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문해사법정제’ 도입할 때”

 
 
9월 17일 대한상의 한·중·홍콩·싱가폴 전문가 70여명 참석
각국 사례 소개, 해사법정 도입 필요성 및 발전방향 논의

중국, 홍콩, 싱가포르의 해사법정제도를 소개하고 한국의 해사법정제도 필요성 및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해법학회, 선주협회 및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를 주축으로 한 ‘한국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는 9월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한국해사법정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한국해법학회 및 추진위원회 최종현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의 해사법정제도의 도입과 해사중재 활성화를 위해 한국선주협회, 법원, 법무부, 학계 등 다양한 단체와의 공조로 ‘한국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그 첫 사업으로 한국해사법정의 도입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오늘 세미나에서 해사법원 및 해사전문판사제도를 두고 있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의 사례발표가 한국에 해사법정제도를 도입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이윤재 회장의 환영사를 대독한 김영무 전무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해운국으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해운기업의 해사관련 분쟁은 외국의 중재제도나 재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일부 해사분쟁에 대한 중재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맡고 있으나 전문성이나 신뢰성이 결여되어 이용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한국에 해사법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의 각종 불편과 불이익들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윤성근 원장은 “해사법원은 현재로서 연간 접수사건 수 등 물적토대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이나 관할을 조정한다면 현 상태에서도 재판부 한 두개를 운영할 정도는 된다”면서 “오늘 세미나를 계기로 한국의 해사법정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한국의 유능한 법률가 집단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얻어 지역경제의 발전과 국제규범발전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고등법원 노태악 국제거래전담부 부장판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상해해사대학의 제임스 후(James Hu)교수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 중국의 해사법원 현황을 다루었다. 이어 홍콩고등법원의 해사판사를 역임한 안젤모 레이아즈 홍콩대 교수가 홍콩의 해사법원을 소개했으며, 로렌스 테 변호사가 싱가포르 해사법원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가 한국의 해사법정 현황 및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국제사법학회 정병석 회장의 사회로 홍콩 리안준 리 변호사, 중국 팽위 전 상해해사법원 판사, 팬오션 김종형 팀장, 법률사무소 여산 권성원 변호사가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해외 전문가들 뿐 아니라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 선주협회 김영무 전무, 인천항만공사 유창근 사장, 태영상선 박영안 사장, 마샬아일랜드 김영민 한국소장, 서울남부지방법원 윤성근 법원장, 서울대 법대 석광현 교수, 이화여대 김인호 교수, HIS 이석행 전무, 테크마린 손점열 부사장,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상무, 법무법인 태평양 강종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영석 변호사 등 해운업계 및 학계, 법조계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중국의 해사법원>
제임스후 상해해사대학 교수, Wintell 변호사
“해사법원 10곳 설립, 전문판사 570명”
중국에는 현재 10곳의 해사법원이 설립돼 있다. 1984년 상해, 천진, 청도, 대련, 광저우, 우한 6곳의 해사법원이 설치됐으며 1990년 하이코, 샤먼에 2곳이 설치됐고 1996년 닝보, 1999년 웨이하이에 해사법원이 각각 설립됐다. 9곳의 해사법원은 중국 해안선을 따라 위치해 있는 반면 우한해사법원은 내륙에 위치하여 양쯔강을 운항하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해사사건을 다룬다.

중국의 법원구조는 기층인민법원(Basic People’s Court), 중급인민법원(Intermediate Peoples’ Court), 고급인민법원(High People’s Court), 최고인민법원(Supreme People’s Court) 총 4개 법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4급 2심제이다. 중급인민법원과 같은 급으로 해사법원(Maritime Court)과 철도운수법원, 군사법원의 특수법원이 존재한다. 해사법원은 3급 2심으로 구성돼 있다. 1심은 해사법원, 2심은 고급인민법원에서 처리한다. 고급해사법원에 대한 설립 필요성이 오랫동안 논의돼 왔으나 현재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판사들이 일반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 따라서 고급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공무원 수 감축이라는 기조정책과 반대된다. 또한 고급해사법원을 얼마나 설치하고 어느 곳에 설치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소 진행 당사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중국 민법의 기본 원칙이다. 중국은 넓은 국가로 소송당사자들이 고급해사법원에 소를 제기하려면 많은 불편이 초래된다. 고급인민법원은 북경에 설치됐는데 광저우 등지에서는 3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 따라서 2곳의 고급해사법원을 하나는 북쪽, 하나는 남쪽에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소 당사자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해사법원은 대부분의 해사사건의 관할을 갖고 있으나 일부의 경우 고급인민법원이 관할을 갖는다. 지역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고급인민법원이 1심법원이 되고 최고인민법원이 2심법원이 된다.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전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경우 최고인민법원이 1심법원이자 종심법원으로서 관할을 갖는다. 중국 해사법원은 본부 재판부와 연구, 사법경찰, 인사업무, 행정부 4가지 지원부로 구성돼 있다. 재판부서는 영국의 고등법원과 거의 유사한 구조이다. 한 예로 상해해사법원은 본부재판부와 4곳의 지원부가 있으며 양산 심해항, 연운항항, 양구항, 상해자유무역지구에도 특수재판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해사법원들은 선박충돌, 해상계약사건, 기타 해상분쟁 등 민사사건이나 상업적 특징을 갖는 해사사건에서만 관할이 있고 형사사건 및 행정소송은 관할을 갖지 못한다. 향후 해사법원이 형사사건이나 행정소송에도 관할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해사법원은 2013년말 기준 약 570명의 해사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상해에서 활동하는 해사판사들은 50명이고 전체 직원수는 100명이다. 해사전문판사들은 기본적으로 학력과 경력이 아주 우수하다. 중국해사판사의 자격요건은 대학 학위와 국가시험 2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수습판사를 거쳐 몇 년이 지나면 판사가 된다. 해사전문판사들은 해사법 및 선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다. 실제 해사판사들 상당수가 대련이나 상해해사대학의 학위를 받았다. 로스쿨 출신이 아니라 해양공학 및 항해학이 전공인 판사들도 있다. 중국 해사법정의 판사들은 젊다는 것도 특징이다.

