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88215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서울 소재 O회사(수입업자)는 미국 소재 G회사(매도인)로부터 전력변압기 3대(이하 ‘이 사건 각 화물’ 또는 ‘제1, 2, 3화물’)를 차례로 수입하면서, 106만 달러에 뉴욕(New York)항에서 인도받는 조건(FCA, 매도인은 매수인이 지정한 운송인에게 지정된 장소에서 수출통관된 계약물품을 인도할 때까지만 비용과 위험을 부담한다)으로 수입하기로 하였다.
(2) 피고는 ‘해상화물 운송주선업, 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수입업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미국에 있는 거래처1, 2에 위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고, 거래처1, 2가 매도인으로부터 위 화물을 인도받았다.

(3) 위 화물은 피고보조참가인 H해운이 해상운송을 담당하기로 하였는데, 선적을 위하여 위 뉴욕항에 있는 화물터미널에서 작업하던 중 이동과정에서 작업자의 하역운반기계 조작미숙 등으로 땅에 떨어져 파손되는 사고를 입었다. 위 사고로 인해 화물이 손상되면서 보조참가인은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못하였고, 손상된 화물은 수리된 후 다시 뉴욕항에서 선적되어 보조참가인에 의한 해상운송을 마치고 수입업자에게 인도되었다.
(4) 이 사건 사고 이후 수선을 마친 각 화물에 대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은 해상화물운송장(Sea Waybill)이 발행되었다.

(5) 수선을 마친 화물에 대하여 보조참가인은 송하인을 거래처1, 수하인·통지처를 피고로 기재한 마스터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6) 보조참가인, 피고, 수입업자 순으로 각 화물에 관한 해상운송료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청구하였고, 이때 피고는 해상운송료 외에도 내륙운송료 및 부대비용 등을 합산한 운임을 청구하였다.
(7) O회사는 2010. 9. 20.과 2011. 5. 12.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보험회사인 원고는 2012. 1. 13.과 2012. 2. 3.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보험금을 O에게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2. 5. 18.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재판의 경과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수입업자와 이 사건 각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각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수입업자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① 수입업자와 운송계약이 아닌 운송주선계약을 맺은 자로서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인을 보조참가인으로 선정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해태한 바 없으므로 운송계약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② 설령 운송인의 지위를 인정하더라도 이 사건 각 화물에 관하여 발행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따라 미국 해상화물운송법COGSA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 책임이 포장당 미화 500달러로 제한되어야 하며, ③ 상법을 적용하여도 제797조 제1항에 따라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3. 보조참가인의 주장
① 피고는 운송주선인에 불과할 뿐 보조참가인이 실제 운송인이고, ②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 운송인의 책임을 포장당 미화 500달러로 제한해야 하며, ③ 상법을 적용하여도 마찬가지로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4. 법원의 판단
제1심,1) 항소심,2) 상고심3) 모두, 피고는 수입업자와의 관계에서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기로 한 운송인이고, 거래처1, 2는 피고의 이행보조자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Ⅲ.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의 구분 기준
1. 운송주선인

(1) 운송주선인(freight forwarder)은 자기의 명의로 물건운송의 주선을 영업으로 하는 자이다(상법 제114조). 상법 제114조에서 정한 ‘주선’은 자기의 이름으로 타인의 계산 아래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므로, 운송주선인은 자기의 이름으로 주선행위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주선행위를 하였다면 하주나 운송인의 대리인, 위탁자의 이름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다.4)

(2) 운송주선업은 운송의 거리가 육해공 삼면에 걸쳐 길어지고 운송수단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공간적 이동이 필요불가피한 화물도 복잡다양화·대형다량화됨에 따라 송하인과 운송인이 적당한 상대방을 적기에 선택하여 필요한 운송계약을 체결하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송하인과 운송인의 중간에서 가장 확실하고 안전·신속한 운송로와 시기를 선택하여 운송을 주선하기 위한 긴요한 수단으로서 발달하게 되었다.5)
(3) 운송주선의 경우는 2개의 다른 계약관계가 존재한다. 즉, 위탁자와 운송주선인 사이에는 운송주선계약이 성립하고, 운송주선인과 운송인 사이에는 운송계약이 존재한다.6)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위탁자와 운송인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운송주선인이 하주나 운송인의 대리인이 되거나 위탁자의 이름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위탁자와 운송인 사이에 운송계약 체결과 관련된 법률관계가 존재하게 된다.7)
 

2. 운송인과의 차이점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이 아니므로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된다. 또한 상법상 총체적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자는 선박소유자, 용선자, 선박관리인, 선박운항자인데(상법 제774조 제1항 제1호), 운송주선인은 이들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총체적 책임제한을 할 수 없다.8) 다만 운송주선인이 운송 자체를 인수하거나 개입권을 행사하게 되면,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므로(상법 제116조 제1항),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
 

