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계획·제도개선 불구, 작년 해양사고 더 늘어나
씻을 수 없는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될 세월호 사건이 터진지 2년이 흘렀다. 그간 해양안전 강화를 목표로 정부는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매년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 정부부처는 현장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국회와 정부는 해양안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등 해양안전과 관련한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해양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해양사고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발생했던 사고의 2배 가까이 된다. 올해 들어서도 제주 추자도 부근 선박화재 사고, 울산 예인선 선박 전복사고, 부산 화물선 좌초사고 등 해상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선소 현장에서도 최근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안전관리 강화’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2015년 한해동안 발생한 해양 선박사고는 총 2,740건으로 11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012년 이후 3년간 연평균 사고 발생 건수 1,367건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정책은 쏟아져 나왔는데 해양사고 오히려 늘어
작년 해양사고 2,470건, 3년간 연평균 1,367건 2배

지난해 선박사고 급증은 정비불량과 장비관리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비불량 사고가 2014년 377척에서 854척으로 급증했고, 장비관리소홀 사고도 305척에서 676척으로 크게 늘었다. 연료고갈로 표류한 사고도 104척에서 224척으로 늘었다. 사고 선박 종류는 어선(1,466척), 레저기구(324척), 낚시어선(207척), 예인선·부선(145건) 순으로 많았다


특히 선박사고의 주요 원인이 정비불량과 장비관리 소홀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수차례 추진했던 현장점검과 관리감독이 여전히 낙제점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국민안전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사소한 사고도 신고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영향도 있다”며 변명했다.

 
 


정비불량 장비관리소홀 여전, 연료고갈 선박사고도 2배 늘어
올해 들어서도 해양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17일 오전 부산 영도구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자동차 운반선이 강풍가 파도에 밀려 좌초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화물선에 실려 있던 기름이 대거 유출되면서 부산 영도 앞바다까지 기름띠로 뒤덮이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경과 담당 구청 직원, 민간단체는 물론 전날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렀던 당선자와 후보자들까지 나서 오염지역 정화에 나섰다.


4월 6일에는 충남 오천면 부두 공사현장 앞 해상에서 예인선이 예인작업 중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월 29일에는 제주도 추자도 부근 해상에서 선원 12명을 태운 선박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해상사고 뿐 아니라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야드 현장에서의 사고도 잇따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3월 11일, 18일, 19일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해 총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연이어 사고가 터지자 현대중공업은 최근 안전경영실을 신설하고 조업을 하루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2년간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등 정부안전대책 쏟아져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3월 30일, ‘해양수산분야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동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선원의 훈련과 안전교육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선박개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운항관리자를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했고 현재 106명의 운항관리자가 각 항만현장에 배치돼 현장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여객에 대한 신분확인절차 강화, 화물에 대한 전산발권을 진행하고 있다.


비상시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안전교육을 실습위주로 개편하는 한편, 안전재교육 면제제도 폐지, 여객선 직무교육 신설 및 교육기간 확대 등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도 강화했다.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선원으로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선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퇴직 연금제도 도입도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선박개조 요건을 강화하고, 고령 원양어선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며, 베링해 등에서 조업하는 어선에 대한 특수방수복 비치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작년 5월부터는 해양안전교육을 시행했으며, 도선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도선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동 법에 따르면 기존 1종과 2종으로 구분했던 도선사 면허체계를 1급에서 4급으로 개편했으며, 도선사의 과실사고에 대한 처벌도 강화시켰다.


12월에는 개정된 해사안전법이 시행됐다. 선박의 구조·설비 또는 운용과 관련 사망· 실종사고나 일정규모 이상의 충돌·좌초·침몰사고 또는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선박은 선박명칭, 소유자정보 등의 선박안전도 정보가 의무적으로 공표했으며, 선박 관제구역의 출입신고를 위반하거나 관제통신을 녹음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이 신설(최대 300만원)됐고, 해사안전감독관의 지도·감독을 거부하는 경우의 과태료 부과금액도 상향(종전 200만원→최대 1,000만원)됐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해양안전교육 강화,해사안전시행계획, 안전대진단 등 ‘봇물’

올해 1월부터는 현장중심의 종합적 재난대응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지능형 해양수산 재난정보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동 사업을 통해 선박 모니터링 범위가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넓어지고, 위험물 취급 부두의 CCTV를 유관기관 상황실과 연계하는 등 촘촘한 해양수산재난안전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동 사업은 ‘2015년 정보화전략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4년 동안 총사업비 179억 원을 투입하여 추진 중이다. 우선 위성을 활용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위치정보를 수집·연계하여 선박위치정보 탐지범위를 현재(연안으로부터 50마일)보다 약 7.7배 확대된 배타적경제수역까지 확장한다. 또한 항만 위험물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초동조치 지원을 위해 전국 주요 위험물 취급항만(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평택, 대산)에 설치된 CCTV를 유관기관 상황실과 연계하고, 위험물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추진한다.
한편 여객선에 위급상황 발생 시 조속한 상황파악 및 대처를 위해 주요 운항정보(선박평형수, 기울기, 화재감지기 등)를 빠른 시간 내 인지할 수 있도록 육상 구조세력 및 유관기관 상황실 등에 연계하는 시범사업(카페리 1척)도 추진한다.


