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원격의료 올해 20척으로 확대

 
 
위성통신활용 선원 건강관리·응급치료, 선내 근무여건 개선
원격의료 최적화 모델 및 장비개발, “통신료 현실화 필요”

최근 해상위성통신을 활용한 해양원격의료의 길이 열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선원들의 건강과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원양선박 6척을 대상으로 도입된 해양원격의료 서비스는 선원들의 만성질환 건강관리와 응급처치지도를 제공하며 선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그린피아’호 등 시범사업에 참여한 선박들도 “승무원 건강관리가 체계적”이라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원양선박에 최적화된 원격의료 모델과 장비개발을 지원해 전 선박이 해양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외항상선이나 원양어선에 장기승선하는 선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해양이란 특수한 근로환경에서 장소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선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지원제도는 미흡한 편이었다. 기존 원양선박에는 의료교육을 이수한 의료관리자들이 일반적인 선원 건강관리와 치료를 담당했고, 선원법 STCW 협약에 따라 의료함과 의무실 등이 선박에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의료관리자 제도는 의학적인 전문성 부족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의 판단에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선원의료관리가 취약한 여건이었다.

선원 고령화,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 증가, 부산 소방본부 ‘119해상의료서비스(32#)’
선원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이 늘고 있어 선원들의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A해운회사 선원들의 상병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0-2012년 간 총 승선인원 5,741명 중 상병 환자는 423명(7.3%)으로 나타났다. 상해에 비해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 선원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상해보다는 질환 특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선원 상병 발생 시, 적시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치료 가능한 질환이 방치되어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해운회사들의 건강관리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항해 중 선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질병 후유증이 발생하고 인적·경제적 손실이 야기되므로 해운회사와 선원들은 선원건강관리시스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한편 기존 선박 의료서비스 제도로는 부산시 소방본부에서 제공하는 ’119해상의료서비스(32#)’가 있다. 24시간 365일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대기하면서 전화 상담이 필요한 경우 선박 내 위성전화를 통해 32#버튼만 누르면 모든 해상에서 지도의사가 직접 연결된다. 선원 의료상담, 응급처치 및 육지이송 지도, 메일 및 홈페이지를 통한 의료자문 업무 등을 맡는다. 2008년 시범운영을 거친 뒤 현재 전국 5개 권역 대형병원 응급실과 연결하여 운영 중에 있다.

 
 
세계 최초 원양선박 해양원격의료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응급처치, 선상 근무만족도 향상
지난해부터부터 해상위성통신을 활용한 해양원격의료 서비스가 국내에서 첫 시범 실시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로써 의료인 없이 장기간 출항하는 원양선박 선원에 대해 경증질환 원격진료, 건강모니터링 및 응급처치 지도가 가능하게 됐다. ICT기반의 해양원격의료사업은 우리나라가 원양선원의 복지향상 및 장기승선 유도를 위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일환이다.

해양원격의료사업에는 원양선박 6척, 선원 150여명이 참여했으며 전담기관으로는 부산대병원에 해양의료센터가 지난해 7월 설치돼 운영에 들어갔다. 해수부는 첫 시범사업에 미래부, 부산대병원과 공동으로 6억 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전액 국비로 6척의 선박에 장비를 지원했다. 원양상선 2척(현대그린피아호, STX팬오션호)과 원양어선 4척(사조포텐시아호, 동원블루오션호, 동원바다로호, 동원 오션어스호)에는 원격의료시스템 장비와 확대경, 심전도기, 혈당계, 원격청진기, 요분석기, 혈압계 장비 등 6개의 의료장비가 구축됐다.

해양의료연구센터는 원양선박과 위성통신으로 연결하여 개인 건강기록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화상 원격의료 상담에 의한 응급처치 지도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선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정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해양의료센터에 구축되어 있는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의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함으로써 화상을 통해서 진료를 할 수 있게 했다. 화상원격진료 시스템을 통해 선원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소화기, 피부과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의료 지도도 가능하게 됐다. 또한 선원들의 합병증 및 응급질환 감소로 선상 근무만족도 향상 뿐 아니라 회항으로 인한 선박운항 차질 예방으로 선사 신뢰도의 향상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됐다.

137건 건강상담, 3건 응급의료지원 성과
‘현대그린피아’호, “승무원 건강관리 체계적”
부산대병원 해양의료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137건의 건강상담과 3건의 응급의료지원에 대한 활동의 성과가 있었다. 이중 지난해 7월 30일에는 원양어선 ‘사조포텐시아’호에서 조업 중이던 원양어선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의료센터는 화상으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여 응급조치하고 신속하게 후송함으로써 부상 악화를 방지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원양상선인 ‘현대그린피아’호의 경우 골절 의심 건에 대해 부목을 통한 환부고정 및 진통제 투약을 지시하고, 목적항인 카타르항 도착 시 하선 조치하도록 지도했다.

동 해양원격의료사업에 참여한 ‘현대그린피아’호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동 선박의 선박관리회사인 해영선박 측은 승선 중 승무원의 건강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린피아’호 측은 “선박에 보급된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매달 승무원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혈압, 혈당, 소변 검사기 등으로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이 데이터를 해양의료연구센터에 전송하여 승선 중 승무원 건강 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갑작스런 질병 및 부상 발생시에 전문가와의 즉각적인 원격 진료를 통해 적절한 처방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중환자 관리나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그린피아’호는 “단 위성통신의 속도 저하나 감도 불량의 영향으로 간혹 화상통화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개정안 통과, 통신료 현실화 필요
이내비게이션 필수항목, 해외진출 준비
그러나 해양원격의료의 활성화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들도 남아 있다. 현재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계류 중이며 3년째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연내에 개정안을 국회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해양원격의료사업도 본격적인 본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나 국회 통과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료 현실화 문제도 있다. 해양원격의료사업 관계자들은 위성통신을 통해 원격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통신료가 현 단계에서는 비싼 편이라고 지적한다. 화상으로 통화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통신료를 현실성 있는 수준으로 절감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하여 앞으로 모든 원양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원격의료 모델을 개발하고 장비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시범사업 참여선박을 지난해 6척에서 20척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전액 국비 지원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면 올해부터는 단계적인 확대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와 선주 및 선사가 장비설치 비용을 50%씩 부담을 한다는 계획이다. 1대의 장비는 척당 약 1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양원격의료사업의 표준화 모델을 개발하여 현재 추진 중인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사업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해외진출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해수부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2019년까지 도입 예정인 이내비게이션의 필수서비스 항목에 해양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을 포함시켜 향후 시장확대를 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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