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회 KMI부연구위원
황진회 KMI부연구위원
단동에 간 이유
그 동안 남북한 문제를 연구해 오면서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세미나 등에도 참가했다. 특히 세미나는 발표자의 연구경험을 통한 결과와 고민을 별다른 노력없이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정보취득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다양하게 개최되는 여러 세미나 등 행사에서 느끼는 점은 새롭고 가치있는 정보가 많지 않고 남북협력사업이 우리만(남측)의 이야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북한과의 접촉이 원활하지 않고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지난 8월말에 단동을 방문한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남북물류포럼이 단동지역에서 남북협력사업 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또 한국중재학회와 중국 요녕대학 등이 “북한과의 교역확대를 위한 공동협력방안”을 주제로 중국 단동에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는 소식은 그 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 주제별로 북한에서 토론자가 나올 것으로 소개한(실제 나오지는 않았다) 행사 프로그램은 북한 실체를 궁금해 하고 있는 필자에게 더욱 더 관심을 가지도록 해 주었다. 또한 남북물류포럼이 준비한 ‘통일연구원장 초청 단동지역 대북협력사업자의 간담회’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행사 참가기(1) : 남북물류포럼의 대북사업 원활화를 위한 워크숍
필자가 참석한 행사 중에 첫 번째로 소개할 내용은 남북물류포럼의 대북사업 원활화를 위한 워크숍이다. 남북물류포럼에서 주관한 첫 번째 행사인 대북사업 원활화를 위한 워크숍은 남북물류포럼에서 대북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남북협력사업을 전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내용이 많았다.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남북물류포럼에서 대북특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참석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동-평양간 운송차량 광고사업이다. 현재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중고차량의 경우 일본 트럭이 많은데, 이들 차량의 상당수가 일본에서 운행할 당시 광고판, 기업명과 로고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착안한 사업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소개되었다. 광고를 희망하는 회사로부터 광고비를 염출하여 차량을 구입하고 북한 평양과 중국 단동간을 운항하는 차량에 광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광고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한국 기업의 로고가 달린 차량이 북한을 운항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사업이라 벌써 기대가 된다.


둘째, 남북물류포럼은 북한지역 창고건설 및 육상운송사업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북한내의 육상운송사업은 중국업체가 대부분 전담하고 있는데 우리 남한기업의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포럼에서는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당국과도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남북물류포럼의 첫 번째 행사를 통해 남북협력사업은 현장에서 준비하고 접촉을 추진하는 사람들에 의해 추진된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 남한에는 남북한 협력을 추진하는 다양한 조직과 기구가 있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하거나 추진을 위해 구체적 준비를 하는 곳이 많지 않은 이유도 책상에서 궁리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문을 했다. 남북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책상물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좋은 방안을 배운 자리였다.

 