올 2월부터는 4월말까지 2달동안 낚시어선, 여객선, 위험물 하역시설 및 항만·어항시설 등 해양수산 분야 시설에 대한 총체적 안전점검인 ‘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올해는 이외에도 수산물 도매시장, 공공청사 등에 대하여 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으로 지난해(1,104개소)에 비해 약 150% 증가한 약 2,766개소를 점검할 계획이다.


안전대진단 점검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 공공시설은 자체 가용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시설은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비용을 부담하여 조치한다.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정밀진단을 추가 실시할 예정이다.


올 3월에는 범정부 차원의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2016 해사안전시행계획’을 시행했다.  해사안전시행계획은 해수부를 중심으로 국민안전처 등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종합 안전대책이다. 동 계획은 ‘해양안전체계 정립 및 국민의 안전한 바다 이용 보장’을 정책목표로, 선박종사자 안전역량 제고, 선박 안전성 강화, 해사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 등 해사안전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6개 분야의 59개 세부이행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본 계획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는 봄철·해빙기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봄철 해상교통 안전대책’을 3월 1일부터 3개월간 시행하고 있다.


봄철 해빙기 기간 동안 해양수산부는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국가안전대진단과 병행해, 국제여객선 29척, 낚시어선 1,266척, 연안여객선 155척 등 다중이용선박에 대해 과적·과승, 안전설비 관리 등 기초 안전설비와 운항수칙의 준수 등을 점검했다.


또한 대국민 해양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와 계몽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전국 주요항만 및 어항 등에서 매월 1일 ‘해양안전의 날’ 행사를 통해, 구명조끼 상시착용 운동과 더불어 낚시객, 수상레저인 등 수시로 선박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본인소유의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유도하는 ‘마이 라이프 재킷(My Life-Jacket)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해양안전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소형선박에서의 지켜야 할 필수 기초안전 수칙 포스터 7만 여장을 배포하여 선박운항자와 선주 등의 안전운항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한편, 현장안전관리가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해사정보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연안을 주로 항해하는 소형선박 종사자 중 50세 이상의 선원 비중은 77.7%에 이르고 있으며, 약 64%가 휴대전화를 통해 항해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이점에 착안해 해양수산부는 국민안전처의 ‘재난 문자 서비스’와 외교부의 ‘해외여행안전정보 문자 서비스’와 같이 다중이용선박, 어선, 연안화물선의 선주, 선장 등 약 6만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필수적 해양안전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해사 정보 네트워크’를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3월 22일에는 ‘2016 연근해 어선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해 2020년까지 어선사고의 인명피해를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동 대책에는 안전불감증 퇴치, 안전 인프라 확충, 안전기준 강화, 안전문화 확산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4월 6일에는 해양수산재난에 대한 상황관리 강화를 위해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 확대 구축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혔다. 동 사업을 통해 선박위치정보 통합항적 데이터베이스 구축, 실시간 안전정보 전파시스템 구축, 해사안전업무 지원시스템 고도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안선박 현대화 펀드 본격 시행
정부출자 금액 100억원, 2019년 1,000억원 목표

한편 노후화된 연안여객선박을 개선하기 위한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3월 22일 해수부는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관리기관으로 세계로 선박금융(주)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는 정부에서 자금을 직접 출자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자본과 결합하여 신규 여객선 건조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원대상은 고가의 선가로 인해 중고선 도입이 일반화된 카페리 및 초쾌속 여객선이다. 올해 정부출자 금액은 100억원으로 총 조성금액은 여객선 건조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2019년까지 약 1,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비슷한 내용 순서만 바꾸는 안전대책
“어깨띠, 피켓만 드는 안전 캠페인 무슨 효과?”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안전대책에도 불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발표됐던 정부의 해양안전대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현장 안전관리감독 강화와 안전교육 캠페인 확대에 치중돼 있다. 운항관리자를 통해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을 약속했지만, 정비가 안된 선박과 심지어 연료가 없는 선박이 운항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감독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국민안전처 산하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가 인천, 평택, 태안, 보령 등에서 유선(유람선) 9척과 도선(여객과 차량을 싣고 섬을 운항하는 선박) 3척, 선착장 8곳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 민관합동 점검활동을 펼친 결과 75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차량을 고정시키는 고박용 쐐기상태가 불량하거나 부력기능이 없는 구명조끼를 비치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안전교육과 캠페인 활동 강화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터미널 관계자는 “한달에 한번 여객 터미널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만 들면서 하는 안전 캠페인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전교육 내용도 기존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우선 선사입장에서 승객을 제대로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수부와 국민안전처는 한달이 멀다하고 각종 안전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약속했던 안전관리 강화는 2년전과 달라지지 않았으며, ‘보여주기식’ 현장점검과 캠페인만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는 대형 해양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은 어디에 있을까. 비슷한 내용의 대책이 되풀이 되는 책상에서의 안전계획보다 현장에서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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