1984-2013년까지 중국내 해사사건 제출건수는 22만 5,283건이다. 종결된 심리사건수는 21만 5,826건으로 거의 비슷하다. 각 사례의 관련 당사자들은 70개 국가의 출신이다. 소송금액은 1,460억위안이다. 이중 압류된 선박이 8,000척에 달하며 이중 1,700여대가 외국국적의 선박이다. 40-50%가 압류된 이후 경매에 넘겨졌다. 2012년 이후 매년 2만건 이상의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상해해사법정에서 지난 30년간 해사관련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상해해사법정에 제출된 건수는 약 1,820건으로 809건(45%)이 화물운송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화물운송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의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중국 화물운송시장에 비규칙성이 많고 불법적 행위가 많기 때문이며 중국의 해사법이 포워더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다음으로 해상운송 자체에 대한 사례와 선원의 업무와 관련된 분쟁이 있다. 중국에는 50만명이상이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 선원들은 영구적인 정규고용이 되지 않고 여러 선박을 오가는 자유고용의 형태를 띤다. 정부는 선원의 법적인 이익과 권리 보호를 크게 강조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선원의 법적이익과 권리보호에 관한 권리분쟁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비율상으로는 적지만, 선박의 공급품 및 해상보험과 관련된 분쟁도 있다. 중국의 전반적인 해운 및 조선산업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선박 건조이용과 관련된 분쟁도 2013년 약 50건이 발생했다.

중국 해사법정의 장점은 전체 사례를 관할하고 법정 전문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사법정을 설치해 전문판사를 배치하고 운영했더니 선박과 관련된 사례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 민사와 상업법 외에도 특별법과 국제 해사조약과 적용되는 관례가 많다. 그래서 전문판사들은 해상국제조약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해운산업 전반의 지식이 필요하다.

<홍콩의 해사법원>
안젤모 레이아즈 홍콩대 교수, 前 홍콩법원 해사판사
“선박 대물소송도 진행, 국제적 선례 맞춰 집행”
홍콩은 별도의 특별법원으로서 해사법원을 두고 있지는 않다. 홍콩고등법원에서 해사관할을 갖고 있으며 해사판사를 1명 지정했다. 저 역시 특정기간 동안 해사판사로 활동했으며 실제 해사관할과 관련해 제기된 소를 다루었다. 홍콩은 선박에 대한 대물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것은 관습법(COMMON LAW) 발전에 따른 것이다. 해사관할에서 다루는 건들 대부분이 대인소송이나 일부는 대물소송이다.

판결시 실제적인 ‘베네피셜오너(beneficial owner)’가 적합하지 않아 선박을 잘못 압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해운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선박압류와 관련해서는 여러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해사판사의 어시스턴트들은 기계적 지식에 크게 의존했다. 해사판사들이 바쁜 경우에는 해운경험이 있는 판사들을 활용할 수 있다.

해사판사로 재직시 매달 20건 가량의 선박과 관련한 소가 있었다. 화물운송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유효기간이 1년이다. 1년간 관련선박이 홍콩에 입항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입항하지 않을 경우 유효성을 연장하는 게 판사의 주 업무 중 하나였다. 저 역시 이러한 유효기간 연장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1명의 판사가 다 다루기에는 적은 일이 아니다. 해사판사는 해운 뿐 아니라 파산 등 다른 사례도 맡아야 했다.

