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선박우선특권의 행사에 있어 가장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해당 채권이 집행하려는 국가에서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선박은 다양한 국가를 거치므로 해당 채권이 발생한 국가에서 집행할 수 있는 보장이 없다. 또한 국가마다 선박우선특권의 인정범위는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해당 채권이 비록 발생국가에서는 선박우선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박이 기항하려는 국가 혹은 선박과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에서는 인정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 선박우선특권을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 선적국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의 존부 및 순위를 판별한다.1) 따라서 만약 연료유 공급업자가 국내에서 파나마 국적의 선박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 비록 국내 선박우선특권에서는 연료유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파나마 법에서는 해당되므로, 국내에서도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선박우선특권의 국가별 다양성과 외국적 요소로 인해, 선박소유자는 자신의 선박에 기한 우선특권이 어떤 법에 따라서 집행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에 해상법의 주요 국가 및 국내의 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II.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결정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결정은 크게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법정지법(lex fori)
선박우선특권의 존부를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의 법률로 결정하는 법체계를 의미한다. 이 경우,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하려는 국가의 법원은 해당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는 선박우선특권을 기초로 선박우선특권이 되는 채권의 존부를 판별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남아공이 이러한 법체계를 따른다.
 

2. 사실발생지법(lex causa) 혹은 행위지법(lex loci actus)
선박우선특권의 존부를 해당 채권이 발생한 국가의 법률로 결정하는 법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해당 국가의 법원은 자국법이 아닌, 해당 채권이 발생한 국가의 법률에서 인정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종류와 순위에 따라 채권의 존부를 판별하게 된다. 대표적인 국가는 호주와 캐나다, 미국이 있다.


3. 선적지법(lex situs)
선박의 소재지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의 존부를 결정하는 법체계를 의미한다. 다만, 선박은 항상 이동하기 때문에 소재지와의 관계성이 희박하여 대개 기국의 법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법체계를 따르고 있다.
 

III. 주요 국가의 경우
1. 영국

영국의 경우, 아래 소개할 Privy Council2) 판결인 Halcyon Isle3) 판결 이래로 선박우선특권의 존부 및 순위에 있어서는 법정지법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국 소재 선박소유자의 선박인 MV HALCYON ISLE이 1974년 9월 5일 엔진고장으로 싱가폴로 정박하였다. 선박소유자의 경영 악화로 인하여 이미 8월 28일 저당권자인 은행에서 미수채권 회수를 위한 선박 압류명령을 싱가폴 법원으로부터 확보하였으며, 같은 날 미국 소재 수리업자 역시 1974년 3월 경 미국에서 실시한 수리비 미납채권을 근거로 선박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선박은 매각되었으나, 매각대금이 모든 채권자들의 채권을 충족시키지 못한 관계로, 미국 수리업자는 미국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이 존재함으로, 다른 채권보다 우선함을 구하는 소송을 싱가폴 법원에 제기하였다.

싱가폴 항소 법원은 선박우선특권의 존부는 채권이 발생한 지역의 법에 따라 판단해야 된다는 주장(lex loci)을 인용, 미국 수리업자의 채권에 우선권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영국 은행이 영국 Privy Council에 상고하였다.
5명의 판사 중, 3명의 판사가 동의한 다수의견에서, 선박우선특권은 해당채권의 발생 국가의 법은 고려되지 않으므로, 싱가폴에서는 미국 수리업자의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이 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채권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법정지법에 따르는 것이 영국의 국제사법이며, 행위지법에 따르는 경우, 다양한 채권이 각각의 행위지법을 적용받게 되므로, 각 채권간의 공정한 적용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영국 선박우선특권의 효시가 된 판결인 Bold Buccleugh4)에서 언급한 “선박우선특권은 대물소송의 토대”라는 점에 주목하여, 대물소송의 시작점은 채권의 발생이 아닌 소송절차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 선박우선특권의 결정은 소송절차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법정지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싱가폴 항소법원의 주장을 인용하여,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은 해당국가에서 인정하는 권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두가지 사실관계를 중시하여 판단하였는데, 우선 수리계약서는 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수리업자는 자신의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이 되지 않는다면 당시 선박을 출항시키지 않았을 것으로, 법정지법에 따른다면, 채권자에 불측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저당권이 저당권 설정국가의 법에 따라 인정되듯이, 선박우선특권도 행위지법에 따라 인정되어야 공정한 집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 판결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판결로써, 비록 법원성은 다수의견에 따르나, 이후 주요 Common law 국가들의 유사판결에 다수의견이나 소수의견 중 하나의 법리를 따르게 되는 기준이 되었다.
 

