

서해 군산 앞바다의 드넓은 바다가 광활한 대지로 바뀌었다. 인간의 기술이 이렇듯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우기까지 되었으니 경이롭다.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새만금을 방문하여 그곳을 두바이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70%를 농지로 이용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수정하여 항만, 도시, 산업단지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두바이 같이 물류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만금이 세계적인 물류기업 판알피나, 단자스, 퀴넨나겔이 참여하는 물류허브 기능을 하는 두바이처럼 되려면 이를 설계하고 경영할 수 있는 무하마드 왕자 같은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새만금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말도 나왔는데, 투자개발된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토목건설업계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씨가 새만금 개발을 경제논리로 접근하겠다고 말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선거로 인한 정치논리의 접근은 필히 후유증을 수반할 것이다.


이어 네덜란드 해운물류교육기관인 STC(Shipping and Transport College) Korea의 김성준 교수(location manager)가 STC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이 교육기관의 모토는 “들으면 잊어버리고, 보면 기억하고, 해보면 이해한다(hear forget, see remember, do understand)”라고 한다.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네덜란드인답다.

 

STC Korea는 단기과정으로 해상운송 과정에서 해상운송과 포워딩, 선박관리를 다루고 프레이트 포워더 과정에서는 프레이트 포워더, SCM, 항만운영, 항만관리와 안전관리를 다루며 어학단기과정으로 기초반, 실무회화반, 해사영어반을 운영하며 내년부터 해상운송 석사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세계무역을 좌지우지하고 해운업을 왕성하게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실무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강대국 틈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교역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간 비결이다. 현장위주의 실업 및 실무교육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 정신을 STC가 이어받아 인력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론교육과 좌학교육을 위주로 하는 우리나라 교육계로선 거센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단 STC Korea는 국내 교육기관과 경쟁이 아닌 보완하는 식으로 틈새를 파고들겠다고 한다. 즉 기자재와 시뮬레이터를 중심으로 현장실무교육을 영어로 진행하여 차별화하겠다고 한다.

 

STC 히트브링크 이사장은 광양이 인구는 적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생각하여 선정하였으며 향후 네덜란드와 한국이 세계 해운물류교육을 2분화 하여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와 국제 학생 비율을 50 대 50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해운물류 분야에는 현장과 실무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소개하는 STC Korea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해로안보
정부는 태풍 나리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제주특별자치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선박특구로서 우리 해운업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제주도가 빠른 시일 내에 수해를 극복하고 복구되기를 바란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 지난 5월 김태환 제주지사가 서귀포시 강정동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안을 주민투표에 부친 결과, 강정동이 제일 높은 찬성률이 나와 선정되었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15년간 끌어온 제주도 내의 군항건설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일리가 있다. 반대론자의 얘기는 평화의 섬 제주도에 전쟁을 상징하는 군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생뚱맞고 이미지가 훼손되어 관광객들이 급감하여 제주도민의 경제적 손실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찬성논자는 미국의 하와이 호놀루루와 호주의 시드니도 군항이지만 이들의 관광수입이 줄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시드니 군항은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에서 1km도 떨어져 있지 않고 진주만도 호놀루루의 지척에 있긴 하다.


올해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주최 선상세미나에 참석하여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일본에 갔었다. 많은 배들이 부산항을 드나들고 있고 컨테이너 터미널에선 갠트리 크레인들이 컨테이너들을 쉴새 없이 부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어 한국해양대학 캠퍼스를 지나 오륙도 쪽으로 가니 신선대 너머 용호동에 군항이 눈에 들어오고, 여러 척의 군함들이 정박하거나 순항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너머로는 4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군사시설 근처에 고층아파트가 선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파트에서 보면 3함대의 군함들과 군사시설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전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비밀도 아니라고 한다. 인공위성이 24시간 머리 위를 돌고 있고 인터넷 구글로 보면 세계 어떤 지역도 샅샅이 내려다 볼 수 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평양의 김정일 숙소까지 볼 수 있다. 백령도 북단에 가보면 북한의 장산곳이 한눈에 들어오는 군사요충이지만 군사시설이 눈에 안띈다. 모든 군사시설들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섬 전체가 관광자원이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자체도 관광자원이다. 수많은 분화구와 석회동굴 그리고 오름들과 드넓은 목장, 파란 하늘과 초록 바다가 그림 같다, 해안도로와 산록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매우 상쾌하다. 도시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고르바초프 부부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구나 할 정도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고 특히 제주도는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제주도의 4방으로 수많은 선박들이 통행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과 같은 상선은 물론 어선과 여객선의 왕래도 빈번하다. 제주도의 위치는 해상교통의 관제탑과 같다. 만일 이곳을 차단당하면 숨통이 막혀 질식할 수밖에 없는 길목이다.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목적은 해상물류와 해로안전에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무역을 통해 경제를 키워나가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수송로는 곧 생명선이다.