3. 구분 기준
가. 실질적·종합적 판단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물품을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므로,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이 누구인지는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운송주선인이 상법 제116조에 따라 위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화물상환증을 작성하거나 상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의 액을 정한 경우에는 운송인으로서의 지위도 취득할 수 있지만, 운송주선인이 위 각 조항에 따라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지 않는 한, 운송인의 대리인으로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여전히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있다.9)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은 경우 운송까지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도 함께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하지만, 그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운송을 의뢰받은 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10)

나. 구체적인 판단기준
(1) 선하증권의 발행인인지 여부

판례상 운송인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기 명의의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지 여부이다.11) 즉, 외국 해상운송주선인 명의로 발행된 선하증권에 인도지 대리점으로 기재된 국제 해상운송주선인은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12) 운송주선인은 원칙적으로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없으나, 운송주선인이 화물상환증(상법 제116조 제2항),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ill of lading)을 발행하였다면 운송인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 선하증권을 ‘대리하여’ 발행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될 수 없고, 그 본인이 운송인이 된다.13)
 

(2) 마스터 선하증권의 송하인
마스터 선하증권의 송하인란에 계약운송인이 기재되는 경우가 많으나,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단순한 운송주선인이나 운송주선인과 상호대리관계에 있는 자도 마스터 선하증권상 송하인으로 기재될 수 있다.14)
 

(3) 지급받는 보수의 형태
보수의 지급형태는 운송을 의뢰받은 사람이 운송주선인인지, 운송인인지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운임의 형태로 지급받는 경우에는 운송인, 운송의뢰인 또는 운송인인 위탁자로부터 수수료의 형태로 지급받는 경우에는 운송주선인이 된다. 상법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운송주선인이 확정운임약정을 한 경우 그 지위가 운송인으로 변경된다. 운송주선계약으로 운임의 액이 정해진 경우라도 그것을 확정운임운송주선계약으로 볼 수 있으려면 주선인에게 해상운송인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 재산적 바탕이 있어야 하고 또 그 정해진 운임의 액이 순수한 운송수단의 대가 즉 운송부분의 대가만이 아니고 운송품이 위탁자로부터 수하인에게 도달되기까지의 액수가 정해진 경우라야만 한다는 판례15)가 있었지만, 1991년 상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기존의 선박소유자중심주의를 폐기하고 운송을 직접 실행하지 않더라도 순전히 계약적 측면에서 운송계약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운송인개념을 도입하였으므로,16) 운송인을 결정할 때 재산적 바탕을 요구하는 위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Ⅳ. 대상사안의 검토
대상사안에서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즉 ① 피고는 운송업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각 화물에 관하여 해상화물운송장과 마스터 선하증권이 모두 발행된 점, ③ 보조참가인으로서는 피고의 지위와 상관없이 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각 화물의 해상운송을 담당하는데, (보조참가인이 위 해상화물운송장을 발행하도록 하였다면) 굳이 자신의 명의로 수하인 등을 달리하여 해상화물운송장과 선하증권을 발행할 필요성이 없는 점, ④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의 양식이나 증권번호를 볼 때 보조참가인이 아닌 피고의 거래처가 발행한 것이고, 이 사건 각 사고 이후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운송은 모두 피고가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수입업자가 피고나 거래처1, 2로부터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에 관하여 실제운송인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고, 보조참가인이 거래처1, 2를 통해 이 사건 각 화물의 수리나 운송 등을 처리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는 점, ⑥ 운송인의 채무는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지만,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으나(상법 제814조 제1항),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대하여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소멸시효(상법 제121조 제1항)를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제소기간 연장에 동의한 점, ⑦ 피고는 수입업자에게 화물의 해상·육상 운임뿐만 아니라 관련된 부대비용 및 세금 등을 합쳐 그 비용을 청구하였는데, 그 청구서를 보더라도 실제 운송인과 그 운임이 얼마인지에 관하여는 전혀 알 수 없고 보조참가인이 피고에게 청구한 운임 내역이 그대로 반영된 부분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수입업자와의 관계에서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기로 한 운송인이고, 거래처1, 2는 피고의 이행보조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대상판결도 법인등기부상 피고 회사의 목적, 이 사건 각 화물에 관한 해상화물운송장과 마스터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위 및 그 기재 내용, 피고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 피고가 청구한 운임 내역 등을 참작하여, 피고는 수입업자와의 관계에서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기로 한 운송인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자기 명의의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아니한 해상운송주선인에게 운송인의 지위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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