홍콩해사판사가 되려면 보통 로스쿨을 나와 해상변호사로서 경력을 쌓는다. 홍콩은 일정기간 수습과정이 굉장히 길다. 실제로 판사가 되기 전까지 10년의 실습기간이 있어야 한다. 저는 해운법에 경험이 많았고 해운법과 관련된 전문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배경이 있어야 해사판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운법에 저명한 변호사 경험을 가진 분도 있으나 경험이 거의 없는 분도 있다. 결국 일을 하면서 배우는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해운지식을 아는 것도 아니다. 업무를 하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으로 국제조약을 집행할 때는 전 세계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와 반드시 일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결정 때문에 해사업계에서 홍콩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국제적 선례에 발맞춰야 한다. 법적 문제는 책이나 사례를 찾아보며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선박매매와 관련하여 결정내릴 때는 결정적으로 선박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가 일을 할 때 선박시장이 좋지 않아 굉장히 낮은 가격에 선가가 형성됐다. 이런 것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 논리적인 선례가 무엇이 될까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나머지 매매선박을 찾아보고, 믿을 수 있는 과정인지 부정이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계속 업무를 해도 완벽한 지식을 갖출 수는 없다는 점이 어려운 일이었다. 해사판사로서 즐거운 일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선장, 해운산업 실무자들로 구성된 홍콩해사협회에는 보통 판사들도 참여한다. 매우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모두가 법조계에서 이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해사법원>
로렌스 테 Rodyk&Davidson LLP, 싱가포르 변호사
“선박금융, 보험 등 해사법 서비스 확대”
싱가포르법원의 해사관할권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개발됐다. 1956년 영국에서 해사법정을 도입하고 AC(Arrest Convention)를 확대했다. 1962년 싱가포르 당시 식민정부에서도 영국 해사법과 유사한 법률을 도입했다. 이후 싱가포르가 독립했을 때 동일한 법률조항이 이름을 바꿔 고등법원 체제로 바뀌었다.
싱가포르는 대법원과 하급법원 등 여러 단계로 법원이 구성돼 있다. 이중 하급법원은 치안법원(Magis
trates Court)과 지방법원(District Court) 등으로 구성됐다. 금액으로 보면 치안법원은 6만싱가포르달러, 지방법원은 25만싱가포르달러까지 다룬다. 싱가포르달러로 100만달러 이상을 다루려면 상급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일환으로 금액과 관련되어 제한이 없다. 그래서 해사사건과 관련하여 50만달러~100만달러 손해금액을 소를 제기하는데 문제가 없다. 싱가포르는 상소심이 최종이다. 여기에는 1번의 항소가 가능하다.

싱가포르가 별도의 해사법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법원의 특정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4명의 전담판사가 해사사건을 맡고 있다. 20년 이상 판사 및 변호사의 경력을 갖고 있는 판사들이다. 대학의 해사교육 이수 유무가 유능한 해사판사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은 아니다. 해사전담판사들은 해사사건 외에도 국제무역계약건 등 일반 상업 소도 다룬다.

2002년 고등법원은 특화된 상업법원을 설립했다. 12-13년전부터 싱가포르가 국제적인 상사 중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이후 싱가포르의 분쟁조정 및 분쟁해결의 품질과 수준이 매우 높아졌고 많은 이들이 싱가포르의 중재처리를 선호하고 있다. 분쟁해결과 관련된 법률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으며 관련시장 경쟁도 매우 치열해진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싱가포르가 주도적인 관할지로 등장하게 됐다.

해사법원은 특화된 법원으로서 싱가포르의 선도적인 해사입지를 강화시켰다. 법이 변경되어 기존의 국가법원이나 고등법원에 독립적으로 법원을 설치했다기 보다는 대중이 인식하는 법원으로 이미지를 개선한 것이다. 해사판사들이 전문경험을 많이 쌓아 역량을 강화했다. 2003년에 중재관련 문제를 결정내리기 위해 별도의 전문가 판사가 임명됐으며 이로 인해 싱가포르의 국제 상사중재국으로서 위상이 다시 개선됐다.
싱가포르에 해사법정이 설치된 후 중요한 사례를 많이 다루었다. 선박충돌, 용선, 보험 등 다양한 분야가 싱가포르 해사법정 항소심의 대상이 되었다. 선하증권관련 분쟁도 있고 2002년 APL과 Voss Peer 사례 등은 유명하다.

싱가포르는 2015년 1월 SICC(Singapore International Commercial Court)를 설립했다. 3명의 판사가 분쟁의 성격에 따라 심리에 참여하게 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프랑스 판사들이 참여한다. 향후에는 한국의 판사도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당사자가 상업적 국제분쟁 이전에 계약 문건의 조항을 통해 SICC 관할에 동의할 수 있다. SICC 쪽으로 고등법원에서 심의되는 것을 이관할 수도 있다. 절차와 규정은 일반적인 싱가포르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변화는 문서의 공개가 영미스타일처럼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분쟁의 중요한 결과에 국한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중재 스타일을 따르는 것이다.

