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중단 7년만에 아시아·유럽항 기항 재개
최대 60만teu 확장 계획, 韓·中 조선소 신조협상 중

이란 최대 국영선사 IRISL(Islamic Republic of Iran Shipping Lines)이 국제 해운시장에 컴백하고 있다. 지난 2008-2009년부터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로 선박운항이 중단된 지 약 7년 만이다. IRISL은 올초 경제제재가 해제되자마자 각국 주요 해운기업들과 협력을 맺거나 중단된 정기선 서비스를 잇달아 재개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초대형선을 중심으로 한 최대 60만teu의 선복량 확대계획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들과 신조발주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란선사 IRISL이 지난 6-7년간의 긴 동면에서 깨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올 1월 16일 국제사회의 이란 금수조치가 해제되면서 미국과 EU는 IRISL그룹과 자회사, 선박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했다.

이에 IRISL은 해외선사와의 운항협력을 체결하고 아시아와 유럽항만의 입항을 재개하는 등 정기선 시장의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금수조치 해제 이후 해외 선사들과의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26일 CMA CGM과 운항협력 체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싱가포르 선사 PIL, 이탈리아 및 독일 해운회사, 덴마크선주협회, 인도 해운회사, 터키선사 ‘Turkish Arkas Shipping’등과 협력 MOU를 맺거나 유대관계를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주요 선사들과의 얼라이언스 참여 검토를 논의 중이다. 또한 IRISL은 최대 60만teu의 선대확장 전략에 따른 선박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요 조선소들과는 신조발주협상을 진행하며 서방시장의 사업 재개를 노리고 있다.

IRISL은 지난 2008년 9월 미국으로부터 첫 사업제재를 받았다. IRISL이 이란의 핵프로그램관련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란 군수물자의 운송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듬해 11월 IRISL은 컨테이너 서비스의 대부분을 자회사인 ‘Hafiz Darya Shipping(HDS)’에게 이전했다.

이란 경제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IRISL의 정기선 서비스는 모두 중단됐고 관련사업은 HDS라인, Valfajr Shipping, Khazar Shipping 등 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에게 이관됐다. IRISL의 중동 로컬서비스는 Valfajr Shipping에게, 카스피아해 서비스는 Khazar Shipping로 이관됐으며, 브레이크벌크 서비스는 Safiran Payam Darya Shipping(SDS)로 넘겨졌다. 또한 모든 입찰에서 IRISL의 참여가 금지됐으며, HDS라인의 경우 UN과 EU의 2010년 금수조치로 유럽노선 서비스도 중단됐다.

세계 22위, 컨선 46척, 9만 8천teu
IRISL그룹은 1967년에 설립돼 2척의 연안선과 4척의 외항선으로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현재 컨테이너선, 드라이벌크선, 탱커선 등 총 160-170척의 선대를 갖추고 있으며 드라이벌크선 200만dwt와 탱크선 160만dwt를 보유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의 4월 21일자 세계 컨테이너 선사 순위에 따르면, IRISL은 총 컨테이너선 46척, 9만 8,869teu의 선복량으로 세계 22위 선사로 랭크돼 있다. 이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0.5% 수준이다. IRISL은 원양항로에 1,098-6,572teu급 26척을, 중동걸프만과 카스피안해의 근해항로에서는 17척의 116-300teu급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동아시아 서비스의 경우 6,500teu급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부산항 및 유럽항 입항, 정기선 서비스 재개
IRISL은 올 초 아시아와 유럽항로의 서비스를 재개했으며 앞으로 정기선 서비스를 안정화시키고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IRISL의 5,100teu급 ‘TOUSKA’호는 4년 만에 부산항에 재입항했다. 이란을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공 컨테이너 4,550개를 싣고, 부산 남외항으로 입항한 ‘TOUSKA’호는 4월부터 한국과 이란을 오가는 정기운항을 재개한다. IRISL은 2004년 국내 회사와 합작해 한국과 이란을 오가는 정기 화물선을 운항했으나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2011년 10월 운영을 중단했다.

2월 중국 친저우Qinzhou항에서도 ‘Perarin’호가 978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첫 입항하며 새 서비스가 시작됐다. 중동과 Beibu걸프를 잇는 동 선박은 앞으로 중국 남부와 동남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UAE, 반다라아바스를 연결한다.

3월에는 2,500teu급 ‘Azargoon’호가 이란 경제제재 이후 6년만에 유럽항에 첫 기항했다. 3월 17일 함부르크, 3월 22일 엔트워프항, 4월 9일 이탈리아 제노바항에서는 잇달아 환영기념식이 열리기도 했다. 북유럽과 페르시안걸프 항만간을 연결하는 동 노선은 ‘ECL(European Container Line)’ 서비스로 2,500teu급이 투입되며 함부르크-엔트워프-제노바-이스탄불-포트사이드-반다라아바스 순으로 기항할 예정이다.

2020년 약 60만teu 선대 확장
IRISL은 오는 2020년까지 57만 5,000teu 이상의 컨테이너 선대를 확보한다는 계획 하에 노후된 선박의 현대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IRISL은 지난해말부터 올초까지 선대 현대화 프로그램의 내부 검토를 완료하고 4월 현재 금융기관 및 조선소들과 신조선 발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RISL과 관계사들은 2010년 이후 단 한 척의 신조선 인도도 받지 못했다. 경제제재 이전 외국 조선소에 발주한 약 30척의 신조선은 금수조치로 인한 금융문제로 계약이 중단된 바 있다.