참가자들이 토론하는 모습.
참가자들이 토론하는 모습.
행사 참가기(2) : 단동지역 대북사업자와의 간담회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해 두 번째로 소개할 행사는 단동지역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사업자들과의 남북물류포럼 행사 참가자들과 간담회 내용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해동 사장(단동지역에서 조선족 잡지 발행), 최명호 비서장(조선족 경제교류협회 운영), 김봉희 사장(북한과 아연 등 유색금속 무역업 운영), 보순점 사장(중국상업은행 공동으로 북한 수산물을 교역하는 합자회사 롱명단보유한공사 운영), 김명식 사장(북한내 식품공장 운영), 오인수 사장(국제컨설팅유한공사 및 국제구락부유한공사 운영) 등 6명의 대북사업자가 참가했다. 대북사업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사업의 어려움과 유의사항, 남한정부에 대한 요구사항 등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전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철도, 도로, 항만, 에너지 등 전반적으로 열악한 실정이다. 신의주-평양간의 열차는 기존에는 4-5시간 걸렸으나, 작년부터는 연착으로 인해 8-9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철도의 대체운송수단이 되는 육로는 신의주-안주 130㎢ 구간이 지형이 험악하고 도로상황이 열악하여 눈, 비 등으로 날씨가 나빠지면 평상시 8시간을 넘어 12시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라 운송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남포-인천간 정기 항로의 북한내 수송도 도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문제가 된다. 특히 최근의 북한지역 폭우로 인해 도로 등 인프라가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전했다. 남북한을 운항하는 해상운송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북한 신의주에서 생산한 김치를 남포까지 운송한 후 선박으로 남한으로 들어가는데, 남포항에 냉장컨테이너를 작동시킬 수 있는 설비가 없어 문제이지만 냉동 컨테이너 박스가 온도조절(사전 냉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입을 하는 탓에 상품가치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단동의 대북사업자들은 현재 북한의 물류 인프라 수준으로 단순거래는 가능할 수 있으나, 제조업, 원료가공 사업 등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도로를 복구하고 기존 항만 일부를 개보수하여 정상화시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단동지역 대북사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인천-남포간의 해상운송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의주 지역ㅡ인천항간의 물량 창출량과 직항 가능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명식 사장은 신의주 항의 경우 만조 때 겨우 1,000톤급의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정도이고, 인천에서 신의주까지 이틀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으로 문제가 있지만 물동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는 신의주 아래 쪽 용천군의 용암포가 항만으로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정보를 제공했다. 따라서 현재 서해안의 해상교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압록강 하구의 용암포 지역을 중심으로 항만 시설을 구비하고 선박을 투입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대북사업자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통해 최근 북한의 변화 움직임, 사회 분위기, 북한 주민들의 생활사정에 대한 궁금함도 일정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대북 사업자들이 북한 주민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사정이 좋아졌고 특히 신의주의 경우 평양보다 여건이 나은 것으로 말했다. 평양은 대체로 주민들의 옷차림이 좋아졌고 여유도 있어 보인다고 했고, 통일거리장마당을 통해 필요 생필품 모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비 피해로 특히 대동강 유역이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평양시 대부분의 지하층이 물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신의주의 물류시설과 관련해서는 물류창고와 세관창고 등이 이전보다 규모가 커지고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대북사업자들은 북한의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그 첫 번째가 ‘한국’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대북사업을 위해 만나는 북측인사들이 ‘한국’이라는 표현을 꺼리고 ‘남조선’을 고집하며 사용하였는데, 2-3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했다. 둘째, 남한의 대중문화가 평양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평양시내 많은 가정집에 남한의 TV 드라마가 CD와 비디오 테잎 등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젊은이들 사이에는 남한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가 북한까지 갔다는 이야기 이다. 그러나 대북사업자들은 자기들이 보는 평양은 북한의 한 단면에 불과하기에 이를 두고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는 단동지역 사업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대북사업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단동지역 대북사업자들의 열정이 남아 있을 때 우리 정부와 관계기관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긴박감도 함께 가졌다.

 

북한 신의주를 바라보며
우리는 압록강에서 중국 관광선을 타고 북한 신의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전쟁으로 끊어진 압록강 철교, 그리고 새롭게 건설된 압록강대교 위로 지나다니는 중국 차량과 열차, 그리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신의주와 단동의 모습, 신의주 항에 정박해 있는 녹 슬은 북한 선박, 압록강변에서 낚시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왜소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 등 하나같이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항만이라기 보다 강둑으로 불릴 정도로 초라한 신의주항, 그리고 검붉게 녹슨 선박이 압록강 둑에 메인 모습은 신의주가 중국과의 최대접경무역지역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반면 신의주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된 단동 모습을 보면서 많은 회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단동은 중국의 변방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한 도시로 1980년대까지는 매우 낙후된 지역이다. 반면 압록강 하류 바로 남쪽에 인접한 신의주는 조선 왕조시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국경도시이다. 신의주는 일찍이 1907년에 우정국이 들어섰고, 1914년에는 개항장으로 지정되고 평안북도의 도청소재지도 옮겨오면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후 신의주는 평양 다음가는 북한 제2의 도시로 발전했고 2002년에는 특별행정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단동과 신의주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30년 이상의 발전격차가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들이 중국 땅에서 우리의 신의주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도 편치 않았다. 중국령이 되어 있는 단동에서 우리 영토 신의주와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 분단현실이 비참했다. 분단이 아니라면, 아니 남북한 주민이 교류만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더라도 신의주에서 남북이 모여 우리 만주 땅을 어떻게 활용하고 회복할 것인가를 논의했을 것이다.


현재 단동항은 북한과의 접경무역지라는 지리적 잇점으로 급발전하고 있다. 2006년 중국인의 북한 방문객은 34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약 80%가 신의주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현재 단동에는 300여개의 무역업체, 1만 명 이상의 대북 무역 종사자, 대북투자 자문회사 30개, 각종 대북사업 중개회사 60개 등이 활동하면서 대북진출사업을 전개하는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 단동은 북한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전망이다. 북한과의 교류가 확대될 경우 북한의 인력과 토지, 남한의 자본과 기술되고, 중국의 원부자재가 단동을 통해 반입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중국은 단동을 동북진흥공정과 5점 1선 계획에 따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북한, 그리고 단동지역 대북사업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신의주를 한반도의 새로운 발전 요충지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