SICC는 고등법원의 첫 번째 부처로 향후 해사법원 등이 또 다른 부처로 추가될 수도 있다. SICC에 참여할 수 있는 법조인은 싱가포르, 영국, 호주의 등록된 변호인들도 임시로 입장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공개법정을 진행한다. 국제조약의 체약국이나 양국간 양자협정이 있어야 하는 경우 판결과 동시에 집행이 이뤄진다. 헤이그 협약도 적용된다. 선박압류는 이뤄지지 않으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화물운송과 관련된 상당부분이 SICC로 넘어오게 된다. 2013년 싱가포르 내에서 분쟁조정을 장려하기 위해 SIMC(Singapore Internationl Mediation Center)가 발족됐다. 중재와 마찬가지로 고용허가 등을 지원하게 되면 싱가포르는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싱가포르 법정은 식민지 시대 제도에서 발전해서 전체적으로 영국법을 상당부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영국법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영국법은 점점 유럽화되고 있으나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다. 모든 관련문제가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국경제는 더 이상 선박소유 및 화물운송, 선박건조 등의 산업이 중점이 아니고 한 차원 발전된 금융 및 보험관련법을 다룬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나오는 분쟁과 성격이 다르다. 아시아 현장의 경험은 싱가포르가 판결하는 법정시스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영국처럼 서비스 경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한국의 해사법정>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심법원으로 해사법원 설립해야”
한국 해상변호사는 1980년대 30명에서 2014년 현재 약 70명으로 같은 기간 수출입 물동량이 7배 가량 성장한 것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발전을 법률 인프라가 지탱하지 못하는 상태로 높은 외국 의존도와 해운 및 조선산업 법률비용의 유출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독립된 해사법원이 부재하고 다만 전담부가 존재한다. 부산지방법원의 해사사건 전담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국제거래전담부, 서울고등법원의 2개의 국제거래전담부가 있다. 담당판사는 27명 규모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문이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는 편이고 대법원의 판결에 딸린 하급심의 판결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해상법의 대중화 방해요인 중 하나이다. 해상사건은 관할 있는 어떤 지방법원에라도 소제기가 된다. 재판부의 비전문성은 소송지연을 초래하고 당사자는 판정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이는 한국해사법정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이어진다.

대법원은 연간 5-6건의 해상사건 판례가 보고되고 있다. 1심 법원의 해상사건은 약 200건으로 추정된다. 선원관련사건, 선하증권관련 운송계약, 선박가압류,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보험금청구사건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선박건조 및 항만공사 관련 물류사건도 늘고 있다.

구체적인 해사법원제도의 도입방안으로는 ‘1심법원의 설치’가 있다. 1심법원으로서 해사법원(Admir
alty Court)을 설치하는 것이다. 해상사건이 많은 서울 1곳, 혹은 부산까지 후보지를 두고 인천지원 광주지원 등을 두는 방안이 있다. 해사법원의 관할은 △해상운송, 용선계약, 해상보험계약, 선박매매계약 △선박의 압류/가압류, 선원의 해고 및 재해보상 △선박건조계약, 선박금융사건, 보험금구상청구사건 △항만관련 사건 및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등이 있다. 이밖에 해양안전심판의 행정소송은 대전고등법원 관할로 제외된다. 그러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독립법원을 설치할 정도로 적절한 수의 사건이 있느냐 여부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현재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으며 연 500건 정도로 추정된다.

1심 해사법원 설치를 통해 해사판사의 숫자가 10명 정도 늘어나고 홍보, 교육 등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후속조치로는 우선 해사법원제도 도입을 위한 실제적인 수요의 입증이 요구된다. 실제 해상사건수의 조사, 공표와 함께 외국으로 가는 사건을 한국법원으로 가져오는 방안이 있다. 아울러 법령정비에 대한 연구 및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법원 조직법상 해사법원을 법원의 종류에 추가해야 한다. 현재 법원은 모두 6종류로 대법원, 고등법원, 특허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이다. 여기에 해사법원을 추가하는 것이다. 또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해사판사의 배출과 해상법 전문인력의 배출이 요구된다. 기존의 관련법관 및 해상변호사 중에서 해사판사 충원이 가능하며 로스쿨의 해상법강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사표준서식의 작성 및 배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해사표준서식위원회 구성이 요구된다. 한국해사판례의 국내외 전파 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는 우리 법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이제는 해사법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할 시기다. 해사법원 설치를 목표로 점진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1단계로 2015년까지 해사전담부를 설치해야 하고 2단계로 2017년까지 전문 해사판사를 수개의 법원에 배치해야 한다. 3단계로 2017년까지 1심 해사법원을 설치해야 한다. 기타 인프라의 구축, 해사중재활성화도 병행하여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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