특히 IRISL은 컨테이너 선대를 초대형 선박인 1만 8,000teu급까지 확대한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정기선사 중 하나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IRISL은 지난해 12월 중국 조선소에 1만 8,000teu급 컨선의 신조발주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총 발주규모는 약 60만teu에 달하며, 일반화물선과 벌크선들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IRISL은 현재 중국은행들과 선박금융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RISL, 현대중에 1만 4천teu 발주협상
IRISL은 국내 조선소들과도 개별 접촉 중이며, 과거 중단된 계약이행 협상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RISL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1만 4,000teu급 이상 선박 3척에 대한 신조발주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관계자들에 의하면 척당 가격은 1억 2,000만-1억 3,000만달러로 총 발주액은 3억 5,0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IRISL은 지난 2008년 현대미포조선소에 벌크선 3만 3,000dwt급 7척, SPP조선에 3만 5,000dwt급 벌크선 10척 등을 발주했으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조치가 시작되면서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계약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IRISL은 중단된 계약 건의 재개를 희망하고 있으며, 벌크선 시장 부진에 따라 벌크선의 경우 탱크선으로 변경해 건조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SPP조선은 올 2월부터 IRISL과 수주 선박 10척에 대한 계약이행 협상을 재개했으며 벌크선 10척을 5만톤급 탱크선으로 변경해 건조하는 조건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은 척당 3,850만달러이며 총 수주금액은 3억 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IRISL의 신조발주 추진은 극심한 수주가뭄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의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으나 IRISL이 국내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제공을 요청하고 있어 최종계약과 함께 정식발주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선박금융지원 中 조선소 발주 예상”
외신과 각종 해운기관의 전망치를 종합해 볼 때 IRISL이 대부분의 신조선 발주를 중국 조선소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IRISL은 현재 중국 국영조선소들과 컨테이너 및 오일탱커 신조발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중국 금융기관과도 접촉하고 있다.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은 IRISL의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경우 수십억달러의 선박금융을 지원하는 등 호의적인 투자여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IRISL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정기선 시장에서의 야심찬 성장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은 이미 심각한 수급불균형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인수합병과 얼라이언스 재편 등으로 해운선사들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등 만만치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세계 해운시장의 극심한 불황과 거센 트렌드 변화 속에서 IRISL이 목표대로 글로벌 탑 선사 중 하나로 닻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IRISL 회장 Mohammad Saeidi

“세계 최대 해운선사 도약 노린다”

유럽 선사와 협력 강화, CIS·북미·중남미 전략지역

6-7년만에 국제 해운시장에 재진입한 IRISL이 세계 최대 해운선사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IRISL은 올 1월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유럽선사들과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아시아, 유럽과의 중단된 선박운항을 재개하는 등 국제 정기선 시장의 재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선대 현대화 및 확장 전략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들과 컨테이너선 및 탱커선의 신조발주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IRISL의 Mohammad Saridi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중동 뉴스통신사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1월 경제제재 해제 이후 IRISL은 국제 해운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해운, 교육, 항만운영, 선대개발과 관련해 거대 선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사업계획을 밝힌 바 있다.

Mohammad Saridi 회장의 인터뷰 주요 내용에 따르면, IRISL은 현재 160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선복량은 524만dwt, 11만 8,693teu이다. 컨테이너 해운을 핵심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컨선을 제외한 벌크선과 일반화물선 등도 63척을 운영 중이다. 이란 남부항만에서 22척의 컨선을 운항 중이고, 수출입 물량의 60%를 처리하고 있다. 향후 남부항만의 해운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IRISL은 반다라바스에서 제벨알리까지 오가는 2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1개는 중국의 상해, 청도, 천진, 대련을 잇고 다른 1개는 반다라바스에서 제벨알리, 콜롬보, 스리랑카, 인도,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을 연결한다. 지난 3월에는 2010년부터 중단된 이란과 북유럽, 지중해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재개했고 반다라바스, 이맘포트, 아살루예, 제벨알리, 말타, 제네바, 발렌시아, 마르세이유, 엔트워프 순으로 기항한다. 또한 대련, 청도, 천진, 상해, 닝보를 오가는 중국 서비스도 새롭게 시작했다.

IRISL은 향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지역으로 CIS와 남미, 캐나다 등을 꼽았다. CIS지역의 경우 현재 24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으며, 앞으로 선대의 확장을 통해 카스피안해 뿐 아니라 이 지역에 최적화된 멀티모달 운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철도와 자사선박을 활용하는 복합운송을 통해 화물을 최종 도착지까지 운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남미 진출을 위해서는 향후 브라질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란이 캐나다와 정치적 관계를 회복하면 벤쿠버항도 수익성 있는 도착지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극동아시아(중국)발-남미향, 유럽발-남미향, 남중미발-남아시아-유럽향 등도 수익성이 있는 노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도 IRISL은 일부 항만의 임대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ohammad Saridi 회장은 이란과 EU간 연간무역액은 오는 3년 내에 금수조치 이전 150억달러 수준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그는 이란의 선박이 미국항만에 입항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의 인질 억류사태 이후 양국간 무역은 모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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