2. 호주
호주는 최근 Sam Hawk 판결5)로 선박우선특권에 대하여 행위지법으로 판단할 것을 결정하였다.
MV SAM HAWK는 정기용선자가 연료유를 공급하였으며, 정기용선자는 캐나다 연료유 공급자와 캐나다법을 준거법으로, 특히 선박우선특권에 관하여는 미국법이 준거법이 된다는 조항을 포함한 연료유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연료유 대금 미납에 따라 연료유 공급자는 호주에서 대물소송을 통하여 선박을 압류하였다.

연료유 공급자의 주장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선박우선특권을 결정함에 있어 연료유 공급계약상의 준거법인 캐나다법 혹은 미국법이 적용되어야 하며, 호주법에 따라 연료유 공급이 선박우선특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경우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분쟁은 절차법이 아닌 실체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Halcyon Isle 판결의 다수 의견을 배척하였는데, 이는 호주판결인 John Pfeiffer v. Rogerson6)을 기초로 권리나 의무의 존부, 범위 및 행사는 절차법이 아닌 실체법의 영역에 있음을 근거로 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다툼은 호주 국제사법상 연료유 계약에서 규정하는 준거법인 캐나다 혹은 미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동 판결로, 호주는 선박우선특권의 존부에 대하여 행위지법으로 결정하는 것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판결의 배경에는 1986년 법개정 위원회의 민사 및 해사관할에 관한 보고서7) 또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동 위원회는 Halcyon Isle 판례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중 소수의견이 호주에서 더 적절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은 위 판결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3. 남아공
남아공에서는 최초 Halcyon Isle의 소수의견을 받아들여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사실발생지법으로 판단하였다.8) 그러나 이후 대법원 판결인 Transol Bunker BV v. MV Andrico Unity9)에서 입장을 바꾸어 영국법을 따라 법정지법 체계를 따르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 공급한 연료유 공급자와 선주와의 선박우선특권 존부가 다뤄졌던 이 판결에서, 법원은 남아공 해사관할법 제 6조1항(a)호에서 규정한, “해사관할 결정에 있어서 영국법을 따른다”라는 취지의 조항10)에 구속받고 있음을 확인, Halcyon Isle 판결에 따름을 인정하고 있다.
 

4. 국내
국제사법 제 60조 1항을 근거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은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의 선박우선특권의 실행은 해당 선박의 선적국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11) 따라서, 만약 해당 선박이 파나마 선적이라면, 해당 선박에 선박우선특권의 존부와 순서는 파나마법에 따라 해석이 될 것이다.

다만, 선박의 편의치적으로 인하여 그 선적만이 선적국과 유일한 관계이고 법률관계에 있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국제사법 제8조 1항12)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파나마 선적 선박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의 임금채권의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결정 문제에서, 법원은 선원의 고용계약서, 실질적 소유자의 소재, 항행구간, 경매절차 배당 참가자의 소재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채권의 선박우선특권의 순위는 파나마법이 아닌 대한민국법을 적용하여 근저당권자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판시하였다.13)

또한 선박우선특권이 선적법에 따라 성립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실행되는 경우에 그 절차 및 실행방법은 우리나라의 절차법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선박우선특권의 제척기간인 1년이 도래된 채권은 비록 선적지법에 제척기간이 달리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행사될 수 없으므로14) 선박우선특권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IV. 결어
법체계는 각기 다르나 선박우선특권은 추급효 및 경매권이 인정되는 강력한 권리이므로 채권자의 선박우선특권 행사에 있어서 선주는 채권자의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각 국가마다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결정 방식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계약시 선박우선특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실제 채권이 행사된 국가에서 당해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운항시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특히 편의치적을 제공하는 국가의 선박우선특권은 대체로 광범위한 채권을 인정됨을 주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가입선사는 불측의 손실을 입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선박에서 인정될 수 있는 선박우선특권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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