 

원유와 철광석 수입이 차단되면 당장 우리 경제는 마비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길목인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타당하다. 국제정세와 역학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요즘 우리의 해상수송단의 안전을 타국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과 일본, 호주가 태평양 방위구상에 공동참여하고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체제를 갖추고 대서양에서 영국과 해상훈련을 하고 호주와 뉴질랜드와 함께 인도양에 이어 남태평양에서 해상훈련을 하고 일본도 동경만에서 다국간 해상훈련을 벌이려 한다. 우리의 해로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동북아 해상중심에  있는 제주도, 해군기지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다. 요코스카, 구레, 사세보, 마이즈루, 오미나토의 군항들이 일본열도를 지키며 태평양을 엿보고 있다. 중국은 칭다오, 텐진, 다롄, 잔장에 군항이 있고 러시아도 블라디보스톡에, 미국은 괌과 하와이에 군항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심에 있는 제주 군항을 잘 운영하면 각국의 함정들이 자주 이용하는 허브군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창강수로 효율화와 수상교통
중국이 양쯔강(揚子江)인 창강(長江)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황금수로로 만들기 위한 개발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창강수로는 티베트 고원지대에서 발원하여 중국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장장 6,000km의 장강(長江)으로 충칭, 우한, 난징, 상하이 등 거대도시들을 거쳐 흐르고 있어 이용가치가 매우 크다.

 

창강는 삼협댐에서 파나마운하처럼 갑문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창강을 이용하는 항만 물동량은 2006년에 7억8,000만톤, 컨테이너 물동량이 380만TEU에 달했고 금년 상반기엔 4억4,100만톤, 251만TEU로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충칭에 글로벌 제조 유통업체들을 유치하고 우한을 물류거점도시로 만들고 난징을 비롯한 창강 삼각주를 글로벌 물류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충칭과 상하이 양산 심수항을 연결하는 직항 쾌속 정기선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4,000억위안의 예산을 투입하여 창강수로를 정비하여 대형선이 통과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을 남북으로 연결한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에 견줄만하며 성당시대(盛唐時代)를 재현하겠다는 중국 물류당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2001년 해사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선상세미나 행사로 양쯔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충칭에서 삼협댐이 있는 이창까지 항해하였다. 그때는 아직 삼협댐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몰되기 전의 삼협과 소삼협의 우람한 절경을 만끽하였다. 황토빛 탁류를 타고 펑두, 완센, 체탕샤, 펑제, 우샤를 지나 흘러 내려오고 유비가 숨을 거둔 백제성에선 도도하게 흐르는 창강을 내려다보며 군웅들이 할거하던 삼국지의 장면들을 떠올렸다.

 

소삼협의 삼각주에 내려 이곳이 얼마 후엔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는 아쉬움을 달랬다. 창강은 위, 촉, 오가  경합을 벌인 곳으로 우한에서 가까운 적벽은 삼국이 중원의 패권을 겨룬 격전지이다. 이곳이 중국의 물류거점이 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일본해사신문에 유럽의 다뉴브*라인운하를 통한 수상운송이 육상운송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성이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의 창강 수상운송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기사와 함께 주목할 만하다. 우리의 경부대운하와는 상이한 점이 많겠지만 참고해봄직하다.

 

인천공항과 인천대교
인천공항이 운영효율과 고객 서비스 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002 한일월드컵에 맞추어 개장한 인천공항이 짧은 시일에 큰 성장을 하였다. 영종도에 갈 때마다 인천공항은 참 시의적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꿈과 열정이 있는 사람에 의해 쓰여진다. 인천공항도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최근 인천이 급성장하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우리나라 3대 도시는 서울, 부산, 대구였는데, 이젠 서울, 부산, 인천으로 순위가 바뀌었고 조만간 2위의 자리에 인천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인천은 해륙공의 물류거점 도시로서 항만과 공항, 육상교통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가고 있고 인천항도 남항건설과 함께 신항개발도 구체화 되고 있고 경인고속도로도 제3고속도로로가 송도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개설될 예정이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에 가면 인천 앞바다에 건설 중인 인천대교의 교각들에 감탄할 것이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다리를 놓고 있다. 인천 송도와 영종도 간 30리길 12.3킬로미터를 교각 380개를 세우고 배가 다닐 교각은 800m를 띄워 10만톤급 선박이 통행하도록 63빌딩 높이의 쌍둥이 탑 사장교를 만든다고 하니 세계 토목계의 10대 경이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갈 만하다.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해륙공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얼마전 일본의 소니가 중국에서 생산된 소니제품을 인천항까지 배로 싣고와 인천공항을 통해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시행하기로 인천시와 합의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해륙공을 연결하는 수송기법이다. 앞으로 건설될 송도자유지역과 청라자유지구, 영종자유지역이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올린다면 물류거점도시 인천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가 인천이 우리나라 제1의 도시가 되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